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장대한 서사였기에 더욱 아쉬운 마무리, 스퀘어 에닉스 '킹덤하츠 3'

등록일 2019년06월11일 11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2002년 발매되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팬덤을 매료시킨 '킹덤하츠' 시리즈가 마침내 3부작 마지막 작품 '킹덤하츠3'로 대단원을 마무리했다. 3부작의 중심인 '빛과 어둠의 대립'의 장대한 서사와 비교하면 조금 아쉬운 마지막이라는 느낌이다.

 

'킹덤하츠'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로 유명한 스퀘어 에닉스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법한 인기 애니메이션을 다수 보유한 디즈니의 콜라보레이션 작품. 주인공 '소라'와 '구피', '도날드 덕' 3인방과 함께 '키 블레이드'와 '킹덤하츠'를 둘러싼 장대한 이야기가 특징인데, 그동안 정식 한국어 번역판이 발매되지 않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 특히 서구권에서는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콘솔 게임 시장에 부는 한국어 현지화의 바람을 타고 마침내 '킹덤하츠3'가 한국어 번역판으로 정식 발매되었다. 시리즈 최신작이 드디어 한국어로 발매된다는 점에서 국내 팬들의 기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높지만 이에 못지 않게 흥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식 넘버링 타이틀 이외에도 외전이나 프리퀄 등 총 9개의 작품이 하나의 서사를 이루는 만큼, 초심자들이 게임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것.

 

시리즈를 접한 경험이 없는 초심자 유저인 기자가 '킹덤하츠3'를 플레이했다.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액션과 디즈니 애니메이션 월드를 탐험하는 재미는 만족스럽지만 출시 이전부터 많은 우려를 낳았던 스토리의 진입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유튜브를 통해 미리 게임 스토리를 숙지했지만 17년의 간격을 좁히기에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전투의 부담은 줄이고 보는 재미를 더했다

 



 

'킹덤하츠3'는 3D 액션 게임으로, 다양한 커맨드를 연결해가며 콤보를 쌓는 재미가 핵심이다. 다만 게임의 난이도는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기 때문에 1회차 플레이에서 가장 높은 난이도인 '프라우드 모드(크리티컬 모드는 사실상 도전 난이도이기 때문에 제외)'를 선택해도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오히려 액션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이라면 스탠다드 모드를 플레이하면서 지루함을 느낄 정도.

 



 

게임의 난이도를 낮춘 대신 '킹덤하츠3'는 플레이어가 다양한 액션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게이지를 소모하고 일정시간 사용할 수 있는 '키 블레이드' 액션 이외에도 다른 캐릭터와 협력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시추에이션 커맨드'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형태의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자신이 없다면 O버튼과 △버튼만 누르더라도 무난하게 전투를 마무리할 수 있다.

 



 

조작이 단순해 빈약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액션을 채워주는 것은 다채로운 볼거리다. '키 블레이드'는 저마다 조작 방식이나 공격 형태도 다르기 때문에 게임 최후반까지도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주며 단순한 공격이 지겨워졌다면 '시추에이션 커맨드'나 '링크' 등의 기술을 사용하면 좀더 화려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킹덤하츠3'에서 새로 추가된 '어트랙션' 시스템도 매력적인데, 놀이기구를 활용한 연출을 통해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전투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풍부한 미니 게임과 수집 요소, 메인 스토리만 즐기고 끝내기엔 아쉽다

 



 

'킹덤하츠3'의 플레이타임은 30시간 이내로, 최근 출시되는 다른 AAA급 게임과 비교하면 짧은 편이다. 그러나 메인 스토리 클리어 이후 수집 요소를 전부 모으거나 미니 게임을 즐기는 등 게임을 100%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각 월드(스테이지 개념)마다 제공하는 수집 요소나 즐길 거리도 전부 다르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다면 오랜 시간 붙잡을 수 있는 게임이다.

 

오픈월드 게임을 방불케하는 스케일
 

오픈월드 게임은 아니지만 각 월드의 완성도가 높아 탐험하는 재미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캐리비안의 해적'을 모티브로 한 월드인데, 여기서는 '어쌔신 크리드4 블랙 플래그'에서 호평을 받았던 해양 탐험 콘텐츠가 그대로 녹아있다. 단순히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것 이외에도 섬을 탐험하고 바다 깊은 곳까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월드 하나만으로도 여느 게임 못지 않은 분량과 재미를 자랑한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구미쉽'도 깊게 파고들 만한 재미가 있는 콘텐츠다. 월드 이동 시에는 '구미쉽'을 제작해 넓은 우주 공간을 탐험하게 되는데, 슈팅 게임의 감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인상적이다. 나만의 '구미쉽'을 만들고 더 어려운 도전 과제를 수행하는 재미가 일품. 다만 조작감이 답답하고 본편의 화려한 액션에 비하면 연출이 조금 빈약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리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고전 게임기를 모티브로 한 미니 게임이나 '미키 마우스'의 모양을 한 심볼들을 찾아 사진을 찍는 '행운의 마크', 원하는 사진을 찍는 '포토 미션' 등 '킹덤하츠3'에는 정말 다양한 미니 게임들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앞서 이야기한 항해 콘텐츠 이외에도 각 월드마다 준비되어있는 다채로운 이벤트들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게임의 볼륨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픽사는 GOOD, 디즈니는 아쉽다

 



 

초심자들에게 있어 '킹덤하츠3'의 가장 큰 매력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세계와의 콜라보레이션이다. 특히 '킹덤하츠3'에서는 '겨울왕국'이나 '빅히어로6', '토이스토리' 등 기존에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은 작품들도 참여했기에 더욱 기대감이 높은 바. '킹덤하츠' 세계관과 디즈니 애니메이션 세계관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도 게임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게임 플레이 결과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한 작품과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한 작품의 결과물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디즈니가 제작한 '겨울왕국'이나 '캐리비안의 해적'은 원작의 스토리에 '킹덤하츠' 세계관이 결합되는 방식인 반면, 픽사가 제작한 작품들은 원작 이후 게임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선보인다.

 


 

있어야 할 장면은 다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왕국' 등 디즈니가 제작한 작품을 모티브로 한 월드에서는 원작과 '킹덤하츠'가 서로 잘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가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겨울왕국' 월드에서는 원작의 명장면 중 하나인 엘사가 'Let it go'를 부르는 장면을 그대로 구현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에서 주인공인 '소라' 일행이 단순히 들러리 역할을 하는 느낌이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이야기의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출도 생략되었다.

 




주로 픽사 작품의 스토리 완성도가 높다
 

반면, 픽사의 작품들은 원작의 이야기와 '킹덤하츠' 만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잘 연계되어 있다.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 사이에서 스토리가 좋았다는 평가를 받는 월드들도 전부 픽사 작품들. 특히 본래 마음이 없는 장난감에 마음이 생겨난다는 '토이 스토리'의 소재에서 착안한 '킹덤하츠3'의 스토리는 본편 못지 않은 재미를 준다. 개발사의 인터뷰에 따르면, 디즈니 측이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지 못하게 했다고 하니 여러모로 아쉬운 판단으로 느껴진다.

 

어쩔 수 없는 스토리 진입장벽, 갑작스런 후반부 전개도 불만

 

플레이어의 심정이다
 

출시 이전부터 큰 불안 요소였던 스토리는 실제로 겪어보니 좀더 크게 다가왔다. '킹덤하츠3'는 시리즈 첫 작품부터 이어졌던 '빛과 어둠의 대립', 특히 '제아노트'라는 인물과 'XIII 기관' 사이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동안 모든 작품에 등장했던 복선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워낙 등장했던 인물들도 많기에 대략적으로 이름이라도 숙지하지 않으면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

 

더욱이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첫 시작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 세계관이 아닌 '킹덤하츠' 오리지널 세계관이 펼쳐지기 때문에 전작의 이야기를 모르는 유저들이라면 소외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모두 하나
 

이해하려고 해도 게임의 핵심 소재가 복제인간이기 때문에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기가 정말 힘들다. 대충 '제아노트'라는 인물이 분열한 다른 등장인물이 존재하고 또 과거에서 현재로 시간여행을 한 '제아노트'의 분신의 분신(…) 같은 느낌의 캐릭터가 상당수 등장한다. 여기에 얼굴만 비슷한 채 다른 이름을 가진 캐릭터도 많아서 후반부부터는 이해를 포기한 채 게임을 즐겼다. 포기하면 편해진다.

 

'XIII 기관'의 마무리가 너무 성의없다
 

후반부의 급격한 전개도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의 중반부까지는 디즈니 작품 세계관을 넘나드는 모험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간중간 게임의 주요 악역인 'XIII 기관'의 일원들이 등장하지만 뭔가 있다는 듯한 암시를 던져줄 뿐, 직접적인 대립을 하지는 않는다. 결국 후반부 '키 블레이드 묘지'에 들어가서야 급하게 'XIII 기관'과의 결착을 내는데 13명의 악역과의 정면 대결을 정말 성의없이 풀어나간다. 토너먼트 식으로 플레이어가 'XIII 기관'을 3인 1조씩 격파해 나가는데 분량도 길고 감동도 부족했다.

 

'킹덤하츠3 Re: MIND'로 뒷수습,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었을까

 



 

작품 후반부의 급전개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느낀 것일까, 스퀘어 에닉스는 9일 '킹덤하츠3'의 유료 DLC(다운로드 콘텐츠)인 'Re: MIND'를 공개했다. 신규 보스와 키 블레이드 이외에도 새로운 에피소드까지 추가되는 등 급하게 마무리된 '키 블레이드 묘지'의 이야기를 더욱 보강하는 것. 그만큼 '킹덤하츠3'의 후반부 전개는 그동안의 장대한 서사를 마무리하기에는 부족한 모습이다.

 



 

그러나 액션과 디즈니 작품과의 콜라보레이션은 만족스럽다. 난이도를 대폭 낮춰 긴장감은 부족하지만 '키 블레이드' 변형이나 다양한 '시추에이션 커맨드', '어트랙션' 시스템 등을 통해 보는 재미 하나는 확실하다. 디즈니 작품과의 콜라보레이션의 경우,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만든 작품 세계관의 스토리가 아쉽지만 원작 재현 하나만큼은 제대로 해줬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다.

 



 

결국 '킹덤하츠3'는 3부작을 마무리하는 만큼 팬이라면 무조건 구매해야하는 작품이지만 시리즈 초심자가 단순히 디즈니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고 도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작품이다. 만약 '킹덤하츠3'를 꼭 플레이 해야겠다면 반드시 유튜브 등을 통해 전작의 스토리를 대략이나마 숙지할 것. 게임 내에서 전작의 요약본을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초심자들에게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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