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00분 토론을 보며 느낀 씁쓸한 뒷맛

등록일 2011년04월22일 14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100분 토론에 등장한 인터뷰 화면 캡처

평소 TV에서 방영되는 영화와 드라마, 스포츠 중계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켜보는 시청자 중의 한명으로 어제 방영된 100분토론 <게임 중독과 신데렐라 법>보면서 답답했던 게 있다. 게임업계를 취재하는 전문기자로 온라인 게임의 표현을 빌린다면 NPC를 클릭하면 일방적으로 읽게 되는 퀘스트 수행에 관한 텍스트의 나열이었다.

셧다운제를 두고 대립각을 세운 찬성측이나 반대측 패널들의 논리를 뒤로 하고 "아이들의 수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에는 무조건 공감한다. 절대 틀린 말도 아니고, 지극히 당연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연한 말을 풀어내는 데 있어 방법이나 기술은 상식을 어긋난 것들이 많았다.

방송 중간에 삽입된 만 13세의 어린이의 "학원 갔다 오면 11시가 넘는데, 스트레스를 풀려고 컴퓨터를 하려고 하는데 그걸 막아버리면(이하 생략)"이라는 영상만 보더라도 오로지 모든 원인을 '게임'으로 몰아세우는 듯 한 인상이 강하다. 제작진의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전국은 '자율학습제한조례'(학원의 자율학습 10시 제한) 추진으로 도의회와 교육청 사이에 분쟁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상황을 간과한 채 특정 요소만을 원인으로 꼽는다면 당연히 공감도 없고, 비난 일색으로 갈 수밖에 없다. 기자 또한 청소년기를 거쳐 온 사람으로서 어제 TV를 보면서 탁상공론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게임업계의 목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아쉬웠다.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나 의견이 있었다면 토론이 진행되는 내내 탁상공론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적어도 "셧다운제를 바라보는 현업 종사자는 말처럼 쉽지 않다"는 한마디 말이라도 있었다면 무의미한 토론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토론 도중에 패널의 "자기 스스로 공부를 하기 위해 늦게 자는 것과 게임을 하면서 늦게 자는 것은 다르다"는 언급은 게임업계가 정부사업으로 진행 중인 기능성 교육 게임도 모른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며, 거상이나 군주처럼 대학의 수업으로 활용하는 등 게임의 긍정적인 기능도 무시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방송이라는 제약 때문에 패널의 말을 자르고, 시청자의 사연조차도 필요한 말만 듣는 것을 보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하는 것이 토론이라고 하지만, 단순한 통계 자료와 인용만 나열했을 때 건설적인 의견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결국 개그코너의 유행어처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죠?"가 연상되는 100분 토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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