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키보드로 즐기는 리듬게임 선보이고 싶었다", 'XeoN' 왕정현 PD가 말하는 '탭소닉 볼드'

등록일 2018년10월23일 14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과거 '디제이맥스 온라인'과 '디제이맥스 트릴로지', '이지투온' 등의 리듬게임이 인기를 끌때만 하더라도 키보드로 즐기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리듬게임 하면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와 같이 콘솔 플랫폼이 아닌 이상, 모바일과 아케이드를 통해 출시되는 경우가 많아져 키보드로 리듬게임을 즐기는 일이 점차 줄어들었고 PC 리듬게임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실제로 코나미는 'BEMANI'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아케이드 시장에 힘을 주고 있으며, 리듬게임의 명가로 일컬어지는 레이아크의 '디모', '사이터스', '보이즈' 등 주력 라인업 또한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마다 단점은 존재한다. 아케이드 게임은 접근성이 PC나 모바일, 콘솔에 비해 다소 떨어지며, 모바일은 접근성이 좋지만 리듬게임 특유의 '치는 맛'이 부족하다. 특히 모바일의 경우 '햅틱' 옵션이나 타격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손가락을 통해 전해져 오는 타격감은 직접 키를 누르는 것에 비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랜만에 키보드로 즐기는 PC 리듬게임이 출시됐다. 다름아닌 네오위즈 소속 '아레스(ARES)' 팀이 개발한 '탭소닉 볼드(이하 볼드)'다.

 



 

'볼드'는 'XeoN'이라는 닉네임으로 팬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왕정현 PD의 지휘 아래 소규모 팀원이 모여 만들어졌다. 전작인 '탭소닉 탑(이하 탑)'의 출시 이후 약 반년 만에 신작이 등장한 셈이다.

 

'볼드'는 아레스 팀의 전작인 '탑'과 매우 닮아있다. 탑다운 방식의 사선 라인과 라인 전환 노트, 슬라이드 노트 등도 그대로 가져왔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PC, 그것도 스팀 플랫폼을 통해 출시되었으며 키보드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모바일과 아케이드 위주로 출시되는 리듬게임이 PC로, 그것도 키보드로 즐길 수 있다는 소식에 한 사람의 리듬게이머로서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게임포커스가 네오위즈의 '아레스(ARES)' 팀과 만나 '볼드'는 어떤 게임인지, 또 왜 모바일과 아케이드 위주로 출시되는 현 상황에서 PC로 게임을 출시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인터뷰는 16일 진행되었으며, 게임은 18일 스팀 플랫폼을 통해 얼리억세스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좌측부터 팀 아레스의 정연규 테크니컬 아티스트, 왕정현 PD, 이정원 AD, 김태환 메인 프로그래머
 

게임을 비교적 조용히 공개한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볼드' 자체가 소규모 인원으로 만든 게임이고, 아직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다. 스팀에 얼리억세스로 출시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조용히 공개하게 됐다. 사실 공격적으로 홍보를 하고 싶었다기 보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더 컸다. 개인 SNS에 올려 '디제이맥스'와 '탭소닉' 팬 분들의 반응은 어떨지도 궁금했고.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웃음)

 

게임성은 전작인 '탑'과 유사하다고 보면 되나
맞다. 메인 게임성은 '탑'과 거의 유사하다. 다만 키보드로 즐길 수 있는 리듬게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출발점이었기 때문에 노트 종류에 변화가 조금 있었다. '플릭 노트'와 '비브라토 노트'는 키보드로 구현하기 까다로워서 빠졌고 나머지는 그대로다.

 

'탑'과 다른 요소가 있다면 캐릭터다. '탑'에서는 캐릭터를 육성하고 덱을 갖춰 플레이해야 했다면, '볼드'는 리듬게임의 기본을 담아냈다고 보시면 된다. 곡을 선택해서 플레이 하는 단순한 구조다.

 

리듬게임 자체가 침체기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오위즈는 꾸준히 신작을 내고 있다

나도 리듬게임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게이머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리듬게임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가 공연, 유저 초청 행사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걸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게임 개발)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꾸준히 새로운 게임이 나오지 않으면 장르 자체가 도태되어 사라질 것 같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신작 리듬게임이 나오는 것은 리듬게이머인 기자 입장에서도 상당히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뮤카' 브랜드가 다소 파편화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하는 것은 의도된 것인가

왕정현 팀장: 기본적으로 '탭소닉'은 모바일 플랫폼의 게임이다. PC(키보드)는 모바일과 달리 타격감이나 재미 요소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방면으로, 또 다양한 플랫폼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 '디제이맥스'도 플랫폼이 바뀌었다고 해서 '디제이맥스'가 아닌 것은 아니지 않나. '탭소닉'도 마찬가지다.

 

이정원 AD: 스팀을 많이 둘러봤는데 키보드 위주로 할 수 있는 리듬 게임이 있긴 하지만 퀄리티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왕이면 우리가 하나 제대로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어가 곡을 정해 연달아 플레이하는 '매쉬 업' 모드


'뮤즈메이커'는 리듬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 유저들을, '탑'은 서브컬처와 리듬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을 타겟으로 한 게임이었다. '볼드'가 겨냥한 유저 층은 어디에 속하나
타겟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만드는 것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볼드'는 다소 뭉툭하게 잡고 만들긴 했다. '볼드'는 리듬게임 마니아 만을 타겟으로 했다기 보다는, 입문자부터 마니아까지 폭넓은 유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슬라이드 노트나 라인 전환 노트 등 색다른 시스템이 있어서 키보드로는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디제이맥스' 시리즈와는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기도 하고, 또 '리스펙트'나 모바일 기기가 아닌 키보드로 플레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진입장벽이 다소 높을 것 같다는 걱정도 든다. 그래도 리듬게임을 기존에 하셨던 분들은 2~3판, 일반 유저라면 5~6판 정도면 적응하시는 것 같다.

 

게임에는 라인전환 노트가 자동으로 처리되는 옵션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처음 리듬게임을 즐길 때를 떠올려보면 곡을 클리어하는 것, 그 다음엔 풀 콤보,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것 등 단계별로 느끼는 재미가 있지 않나. 하지만 요즘에는 이러한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것 같다. 처음 리듬게임을 접하는 유저들이 그 즐거움을 어떻게 느끼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난이도 인플레이션은 늘 리듬게임의 숙제로 여겨지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개선 방안이 있나

유저 분들이 게임을 처음 접할 때 어려우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지' 난이도는 '탑'의 '이지' 난이도와 유사하고, 기존에 리듬게임을 많이 플레이한 유저라면 '익스퍼트' 난이도를 권장한다. 물론 '익스퍼트'를 플레이해야 재미있다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반드시 노트가 많이 떨어져야만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유저 분들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

 

난이도 인플레이션이 생긴다면 과감히 수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볼드'가 폭 넓은 유저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쉬운 곡이 있다면 어려운 곡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지막 난이도(익스퍼트)는 어렵게 만드는 것이 맞다고 본다.
 

'트릴로지'도 키보드 플레이가 기본인 PC 게임이었는데, '탑'을 기반으로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
키보드로 플레이하는 것은 공통점이긴 하지만 두 게임은 특징이 다르다. 그리고 '트릴로지'를 다시 만드는 것보다는, 새롭게 만드는 것이 시간과 인력이 절약된다. 옛날 소스들을 찾거나 보관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키보드 플레이를 핵심으로 한 게임이라고 설명했지만, 향후 전용 컨트롤러나 패드 지원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우선 얼리억세스 단계에서는 키보드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처음 기획부터 키보드를 기반으로 하기로 했던 게임이기 때문에 노트 패턴도 키보드에 최적화 되어있다.

 

'탑'을 즐길 때도 궁금했던 사항이다. 라인 전환 노트 때문에 채보 구성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 곡의 채보를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라인이 바뀌었을 때 갑자기 튀어나오는 노트를 방지하는 등 채보를 구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난이도 조절도 어려운 편이다.

 

곡 별로 랭킹 시스템도 지원하고 있다

 

라인 전환 노트를 처리한 직후 노트가 등장하는 불편함은 개선이 되었나
해당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다만 일부 곡은 의도적으로 넣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 '긴장을 놓지 마라'는 의도였다. 유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되, 모두 빼지는 말고 원하는 곡에는 넣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유저 분들이 즐길 때 당황스럽지 않도록 수정은 했지만 일부 곡은 있을 수 있다.

 

모드가 '솔로'와 '매쉬 업' 두 종류가 준비되어 있는데, 이 외에 대전 등 신규 모드도 선보일 생각이 있나
네트워크 대전 등의 모드는 고민하고 있는 단계이다. 언급하신 '매쉬 업' 모드는 아직 완성된 모드가 아니다. 게임을 만들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곡을 연달아 플레이하거나, 이 목록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유저가 일종의 '코스'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고, 그 기능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 해서 공유하고 같이 플레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듬게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음원의 볼륨과 음원 업데이트 주기는 어떻게 되나
언급하신대로 음원이 가장 중요한 콘텐츠이니 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 얼리억세스 단계에서는 37곡이 수록된다. 이중 오리지널 신곡은 2곡이다. 정식 서비스로 전환되면 최소한 10곡에서 15곡 정도는 추가할 생각이다. 또 '볼드'만의 오리지널 곡을 넣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다만 당장 DLC를 준비하기 보다는, 완성도를 끌어올려 정식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말씀드린 '매쉬 업' 모드의 추가 기능을 먼저 만들어 나갈 생각이고, 디자인도 변경할 생각이다. 유저 분들의 피드백이 절실하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라면 최대한 반영할 생각이다.

 

그렇다면 UI 등의 디자인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나? '탑'과 유사할까?
이정원 AD: 아시다시피 게임의 개발 기간이 굉장히 짧다. 아직 얼리억세스 단계이기 때문에 인디게임 수준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유저 분들께 직접 보여드리고 싶지만, 아직 방향성을 정하는 단계여서 조심스럽다. 물론 기본 베이스는 '탑'이 되겠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기존 게임 중에서는 레퍼런스로 삼을만한 것이 거의 없었고, PC 게임이기 때문에 해상도나 비율 등의 문제도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최종 정식 버전에서는 유저 분들이 만족할만한 완성도를 보여드리겠다.

 


 

'모리모리 아츠시', '사이(xi)' 등의 작곡가들이 '탑'에 참여한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는데, 혹시 '볼드'에도 그들의 곡들이 수록될 가능성도 있나
최대한 많은 작곡가들과 연락하며 곡을 수록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리스펙트' 팀도 그렇고 나도 그렇지만, 새로운 협업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스펙트'와 같이 곡을 DLC로 판매할 계획인가
그렇다. '리스펙트'를 따를 것 같다. 패키지 가격($19.99)은 지금 그대로 가되, 향후 새로운 음원들이 추가되면 DLC 형태로 제공할 것이다. 또 정식 버전에는 무료 곡이 따로 제공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저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늘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유저 분들과 소통하며 게임을 완성해나갈 것이다. 욕을 먹을 각오도 물론 되어있다.(웃음). 게임을 출시한 후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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