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이어 VR까지, 조이시티의 거침없는 도전은 계속된다

등록일 2016년03월08일 17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국내 대형 게임사 중 가장 먼저 콘솔게임에 관심을 갖고 신작 개발에 나선 조이시티가 현재 국내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플랫폼인 'VR'에도 한 발 먼저 뛰어든다.

아마도 최근 조이시티가 자사의 주력 타이틀 중 하나인 '건쉽배틀' VR 버전을 낸다고 했을 때 깜짝 놀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콘솔 플랫폼에 뛰어든 데 이어 VR에도 진출한다는 발표에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다는 것으로 오해한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조이시티가 VR을 준비한 기간은 2년이 넘었다. 콘솔 진출과 거의 동시에 VR이 뜰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이야기다.

조이시티는 삼성 '기어 VR' 버전 건쉽배틀을 2016년 상반기 출시한 후 플레이스테이션 VR로도 건쉽배틀을 출시할 계획이다.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된다면 플레이스테이션 VR 론칭 타이틀로 들어가는 것도 기대해볼만 하다.


조이시티에서 VR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건 김찬현 사업개발부장이다. 김찬현 부장은 캐나다에서 대학을 나와 현지에서 창업해 콘솔게임 생태계를 경험한 후 엔도어즈, 넥슨을 거쳐 지난 2013년 조성원 대표가 이끄는 조이시티에 합류했다.

조이시티에 합류한 후에는 모바일, 온라인 글로벌서비스전략 및 신규플랫폼 진출전략, 신규사업개발을 담당했으며, 넥슨에서 해외소싱팀장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콘솔 플랫폼 및 VR 플랫폼 진출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성원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역시 글로벌 게임시장에서의 콘솔 및 VR 플랫폼의 미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조이시티의 콘솔 및 VR 플랫폼 참가는 빠른 속도로 진전을 보였다.

일찍부터 플레이스테이션4 개발환경 및 적합한 게임엔진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했던 조이시티는 VR 역시 2년 전부터 연구를 시작해 기술 개발에 공을 들여 왔다.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총괄하는 요시다 슈헤이 WWS 대표가 방문해 관심을 보이고 지속적으로 연구 성과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

조이시티를 찾아 콘솔 진출을 발표한 직후인 2015년 초 만났던 그 장소에서 김찬현 부장을 다시 만났다.

준비기간 2년여, 플레이스테이션 VR 론칭 타이틀을 목표로
많이 들은 질문이겠지만, VR 플랫폼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콘솔 플랫폼에 진출한 것도 놀라운데, 다들 해볼까말까 고민하는 시점에 게임 출시일정까지 공개할 정도니 준비를 오래 했을 것 같다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콘솔도 그렇지만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기술 기반 사업인 게임사업을 하는 이상 앞을 보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VR을 접하고 연구를 시작한 건 2013년 시점, 오큘러스리프트가 킥스타터로 나오던 바로 그 시점이죠.

사실 그 전에 존 카멕이 E3에서 VR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 시점에 저희 조이시티도 VR에 눈독을 들였습니다만 R&D를 진행하며 과연 VR 시장이 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 후 업계 전반에 기술진보가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오큘러스와 밸브, 소니 등 VR 기기를 개발중인 회사들을 직접 찾아가서 살펴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VR이 기존에도 존재하던 것의 단순한 기믹이 아니라 고유한 가치를 가진 플랫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밸브가 VR의 기술을 연구하고 확립하며 많은 진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도 시장에 대한 우려는 계속 있었지만, 개발자들을 교육하고 경영진들이 VR에 대한 리서치도 하면서 꾸준히 준비, 공부를 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오큘러스에 페이스북의 투자가 들어가게 됐죠.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투자가 어떻게 움직이나, VR이 인프라가 될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고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너무 큰 리스크를 안고 VR에 뛰어들 순 없으니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방법을 고민했는데, 사실 이런 첨단 기술은 아주 일찍 시작하면 저렴한 가격에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들어가려고 하면 높아진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초기에 가니 정보교환도 잘 되고 플랫폼 홀더가 지원도 잘 해 주더군요.

단기간에 스텝바이스텝으로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게임이 나올 시점에서의 시장 기대치에도 맞출 수 있었고요. 초반에 뛰어들어 개발하길 잘 한 것 같습니다. VR 콘텐츠가 적은 시점에 VR 전문회사로 조이시티를 인지시키며 들어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콘솔 진출 때도 그랬지만 조성원 대표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진입하는 것에 대해 빠르게 결단을 내리는 게 사실 좀 신기(?)하다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처음에 제가 VR도 미래의 가능성 중 하나로 보고 함께 공부해 보자는 정도로 제안을 했습니다. 그런데 개발, 경영, 재무, 운영 등 임원진이 다 참여해서 함께 보니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VR 관련 사내 발표 때에도 경영진이 초기부터 참여해서 질문을 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VR 게임의 테스트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들웨어는 뭐가 필요한가', '장비는 뭐가 필요한가' 등에 대한 임원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게 VR 준비과정의 하나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답을 다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4년 시점에서 VR 게임을 개발하려면 비용이 얼마가 들어가고 몇 명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겠다는 계산이 섰습니다. 회사에서도 이 정도면 시도해볼만 하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거죠.

다른 회사들은 이제 팀을 꾸릴까 말까 고민하는 시점에서 연내 게임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일정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아시다시피 이미 공개된 VR 플랫폼도 많고 개발중인 기기도 많습니다. 먼저 모바일 쪽으로 기어 VR 버전을 올해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입니다. 건쉽배틀이 원래 모바일게임이었다 보니 R&D가 상대적으로 쉬운 플랫폼이지요.

콘솔 등도 준비중으로 플레이스테이션 VR 론칭 타이틀로 나간다면 이상적일 텐데 플레이스테이션 VR의 출시시기와 우리 개발의 완성도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늦어도 올해 하반기 중에는 플레이스테이션 VR 버전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물론 PC 쪽도 준비중입니다. 밸브, 오큘러스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시장이 형성되는 걸 보고 접근하려 합니다. 다른 데보다 VR로 먼저 들어가시는 만큼 기회는 있을 것 같습니다.

콘솔 및 VR 진행상황, 한국어 버전도 보여드리겠다
콘솔게임 개발상황은 어떤가? '프리스타일 3 on 3'을 해외 게임쇼에서 선보였는데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여름 전에 출시하는 걸 목표로 개발중입니다. 1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PS 익스피리언스에서 시연을 진행해 호평을 받았죠. 소니 관계자들도 인상적으로 봐주었고 시연 반응도 좋았습니다. 1월에는 대만게임쇼에도 다녀왔는데 유저들이 너무 많이와서 놀랐습니다. 소니 관계자가 나중에 대만게임쇼 소니 부스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이었다고 좋은 리뷰를 전달해 주더군요.

콘솔과 VR의 타깃 지역은 어떻게 잡고 있나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콘솔은 북미 론칭을 먼저 하는 쪽으로 진행중입니다. 글로벌 동시 론칭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꼭 일괄 론칭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버 안정성 테스트를 많이 했지만 출시하면 어떤지도 좀 봐야죠. 북미에 한 1~2주 먼저 낸 후 글로벌 출시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소니에서도 두 안 모두 좋다고 해서 함께 협의중인 부분입니다. 국내유저들에게도 한국어 버전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VR의 경우는 지역 구분이 의미가 없는 상황입니다. 기기 보급이 어디부터 되느냐가 이슈인데 아직 보급량이 충분치 않은 상태죠. 북미 쪽에 먼저 물량이 깔릴 것 같긴 한데, 우리가 나갈때 쯤이면 시장이 골고루 형성될 거라 보므로 지역 구분은 의미가 없을거라고 봅니다.

콘솔게임에 VR까지 하려면 개발팀 규모도 커졌을 것 같다. VR 쪽은 인력 수급에 다들 애를 먹고 있더라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그 동안 콘솔게임 개발력을 꾸준히 늘려서 충실한 팀이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VR 쪽도 적극적으로 인력을 늘리고 있고요. 초반에 작게 시작해 연구해 보니 가능성이 크다고 보게 되어 규모를 키웠습니다.

콘솔과 VR 개발 인력을 계속 늘리고 있긴 하지만 아직 여러 프로젝트를 돌릴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VR 차기작을 생각한다면 한번에 두개가 아니라 첫번째 타이틀을 론칭한 후 그 경험을 살려서 여러 프로젝트를 그 다음에 진행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일단 첫번째 타이틀에 집중한 뒤에 노하우를 공유하는 복수의 타이틀로 나아가자는 거죠. 무엇보다 지금은 R&D에 집중하고 있는데 업계에 VR 개발 경험자가 없다보니 저희 조이시티가 VR 경험 개발자를 양성중인 느낌입니다.

VR에 뛰어들기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아마도 경험자가 없다는 것일 거다. 개발자를 육성해가며 VR을 한다는 판단은 쉽게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요즘 다들 하는 그런 고민을 저희는 2013년부터 해 온 겁니다. 투자를 하려고 해도 경험자가 없었죠. 물론 조금 해 본 분들은 있었습니다. 정부일로 VR 프로그램을 만든 분들인데 게임 쪽은 아니었고요.

남들보다 먼저 하려는데 경험자가 없는 건 당연한 분야니 우리가 개발자를 교육시키며 하자는 결론이 나왔던 겁니다. 개발자들을 지속적으로 VR 공부를 시키고 정기적으로 사내 발표도 하고 있습니다.

2015년 여름만 해도 VR을 한다고 하면 뭐 벌써 하냐고들 했었죠. 2015년 하반기에 소니가 한국에서 플레이스테이션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VR 관련 강연을 저희를 불러서 시키더라고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찾아와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문의도 많이 하고, 지스타 2015 때에는 중국회사들이 찾아와서 투자를 받았는데 아직 시작을 안했다고 뭘 해야 할지 문의를 많이 하더군요.

아 이제 VR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구나, 이제 트렌드가 오는구나 하는 감이 왔습니다. 사실 저희가 시작할 때는 이게 좀 더 빨리 올 줄알았는데 생각보다 늦게 시작들을 한 것 같습니다.

VR을 단순한 그래픽 강화 툴로 생각한 사람이 많았을 텐데 2015년 하반기부터는 VR이 그래픽 강화 툴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현실감, 거기에 내가 있다는 그런 느낌을 주는 완전히 다른 소통체계라는 걸 인식하게 된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VR은 기존 게임개발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념으로 가야 하는데 그런 변화를 위한 시간과 연구가 많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VR 기기별 장단점 있어, PS VR은 게임에 최적화된 기기
중국에서만 올 한해 30종 가까운 VR 기기가 나온다는 이야기도 들리더라. VR 기기를 두루 보니 어떻던가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중국 기기들을 보니 오큘러스 등에 비해 아직은 성능 면에서 미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개발 일정상 성능을 끌어올릴 계획들은 수립되어 있던데 어디까지 끌어올려서 나오게 될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게이밍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VR과 다른 VR 사이의 차이가 좀 있는 편입니다. 해상도 등에 대해 말이 많지만 플레이스테이션 VR은 안티얼라이징(*)이 들어가있어서 눈으로 보기에 좋아 보이거든요. 거기에 출시 초기 하드웨어 안정성 부분에서 경쟁 기기들에 비해 유리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오큘러스나 밸브 쪽은 PC 성능에 따라 가능성도 크지만 제대로 즐기려면 상당한 PC 사양을 요구하니까요.

* 안티얼라이징: 3D 그래픽에서 계단현상을 방지하는 기능

오큘러스 등도 기술이 공개되어 있어서 살펴봤는데 아무래도 플레이스테이션 VR 쪽이 확실히 OS도 장악하고 있고 GPU 랜더링, 센서퓨전(**)까지 하니까 거기서 단축가능한 게 많습니다. 밸브는 20밀리초 규격(***)만큼은 꼭 지킨다는 생각인데 소니는 그보다 더 줄이겠다는 겁니다.

** 센서퓨전: 감각 융합. 시각·청각·촉각 등 복수(複數)의 감각에서 얻어지는 정보를 이용해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기술

*** 지연시간을 20밀리초(0.02초) 이하로 유지해야 유저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VR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소니는 게임에 최적화된 기기를 만들고 있는 느낌이고, 각 VR 기기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모바일게임인 건쉽배틀을 다른 플랫폼으로 가져갈 때 많은 부분이 바뀔 것 같다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모바일 버전과 고해상도 버전을 동시에 개발 중입니다. 모바일은 가벼운 에셋으로 빠르게 테스트를 할 수 있어 개발속도가 빠릅니다. 건쉽배틀은 기존에 만들어 둔 게임의 에셋으로 진행하는 거라 최적화에 들어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크진 않을 겁니다.

모바일 버전에서 재미있는 점은 기어 VR의 성능이 그렇게 낮지 않다는 부분이죠. 그래픽 파워가 부족하다 보니 보기 좋은 게임을 보여주긴 힘들지만 기본 성능은 뛰어납니다. 삼성 갤럭시 S7이 벌칸 API를 지원하니 갤럭시 S7이 나오면 기어 VR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쉽진 않지만 기어 VR에서도 게임다운 게임을 추구하고 싶고 삼성에서도 많이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얼마 전 열린 MWC에서도 시연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VR 시연시간이 프로그램에서 빠져서 아쉬웠습니다.

VR이 게임보다 다른 분야에서 활용도가 클 거라 봤는데 생각보다 진전이 더딘것 같다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영상쪽은 어려움이 컸을 겁니다. 8K영상을 쏴줘야 제대로 나오는데 8K 영상 스트리밍이 안되어 힘든 상황이 이어졌죠. 주커버그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앞으로 큰 진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내용이냐 하면 사람이 보는 방향만 고해상도로 처리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거든요. 페이스북이 스트리밍 부분을 해결해준다면 영상 부분은 앞으로 빠르게 앞서나갈 부분이라고 봅니다.

VR에서의 '자유이동 문제' 해결에 한 발 먼저 나선 조이시티
플레이스테이션 VR용 타이틀을 개발중인 개발사도 많이 만나봤지만 맨몸으로 하기보다는 뭔가에 탑승한 상태로 설정하고 플레이하는 게 VR 경험에 좀 더 좋은 것 같더라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적당한 시야각이 있고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앉아서 하는게 좋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을 고려하니 저희가 가진 것 중에는 헬기가 좋다는 결론이 나와 건쉽배틀을 VR로 개발하게 된 거고요.

비행기는 지속적으로 이동을 해야해서 멀미 위험이 큰데 비해 헬기는 저속, 정지 등이 가능하고 높이도 너무 높지 않고 적당해서 지상에 대한 거리감을 느끼고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건쉽배틀이 글로벌 다운로드도 늘어나면서 좋은 브랜드가 되어 회사 입장에서 좋은 선택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도 공감하고 있고 발전과정을 함께 보고 있습니다.

확실히 서서 하는 건 좀 애매한 면이 있더라. 앉아서 이동을 어떻게 콘트롤하게 할지를 고민하는 개발사가 많았다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GDC에서 VR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의 VR 개발 스튜디오 50~60군데에서 동시에 발표를 하는 기술교류의 장이었죠. 당시 VR 플레이타임을 다들 짧게 가져갈 수 밖에 없는지 고민하던 시기 한국 개발사로서 저희는 플레이타임을 확보하지 못하면 상업성이 없다, 플레이타임을 늘리기위해 어떤 것들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헐리웃 영화사들, 소니, 액티비전 등이 발표에 나서는데 재미있는 내용이 정말 많았습니다.

오큘러스에서 발표한 서서 하는 콘텐츠에서 한번 앉아 보라, 앉는 순간 갑자기 내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스케일이 된다, 앉아서 다리를 들어봐라, 그러면 스케일이 또 바뀐다는 내용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소니에서 바로 그 이동을 어떻게 콘트롤할지에 대한 발표를 했습니다. 게임에서 다이빙을 시키려면 유저에게 몸을 살짝 숙이는 자세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유저의 몸의 감각을 캐릭터와 함께 가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습니다.

모두가 고민하는 부분은 이동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거였고요. VR에서 사람 캐릭터를 부드럽게 이동시키기는 정말 힘들거든요. 그런 점에서도 헬기는 이상적인 선택이었습니다.


플레이타임 이야기를 했는데 다녀보니 다들 5~10분 정도로 생각들을 하던데, 건쉽배틀 VR의 플레이타임은 더 길게 가져가는 건가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한 세션을 15분 정도로 생각중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VR로 개발중인 RIGS를 RIGS 개발팀과 함께 40~50분 가량 연속해서 플레이해보기도 했는데 더워서 땀이 차는 것 외에는 피로도가 없었습니다. 소니는 어지러움을 확실히 잡은 것 같더군요.

국내에서 VR을 개발한다면 개발하는 장비가 대부분 오큘러스 DK2일 겁니다. DK2는 어지러움을 완전히 잡지 못했어요. 크레센트베이(오큘러스의 세번째 헤드셋 프로토타입)나 밸브는 잡은 것 같습니다만 국내엔 아무도 그 정도 장비를 갖고있질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15분도 하면 어지럽다는 게 기본인 상태에요. 그게 해결된 디바이스를 써 보면 정말 오랫동안 연속해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피곤함이 아닌 VR 기기에 따른 추가 피로도는 룰만 잘 지켜서 만들면 매우 낮게 콘트롤 가능해졌습니다.

한국에서 보고, 생각하는 데모로는 진짜 어지럽고 피로도가 심합니다. 나중에 나올 하이 스펙 게임들을 보면 피로도 없이 길게 플레이를 갖고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에서는 체험 기회가 너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기들로 테스트, 개발을 진행중인지 말해줄 수 있나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테스트기가 뭐가 있는지 밝힐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테스트기를 갖고 회사로 찾아와 체험기회를 제공한 적도 있고 다양한 경로로 저희 개발자들은 대부분 기기를 체험해본 상태입니다. 모든 기기를 다 갖고 있을 순 없지만 체험할 기회는 있었던 거죠.

캐릭터 이동에 대한 고민은 다들 갖고 있더라. 대개 자동이동, 순간이동으로 처리하지 자유롭게 VR 환경에서 이동할 수 있게 하려는 경우는 못 본 것 같다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자유이동에 대한 고민은 여기저기서 많이 하고 있습니다. 더 넓은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 밸브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더군요.

기어 VR이야 외부연결선이 없어 자유롭게 이동을 처리할 수 있겠지만 선이 있으면 일단 선이 꼬이거든요. 저희도 연구를 해서 발표도 하고 하다보니 소니도 관심을 보여서 요시다 WWS 대표가 조이시티로 찾아와 연구내용을 보고 테스트도 하고 갔습니다. 시선처리와 이동 처리를 이렇게 하고 비주얼 레퍼런스를 유저들에 맞춰서 처리하는 걸 확인하고 연구가 진척되면 더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자유이동에 대해 연구중인 곳은 아직 잘 없는 것 같습니다.

건쉽배틀에 자유이동을 넣은 건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이걸 해결하려고요?' 라고들 하시는데 자유이동을 구현한다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VR 시장전망과 조이시티의 포부
VR 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앞으로 어마어마한 시장이 될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초기 보급 단계에서 주요 기기들은 글로벌 1000만대 씩은 팔릴거라 봅니다. 오큘러스, HTC, 플레이스테이션 VR 등이 기본적으로 보급이 되어 초기 시장을 형성할 겁니다. 당장 이 세 기기만 놓고 봐도 초기에 진입하기에 괜찮은 시장이라 봅니다.

먼저 시작한 저희 입장에선 아주 좋고 부담이 없습니다. 얼리어댑터들이 콘텐츠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부담도 경쟁도 없는 싸움을 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 효과도 얻고 그 뒤엔 시장에 자연스레 맞춰가며 천천히 볼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습니다.

3D TV는 연관산업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3D카메라 정도가 3D TV의 연관산업이었죠. 하지만 VR은 그래픽카드, 반도체 업체도 관련이 있고 향후 DLP 테크놀로지도 같이 가게될 겁니다.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도 그렇고 관련산업이 많습니다.

설령 VR에서 게임 산업이 좀 느리게 발전하더라도 인프라가 늘어나는 속도는 빨라질거라 봅니다. 그 말은 VR은 계속 발전하고 보급될 거라는 의미죠. 그러면 게임도 가능성이 갈수록 더 커질거라 봅니다.

VR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가 종착역은 AR이 될 겁니다. AR은 VR을 밟지 않고는 갈 수 없는 지점으로, 대부분의 연구를 VR 시점에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VR을 먼저 시작하는 것인 AR 기술 우위도 같이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AR은 VR의 5~10년 뒤에 올 거라는 예상이 많은데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AR은 5년 정도 혹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거라 봅니다. VR에서도 오큘러스 등 하드웨어의 스펙은 앞으로 계속 좋아지고 가격은 내려갈 겁니다. 갈수록 재미있어질 겁니다.

기술력과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 크기 때문에 부담도 될 겁니다. 하지만 주변에 보이는 초기 단계 기술이 적용된 데모들로 한계를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최신 HTC 장비를 테스트해 봤는데 확실히 착용도 쉬워졌고 포커스도 좋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선이 없어지다 보니 훨씬 쓰기가 좋아졌습니다. 역시 머리에 선이 연결되어 있는 건 불편한 면이 있었죠.

장기적으로 무선연구를 다들 하고 있는데 20밀리초를 무선으로 가면 맞추질 못해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곧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엔비디아에서 GPU 딜레이 해결에 나서고 있고 다른 하드웨어 개발사들도 따라가 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엔비디아에서는 2013년부터 해결할 만한 솔루션을 개발중인 걸로 아는데 그렇게 선투자에 나선 회사들이 언제 시장에 기술을 소개할지 기대됩니다.

콘솔게임 2호는 언제쯤 나올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거의 동시기에 나오게 되었다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그러게 말입니다. 콘솔게임 2호가 VR로 나올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론칭과 동시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큽니다. 2~3년 동안 소니와 협업해 왔고 편하게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대만게임쇼에서도 소니에서 도와줄 게 있으면 편하게 말해달라고 하더군요. 요시다 대표도 대만에 와서 헬리콥터 게임 잘 나오고 있냐고 물어보며 기대를 많이 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 한창 VR 론칭 타이틀이 수집되고 있는데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데가 많은 것 같더군요.

VR 개발을 진행하며 가장 힘든 부분은 어떤 점이었나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모든 게 힘들었죠. 가장 어려움을 겪은 건 개발자들의 교육기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교육할 장비도 없고 무엇보다 교육자가 없으니까요. 일단 장비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VR 기기 개발사를 회사로 자주 초대했습니다. 못 온다고 하면 우리 개발자들을 보내겠다고 하고요. 많이들 도와주셔서 사내 VR 시연행사를 8번 정도 전직원 대상, 임원대상, 개발팀 대상 등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런 기회를 만드는 게 어려웠고 그 뒤에는 장비 수입 문제부터 시작해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초기에는 VR 장비를 수입할 때 거쳐야 하는 절차도 복잡했고, VR QA는 어떻게 해야하나, 테스트는 어떻게 하나, 망 셋업은 어떻게 하나, 개발장비 셋업은 어떻게 하나 등등 모든 게 난관이었습니다.

거기에다 학술적 발표 내용이 너무 빨리 많이 나와 그런 기술적 진보를 수용해 따라가기도 쉽지 않았고요. 저희는 기술 개발만 하는게 아니라 게임도 만들어야 하는데 기술개발을 다 하고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게 아니니 독자적인 개발 연구로 기술 개발을 하며 콘텐츠를 만드는 툴도 만들어야 했죠. 개발자들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진행해 오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지금와서 보면 플랫폼 별로 바뀌는 정책과 일정 같은 것들이 마무리 단계라 빨리빨리 업데이트가 되고 있고 저희가 제안하는 정책도 잘 받아들여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VR 개발을 검토중인 국내 게임업체에 주고싶은 조언과 조이시티의 포부를 듣고 싶다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국내에서도 많은 분들이 시도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VR은 새롭게 시작하는 플랫폼입니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게임 기법에 대한 룰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이고 하니 제2의 존 카멕이 한국에서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있을까요? 새로운 것을 창조, 제안하고 그것이 세계에서 받아들여지는 그런 기회에 많은 분들이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VR 개발에 대해 문의하시는데, 궁금한 분들은 언제든 커피한잔 하며 이야기 나눌 기회가 오픈되어 있으니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포부라고 하면 아무래도 저희가 초기에 참여하는 개발사이고 하니 VR 초기에 게임을 출시하고 자유이동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초기부터 VR 게이밍을 시작하는 유저들에게 VR 하면 조이시티라는 인상을 남기고 싶습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도전해 보려고 뛰어들었고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죠. 한국 개발사들이 함께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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