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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는 옳은가... 학계 및 정부 관계자들 토론 진행

등록일 2019년05월22일 01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의 질병 코드 등재 여부를 두고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의학계 관계자와 업계 관계자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을 앞두고 이와 관련해 치열한 토론이 진행되어 관심을 모은다.

 

KBS 제 1라디오가 '열린토론'을 통해 'WHO 게임중독 질병지정... 여러분의 의견은?'을 주제로 약 한시간 가량의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의 목적은 세계보건기구가 2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되는 '세계보건총회'에서 국제 질병 분류의 최신 개정판 'ICD-11'에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의 이 같은 결정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따져보자는 것.

 

질병지정 찬성 측으로는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과 이형초 인터넷중독연구 소장이 참석했으며, 질병지정 반대 측으로는 이장주 게임문화재단 이사와 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이 나서 각자의 의견을 피력했다. 질병지정 찬성 측은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논의를 위해서는 질병 코드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반면, 질병지정 반대 측은 질병 코드 도입을 위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으며 자칫 산업 발전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게임중독, 게임 이용 장애, 게임 과몰입... 무엇이 정확한 용어인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한 정확한 명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과거에는 게임중독이라는 명칭이 주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게임 이용(사용) 장애 또는 게임 과몰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의학계, 게임업계, 보건복지부, 문회체육관광부 등 각계에서 이를 부르는 용어도 통일되지 않은 상황이다.

 

조근호 과장은 보건복지부는 게임 이용(사용) 장애라는 명칭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 이용(사용) 장애'는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Gaming Disorder'의 번역으로, 추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한글 명칭을 정할 예정. 그는 또한 게임 과몰입이라는 단어에서 '몰입'이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의미가 희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형초 소장은 게임 이용 장애가 병리적 증상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단어라고 설명했다. 게임 과몰입이라는 용어는 단순한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만, 증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이형초 소장은 "정신과 진단 분류에서는 문제적인 사용에 대해 '이용 장애(Disorder)'라는 단어를 붙인다"라며 "단순히 어떤 행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은 정신과 진단의 영역이 아니지만 일상 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가 되면 장애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박승범 과장은 게임 과몰입이라는 용어가 알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게임 과몰입이라는 단어는 게임 중독에 대한 과거의 나쁜 선입견을 순화시킬 수 있으며, 이미 '게임 과몰입 예방' 또는 '게임 과몰입 및 중독 예방 조치' 등의 법정 용어가 사용되는 만큼 게임 과몰입이 바람직한 표현이라는 것. 또한 이장주 소장은 게임 이용 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게임 자체가 중독 현상의 원인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박승범 과장은 "게임 자체가 중독 물질이 아니지만 도박이 질병 코드에 이용 장애로 분류되어 있는 것처럼 결국 게임과 도박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이라며 "게임 이용 장애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순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심층적인 연구 위한 코드 분류 vs 코드 분류 위한 연구 부족해

이어서는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코드 등재가 갖는 의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조근호 과장은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질병 코드 등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ICD는 환자의 질환에 대해 의료인들이 나누는 표준 언어인 만큼, 세계보건기구가 앞장서서 통일된 언어를 제공하는 것. 2013년 미국 정신의학회가 '인터넷 게임 이용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라는 진단 기준을 부록에 추가한 이후 각국에서 관련 연구가 활성화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그는 게임 이용 장애 진단 기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하는 게임 이용 장애의 3가지 기준인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다른 어떤 곳보다 게임을 중요시하는 것, 부정적인 결과가 있음에도 게임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하는 인터넷 게임 과의존 증상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조근호 과장은 "정신과 진단은 일종의 낙인처럼 취급되기 때문에 의사들의 입장에서도 진단하기 부담스럽다"라며 "통계나 관련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기반이 되는 코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박승범 과장은 질병 코드 등재가 의료인들만의 영역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질병 코드를 등재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특정 행위를 문제시여기고 질병 코드로 분류하는 등의 소수 엘리트 횡포에 대해 우리 사회가 무작정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게임을 과도하게 이용할 경우 도파민이 과다분비되고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에 대해 그 수치가 미미한 만큼 사회 구성원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장주 소장 역시 게임 중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동일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0년대 초 게임 이용 인구가 증가하면서 게임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취급되었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글로벌 게임 인구가 26억 명에 육박할 정도로 시장이 성장하면서 당시의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 과거 동성애, 성전환 또는 청소년 무단 가출이 장애로 취급받았던 것 역시 사회적 시선에 따라 질병 분류 기준이 변경될 수 있다는 예시에 해당한다.

 

이에 조근호 과장은 ICD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추가적인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에 게임 이용 장애가 등재될 수도 있는 국제질병분류의 11번째 버전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형초 소장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인터넷 및 스마트폰 중독 증상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 폭이 운동이나 쇼핑 등의 다른 사례들에 비해 가파른 만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로 분류되면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편, 게임 이용 장애가 질병 코드로 분류될 경우 의학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승범 과장은 특히 과잉 진료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자식이 ADHD 또는 우울증으로 처방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지만, 게임은 인식이 보다 가볍기 때문에 게임 이용 장애 진단이 남용될 수 있다는 것. 특히 게임에 빠져 아이를 방치해 죽이거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등의 극단적인 사례들로 게임을 '악마화'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경계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형초 소장과 조근호 과장은 과잉진료의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중독인 사람들이 스스로 증상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 그 이유다. 조근호 과장에 따르면, 전체의 6.2%가 알코올 중독으로 판정되지만 이중 진료를 받는 사람은 0.5%에 불과하다. 특히 도박 중독의 경우에는 한해 동안 병원에 오는 사람이 1,1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진단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 중독 치료에 대한 진료비도 연 평균 28만 원 선으로 과잉 진료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것임을 강조했다.

 

질병 코드가 도입될 경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게임 산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에도 의견이 대립했다. 박승범 과장은 질병 코드가 도입될 경우 2023년과 2025년 사이에 최소 5조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게임 산업의 1년 매출액이 13조 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제도 도입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에 비한 혜택은 적은 사회적 후생 손실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형초 소장은 이에 대해 인터넷 게임 과몰입에 따른 사회적 비용 역시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2011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게임 과몰입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5조 원에 달한다. 이형초 소장은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청소년과 아동 개개인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질병 코드 도입을 위한 대안이나 올바른 실행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박승범 과장은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리터러시 등 질병 코드 도입 없이도 올바른 게임 이용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 중이다. 우선 게임의 가치를 제고하고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한 뒤 규제를 합리화하고 중소 게임사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근호 과장은 "게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게임을 더 잘 이용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형초 소장은 "게임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기보다는 이윤 창출을 위해 사행성이나 과도한 폭력성 등의 중독성이 문제가 된다"라며 "아동 및 청소년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장주 소장은 "게임은 4차 산업혁명의 재료다"라며 "미래 유망 인재들을 환자로 오인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백인석 기자 (quazina@gamefocus.co.kr)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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