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e스포츠' 진짜 '스포츠'가 되다

등록일 2018년06월29일 10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이면서 동시에 세계 최강국이다. 한국의 e스포츠를 배우기 위한 해외 기업들의 벤치마킹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한 때 일부 젊은이들이나 즐기는, '진짜' 스포츠가 아닌 단순한 놀이로 취급받던 e스포츠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스포츠는 커녕 놀이문화 그것도 하위 놀이문화로 여겨지던 게임, 'e스포츠'가 이제 당당히 전통적인 스포츠 산업에 뛰어들어 대규모 스포츠 종목들과 경쟁하고 있는 것. 지난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시작된 e스포츠는 빠르게 저변을 넓히며, 이제 축구, 야구, 농구 등 전통적인 최고 인기 스포츠 종목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의 팬층과 자본규모를 가진 거대 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 개최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물론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까지 채택되며 진짜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됐다.

 

전 세계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탄탄한 팬층과 관객을 열광시키는 퍼포먼스, 그리고 거대한 상금까지... 진짜 '스포츠'가 된 e스포츠의 현재를 살펴봤다.

 

매년 약 20%의 성장세를 보이는 e스포츠, 美 최고 스포츠 NFL과 나란히

문화체육부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830억, 3,000만 원으로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14.9%(NEW ZOO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광고효과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폰서 시장 규모는 212억 원으로 이는 국내 대표 프로스포츠인 야구, 축구에 이어 3위의 규모다.

 

산업규모와 산업연관표(1년간 우리나라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처분에 관련된 모든 거래를 종합 분석한 표)를 활용한 국내 e스포츠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2016년도 기준 ▲생산유발효과 1,637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633억 원 ▲취업유발효과 10,173명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프로게이머들은 타 스포츠 대비 프로 유지 기간이 짧은 편이다(자료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특히, 스포츠의 인기를 단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e스포츠 프로선수들의 연봉의 경우 해외진출 후 복귀한 선수들과 스타급 선수들 중 억대 연봉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2017년 기준 평균 9,770만 원으로 억 대 연봉에 근접했다. 이는 2016년도 6,406만 원에서 52.5%늘어난 수치로 국내 다른 스포츠 종목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금액이다.

 

e스포츠 시장의 성장세는 e스포츠 시장에 열광하는 관람객이 있기에 가능했다. NEWZOO가 공개한 e스포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글로벌 e스포츠 시청자 규모는 총 3억 8,500만 명 규모로 이 중 집중적으로 e스포츠를 즐기는 코어 관람객은 전체의 49.6%에 해당하는 1억 9,100만 명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전통 스포츠 중 단일 스포츠로는 가장 많은 시청자를 가지고 있는 미국프로풋볼(NFL) 시청자 수인 1억 1,1000만 명의 약 3배 수준이다. NEWZOO는 연평균 시장 성장세를 감안할 때 오는 2020년에는 e스포츠를 즐기는 관람객이 약 5억 8,9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마추어 게이머 역시 마찬가지다(자료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달라지는 기업들, 전통 스포츠 대신 e스포츠 ‘러브콜’
다수의 연구 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e스포츠를 시청하는 대다수의 관객의 나이는 21~35세의 남성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고 확대되면서 게임에 비교적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던 여성 관객 역시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게임을 익숙하게 즐기며 성장한 35세 이상의 시청자수도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렇듯 e스포츠 시장에 관심을 갖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기업 후원(39.5%, 스폰서)과 스트리밍 광고(33.3%, PwC 기준) 또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시청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이에 대한 광고효과가 하나 둘 입증되기 시작하면서 더욱 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e스포츠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해외에서의 e스포츠 열기는 전성기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한 한국 e스포츠 시절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화체육부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명문 클럽인 발렌시아, PSG, 샬케04, 베식타스, 페네르바체 등의 전통 스포츠 구단이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 팀을 인수하거나 신규 창단했다. 이밖에도 샤킬 오닐, 요나스 예레브코, 릭 폭스, 호나우두, 안드레 고메스 등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직접 e스포츠 시장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e스포츠 시장에 대해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기업들도 e스포츠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 코카콜라, 인텔, 로레알, 페이스북, T모바일, 마이크로소프트, 도요타, 텐센트, 완다 그룹 등 글로벌 기업들이 e스포츠 시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다수의 IT기업들이 지금 이순간에도 e스포츠 스폰서십을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에 들어간 상황이다.

 

TV 방송 중심의 스포츠 관전문화, 전통 중계 방식 위협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의 스포츠는 대부분이 TV를 통한 관전 문화가 기본이다. 경기의 몰입도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기장에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경기장과 거리가 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동에 큰 불편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현재까지의 스포츠는 거리의 제약이 없는 TV 관전이 관전 문화의 기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e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역시 방송이다. 방송 시장은 전체의 44.8%에 해당하는 총 372억 3,000만 원 규모(2016년)로 집계됐다. 이밖에 ▲구단 예산(212억 7,000만 원) ▲스트리밍 및 포털 분야(136억 4,000만 원) ▲온·오프라인 매체(62억 9,000만 원) ▲상금규모(46억 원) 등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TV를 중심으로 하는 관전 문화가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트위치, 유투브, 아프리카TV 등의 스트리밍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며 TV를 중심으로 하는 방송 시장을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e스포츠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자 e스포츠 리그 주관사 '아프리카TV'(사진은 아프리카TV가 주최한 APL 파일럿 시즌 결승전)
 

종목을 운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와 블리자드 등 다수 기업들의 정책 변화도 이러한 스트리밍 플랫폼의 시장을 키워나가는데 힘을 보탠 격이 됐다. 지난 10여년 간 e스포츠의 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례적으로 방송사에 투자를 했던 종목사들이 최근 수익성 확보와 더 큰 규모의 e스포츠 리그 운영을 위해 경기의 독점 중계권을 팔기 시작한 것.

 

중계권을 판다는 소식에 일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보편적 시청권 침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중계권료를 충당하기 위한 과도한 광고와 강제적인 플랫폼 이동, 방송 시청의 유료화 등이 논점으로 등장한 것. 지금까지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이로 생기는 문제의 단점을 조금씩 메워 나가며 스포츠 플랫폼의 중계 형태를 새롭게 정립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향후 높아져가는 e스포츠 중계권료와 관련해 시청을 하는 시청자가 추가 비용을 부담(부가상품 구입, 별도 채널 관람 등)해야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이를 둘러싼 종목사와 방송 플랫폼 사업자 간의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e스포츠 대회인 '오버워치 리그'

 

현재 개최된 e스포츠 리그 중 가장 규모가 큰 대회는 바로 블리자드가 집중적으로 추진 중인 온라인 FPS게임 ‘오버워치’의 ‘오버워치 리그’다. 리그를 운영하기 위해 블리자드는 개별 도시를 대표해 리그를 치르는 ‘도시연고제’ 기반으로 투자자를 모았으며 카밤의 공동 투자자인 케빈 추, 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 로버트 크래프트, MLB 뉴옥 메츠 구단주 제프월폰, 넷이즈 대표 윌리엄딩 및 다수의 프로게임단 등이 관심을 보이며 대서양 디비전, 태평양 디비전을 중심으로 하는 총 12개팀이 만들어졌다.

 

구단 창단 비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진 않았지만 선수들의 평균 연봉(5천 만 원 이상) 및 구단 숙소 마련 등의 재반 마련에 필요한 투자금액을 약 300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

 

국내에서도 한화생명이 e스포츠 프로게임단 '한화생명e스포츠'를 창단했다
 

여기에 우리 돈 약 1조 원에 아마존의 자회사가 된 트위치가 적극적인 비딩을 통해 오버워치 리그의 중계 3개 국어 중계(영어, 한국어, 프랑스어)권한을 2년 동안 독점적으로 가져오면서 리그의 규모를 크게 부풀렸다. 다수의 외신들에 추측한 판권 계약 규모는 9000만 달러(한화 약 960억 원)수준.

 

E스포츠 시장은 블리자드와 라이엇게임즈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이는 MLB가 설립한 기술 서비스 및 오디오 스트리밍 업체인 Bamtech와 라이엇게임즈가 7년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체결을 통해 획득한 배급 중계권 계약 규모보다 기간 면에선 짧지만 금액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훨씬 큰 계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의 장기 중계권 계약은 약 3억 달러(한화 약 3,2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단일 종목으로 최고의 중계권료를 지불해야 되는 NFL의 1년 중계료가 5천 만 달러(2017년 아마존)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이미 e스포츠의 규모는 전통 스포츠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달라지는 e스포츠, 정통 스포츠 넘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까

e스포츠의 시작은 기존 스포츠와는 다르다. 하지만 일반 스포츠보다 훨씬 높은 접근성, 또 ‘게임’이라는 젊은 세대에게 가장 대중적인 문화콘텐츠라는 특징을 발판으로 역대 수십년, 혹은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는 다른 스포츠들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외적인 성장과는 다르게 내적인 부분은 아직까지 미흡한 상황이다. 규칙을 포함한 세부 형태가 갖춰지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기량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기존 스포츠들과는 달리 e스포츠는 선수의 기량과 함께 게임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데이트를 통해 꾸준히 게임환경이 변하는 게임의 특성 때문이다. 

 

한국에서 프로가 되는 것은 세계무대에서 경쟁해도 될 정도의 기량을 갖는다는 의미다. 때문에 프로가 되는 것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힘들다

 

게임의 업데이트나 패치로 인해서 동등한 기량을 가진 프로게이머들이라도 경기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 e스포츠가 더욱 크게 발전하기 위해 고민해야 될 부분이다(실제로 이러한 패치의 영향으로 많은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오래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스타크래프트’가 지금까지 사랑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선수들과 팬들의 꾸준한 관심도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이렇다 할 큰 패치가 없이 게임 고유의 플레이 형태를 계속해서 유지했기 때문이다.

 

가족단위의 e스포츠 행사가 국내에서는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2018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 현장)
 

지금까지 자신만의 울타리를 구축해 성장한 e스포츠는 올해 큰 변곡점을 갖게 된다. 바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e스포츠가 선정되었기 때문. 시범 종목으로는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펜타스톰, 클래시 로얄, 위닝일레븐 2018, 하스스톤이 선정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될 숙제가 존재한다.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에 가입해야 되지만 여러가지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최종 가입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국내 프로게이머들의 참가 여부 역시 불확실해졌다.

 

이미 중국에서는 e스포츠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한국 선수들의 참가가 어렵다는 소식에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한국e스포츠협회를 중심으로 한 회의가 최근 진행됐지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의 입장과 가입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한국e스포츠협회의 주장이 팽팽히 맞물리며 별 다른 소득없이 회의가 종료됐다. 결과적으로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진출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e스포츠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국내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에 대한 시각은 아직까지 회의적이다.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e스포츠가 더욱 큰 울타리 속에서 사랑받는 하나의 스포츠가 될지, 아니면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는 별도의 스포츠 영역으로 성장하게 될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정부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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