엔진(NZIN) 장착한 '풍운아' 남궁훈, 그가 다시 게임사 CEO가 된 이유

등록일 2015년10월01일 14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거침없는 입담, 빠른 의사결정, 힘 있는 추진력으로 주목받는 게임인(人)이 있다. 바로 게임인재단 이사장에서 엔진의 대표로 새롭게 게임사업에 도전하는 엔진의 남궁훈 대표다.

게임포커스는 24일, 조금 이른 아침 시간에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엔진을 찾아가 남궁 대표를 만났다. 게임특성화 고등학교 관련 교육사업에 그 누구보다 열의와 열정을 불태우며 그 첫걸음으로 게임인재단을 운영했던 그가 돌연 엔진을 인수하며 새롭게 둥지를 튼 이유가 궁금해서다.

출근하자 마자 기자와 만난 남궁 대표는 흠뻑 땀에 젖어 있었다. 여의도 집에서 회사가 있는 분당까지 자전거로 출퇴근 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시간에 다소 늦었던 남궁 대표는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상태로 인터뷰에 응했다. 옷을 갈아입고 땀을 씻는 시간 때문에 약속 시간을 더 어길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기자에게 거듭 양해를 구하며 흐르는 땀을 닦는 그를 보고 문득 '기업인 남궁훈과 게이머 남궁훈은 다른 인물일까?'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미리 준비했던 인터뷰 질문들을 제쳐두고 남궁훈이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인터뷰가 끝난 남궁 대표 역시 “새로운 질문에 자신도 즐거웠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게이머로 시작했던 삶, 직업이 되며 게임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린 자신을 돌아보다
경복고등학교를 졸업, 서강대학교 경영학 학사 과정을 마치고 다양한 게임기업을 거치며 어느덧 40대의 기업가로 우뚝선 남궁훈 대표. 이제는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됐지만 국내 게임산업 성장에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했던 그는 자신을 '우연치 않게 시대의 흐름에 올라탄' 행운아라고 표현했다.

어렸을 적 남궁 대표는 지금의 젊은이들과 다름없는 게이머였다. 초등학생 시절 인생의 첫 번째 PC였던 SPC-1000을 시작으로 삼국지2, 커맨드앤컨커, 스타크래프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게임을 즐기며 성장했다. 그가 손꼽는 가장 재미있었던 게임은 바로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가 개발한 머드 게임 '쥬라기 공원'이다. 처음으로 다른 사람과 같이 하는 재미를 알게 한 게임이었다고.

남궁 대표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설렌다. 게임 로딩에 10분이 걸리던 시절이었지만 그런 기다림도 재미였다. 커맨드앤컨커 시절에는 친구와 모뎀으로 멀티플레이를 즐겼는데 게임에서 진 사람이 다시 전화를 거는 것으로 내기를 했다. 전화비가 제법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게임에 대한 끝없는 동경은 그를 게임업계로 이끌었다. 물론 시작은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한 번이라도 게임 산업의 흐름에 몸을 담아보고 싶었던 남궁 대표는 온라인 게임이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2000년대와 모바일이 최고의 주가를 올렸던 2010년대를 모두 경험하고 이끌어나간 '행운아'가 됐다. 남궁 대표는 “만약 그 시절 게임 산업이 도약을 하지 못했다면 자신은 아직도 지금의 LOL과 같은 인기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였을 것이다”고 밝혔다.

산업의 부흥을 같이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기업가에게는 큰 축복이다. 하지만 남궁 대표는 스스로에게 아쉬워한다. 15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열혈 게이머였던 그가 어느덧 게임 산업을 걱정하고 이끌어나가는 한 사람의 전문 경영인으로 거듭나면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게임에서 멀어지게 된 것이 이유다.

남궁 대표는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싶다. 게임을 직업으로 삼으니 게임이 그때만큼 재미있지도 않고 그때만큼의 순수한 열정도 생기지 않는다. 게이머로서의 열정이 식어버린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나 자신에게도 서운함도 느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당시의 순수함만큼은 잃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사 없이 성장했던 한국산 '게임', 이제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품 브랜드로 성장하다


남궁 대표는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을 대한민국의 '한강의 기적'과 같은 피나는 노력 끝에 얻어진 것이라고 평가한다. 불과 20년 전의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은 해외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고 PC게임의 부흥 속에 성장한 EA, 블리자드와 콘솔 기반으로 성장한 닌텐도, 소니와 비교해 이렇다 할 기술력도, 역사도 없었다는 것이 남궁 대표의 설명.

그는 “당시 온라인 게임은 전세계 게임 개발사들에게 도전의 무대이기도 했지만 개척해야 될 곳이 한 두 곳이 아닌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산업의 기초조차 다듬어져있지 않았던 만큼 前 세대의 후광 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부의 인터넷 보급정책과 뛰어난 개발자들의 노력으로 다른 나라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 결국은 이러한 모든 행동이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며 세계속에서 경쟁할 수 있는 무기가 됐다”고 말했다.

모바일게임 산업과 관련해 남궁 대표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BM부분에 있어서는 전세계의 모든 모바일게임 후발주자들이 우리나라의 요금제 방식을 참고하거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궁 대표는 NHN USA대표 시절의 일이라며 “알다시피 부분유료화라는 모델은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파격적인 모델이다. 당시 해외에서는 게임의 아이템을 왜 5달러에 파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제조원가가 확실하지도 않은 데 어떤 기준으로 아이템의 가격을 책정했는지를 궁금해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한국 게임 시장의 발전을 보고 한국 기업과 커뮤니케이션을 한 기업들이 한국의 BM을 이해하고 적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잘 아는 COC의 경우도 같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세계의 모바일 게임들이 한국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연구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정말로 큰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위메이드와의 인연에서부터 게임인재단의 설립까지, 짧지만 길었던 2년
서든어택 논란을 겪은 후 CJ E&M 대표를 사임하고 잠시 게임업계를 떠나있던 남궁 대표는 모바일게임 사업에 뛰어든 위메이드의 대표로 복귀해 불과 1년여 만에 특유의 추진력으로 회사를 게임업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모바일게임 개발사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한다.

위메이드 대표로 취임 한 이후 남궁 대표는 기존 PC 온라인게임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신사업 분야인 모바일 게임 활성화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캔디팡', '바이킹아일랜드', '터치파이터', '윈드러너' 등 다수의 모바일게임을 성공시켰으며, 위메이드를 약 900여명 규모의 모바일 개발자를 거느린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 기업으로 변화시켰다.

그렇게 기업의 부흥과 함께 또 하나의 신화를 써내려갔던 남궁 대표는 지난 2013년, 돌연 위메이드 대표를 사임하고 게임인재단의 이사장으로 변신했다. 가장 핫 한 개발사 대표의 사임 소식에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지만 그 어떠한 분석도 남궁 대표의 행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세간에선 박관호 의장과의 불화설 등을 이야기했다. 

갑자기 왜 위메이드 대표를 그만두고 게임인재단을 설립하게 됐을까? 남궁 대표는 “그 질문에 답변을 하기 위해선 우선 위메이드의 대표직을 맡게 된 이유부터 설명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게임 특성화 고등학교 설립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알 것이다. 그를 위해 서강대 교육행정학과 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때 위메이드 박관호 의장이 게임 사업을 다시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그때의 나는 게임 특성화 고등학교 설립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솔직히 게임업계에 다시 돌아가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학교를 만들려면 나도 준비를 해야되는 것이 많았고 당시 모바일게임 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위메이드에서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니 나중에는 거절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그렇게 내가 하는 일을 도와주고 나도 도와주는 조건으로 대표직을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의장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회사를 경영하는데 있어 모든 것이 좋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부부도 싸우는데 우리라고 오죽했겠나? 하지만 정말로 사이가 안 좋았다면 내가 대표직을 그만두고 재단을 세웠을 때 위메이드에서 20억이라는 거금을 후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웃음). 그렇게 서로의 합의하에 게임인재단이 설립되게 됐다. 게임인재단은 내가 그동안 게임업계에 진 빛을 무엇으로 갚을까 하는 생각 끝에 나온 결과물로 생존이 힘들 중소개발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원대한 꿈으로 시작한 게임인재단, 현실적인 한계가 이끈 '엔진' 인수
위메이드 대표직을 사임한 남궁 대표가 게임인재단 이사장으로 활동을 시작한 후 2년이 채 못되는 시간동안 다양한 중소개발사들이 게임인재단을 거쳐 갔다. 짧았던 기간이지만 많은 시도가 있었고 나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차기 이사장이 내정되며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남궁 대표에게 아쉬웠던 점은 무엇일까?

그는 가장 먼저 재단이라는 위치가 가진 한계를 언급했다. 규모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재단차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에 어쩔 수 없는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 시작했을 때 10위 안에 드는 게임이 몇 개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내 착각이더라. 사실상 재단에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게임을 최고로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회사들에게 아주 기본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아쉬운 것이 참 많다. 재단인 만큼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한데 최근 그와 관련된 부분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 이사장 재임기간 동안 가장 큰 숙제이기도 했는데 잘 해결되어 한시름 놨다”고 밝혔다.

남궁 대표의 엔진 인수는 재단에서 할 수 없었던 구조적인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결과물이다. 단순한 게임 퍼블리싱을 넘어서 카카오라는 국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의 도움을 받아 중소게임사들의 게임도 대형 퍼블리셔들이 서비스하는 인기 게임 못지않게 상업적으로도 성공시킨다는 계획이다. 그 첫걸음으로 남궁 대표는 모바일 캐주얼게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히 모바일 보드 게임 퍼블리싱을 공식화 하면서 흥행 여부를 놓고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는 “과거 PC 캐주얼 게임은 수익모델이 없었다. PC버전의 테트리스를 즐기는데 누가 돈을 내려하겠는가? 하지만 모바일로 넘어오고 스마트폰이 활성화 되면서 캐주얼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났다. 이는 우리가 준비 중인 모바일 보드 게임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사행성 이슈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모바일 보드 게임에서의 사행성 부담을 덜어내고 안정적으로 수익으르 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 중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말할 수 없지만 분명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 자신과 한 5년의 약속, 변화를 지켜봐달라
남궁 대표는 최근 케이벤처그룹에서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그 투자에는 5년간 퇴직 금지, 2년간 이직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성격인 그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내용.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계약을 빠르게 성사시켰다.

남궁 대표는 투자 건에 대해 “난 계획적인 사람도 아니고 지극히 즉흥적인 사람이다. 사실 단점이기도 한데 이번 투자계약 조건을 응하면서도 투자를 받은 것은 바로 나 자신과 나를 믿고 따라오는 임직원들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길게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직원들에게는 중요한 부분이다. 엔진 인수 이후 나의 즉흥적인 면모 때문에 걱정을 하는 직원들도 있었는데 투자 계약 이후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렸더니 5년 동안은 걱정 없겠다고 다들 안심하더라(웃음). 그런 반응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한 회사를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 된 만큼 나도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남궁 대표는 게임 산업이 게이미피게이션(Gamification)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만나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의 게임 산업이 즐기는 것을 위해서만 존재했다면 이제는 일상생활 속에도 녹아들어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이 넓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게임적인 요소를 아주 조금만 넣어도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평범한 출퇴근에 아주 조금만 게임적인 요소를 추가한다면 우리의 삶은 180도 달라질 것이다. 인생을 게임처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날은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오고 있다. 그리고 그때가 된다면 게임 산업에 있는 종사자들을 향한 세간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앞으로도 우리를 보고 따라오는 후배들을 위해 부끄럽지 않은 게임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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