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포스', '라스트 제다이'에 이은 '스타워즈' 신 3부작 완결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마침내 국내 개봉했기에 보고왔다. 이미 해외에 개봉되어 평들을 본 뒤였던지라 각오를 하고 극장에 갔는데,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무엇을 상상하건 그 상상의 범주 바깥의 무언가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디즈니는 왜 3부작을 만들면서 매 편 다른 감독을 기용할 생각을 했던 것일까. 라스트 제다이에서 라이언 존슨이 J.J 에이브럼스가 깨어난 포스에서 만들어둔 설정, 복선들을 죄다 자기식으로 해결해버리거나 맥거핀으로 만들어버렸던 것처럼, 이번에는 J.J 에이브럼스가 라이언 존슨의 흔적을 자기가 당한 것보다 더 철저하게 지워버렸다.
영화를 보고 있자니 머리 속에서 J.J 에이브럼스가 '8편요?? 무엇을 보신 겁니까, 그건 제 잔상입니다' 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라스트 제다이요?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같은 생각도 들고... 8편에서 정리된 인간관계, 설정은 죄다 '없었던 것' 취급받거나 재해석되어 의미를 잃고 사라져버린다.
J.J 에이브럼스는 자기 머리 속에 있던 8, 9편을 라이언 존슨의 8편은 없었던 셈 치고 하나로 합쳐 9편을 만들어낸 것 같다.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보고 나면, 8편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망치로 머리를 여러대 맞은 느낌이 들 것 같다. 8편이 정말 싫었던 사람들조차 '어이어이 이건 너무한 것 아냐?'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 영화 아닐까.
J.J 에이브럼스는 분열된 스타워즈 팬덤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9편을 이렇게 만든 것 아닐까 하는 음모론이 제기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현실은 '한 솔로'의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올드 팬덤이 등을 돌리자 놀란 디즈니가 8편을 흑역사화하려 시도한 것 아닌가 싶지만 말이다.
아무튼...
볼거리는 풍부하고 스토리는 엉성하다는 면에서는 언제나의 스타워즈인데, 스토리가 엉성한 걸 넘어 뭔가 다른 차원으로 가버렸다. 올드팬들의 바지를 붙들고 제발 떠나지 말라고 하는 느낌인데, 너무 지나쳐 좀 깨는 그런 느낌.
볼거리는 확실히 풍성해서 시각적인 부분에 주목하는 팬들이 '이제야 좀 스타워즈같네'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스타 디스트로이어 함대의 위용, 스타 디스트로이어가 마침내 실제 별을 박살내는 것도 나오니 더 설명이 필요한지.
제다이들의 광선검 대결은 좀 더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며, 함대전, 총격전도 전작보다는 볼만하다.
스타워즈의 어떤 점을 좋아하냐에 따라 평이 갈릴 영화였다. 보실 거라면 큰 화면에서 보시기 바란다. 스타 디스트로이어들의 도열,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주포 발사 장면을 제대로 봐야하지 않겠나.
한줄로 정리하자면,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디즈니가 올드팬덤에 보내는 백기투항 영화로 느껴졌다. 지금와서 이런다고 올드팬들이 다시 돌아봐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기자 역시 에피소드4부터 극장에서 본 팬이지만 이 에피소드9편이 너무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