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 임박, 업계간 첨예한 의견 대립... 어떻게 되나

등록일 2019년05월21일 10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국내외 게임산업계가 거대한 변화의 흐름 앞에 놓였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20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되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의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 WHA)에서 국제 질병 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DC)의 최신 개정판인 'ICD-11'에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인 'ICD-11'이 최종 의결되면 각국은 2022년부터 WHO의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질병 코드 정책을 개정하게 된다.

 

특히나 이번 'ICD-11'의 개정판에 '게임 이용 장애'가 등재될지 여부에 게임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WHO의 국제 질병 분류에 따라 곧장 법제화를 하거나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WHO가 제시하는 국제 질병 분류는 말 그대로 일종의 권고일 뿐, 강제성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ICD-11 개정안이 발표된 이후에는 우리나라 또한 권고안을 따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WHO의 'ICD'를 기반으로 한 공식 질병 사인 분류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KCD)'를 사용하고 있고, 실제로 ICD의 개정이 있을 때마다 KCD 또한 수차례 질병 용어를 정리하고 분류 체계를 구성하며 개정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WHO의 세계보건총회를 통해 28일경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계청이 본래 2020년으로 예정되어 있던 KCD 개정을 'ICD-10' 기준으로 진행하겠다 밝힌 바 있어, 'ICD-11' 개정안이 최종 의결된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지 논의는 2025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피해 사례 있는 만큼 적절한 예방 및 치료 필요 vs 명확한 진단 기준 없고 '과잉 의료화' 가능성
지난 2018년 6월 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ICD-11' 개정 초안을 발표하면서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한 찬반과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WHO는 ▲게임을 다른 일상보다 우선시하고 ▲부정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계속해서 게임을 이용하고 ▲게임을 조절하지 못하는 증상이 12개월 동안 반복되는 것을 '게임 이용 장애'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WHO의 'ICD-11' 개정판에 포함된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해 의학계는 게임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부담을 느끼거나 무리가 올 정도로 의존한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게임 이용 장애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으므로 치료할 필요성이 있고, 범죄 등 피해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의학 전문가들이 조기에 적절한 예방 및 치료 도구를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게임산업의 건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반면 게임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의견에 성급한 결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게임 이용 장애'가 학술적으로 그 기준이 모호하고 아직 명확한 진단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게임에 과하게 몰입하거나 의존하는 것이 단순히 게임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가정사 또는 개인이 처한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의학계의 과도한 '의료화' 가능성과 함께, 콘텐츠 산업 수출 규모의 절반 이상을 맡고 있는 게임 산업의 위축이 우려된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다.

 


 

정부 부처 간에도 어긋나는 입장… 첨예한 의견 대립
특히나 이러한 의견 대립은 정부 부처 간에도 존재하고 있다. 먼저 게임산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이번 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미 지난 4월 말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은 WHO에 '게임 이용 장애'가 질병 코드로 등재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직접 전달했다.

 

해당 의견서에는 건국대학교 정의준 교수가 5년 동안 국내 10대 청소년 2천여 명을 추적 및 연구한 '게임이용자 패널(코호트) 조사 1~5차년도 연구'의 결과, 그리고 현재까지 발행된 1~4차년도 보고서 원문이 포함됐다.

 



 

문체부와 한콘진은 게임에 과몰입 하는 이유가 게임 자체가 아닌, 부모의 교육 태도와 학생이 받는 학업 스트레스, 또래 간의 사회적 지지 등 다양한 심리 사회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러한 연구 및 진단 보고가 전 세계, 전 연령층에 걸쳐 나온 것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 일부 동아시아 국가에서만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청소년이라는 특정 연령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문제 제기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와 달리 보건복지부는 WHO의 'ICD-11'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열렸던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WHO에서 최종적으로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화 하는 것으로 확정하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최근 보도되어 논란이 재점화 된 '게임 중독세'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에게 기금 또는 세금을 부과하는 '게임 중독세'는 과거에 이미 수 차례 유사한 내용으로 법제화가 시도되었으나 폐기된 바 있다.

 

게임업계와 의학계, 정부 부처간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게임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는 한국 시간으로 오늘(20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WHO의 세계보건총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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