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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01월04일 18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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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영화 번역가 강민하가 말하는 '너의 이름은.' 자막 작업


* 본 인터뷰에는 영화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일본 애니메이션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비롯한 '원령공주', '붉은돼지', '토토로' 등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하나와 앨리스', 기타노 타케시 감독의 '소나티네',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작 '너의 이름은.'에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상영 시 영화 자막 번역을 같은 사람이 맡았다는 것으로, 동화작가이자 번역가인 강민하씨가 그 주인공.

일본 문화가 개방된 1999년부터 일본 영화 자막번역을 시작한 강민하 작가는 '우나기'로 시작해 이와이 슌지 감독, 기타노 타케시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등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도맡아 번역해 오다 '너의 이름은.' 번역가로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일본에서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너의 이름은.'은 1월 4일 국내 수백개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국내 정식 개봉을 맞아 강민하 작가를 만나 영화 자막번역에 대한 그녀의 생각, '너의 이름은.' 번역에서 어려웠던 점, 일로, 개인적으로 '너의 이름은.'을 수십번 감상한 소감을 직접 들어봤다.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분 중에는 이름을 기억하는 분도 많겠지만, 동화작가로 소개되며 전문 번역가가 아닌 것으로 오해하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영화 자막번역은 언제부터 시작하셨고, 어떤 작품들을 작업해 왔는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강민하 작가: 일본 영화 자막번역을 시작한 것은 일본문화가 국내에 개방된 1998년~1999년 즈음입니다. 1998년부터 일본 영화 자막번역을 시작했는데, 영화제 상영 용 자막 작업을 하다 극장에 정식으로 상영된 영화는 1999년의 '우나기'가 첫 작품이었습니다.

그 뒤 일본 영화가 국내에 많이 들어오면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을 많이 맡았습니다. '러브레터', '4월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에서 최신작까지 이와이 슌지 감독은 대부분 담당한 것 같습니다. 기타노 타케시 '소나티네' 등도 기억나고 지금까지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합치면 제가 자막번역을 한 일본 영화가 170편 정도 국내 극장에 걸린 것 같습니다. 세어본 적이 없어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요.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도 유명 작품을 많이 맡으셨죠
강민하 작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토토로', '원령공주', '붉은돼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등에 참여했습니다. 감독님이나 배우들이 오면 통역도 맡아서 영화를 만드는 분들을 만나고 그러는 과정에서 번역에 대한 생각이 더 다듬어지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영화 번역은 영화를 만든 사람의 뜻에 가장 가깝게 영화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를 만든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며 번역 스타일도 달라져 온 것 같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은 이번 '너의 이름은.'이 처음이신 걸로 압니다
강민하 작가: 맞습니다. '너의 이름은.' 번역은 영광이면서도 힘든 작업이었습니다.(웃음)

어떤 작품을 맡게 되면 감독의 그 전 작품들도 찾아봐야 합니다. 신카이 감독의 작품 중에는 본 것도 있고 안 본 것도 있었는데 '너의 이름은.'을 맡게된 후 새로 다 찾아 봤습니다. 시리즈로 엮이진 않지만 관련이 없다곤 할 수 없는 작품들이니까요.

간혹 시리즈물인데 전작을 다른 분이 맡고 신작을 제가 맡게되는 경우도 있는데 앞선 작품들도 다 보고 용어 등을 맞춰야 합니다. 만화나 소설 원작 영화도 마찬가지고요.

번역에 돌입하기 전에 사전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한 편인데 신카이 감독의 작품 역시 시리즈물은 아니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민할 부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 번역을 할 때 어떤 생각으로 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강민하 작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이 장면에서 말하려 하는 것을 해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로 자막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잘 읽히면서도 화면에서 시선이 벗어나 글자만 보게 만들면 안되고요. 원래의 영화 내용에 충실하면서 관객의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 즈음에 유행하는 유행어는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주로 영화를 보고 SNS와 인터넷이 세대를 뛰어넘어 퍼져 있다보니 유행어라기보다는 이미 일상화되어 버린 말이라 안 쓸 수 없을 때가 있긴 합니다. 애초에 일본어 원어 대사 자체가 젊은이들이 쓰는 언어를 사용한 대사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운 유행하는 단어를 쓸 수 밖에 없지만 그 때 방송중인 특정 개그 프로를 봐야 알 수 있다거나 하는 말은 피하려 합니다.

20년 가까이 영화 번역을 하면서 보니 영화 번역도 어느 나라 영화냐를 떠나 유행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분들이 번역한 부분도 참고하지만 그걸 따라가면서 번역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영화 번역 경험도 풍부하실 텐데, 이번 '너의 이름은.'에도 그런 요소가 많이 등장합니다. 같은 고유명사를 매번 다른 표현으로 넣은 것이 인상적이던데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강민하 작가: 고유명사에 대해서는 원칙이 있습니다. '너의 이름은.'에서 '쿠미히모', '쿠치카미사케', '무스비' 같은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가 일본어 고유명사로 등장합니다.

한국에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한국어로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원래 고유명사를 언급해 주면서 그게 무엇인지가 대사로 설명이 되긴 하지만 관객들에게 이게 뭘 말하는 건지 설명이 되도록 하고자 노력을 했습니다.

쿠미히모는 일본 전통 문화인데 일본에서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문화는 아닙니다. 한국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쿠미히모라는 소재가 인연과 운명이라는 키워드와 이어지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를 고려하면서 '쿠미히모'가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것에 걸리고 불편해지지 않도록, 쉽게 이해되도록 표현하기 위해 여러 번 번역을 다듬었습니다.

무스비도 무스비라는 고유명사 표기를 완전히 빼 버릴까까지 생각했는데 그렇게 완전히 빼 버리면 단어의 상징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하지만 나올 때마다 '무스비'라고 한글로 적어두면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아 고유명사를 몇 번 자막에 넣을지도 고민해가며 번역을 했습니다.

쿠치카미사케를 매번 다른 표현으로 처리한 것은 다양하게 표현하려고 그렇게 한 게 아닙니다. 처음 그 말이 나올 때는 고유의 발음을 넣고 그 다음에는 장면과 함께 설명이 나오니 풀어서 적고, 그 뒤에 다시 나올 때에는 앞에 한 번 나왔던 그 고유명사를 기억하는 관객과 기억하지 못하는 관객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번역했습니다.

특히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에서 일본어 고유명사가 자막에 나오면 몰입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못하고 걸리는 관객이 많습니다. 장면과 의미를 떠올리면서도 감정이입이 되도록 하기 위해, 장면 이해와 감정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풀어서 쓴 부분입니다.

또 한 군데, 동생이 술을 많이 만들어 팔자고 하는 장면은 개그신으로 들어간 부분이죠. 잠깐 스쳐지나가는 그림인데 일본어가 굉장히 많이 적혀 있습니다. 그걸 다 화면에 넣을 순 없고 캐릭터의 재미난 표정과 개그 요소라는 걸 느끼게 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 그 부분입니다. '무녀가 씹어서 만든 술'이라고 적혀있지만 그대로 적어두면 웃어야 할 부분에서 웃음이 나오지 않게 되죠. 그래서 '무녀 입 술'로 귀결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대목입니다.

저는 어떤 영화건 그 영화가 만들어진 나라 사람들이 봐서 웃는 장면에서는 우리나라 관객들도 웃게 만들고 싶습니다. 해당 나라 사람들이 웃지 않는 부분에서 웃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일본 영화를 보고 일본인이 웃는 장면에서 한국 관객들도 웃게 하지 못했다면 잘 한 번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과거에는 그런 경험을 한 적도 있거든요. 다음에는 더 잘 하자고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짜내서 해야겠다고 경험으로 깨달은 부분입니다.

타키 안에 들어간 미츠하가 호칭을 파악하지 못해 수정하는 장면에서는 국내 관객들의 반응이 좋더군요
강민하 작가: 번역하기 가장 힘들었던 부분입니다.

번역하기 전에 영문 자막이 들어간 스크리너를 봤는데 영문 번역한 분도 매우 고민한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우리말도 그렇지만 영어도 남성과 여성의 언어적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영어는 'I' 'ME'로 그냥 통일이 되죠. 그래서 영문 스크립트에서는 I, ME라고 쓰고 괄호를 하고 사람 이름을 넣어뒀더군요.

그렇게 표기하는 것이 잡지나 책이라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에서 그 장면은 짧지만 미츠하가 성별이 바뀌었다는 것이 가장 재미있게 드러나는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여기에선 성별이 바뀌었고 미츠하는 타키가 평소 하던 것처럼 행동하고 싶다는 기본 설정 하에서 우리나라 관객들이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번역했습니다.

일단 매번 호칭이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고, 그래야 재미있는 부분이죠. 친구들이 더 놀라는 묘사에 맞는 표현이면서도 분위기가 고조되어가는 걸 표현해야 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그 부분은 번역에 굉장히 많은 버전을 만들었습니다. 최종 결정이 된 버전은 일본에 상영되었을 때 일본 관객들이 느낀 재미를 한국 관객들도 느낄 수 있도록 하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물입니다. 개그로 처리한 건 아니고 문화에 맞도록 이해하면서 재미를 느끼도록 해야 했죠. 미츠하가 분위기를 못 맞추고 있다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한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잘 되었다고 자평중입니다. 번역하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국적이 바뀌어도 같은 장면에서 웃도록 할 것인지 여부는 욕심에 달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적으로 의미만 이해시키고 넘어가도 흥행에는 크게 상관없을 수 있겠지만 제가 좀 욕심을 부리는 편입니다.

사실 영화는 의역이 당연한 미디어입니다. 그런데 일본어는 언어적 유사성도 있고 무엇보다 공부하는 분들이 성인이 된 후 좋아해서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분이 많아서 높은 수준의 일본어 능력을 갖춘 분이 많습니다. 영어로 된 영화의 자막에 비해 일본어 영화의 자막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이 엄격하게 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는 한국어고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분들이 보고 이해하도록 번역을 해야 하니까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 보면 러브레터의 명대사 '오겡끼데스까~'를 번역할 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장면은 감정이 최고조로 고조되어야 하는 장면이죠.

해적판의 번역에는 그냥 한글로 '오겡끼데스까'라 적힌 것도 있었고 '안녕하세요'도 있었습니다. 저는 고민 끝에 '잘 지내십니까'로 번역했는데 이 부분에서 실제 어떻게 영화 자막이 표기되었는지 기억 못하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그건 자연스럽게 번역되어 장면 자체로 수용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상 반말로 '잘 지내니?'라고 번역이 될 수도 있는데 자막이 거기서 반말로 나오면 감정이입이 안 될 거라 봤습니다. 건강하십니까 같은 식으로 표기했다면 몰입이 중단되고 오히려 번역이 기억에 잘 남았을 겁니다.

당시 방송 등에서는 '오겡끼데스까'라고 원어 발음이 유행했는데 그것도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막으로 작품의 의미, 제작자의 의도를 원래대로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의 이름은.'은 몇 번 정도 감상하신 건가요
강민하 작가: 일반적으로 영화 한편을 번역할 때 20번 이상은 보게 됩니다. 번역을 하기 전 일단 몇번 감상하며 캐릭터 별로 대사의 느낌 등을 이해하고 찾아봐야 할 문화적 요인은 어떤 게 있는지도 찾아보게 됩니다. 그러다 막상 번역에 들어가면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이 보기보다는 언어 위주로 맞춰보고 번역을 합니다. 그리고 다 끝난 후에 다시 여러 번 보며 수정할 부분을 찾게 됩니다.

'너의 이름은.'의 경우 자막을 입힌 후 부산영화제에서 보고 그 뒤에도 여러번 다시 봤습니다. 걱정되는 부분이 많아서 팬들과 같이 보고 반응을 보고 싶었습니다. 관객들의 입맛에 맞추고 싶었다기보다는 제대로 작품의 의도, 감정이입이 되는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너의 이름은.'은 신파적으로 울리는 영화가 아니라 감정이입이 제대로 안 되면 감동이 와닿지 않을 거라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신파적으로 울리는 영화는 번역을 어떻게 해도 장면 자체에서 울게 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식의 죽음에 직면하는 장면에서는 장면 자체로 자연스레 눈물을 흘리게 되는 거죠.

'너의 이름은.'은 그런 작품이 아니다보니 깊은 감동을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에 관객과 함께 보고 좀 더 수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부산영화제에서 보신 분들은 조금 달라졌다는 걸 느끼실 것 같습니다.

표현의 차이가 생겼다기보다는 예를 들어 노래 가사를 대사가 없는 부분에서만 넣겠다고 정해뒀는데 노래 가사가 좀 더 들어가야 한다 싶은 부분에서 몇 구절 더 넣은 식입니다. 감정 고조를 위해서 자막을 수정했습니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노래가 많이 나오고 노래 가사도 번역이 되어야 하니 어려움이 컸을 것 같습니다
강민하 작가: 대부분의 일본 영화, 애니메이션이 노래 가사 자막은 엔딩곡에서만 들어갑니다. 사실 엔딩곡의 가사 자막은 안 넣는 경우도 많은데 저는 영화사의 요청이 있건 없건 무조건 넣어 왔거든요.

한국에서는 영화가 끝나면 바로 자리를 뜨는 분이 많아 넣어도 못보실, 안보실 분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일본 영화들의 경우 대개 의도해서, 엔딩에서 영화의 여운과 느낌에 맞는 엔딩곡을 쓰는 것이거든요. 그 부분을 충실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에 늘 노래 가사를 번역하다 보니 경험이 쌓였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노래는 멜로디에 맞춘 가사를 텍스트로 보고 하는 번역이 아니라 감정과 영화의 느낌을 화면에서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한다는 걸 생각해야 하더군요. 노래 가사에도 의역과 줄이는 부분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까지 '너의 이름은.'처럼 마치 긴긴 한편의 뮤직비디오같은 작품의 번역을 한 적은 없었다 보니 번역을 하며 제작사인 '코믹스 웨이브 필름'과 상의를 했습니다. 작중에 가사가 얼마나 표현되기를 바라는지를 물어봤습니다. 사실 영어 스크리너에는 먼저 노래 가사를 다 표기한 후 그 뒤에 대사를 붙여놨거든요. 화면이 상당 부분 가려졌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대사와 가사가 같이 모두 들어가면 그림을 너무 많이 가리고 감정몰입을 방해할 것 같았습니다. 코믹스 웨이브 필름에서도 영어 자막을 보고 그걸 깨달았다고 하더군요. 필요한 부분만 가사를 넣어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가사 전부는 아니지만 최대한 넣으려 했습니다. 노래 가사는 시와 같지만 너무 시적으로 표현하면 장점도 있지만 문장이 안맞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게 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싯구가 감정몰입을 해칠 것 같아 주술관계를 맞추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부드럽고 매끄럽게 읽을 수 있으면서 원래 의도도 살리기 위해 일부 영어 가사를 한국어로 재번역하기도 했습니다.

정말이지 '너의 이름은'은 번역 분량이 아주 많은 영화였습니다.(웃음)

사투리를 한국의 특정 지역 사투리로 처리하지 않은 부분도 눈이 가더군요
강민하 작가: 영화 장르, 성격에 따라 사투리 표현을 넣냐 넣지 않느냐를 선택해야 합니다. 해당 영화를 수입한 영화사에도 물어봐야 하고요.

일단 멜로물은 사투리를 넣으면 의도치 않게 웃겨지는 효과를 피할 수 없습니다. 원래 일본 사람들이 봐서 웃지 않을 장면에서 웃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그런 부분은 극구 피하고 싶었습니다.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일상에선 희화화되지 않지만 여전히 코미디 프로나 TV에서는 희화화하는 묘사가 남아있다 보니, 의도치 않게 개그로 읽혀지는 걸 피하고 싶었습니다. '너의 이름은.' 같은 경우는 미츠하가 사투리를 쓰고 시골에 사는 소녀인데 시골과 도시의 문화적 간극이 다른 요소, 그림으로도 충분히 처리가 되어 있어서 굳이 넣지 않아도 될 거라 봤고요.

사실 처음에는 사투리로 처리해 봤는데 이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캐릭터는 사투리를 쓰는구나 라는 건 귀로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한국의 특정 지역 사투리에 맞추기도 애매해서 자막에선 사투리를 배제했습니다.

이건 러브레터 때도 마찬가지였죠. 러브레터에서도 사투리를 쓰는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사투리로 자막을 표기해 보니 몰입이 안되더라고요. 캐릭터의 연기와 목소리로 이해시켜야지 표기를 사투리로 가면 어느 지역 사투리로 할지도 문제가 되지만 사투리를 글로 보면 의도치 않은 장면에서 웃음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일본어를 잘 알고 원어에 가깝게 느끼고 싶은 분들껜 자막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경상도 사투리로 미츠하가 말한다고 상상해 보시면 계속 코믹한 내용으로 전개되면 모르겠지만 감정의 고조가 이뤄지는 대목에선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같은 사람의 어미가 사투리와 표준어를 왔다갔다 할 수도 없는 것이고요. 처음에 여러 번 보며 연구를 하는 게 이런 부분의 판단을 위해서인 거죠.

자막의 위치에도 신경쓴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캐릭터의 얼굴 등을 피해 여백에 자막이 표기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강민하 작가: 번역한 제가 여백으로 자막이 가도록 요청하기도 하고 영화사가 판단해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너의 이름은.'의 경우 영화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최대한 자막으로 그림을 가리지 말자는 생각이었고요. 자막에 색깔을 넣는 것도 그렇고 엔딩 크레딧에서 스크롤되도록 자막을 넣은 것 등 공을 많이 들였다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자막 번역을 시작할 때에는 동판으로 세로로 찍어야 해서 띄어쓰기를 포함해 한줄에 8자, 최대 2줄이 한 번에 들어가는 자막의 한계였습니다. 정말 말을 많이 줄여야 했고 자막의 위치 변경 같은 건 불가능한 환경이었죠. 화면이 하얀 부분에선 자막이 들어가도 안 보여서 다른 색깔을 넣고 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다가 디지털로 환경이 바뀌고 세로에서 가로로 표기가 바뀌고 들어가는 글자 수도 늘어나게 됐습니다. 처음 디지털로 바뀌었을 때만 해도 자막의 위치 변경은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쉬워졌죠. 전에 비해 영화사, 번역하는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된 겁니다.

그런데 들어갈 수 있는 글의 길이가 무한대로 가능해지다 보니 어느 순간 발견한 것이 '내가 더 이상 말을 줄이는 것에 신경을 안 쓰게 됐구나'라는 거였습니다. 작업물들을 다시 보니까 예전에 생각한 것처럼 화면에 최대한 시선이 집중되도록 하자는 기본을 잊고 있던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요즘에는 좀 더 콤팩트하게 가려고 노력중입니다. '너의 이름은.' 같은 경우 어쩔 수 없이 길어지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자막에는 최소한만 눈이 가게 해서 이 작품의 엄청나게 아름다운 화면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이 엄청 많다는 특징, 감상요소를 관객들에게서 빼앗아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번역에 대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20번 넘게 보신 입장에서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의 감상이 어떠했는지를 듣고 싶습니다
강민하 작가: 굉장히 가슴이 벅찬 느낌을 받는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히 기분이 너무 좋고 기뻐서 벅차다기보다는 살아가면서 사랑하고 연애하고 사람들과 인연을 가지면서 그 안에서 얻은 모티브로 시작한 이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 우리 삶이나 인생에 대해,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부분에서... 나와 직접 인연은 없었지만 뜻하지 않게 사라진, 끊어진 인연들과 생명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그런 성격의 벅찬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벅찬 감정을 잘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20번 넘게 봤지만 지금도 보면서 같은 대목에서 울고 웃게 되네요.

국내 흥행은 어느 정도 될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강민하 작가: 제가 번역한 일본 애니메이션 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가장 성공한 영화인데 공식적으로 290만명 정도의 관객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오래된 이 기록을 깨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극장을 찾을 관객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강민하 작가: 마음을 가득 채워주는 영화이니 머리를 비우고 들어가 봐주시길 바랍니다. 신카이 감독님도 그것을 가장 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든 사람의 뜻을 제대로 전하려 노력했습니다. 관객 여러분이 빈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도 나올 때는 마움을 꽉 채우고 나오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자막에 대해 조언해 주는 분도 있고 비판해 주시는 분도 계신데 잘 보고 있고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그런 지적을 다 받아들일 수 없는 면이 있다는 것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점은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더빙판이 있으면 좋겠다는 분도 계신 걸로 압니다. 사실 저도 연기를 잘 해주실 분이 계시다면 더빙판 상영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 작품의 음악과 그림은 눈이 다른 곳에 가지 않고 그저 눈과 귀가 그림과 음악에만 집중하며 그것만 볼 기회가 있어야 하는 그런 작품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너의 이름은.'은 그림으로 너무나 많은 것이 잘 표현되어 있는 멋진 작품입니다. 화면 구석구석을 잘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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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 (2017-01-04 22:55:59)     74   69  
작가님 만큼 능숙하진 못하지만 어느정도 알아듣고 뜻을 옮길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작품 보고 정말 많은 고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사를 듣고 자막을 보면서 이 문장을 이렇게 옮길 수도 있구나, 이렇게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구나 하면서 정말 많은 공부가 되었던 거 같습니다.

자막 정말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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