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른 그래픽을 보여준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에 마음을 빼앗겼던 우리 세대가 에픽게임즈의 차기작에 건 기대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컸다. '포트나이트'라는 제목이 공개된 후 팀 스위니 대표를 만날 기회가 되면 '포트나이트의 개발 상황은 어떤가, 언제 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은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7월 '포트나이트'가 출시되자고 처음 플레이해 본 느낌은 언리얼 엔진으로 게임을 만드는 교본, 전작처럼 극한의 그래픽과 슈팅게임의 재미를 추구한 게임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포트나이트'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에는 PVE 디펜스 모드인 '세이브 더 월드'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최대 4명의 플레이어가 협력해 요새를 짓고 '허스크'(Husk)라는 좀비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었다.
'세이브 더 월드'만 돌아가던 초기의 '포트나이트'는 잘 만든 게임이었지만 반응이 뜨겁지는 않았던 기억인데, 9월 '배틀로얄 모드'가 나오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완벽한 최적화, 보다 빠르고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배틀로얄 모드는 '포트나이트'와 동의어처럼 받아들여졌고,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여전히 세계적 인기 게임으로 군림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 즈음에서 굳어진 '포트나이트=배틀로얄'의 이미지를 여전히 갖고있는 게이머가 많을 것 같다. '포트나이트'가 무수히 많은 게임들을 품은 '콘텐츠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은 거기서 즐기고 있는 유저들이 아니라면 알기 힘들 것이다.
배틀로얄 모드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포트나이트'가 어떤 길을 걸어와 현재 어떤 형태가 되었는지 정리해 봤다.
기존 모드 업데이트와 꾸준한 신규 모드 추가, 두 마리 토끼 다 잡아낸 '포트나이트'
'포트나이트'를 대표하는 모드로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배틀로얄' 모드는 업데이트가 꾸준히 이뤄지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8년 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여전히 '배틀로얄'을 즐기는 유저가 많지만 '배틀로얄'은 '포트나이트'의 무수히 많은 콘텐츠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 뿐이다.
'포트나이트'에는 앞서 언급된 '배틀로얄'과 '세이브 더 월드' 외에도 다양한 모드가 추가됐는데, 그 중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모드는 '레고'와 제휴한 '레고 포트나이트'이다. 레고 조립과 '포트나이트'의 게임성이 결합된, 독립형 서바이벌 크래프팅 어드벤처 게임으로 2023년 7월 업데이트 후 세대를 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드이다.
에픽게임즈가 '레고 포트나이트'를 선보였을 때, 국내 게임사들에서 에픽게임즈의 패밀리 게임으로서의 위상, 다음 세대까지 포섭하려는 야망에 놀라움을 표했는데, '레고 포트나이트'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경쟁사들이 추론한 에픽게임즈의 의도(?)가 잘 들어맞고 있는 것 같다.
건설과 배틀로얄이 결합된 독특한 게임성이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모드의 특징이지만, 건설이 힘들다는 유저들도 있다. 그런 유저들을 위해 추가된 모드가 바로 2022년 3월 추가된 '빌드 제로'이다. 액션, 전리품 획득 등은 그대로지만 건설 요소만 제거된 모드로, 지금은 오리지널 배틀로얄 못지않은 인기 모드가 됐다.
'팀'을 강조한 '리로드' 모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드. 오리지널 맵보다 좁은 맵에서 40명이 벌이는 배틀로얄 모드로, 오리지널 배틀로얄 모드보다 속도감 있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리로드'라는 모드의 이름처럼 팀원이 전멸하지 않았다면 다시 부활해 전투에 돌입할 수 있는 모드로, 오리지널 모드와는 다른 전략적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음악, 문화 체험까지, 콘텐츠 허브로 진화하다
'포트나이트'를 실행시키면 그 안에서 다양한 게임은 물론 음악, 문화 체험까지 가능해졌다. 아마 이 부분이 과거의 '포트나이트'만 기억하고 있는 유저에게 가장 놀라운 지점 아닐까 싶다.
먼저 화끈한 경주를 즐길 수 있는 '로켓레이싱'을 소개하고 싶은데, 인기 게임 '로켓리그'의 일부 시스템을 도입해 개발된 레이싱게임이다. 처음 추가된다고 했을 때 게임 속 게임으로 미니게임이나 소품 정도를 예상했다 너무 잘 만든 레이싱게임을 만나게 되어 깜짝 놀란 기억이 남아있다.
속도감 있는 경주에 드리프트 시스템도 매력적이다. 경쟁 레이스에 더해 랩타임을 겨루는 스피드런 모드에서도 세계 유저들과 겨룰 수 있다.
다음으로 소개할 '포트나이트 페스티벌'은 '포트나이트' 안의 리듬게임으로 2023년 12월 추가됐다.
출시하자마자 세계적 뮤지션 위켄드와 콜라보르를 진행했으며, 인기 팝스타들의 노래를 연주할 수 있어 화제를 모았다. 게임은 보컬, 드럼, 기타, 베이스 파트로 나뉘어 최대 4명이 각각 악기를 연주해 합주할 수 있다.
에픽게임즈가 2021년 인수한 '기타 히어로' 개발사 하모닉스와 공동 개발해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데다 음악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곡 수에서의 물량공세로 '포트나이트 페스티벌'은 단숨에 세계적 인기 리듬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에픽게임즈에서는 매 시즌마다 세계적 아티스트를 '포트나이트 페스티벌'의 아이콘으로 선정해 테마 의상, 곡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시즌 8의 아이콘은 그래미 2관왕에 빛나는 사브리나 카펜터이며, 위켄드, 레이디 가가, 빌리 아일리시, 메탈리카 등 서구권 뮤지션들에 더해 우리에게 친숙한 '하츠네 미쿠'도 아이콘으로 활약한 바 있다.
K팝을 대표하는 뮤지션 방탄소년단 역시 '포트나이트 페스티벌'에 등장한 적이 있으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K팝의 다른 뮤지션 추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포트나이트 페스티벌'에서는 음악 게임만 즐기는 것이 아니다. '포트나이트 라이브 이벤트'에서는 수백만명이 동시에 하나의 문화적 순간을 즐길 수 있다.
2024년 11월에 열린 '리믹스: 더 피날레'에는 스눕 독, 에미넴, 아이스 스파이스, 주스 월드 등이 출연했으며, 총 1400만명의 동시 접속자와 300만명 이상의 온라인 스트리밍 시청자 수를 기록해 '포트나이트' 인게임 콘서트 역사상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만여개 게임 담긴 창의력 발산 공간 '포트나이트 크리에이티브'
'포트나이트' 경험 개발은 이제 에픽게임즈의 전유물이 아니다. 에픽게임즈에서는 2023년, 크리에이터가 직접 포트나이트에서 게임을 제작하고, 플레이어 참여도에 따라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UEFN)를 출시했다.
2024년에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총 3억 5200만달러(약 5000억원)이 지급됐으며, 플레이어들은 크리에이터 제작 게임을 총 52억 3000만시간 동안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에이터들은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모드'에 등장하는 각종 사물들을 이용해 나만의 섬을 창조할 수 있으며, 맵에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섬 코드를 배포해 다른 플레이어들이 플레이할 수 있다.
언리얼 에디터를 사용해 고퀄리티 차세대 그래픽을 맵에 적용시키거나, '포트나이트'라는 이름에서 상상도 할 수 없을 독창적 형태의 게임까지 제작이 가능하다. 현재는 유저들이 만든 19만여개의 게임이 존재해, '포트나이트'는 명실상부 콘텐츠 허브로 기능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트나이트'의 이런 변화는 2023년 말 챕터 5 업데이트 후 일어난 것으로, 과거의 '포트나이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다른 게임, 아니 존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현재의 '포트나이트'는 '포트나이트'라는 허브에 연결된 무수한 게임, 콘텐츠를 모은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단 하나의 클라이언트로 구동할 수 있으며, 스킨과 같은 치장성 아이템은 모드를 넘나들어 모두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포트나이트'의 활발한 콜라보레이션에 대해서도 언급해야할 것 같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패션 브랜드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되어 왔는데, 나이키(Nike), 몽클레르(Moncler)와 같은 패션 아이콘부터 인기 애니메이션 '나루토', '드래곤볼', 스포츠 레전드 르브론 제임스, NBA와, 존 윅,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 프랜차이즈까지 다양한 분야와 파트너십을 진행해 왔다.
콘텐츠 허브가 된 '포트나이트'와 다른 IP와의 협업을 통해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대중문화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으로, 팀 스위니 대표가 주창한 '모든 메타버스를 아우르는 메타버스'로서의 '포트나이트'가 한걸음씩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한편 에픽게임즈에서는 6월에 '포트나이트'를 확장 출시한다고 발표한 상태이다. 8년 동안 꾸준히 진화해 온 '포트나이트'에 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기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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