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야 할 높은 벽', 남자 기자가 플레이 해 본 '아이러브니키'

등록일 2016년08월03일 15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흔히 여성향 모바일 게임이라고 하면, ‘아이러브커피’나 ‘에브리타운’ 같은 소셜 네트워크 게임 (SNG)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SNG를 여성 플레이어들이 많이 즐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에 장르는 딱히 '이거다'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애니팡’이나 ‘쿠키런’ 등의 게임은 귀여운 디자인과 쉬운 방식으로 여성 플레이어들에게 어필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여성 플레이어만을 위한 게임은 아니었다. 여성 플레이어를 노리고 나오던 ‘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 모바일 게임들이 종종 있었지만, 금세 플레이어들의 기억 뒤편으로 사라지곤 했다.

여성 플레이어들에게는 너무나도 척박했던 게임 시장에, 오로지 여성 플레이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아이러브 커피’와 ‘아이러브파스타’ 등으로 유명한 파티 게임즈의 ‘아이러브니키’가 그 주인공이다.

등 뒤로 느껴지는 지하철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철저하게 남자 입장에서 즐겨본 ‘아이러브니키’는 과연 어떤 게임이었는지 직접 플레이 해봤다.

패션으로 승부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아이러브니키'
‘아이러브니키’는 주인공 니키가 조력자 모모와 함께 미라클 대륙을 여행하며 ‘패션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은 코디네이트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수천 가지가 넘는 패션 아이템을 조합해 주제에 맞는 옷을 입고 상대방과 점수 대결을 펼치게 된다. 옷을 취향에 맞게 갈아 입힌다는 것 때문에 자연스레 어린 여자아이들이 즐겨 하는 ‘종이 인형’ 놀이가 떠오른다.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결을 신청하는 상대와 패션으로 승부해야 한다. 패션의 우열이라는 것이 조금은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는 주제에 맞는 속성이 달린 옷을 얼마나 잘 입었는지, 또 스킬을 적절하게 활용했는지 등의 여부가 점수로 수치화 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코디가 점수로 평가받는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대결 전에 나오는 대화와 조력자 모모의 힌트를 통해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유추하면 된다. 예를 들어, 면접 복장 때문에 고민중인 상대방이 대결을 걸어온다면 우아하고 성숙한 오피스 레이디 스타일의 옷을 입으면 된다.

스토리 모드 외에도, 정해진 주제에 맞게 코디 한 후 유저들의 투표로 순위가 결정되는 ‘오디션’ 모드, 의상 리폼 재료와 도안 제작에 필요한 옷 도안을 구매할 수 있는 ‘스타코인’을 보상으로 주는 ‘스타일 대회’ 모드도 있다.

복잡하고 정신 없었던 첫인상
기자가 ‘아이러브니키’를 접하고 난 직후 든 생각은 ‘복잡하다’ 였다. 초보자를 위한 기본적인 메뉴 튜토리얼은 꽤 잘 구성되어 있었다. 다만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특히, 대결 전에 코디하는 과정에서 옷을 고르거나 상점에서 옷을 살 때, (외우지 않는다면) 속성을 확인하기 위해 매번 터치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초반에는 옷이 그리 많지 않아서 플레이를 하다 보면 속성이 외워졌지만, 조금만 개수가 늘어나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UI는 분명 개선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이템마다 달려있는 속성이 모두 다르다.

또, 어떤 옷을 입혔을 때 속성이 얼만큼 오르는지 정확하게 표시되지 않아 어느 정도면 승리할 수 있는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기 위해 요구되는 점수가 있는데, 자신이 코디한 옷의 속성이 총 몇 점인지 대결 전 코디를 할 때 게이지 등으로 간단하게나마 알 수 있다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큰 곤란함을 느낀 것은 옷에 달려있는 속성과 엄청난 양의 종류였다. 기본적으로 옷의 카테고리가 많고 카테고리 내의 종류도 많다. 거기에 더해 우아, 발랄, 섹시, 활발 등 옷마다 다른 속성과 등급이 있고, 도안 제작과 의상 도안을 이용한 새 의상 제작 시스템도 있다. 거기에 더해 의상 제작을 위한 분해와 의상 진화 등 이러한 여러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기자는 시간이 꽤 걸렸다.

복잡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코디네이트 게임이므로 옷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또, 단순히 옷을 수집하는데 그치지 않고 도안을 얻어 상점에서 살 수 없는 옷을 만들거나, 염색약을 사용해 옷의 속성을 바꾸는 등 ‘옷만 갈아 입히는 게임’에서 그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은 칭찬 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패션에 크게 관심이 없는, 또 더군다나 남자인 기자 입장에서는 수많은 시스템이 반갑기보다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다. 옷의 종류 자체도 많은데 등급과 속성이 천차만별이고, 염색과 진화로 자유롭게 바꿀 수도 있다.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자유보다는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시스템도 복잡한데 너마저...

패션 테러리스트여도 점수가 높다?
코디를 하고 점수의 우열을 가리는 게임 특성상, 어느 한 부위라도 빠지면 점수를 높게 받기 어렵다. RPG에서 장비 한 칸 빈 것이 매우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과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빈 옷 없이 입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입히다 보면 패션(Fashion)의 ‘F’도 모르는 기자가 봐도 심각한 수준의 코디가 탄생하고 만다.

이 정도는 양반이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봤을 땐 ‘패션 테러리스트’지만 스타일 대결의 점수는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좋은 스타일의 코디 보다, 높은 점수를 위해 속성과 주제에 끌려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주제에 맞춰 플레이어들이 직접 평가하는 ‘오디션’ 모드가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디션’ 모드가 존재하는 이유도 앞서 적은 문제점을 개발사에서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코디네이트 게임이 갖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패션과 코디는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개인의 취향을 감지하고 반영하는 실시간 시스템(?)이 나오지 않는 이상, 완전히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뒷이야기가 궁금하진 않은 스토리
‘아이러브니키’의 스토리는 코디의 수준을 점수로 수치화하고 이로 우열을 가리는 핵심적인 컨셉과 잘 어울린다. 그러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챕터가 있음을 감안해도 뒷이야기가 딱히 궁금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도안을 모으고 염색을 하며 스테이지에서 요구하는 속성을 억지로 조합해가며 복잡함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볼 정도로 흥미로운 스토리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 코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반대로 느껴졌고, 결국 복잡함과 불편함이 발목을 잡아 플레이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늦었으면 빨리 면접을 보러 가...

‘아이러브니키’의 스토리는 니키가 패션대결을 한다는 것에 대한 당위성은 있지만 거기에서 그치고 만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당위성의 연결고리도 약한 편이다. 니키가 사건에 휘말려 패션 대결을 하는 큰 틀은 적절하지만, 니키 일행과 시비가 붙어 면접에 늦었음에도 “미안하면 나와 대결을 하자!”고 외치는 캐릭터 등 그 배경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걸플레잉' 이라는 장르의 시작
추상적인 ‘패션’이라는 개념을 점수화하고, 이를 승패로 결정짓는다는 설정은 매우 신선하다. RPG에서 더 높은 피해를 주기 위해 좋은 칼을 장비하듯이, ‘아이러브니키’에서는 더 높은 점수를 위해 더 좋고 상황에 알맞은 옷을 입는 것이다. 적어도 ‘아이러브니키’에서는 원피스가 갑옷이고 우산이 칼이며 핸드백이 방패다. 때문에 ‘걸플레잉’ 이라는 새로운 장르 호칭도 잘 어울린다.

대결에서는 스킬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옷을 갈아 입히고 스킬을 사용하며 상대와 점수 대결을 벌이는 과정에서 긴장감이나 승부욕은 들지 않았다. 대결에서 패배하고 난 후 재도전 하는데 특별한 패널티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코디네이트 게임인 만큼 의도적으로 캐주얼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패배한다고 해도 다시 손쉽게 재도전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대결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만큼 아이템 획득 등의 무언가 더 큰 동기부여가 필요하진 않을까?

온전히 여성만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
‘아이러브니키’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여성만을 위한 게임’ 이라고 하겠다. 만약 캐릭터를 예쁘게 꾸미거나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남성이라면 옷을 모으고 입히는 재미로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별히 패션에 관심이 있지도, RPG를 플레이 할 때 캐릭터의 ‘룩덕’용 옷을 여러 벌 구비해두지도 않는 기자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자신의 취향대로 코디하는 재미는 있는 편이다.

과거 종이 인형으로 옷 입히기 놀이를 하던 여성들을 사로잡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지만, 평범한 기자 같은 남성이 즐기기에는 아쉽게도 넘어야 할 벽이 조금 높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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