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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본고장 미국서도 '동네북' 된 게임, 사건사고 발생 무조건 '게임 탓'

등록일 2018년03월06일 16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미국 내에서 게임 관련 부정적 이슈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이로 인해 게임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조차 게임산업 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11월 EA의 신작 게임인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로 비롯된 게임 내 랜덤박스 논란에 이어 12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게임 중독 및 게임 장애를 정신건강질환으로 분류하겠다고 발표해 전세계 게임산업에 충격을 안겨줬다. 또한 올 2월에는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발생한 교내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으로 일부 정치인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게임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해 논란이 됐다.

이같은 잇따른 게임 관련 이슈들로 인해 게임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미국내 여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정치인들도 이런 여론에 가세해 게임규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문제의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않은 채 무조건 모든 책임을 게임에 돌리는 것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발 부정적인 게임 이슈들을 정리해봤다. 도대체 게임 본고장 미국에서 왜 이런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게임 중독은 질병" 세계보건기구 게임 중독 및 게임 장애 정신건강질환분류

지난 2017년 12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5월 진행 예정인 제 11차 국제질병분류(IDC-11)에 게임 중독 및 게임 장애를 정신건강질환으로 분류하겠다는 예정을 밝혔다. 사실 게임 중독 및 장애를 질병으로 구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지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져 왔으나, 그 기준과 상관관계로 인해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중독 및 장애를 국제질병분류에 포함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국제질병분류가 임상 및 연구를 위한 진단 분류 기준으로 사용되는 만큼, 게임 중독이 국제질병분류에 기재되는 것은 사실상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보기로 결정했다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

이에 글로벌 게임 업계와 일부 의학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과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게임산업협회 ESA는 공식 성명을 통해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이미 게임이 중독 물질이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되었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국내에서도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공식 입장문을 통해 게임 중독과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것은 비과학적인 처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게임 중독 및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의견과 오히려 질병 등재로 인해 심층적인 연구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가 오는 5월 변경될 IDC 개정판에 게임 중독과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구분할 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랜덤박스는 도박" EA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에서 시작된 게임 내 랜덤박스 규제 논란

한편, 지난 2017년 11월 EA가 서비스하는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에서는 게임 내 랜덤박스와 관련된 논란이 발생했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에서는 게임 내 랜덤박스를 통해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문제는 랜덤박스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이 이동 속도를 높이거나 더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는 등 게임 내 밸런스를 크게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여기에 해당 랜덤박스들은 현금을 주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과금을 한 유저가 과금을 하지 않은 유저들을 일방적으로 이길 수 있는 이른바 'Pay to Win' 현상이 발생했다.

유저들의 반발에 EA는 일시적으로 인게임 결제 시스템을 중단했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벨기에 게임협회는 게임 내 랜덤박스를 현금을 주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도박을 장려한다고 비판하며 게임 내 랜덤박스를 도박으로 규정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 하와이 주 의회도 게임 내 랜덤박스를 규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최근에는 21세 이하의 청소년에게 랜덤박스를 판매하는 게임을 규제하는 법안과 랜덤박스 내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을 공개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미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통한 과도한 과금유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자율 규제 정책이 시행되는 등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내 랜덤박스 규제와 관련된 법안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게임이 총기 난사 사건 원인" 미국 플로리다 주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게임'

이어 지난 2월 14일, 미국 플로리다 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17명의 사상자가 나온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공화당 소속 켄터키 주지사 '매트 베빈(Matt Bevin)'과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해 논란이 되고 있다.

매트 베빈 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총기 난사 사건에 관한 입장을 밝힌 동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동영상에서 그는 폭력적인 게임을 통해 '죽음을 찬양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이 '총'이 아니라 '게임'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대를 죽이면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청소년들이 죽음과 생명에 가치에 대해 무감각해진다는 것.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2월 22일 '학교안전 간담회'에서 게임을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게임의 폭력성이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청소년들이 폭력적인 게임과 영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등급제를 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게임과 총기 난사 사건 사이의 연관성은 이전부터 논란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최근 다시금 게임이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게임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자신의 SNS를 통해 "비디오 게임이 괴물을 만들었다"라고 밝히기도 하는 등,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게임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원인을 '게임'으로 돌리는 것은 위험, 사회적 환경적 요인 고려 필요하다

이처럼 최근 미국 내에서 연이어 발생한 게임 관련 부정적 이슈들이 전 세계로 퍼지는 상황에서 자칫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이렇게 형성된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급속도로 성장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는 글로벌 게임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2017년 게임 산업 규모는 약 1,089억 달러로, 지난 2016년과 비교하면 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게임 관련 마케팅이나 VR 등의 파생 기술 시장 규모를 고려한다면 게임 산업이 지니는 의미는 더욱 크다. 그러나 지금처럼 게임을 질병, 도박, 폭력적인 콘텐츠로 규정하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지금까지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여기에 각종 사회 문제들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한 것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 중독 및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한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은 게임 중독 과 게임 질병의 원인을 게임에서만 찾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은 배제한 채, 단순히 게임을 중독성이 있는 콘텐츠로 보고 있다는 것.

또한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이 게임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해당 사건을 일으킨 범인들이 폭력적인 게임을 즐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게임 자체를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앞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이제 단순히 즐길 거리를 넘어서 더 많은 가능성들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치료의 목적으로 개발되는 게임도 등장하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와 차별을 다루는 등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게임들도 많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각종 사회적 이슈의 원인을 '게임' 하나로 치부하는 현재의 분위기를 보면 게임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고 각종 사회 문제와 게임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좀 더 심층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게임을 '나쁜 것'으로 보는 시선을 거두고 게임 업계와 각 사회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서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발전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문제아'로 낙인 찍힌 게임과 관련된 논란들이 어떻게 마무리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백인석 기자 (quazina@gamefocus.co.kr)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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