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자의 가희 '하츠네미쿠'를 만든 사람, 쿠마가이 유스케를 만나다

등록일 2017년05월24일 09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10년 전, 인터넷을 통해 전파된 한 영상이 일부 유저들 사이에 화제를 모았다. 다름아닌 녹색 머리의 소녀 캐릭터가 파를 돌리며 노래하는 다소 코믹한(?) 영상. 이 영상이 게임유저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는 했지만 이 코믹한(?) 캐릭터가 이후 전세계에 수천만 명의 팬을 가진 글로벌 인기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상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바로 '하츠네미쿠'였다.

야마하가 개발한 음성 합성 엔진 'VOCALOID'의 캐릭터로 탄생한 하츠네미쿠는 지난 10년 동안 급속도로 영향력을 확장하며 지금은 글로벌 인기 캐릭터이자 뮤지션이 되었으며 이제 하츠네미쿠는 일본을 넘어 아시아, 북미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열고 게임, CF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타가 됐다. 하츠네미쿠 이후에도 많은 VOCALOID 캐릭터가 나왔지만 그 어떤 캐릭터도 아직까지 하츠네미쿠의 독보적 인기는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하츠네미쿠의 인기 요인과 향후 전개가 궁금하던 차에 그에 대해 들어볼 기회가 생겼다. 하츠네미쿠 개발 멤버 중 한명인 크립톤 퓨쳐미디어의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와의 만남이 지난 달 개최됐던 NDC에서 성사된 것. 


게임포커스는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를 만나 하츠네미쿠의 인기 요인과 향후 전개, 특히 VR과 글로벌 전개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하츠네미쿠의 인기 요인
하츠네미쿠의 등장 후에 많은 VOCALOID 캐릭터가 나왔지만 하츠네미쿠의 인기는 10년째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쿠마가이 매니저: 아무래도 먼저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 어드밴티지가 된 것 같지만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하츠네미쿠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해주신 부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츠네미쿠로 곡이나 일러스트, 동영상을 만드는 분이 많은 점이 인기 유지와 팬 증가에 영향을 끼친 큰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하츠네미쿠를 10년간 지켜보며 가장 놀란 부분이 기본적으로 완성된 캐릭터 조형이 아닌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자신의 스타일로 그려낸 하츠네미쿠를 모두 긍정하고 자유롭게 그리고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쿠마가이 매니저: 소프트웨어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이용하게 하자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캐릭터에 제약을 많이 걸어 비즈니스를 하는 건 의미가 없고, 그보다는 하츠네미쿠 캐릭터를 사용해서 다양한 창작 활동을 자유롭게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고 인지도도 높아져서 보다 확산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주시고 다양한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와의 공식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과의 콜라보레이션도 몇 번 있었죠.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기준이 있나요
쿠마가이 매니저: 게임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콘텐츠나 상품에 공통되는 부분이지만 모두 팬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과 달리 하츠네미쿠는 원작이 없는 캐릭터죠.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노래나 영상, 그림들이 모두 원작이고,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있어야 하츠네미쿠를 비롯한 캐릭터들은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죠. 지금까지 다양한 콜라보를 실시해왔습니다만 크리에이터들과 팬들이 희망하지 않는 전개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저희로서는 하츠네미쿠 콜라보레이션으로 유저가 늘고 인기가 올라가고 새로운 유저가 유입되었다는 이야기는 자주 듣고 있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쁩니다.

원작이 없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향후 하츠네미쿠를 애니메이션 등의 작품으로 제작할 생각은 없습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온 적도 있었을 것 같은데...
쿠마가이 매니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제까지 크립톤 퓨쳐미디어에서는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서포트해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 입니다. 크리에이터들의 창작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우선이라는 생각에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츠네미쿠 콜라보레이션을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에서도 자주 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전에는 일본에서 진행되는 콜라보레이션을 구경만 하던 경우가 많았는데, 뭔가 변화가 있었던 건가요
쿠마가이 매니저: 먼저 게임이라는 미디어 자체가 글로벌화된 게 사실입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에는 일본에서 제작된 모바일 게임은 일본 국내에서만 서비스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스마트폰 게임 시대로 접어들며 글로벌 시장에 게임을 전개하는 케이스가 늘어났습니다. 성공 사례도 전에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례도 늘었고요. 그래서 거기에 맞춰 일본에서 진행된 콜라보레이션 콘텐츠를 해외판에도 적용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일본 게임이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하게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일본과 관계없이 해외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에 하츠네미쿠를 기용한 콜라보레이션 콘텐츠를 넣고싶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게 되었죠.

'괴리성 밀리언아서'의 경우 한국 서비스 독자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는데 향후 이런 식으로 독자적인 해외 콜라보레이션도 늘어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VR에서도 미쿠미쿠
하츠네미쿠를 VR 게임으로 전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쿠마가이 매니저: 현재 개발을 한창 진행중이고 Steam을 통해 전 세계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먼저 PC 플랫폼으로 전개할 예정이지만 상황을 보고 다른 플랫폼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중이고요. 유니티 엔진으로 만들고 있어서 이식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VR로 개발해 보니 어떻던가요
쿠마가이 매니저: 이제까지의 게임과는 표현 방법이 크게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VR 플랫폼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가능성은 확실히 느꼈습니다. VR은 스마트폰, PC, 콘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며 정착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개념이지만 일본에서는 자주 이야기가 나오는 MR(Mixed Reality)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쿠마가이 매니저: MR은 AR과 VR의 장점을 합친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세계에 VR의 확장현실을 겹친 것이 MR이죠. 아무래도 VR이면 엔터테인먼트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만 MR은 실용적인 부분과 연관됩니다. 현실세계와 확장현실의 새로운 표현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기대중입니다.

예를 들어 생활 내비게이션을 만들어 개인 내비게이터로 하츠네미쿠가 나오는 것처럼 지금까지 시도해 보지 않은 표현도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는 홀로렌즈 정도가 나와 있지만 결국에는 안경 사이즈가 될 것이므로 그 시점을 염두에 두고 개발해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에서는 정말 빠른 속도로 VR이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쿠마가이 매니저: 일본은 피처폰 시절 매우 큰 시장을 형성했고 iPhone이 등장한 2008년 쯤까지도 모두가 이 피처폰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향후 몇십년은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대응이 비교적 늦어졌죠.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 하드웨어는 외국 스마트폰에 밀려 버렸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VR이나 MR과 같은 시대를 이어가는 디바이스에 대해서는 매우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모두가 느끼고 있습니다.  VR 기기는 아직은 비싸고 크고 무거워 코어 게이머 외에는 접하기 힘든 상황입니다만 소형화가 진행되면 금방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쿠 콘서트의 한국 개최 가능성
미쿠 엑스포, 라이브 콘서트가 아시아 여기저기서 열렸습니다. 한국에서도 열리길 기대하는 팬이 많더군요
쿠마가이 매니저: 한국 팬 여러분께 기대받는 일은 매우 기쁜 일입니다. 크립톤 퓨쳐미디어가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다보니 해외 시장에 대응하는 직원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직 한국에서는 미쿠 라이브 콘서트가 실현되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다양한 해외 전개를 해나갈 것이니 그 안에서 한국 이벤트 실현이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하츠네미쿠 콜라보레이션도 여러번 진행한 넥슨같은 회사가 나서주면 좋겠네요!
쿠마가이 매니저: 그렇게 되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죠!(웃음)

하츠네미쿠 공연을 DVD나 PSN 서비스로 보니 3D CG 콘서트가 어디까지 진화해갈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쿠마가이 매니저: 기술의 진보에 의해 콘서트의 양상도 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희로서는 더욱 퀄리티 있는 이벤트 실현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라이브 연주와 CG 캐릭터의 협연이 어려웠을텐데 정말 자연스럽게 잘 진행이 되어 놀라웠습니다
쿠마가이 매니저: 뮤지션도 그렇고 CG 스탭들도 엄청나게 노력했고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보통 아티스트라면 음을 맞춰서 중간에 변화를 주거나 할 수 있지만 노래를 기계가 하는 것이니 뮤지션들이 노래에 맞춰줘야만 했고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힘든 점이 있었을 텐데 늘 모두 훌륭한 공연을 만들어주시고 그 덕에 공연장을 찾은 팬 여러분도 더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 강연에서 여러 VOCALOID 캐릭터 중에서도 하츠네미쿠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쿠마가이 매니저: 하츠네미쿠나 린, 렌은 개발 시기는 비슷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미쿠가 먼저 나왔고 주변 환경들이 많이 변하게 되었는데요, 가장 처음 나온 캐릭터라는 점에서 애착이 더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쿠도 린이나 렌도 같이 만들었으므로 만들 때의 기분이나 애정은 비슷했다고 보고요.(웃음)

지역 별로 미쿠보다 다른 캐릭터의 인기가 더 높은 경우도 있나요
쿠마가이 매니저: 어디를 가건 하츠네미쿠의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열성적인 팬들이 많이 있고 미쿠에게 지지 않는 인기가 있습니다. 공연장에서도 린, 렌이 좋다는 사람이 굉장히 많고 미쿠의 노래에 지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를 내 주시더라고요.

하츠네미쿠는 물론 린, 렌, 루카 등 다른 캐릭터의 곡들도 한국 노래방에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더군요. 최근 곡 중 특별히 마음에 드는 곡이 있었다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쿠마가이 매니저: 2016년에 유행한 DECO*27 님의 '고스트 룰'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작년에 가장 히트한 곡입니다. 

사실 이 곡은 저희가 만든 게임의 테마곡으로 쓰기 위해 제작을 의뢰한 곡으로, 방향성이나 어레인지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협의한 곡입니다. 그런데 그 곡이 작년 넘버원 히트곡이 되어 아주 기뻤습니다. 그런 사정도 있어 최근 곡 중 가장 인상에 남은 것 같습니다.

슬슬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향후 하츠네미쿠의 글로벌 전개를 어떻게 해 나갈 계획인가요
쿠마가이 매니저: 팬 여러분 덕분에 일본에서의 지명도는 높아졌지만 해외에서는 아직 하츠네미쿠를 모르는 분이 많기 때문에 더욱 많은 분들에게 미쿠를 알리기 위해서 일본의 문화로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그것을 위해 해외에서 여러가지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콘서트도 그 중 하나라도 생각되지만 단순히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이 아닌 하츠네미쿠의 백그라운드에 존재하는 창작문화나 공감과 같은 것을 많은 분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고 싶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하츠네미쿠를 더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역시 넥슨이 나서주면 좋겠네요!
쿠마가이 매니저: 그러면 정말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하츠네미쿠 팬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쿠마가이 매니저: 최근 NDC에서 강연을 하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환영을 받을 줄은 몰랐거든요. 한국 팬들이 발표도 들어주셨고 뜨거운 관심과 집중에 놀랐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더 팬들을 즐겁게 해 드릴 것을 한국에서 실현해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NDC 강연을 위해 내한해 그런 걸 더 많이 느끼게 됐습니다.

저한테 사인을 부탁하는 분도 잔뜩 있더라고요.

일본에서도 사인을 청하는 팬이 많나요?
쿠마가이 매니저: 아뇨.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웃음)

한국에 하츠네미쿠의 팬이 이렇게 많이 있구나. 기다려 주셨고 기다리고 계시구나 라는 것을 느꼈고 한국에서도 많은 걸 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는 하츠네미쿠 일러스트를 한국 분들도 많이 그려주셔서 일본 일러스트 투고 사이트에도 올려주시는데 퀄리티가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일을 부탁하는 케이스도 많이 늘어나고 있고요. 그런 기회가 늘어나서 더욱 한국을 가깝게 느낍니다. 계속해서 성원해 주시고 하츠네미쿠를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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