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로드무비 '굿 다이노', 만약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등록일 2016년02월02일 11시23분 트위터로 보내기

공룡(恐龍, dinosaur)의 멸종 이유를 놓고 무려 100여 가지의 이론이 제기돼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한 학설은 '소행성 충돌설'과 '화산 폭발설'이다. 법학(뿐이겠는가?)을 공부하다보면 대부분의 경우 가장 유력(有力)한 학설은 '절충설(折衷說)'이기 십상(十常)이다. 공룡 멸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럼 답을 찾아볼까? 소행성 충돌로 인해 기존의 화산활동이 급격히 활발해지면서 공룡은 멸종의 길을 걸었다! 최근 미국 버클리 지절연대학센터 연구팀은 이러한 절충설을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한 지리학자 폴 르네 박사는 "소행성과 화산은 분명 공룡 멸종의 공범"이라면서 "소행성 충돌과 화산 폭발이 일어나 공룡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우리 인류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 덧붙였다.

무엇이 '진실'인지(여전히 알 수 없지만) 논리적이고 과확적인 접근 방법으로 탐구하고 추론하는 것이 '과학자' 혹은 '연구자'들의 몫이라면, '6600만년 전(±3만년) 거대 운석(소행성)이 지구를 비껴갔다면, 그래서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구체적인 성과로 만들어 내)는 건 '어린이'와 '예술가'들의 몫인 것 같다. (이 투박한 구분을 타박하지 말기 바란다.)


디즈니(Disney)와 픽사(Pixar)의 16번째 작품인 '굿 다이노(The Good dinosaur)'는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과도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다.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은 공룡은 (그들의 공백으로 인해 지구를 '지배'하게 된 인간처럼)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운다. 이처럼 공룡이 '농경 사회'를 구축해냈다면, 인간은 수렵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공룡은 '말'을 통해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인간은 '으르렁'거리는 수준에 멈춰있다. 이 기묘한 공존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이 다른 종에 비해 우월하다는 왜곡된 인식이 경쾌하게 뒤집어진다. 인간의 감정을 캐릭터화하는 놀라운 기발함을 보여줬던 '인사이드 아웃'에 비해 밋밋하기 이를 데 없는 '굿 다이노'의 거의 유일한 '특별함'은 그와 같은 전복(顚覆)에서 발견된다.



초식공룡 아파토사우루스 삼형제 중 막내인 '알로'는 덩치도 크고 용감한 형들이 부럽기만 하다. 자신도 빨리 부모님에게 인정을 받아 '발도장'을 찍고 싶지만, 특유의 겁 많은 성격을 쉽사리 극복할 수 없다. '알로'를 강하게 교육시키고 싶었던 아버지 헨리는 '알로'에게 곡식창고를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어느날 알로는 곡식 창고에서 음식을 훔쳐먹던 원시인 꼬마를 발견하지만, 겁을 먹고 그만 놔주고 만다.

헨리는 알로를 다그치며 원시인 꼬마를 쫓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폭풍으로 인한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고, 졸지에 '알로'는 홀로 남겨지게 된다. 죽음의 위기를 넘긴 알로는 다시 원시인 꼬마(후에 '스팟'이라 이름 붙여진다)를 만나게 된다. '스팟'은 원시 사회에서 단련된 터라 두려움이 없다. 뱀과도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투쟁심을 갖고 있다.



또, 그의 이름을 불러준 '알로'의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마치 인간을 따르는 '개'와 같은 관계가 공룡과 인간 사이에 형성된다. '굿 다이노'는 '알로'가 '스팟'을 만나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 속에서 '성장'하는 전형적인 로드무비(Road movie)로 진행된다. 하지만 그 성장 과정은 특별할 것이 없고, 그 여정 자체가 딱히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픽사의 전작(前作)인 '인사이드 아웃'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면, '굿 다이노'는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에 머문다. 하지만 그마저도 신통찮았던 모양이다. '굿 다이노'는 픽사 사상 처음으로 손익 분기점(4억 달러로 추정)을 넘기지 못한 '실패'를 맛봤다. '스팟'은 최근 봤던 그 어떤 캐릭터보다 귀엽고 매력적이지만, 주인공인 '알로'에게 눈길이 가지 않는 것과 그의 성장이 흥미를 끌지 못한 점은 아쉽다.



공룡과 인간의 공존은 가능한 것일까? 과학적인 대답은 '불가능'이다. '알로'와 같이 귀여운 공룡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고생물학자인 토마스 윌리엄슨은 "공룡과 인류가 공존하는 일은 완벽하게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공룡이 멸종한 이후 포유동물이 자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다양성 및 진화의 기회가 확보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그렇다면 상상력의 대답은 어떨까? '굿 다이노'도 '선'을 긋는다. 무사히 여정을 마친 '알로'와 '스팟'은 서로의 가족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알로'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스팟'에게 '알로'는 원을 그리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끔 한다. 이는 마치 공룡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이 따로 있고, 그것은 침범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처럼 느껴지게 한다. 서로의 공존을 위해 각자의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 말이다. 비단 그것이 공룡과 인간의 이야기뿐이겠는가.

P.S.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감상하는 데 가장 좋은 '팁'은 아이와 같은 감성을 지닌 누군가와 함께 보는 것이다.

글 제공 :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의 블로그(http://wanderingpoe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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