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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중국게임들의 고퀄리티, 높은 노동강도에서 나오는 것 아니다

등록일 2020년05월28일 13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중국 게임들의 기세가 무섭다. 이미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순위 상위권은 중국 게임들이 과반을 점하고 있고, 눈에 띄는 신작게임이 중국게임인 경우가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게임의 국적이 어디인지를 따지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기자는 2015년 3월에 '중국게임의 부상, '쫓기는 입장'에서 '쫓는 입장'이 된 한국 모바일게임'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당시 한국 게임업계, 게임사들이 한수 아래로 보던 중국게임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고 이미 모바일게임에서 한국을 뛰어넘었다는 경고, 늦었지만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고 게임 개발, 성공 프로세스를 되돌아보자는 내용을 담은 칼럼이었다.
 
'너무 오버한다', '과장이다' 같은 평을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중국 모바일게임의 수준을 실감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고 1년 뒤인 2016년에는 중국에 팔릴만한 게임이 없다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중국 정부의 한한령은 오히려 한국 게임에 '명예로운 패배'를 안겨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자국 내 시장을 탄탄히 한 중국 게임들은 중국 밖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세계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임들이 늘어났고 규모와 투자 면에서 다른 차원에 있는 중국게임들과의 경쟁은 갈수록 힘들어졌다.
 


 
올해 나올 예정인 미호요의 '원신'은 순수하게 '원신' 개발에만 매진하는 개발자만 5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국내 대형 MMORPG 프로젝트의 개발규모와 비교해도 몇 배 큰 규모이다. 원신만이 아니라 중국 대형 게임사들이 앞다퉈 개발중인 이런 대규모로 만든 게임들과 우리 게임사들이 어떻게 퀄리티 경쟁을 해야할지 감이 안 올 정도이다.
 
그런데 일부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이런 중국 게임들의 퀄리티를 보고 '24시간 3교대로 일을 시켜서 가능했다', '노동 강도가 약해서 우리나라는 안된다, 더 일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된다. 중국 회사들이 3교대 업무를 시킨다는 말만 듣고 '아 24시간 프로젝트를 굴리는구나'라고, 공장을 돌리듯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야기가 조금 옆으로 새는데, 지난해 중순 무렵 한국 게임업계의 막후에서 규모가 있고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의 대형 게임사들이 모두 참전한 '중국 개발자 확보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텐센트와 넷이즈가 퇴사하려고 하면 백지수표를 건네며 막는다는 '앱플레이어 개발 노하우'를 지닌 중국 개발자들이 일부 시장에 나와 그들을 확보하려는 경쟁이었다.
 
이 전쟁의 결과에 대해서는 추후 따로 이야기할 기회를 갖기로 하고...
 
이들의 확보에 성공한 회사(여기서는 F사라고 하자)에 출근한 중국 개발자들은 F사의 개발 환경, 개발 프로세스를 보고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일하는가", "아직도 이런 방식으로 일하다니"라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교대근무가 이뤄질 경우 앞조가 출근해 집중 근무 시간을 몇시간 가진 뒤 출근한 다음조와 공동 근무를 해서 인수인계 후 퇴근해 실제 근무시간은 한국 게임사보다 훨씬 적다거나, 다른 사람이 하던 코딩을 누가 이어받아 해도 문제가 없도록 개발 프로세스를 가져간다는 점, 업무 효율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한국에선 이 점을 간과한다는 점 등이 비효율적인인 시스템으로 지적됐다.
 
계약 과정에서 중국 개발자들이 제시한 '1년에 두번은 한달 정도의 장기 휴가를 줘야 한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를 시켜선 안된다'는 등의 조건들도 아마 한국 게임 개발자들이 들으면 다른 세상 이야기로 느낄 부분일 것 같다. F사의 경영진도 이런 조건이 말이 되나 싶었다고 하는데, 앱플레이어 노하우를 꼭 습득하기 위해, 경쟁사들이 조건을 두고 고민하는 사이에 모든 조건을 수용하고 계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일하며 중국의 업무환경, 프로세스에서 배울 점은 배워야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의 게임회사들이 개발 효율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와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파악해 실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느낌을 준다. 중국의 광대한 내수시장 덕에 판단이 쉬운 점도 있었을 것이고, 그 결과 중국 게임사들은 '원신'처럼 콘솔, 모바일, PC 등 모든 플랫폼에 글로벌 출시를 하여 초 대규모 개발규모로 발생한 개발비를 회수하고 이익을 낸다는 너무나 이상적인 자본주의적 결론을 내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한국 게임업계에서 '더 긴 시간 일을 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작은 내수시장을 가진 한국에서 적은 투자로 최대 효율을 뽑으려는 것으로 역시 자본주의적 결론이긴 하지만 방향이 너무 달라 슬픔을 준다.
 
한국 게임업계는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을 때에도, 중국 정부의 한한령이 내려졌을 때에도, 플랫폼의 전환이 이뤄지는 시기에도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다. 지금 와서 '일을 더 시켜야 한다'는 한심한 결론을 내리는 경영자가 있다면 미래는 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개발 프로세스를 돌아보고 개발환경 개선에 나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할 것이다. 정부에 규제 완화, 철폐를 요구하고 개발자, 게이머들에게 희생과 협조를 구하려면 게임사의 체질 개선과 환경 정비, 합리적인 개발 프로세스 정립도 병행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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