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커스가 넥슨의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대표 작곡가 3인방과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양주영 디렉터가 생각하는 스토리와 음악, 연출의 조화와 그 견해에 대해 들어봤다. 더불어, 작곡가 세 명에게 음악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와 그 소회 그리고 각종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의 분량이 다소 긴 편으로 독자의 편의를 고려해 총 3부로 나뉘어 연재될 예정이다. 더불어 '블루 아카이브'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음악에 한해, 인터뷰 중간에 삽입해 인터뷰이의 답변을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할 예정이다.
먼저 1부에서는 작곡가들의 소개와 '블루 아카이브'로의 합류 과정, 그리고 양주영 디렉터가 말하는 음악의 중요성과 작곡가들의 작곡 방법 및 비즈니스 과정에 대해 간단히 짚었다.
다음으로 2부에서는 'Unwelcome School' 등 작곡가들이 작업한 '블루 아카이브' 음악 일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작곡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현업 종사자들의 조언과 '사운드 아카이브' 및 공식 OST에 대한 소회까지 정리했다.
*인터뷰 1부(링크)에서 이어집니다.
*첨부된 CG 중 스토리와 연관된 이미지가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주의 부탁드립니다.
#'블루 아카이브' 곡 작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소회
총력전 보스 곡 테마, 메모리얼 로비, 이벤트 타이틀 음악들은 매우 높은 퀄리티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곡을 작업할 때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무엇인지 몇 가지 예를 들어 주세요
Mitsukiyo: 저는 발주서 관련 내용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해당 곡의 분위기에 맞는 '키워드'를 설정하고 해당 키워드에서 어긋나지 않게 작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또 곡 안에 스토리를 만들어 기승전결을 표현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저는 안해본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에 많은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여러가지 장르적인 요소를 섞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일렉트로닉 장르에 관해서 그렇게 견문이 넓은 편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최근 진행됐던 '아비도스 리조트 복구 대책위원회' 이벤트의 타이틀 BGM인 'DIVE INTO SUMMER'는 퓨처 베이스와 개러지 하우스 라는 장르적 요소를 섞었어요. '여름' 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물방울이 찰랑거리는 소리와 파도가 일렁이는 소리를 활용해서 '여름' 분위기를 물씬 뽐낼 수 있는 방향성으로 제작을 했습니다.
또, 여름의 리조트라고 하면, 두근두근하고 신나고 활기찬 느낌의 분위기가 떠오르기 때문에, 엇박을 많이 활용하고 리듬을 많이 쪼개 빠르지 않은 BPM 속에서도 신나고 활기찬 느낌을 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음악의 후반부에 가면 갑자기 조용해지는 부분이 나옵니다. 이 부분은 '여행의 막바지다. 아쉽다.' 라는 키워드를 생각해서 분위기를 확 다운 시켰습니다. 이후에 새로운 파트가 나오면서 다시 분위기가 점점 올라오는데, 이 부분은 이후 예정된 다음 여름 이벤트의 기대감을 음악 속의 스토리로 표현한 것입니다.
또 하나 예를 들면, '덜렁대는 수녀님과 고서관의 마술사' 이벤트의 타이틀 BGM인 'Dolce Biblioteca'은 제가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녀', '고서관', '마술사' 라는 키워드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해리포터'나 종교 음악, 판타지 음악 정도였어요. 하지만 귀엽고 평온한 '블루 아카이브'의 스타일로 음악을 만들기에는 해당 키워드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하위 키워드를 생각하여, '수녀 -> 카톨릭 -> Holy하다 -> Holy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운드 -> 공간계가 많이 들어간 Bell 사운드' 정도로 키워드를 틀어서, 해당 사운드를 곡 안에 집어 넣었습니다.
멜로디 라인 또한 많이 움직이게 되면 위의 키워드에서 'Holy하고 편안하다'는 키워드에 어긋날 것 같아 느리게 진행되는 멜로디를 채용했습니다.
비슷한 예로 '미유'의 메모리얼 로비 곡이 있습니다. 해당 곡은 발주서가 도착했을 당시 '미유'의 메모리얼 로비가 이미지로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BGM을 들어보시면 제가 위의 키워드를 얼마나 중점적으로 두고 곡을 제작했는지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웃음).
'미유'의 메모리얼 로비 음악은 '자연, 편안함, 귀여움, 따스함, 따분함' 정도의 키워드를 생각할 수 있겠네요.
Nor: 저는 언제나 재미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만든 총력전 보스 곡은 '시로 & 쿠로'의 테마 'Fearful Utopia'입니다. '폐허가 된 놀이공원'이라는 테마를 보고 '으스스한 느낌을 낼 수 있는 하프시코드의 6/8박자의 왈츠에서, 갑자기 전자음악으로 바뀌면 재미있고 신선 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신나게 스케치를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그 뒤였어요. 어떻게 하면 6/8박자의 곡으로 전자음악 스타일의 보스 곡을 완성할 수 있을까 한 달을 고민한 끝에 겨우 완성했어요. 역시 창작에는 고통이 따라오는 법이지만, 성취감도 그만큼 대단한 것 같습니다.
KARUT: 저는 총력전 BGM을 만든다고 한다면, 일단 '비주얼 적으로 BGM이 해당 보스의 어울리는가?' 와 '이 보스가 담고 있는 설정이 어떤 식으로 표현되고 싶어 하는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카이텐 FX MK.0' 총력전 테마인 'Kaiten Screw'를 예로 들어 설명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KARUT: 우선 다들 아시다시피 '카이텐져'와 '카이텐 FX MK.0'가 일본 슈퍼 전대물의 패러디가 전제인 설정입니다. 저는 '카이텐 FX MK.0' 기체의 비주얼을 보았을 때, 요즘 나오는 일본의 '레이와'나 '헤이세이' 후반의 전대물 분위기 보다는 '쇼와'나 '헤이세이' 초 무렵의 전대물을 참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습니다.
(참고: '쇼와', '헤이세이', '레이와'는 일본의 시대 구분이자 연호로, 각각 1926년~1989년(쇼와), 1989년~2019년(헤이세이), 2019년~ 현재(헤이와)로 구분합니다.)
그래서 음악의 전체적인 사운드도 현대적인 신스를 사용한 것이 아닌, 예전에 자주 쓰이던 1990~2000년대의 사운드 폰트 소리, Roland의 Sound Canvas나 korg의 TRITON 같은 사운드 모듈의 음원을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조금 레트로 하면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내포하도록 작업했습니다.
(참고: 롤랜드 사의 '사운드 캔버스'는 2000년대 이전 '미디(MIDI)' 음악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되던 사운드 모듈입니다. 코르그 사의 '트리톤' 시리즈는 많은 유명 음악가들이 사용하는 신디사이저입니다.)
한 가지 더 소개를 하자면, '페로로지라' 총력전의 테마인 'Oxygen Destroyer'의 경우 먼저 예시로 들었던 '카이텐 FX MK.0'의 테마와 같이 괴수의 비주얼과 '고지라' 패러디라는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거대 괴수의 크고 무거운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의 브라스 소리, 무거운 베이스 소리 등의 요소, 괴수 침공의 위급 상황을 잘 표현할 수 있는 BPM 170이 넘는 빠른 템포, 경보음과 사이렌 소리 등이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고지라'의 울음 소리가 가죽 장갑으로 첼로 현을 비비면서 만들었다는 글이 떠올라, 저도 이와 비슷하게 경보 사이렌 소리와 코끼리의 울음 소리를 섞어 다양한 오디오 이펙팅을 시도했습니다.
이처럼 '페로로지라'라는 괴수와 어울리는 울음 소리를 직접 제작해 BGM 요소로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집어넣어 최대한 보스의 비주얼 및 설정에 어울리도록 노력을 기울였죠.
#'블루아카'의 인기곡 'Unwelcome School', 그리고 'Hifumi daisuki'에 대해
'Unwelcome School'은 인지도만 보면 'Constant Moderato'와 더불어서 '블루 아카이브'를 대표하는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요. 작곡하실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셨는지 궁금합니다
Mitsukiyo: 앞서 쭉 설명 드렸듯이, 'Unwelcome School'를 포함해서 모든 곡을 제작할 때 제일 중요시 여기는 포인트는 '주어진 키워드를 얼마나 음악으로 잘 표현하느냐' 였습니다.
이 곡을 제작할 당시에는 이 곡이 '아루'가 등장하는 시나리오나 애니메이션의 BGM으로 사용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특정 캐릭터를 생각하지 않고 제작한 악곡입니다.
해당 곡의 목적은 '속도감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BGM'이었고, 부가적인 키워드가 악행, 개그, 난동, 악당의 등장!, 엉망진창 정도 였습니다. 이 키워드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해낸 설정을 아래에 서술 드리겠습니다.
'악당의 악행' 키워드는 Major 보다 Minor 곡조(惡)를 활용했습니다. 만약 '천사들의 악행'이었다면 밝은 느낌의 개그 스타일 곡으로 만들었을 것 같네요. '개그' 키워드는 반음계 스케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엉뚱하고 장난기 넘치는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엉망진창', '말썽쟁이 악당들'이라는 키워드는 끊이지 않는 비트감을 기반으로, 많은 악기들을 넣고 멜로디를 빠르게 진행시켜서 정신 없게 만들자는 의도로 제작했습니다.
'Unwelcome School'의 이러한 '밈'화와 높은 인기는 예상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개인적으로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재즈 버전을 정말 좋아하는데, 또 다른 어레인지 버전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Mitsukiyo: 저로써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고 다양하게 2차 창작활동을 해주셔서 항상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여가 시간에 유튜브를 보다 보면 간혹 들리기도 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심심할 때 마다 개인적으로 검색해서 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들어주세요! 또 다른 어레인지 버전은 적극적으로 기획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양주영 디렉터: 'Unwelcome School'의 또 다른 어레인지 버전은 내부에서도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서 이것도 기다려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Hifumi Daisuki'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특정 캐릭터만을 위한 테마 음악인데요. 그동안 '히후미'만의 테마 음악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밝힐 수 있는 이야기가 혹시 있을까요
양주영 디렉터: 아, 우선 곡명은 기본적으로 작곡가분들이 정하시는 것이 기조입니다. 이 질문도 제가 미츠키요 님께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Mitsukiyo: 이 부분을 설명 하자면 많은 'TMI' 덩어리의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만…… '히후미' 전용 테마가 된 것은 제가 이 곡을 '히후미'의 메모리얼 로비에 썼으면 하는 마음으로 곡명을 지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웃음) 이 곡을 제작할 당시 BGM 발주서를 통해 '히후미'의 메모리얼 로비 일러스트를 처음 봤는데, 그때 '히후미'를 보고 순간적으로 느낀 감정을 곡명으로 적은 것이거든요. (웃음)
Mitsukiyo: 이렇게 수상한 곡명을 짓게 된 계기는 또 있습니다. 김용하 EPD님과 양주영 디렉터님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참여했던 '큐라레 마법도서관'의 음악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이 OST 안에 'A Doom and Dark' 라는 곡이 있었습니다.
양주영 디렉터: 'TAK' 님이 작곡하셨던 곡으로, 당시 '어둠의 다크' 같은 인터넷 밈을 적극 반영한 곡명이었죠.
Mitsukiyo: 네 맞습니다. 이 곡에 영감을 받아서 곡명을 조금 더 재미있게 짓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Honey jam', 'Koi is Love' 같은 곡명도 비슷한 이유로 지었던 것이고요.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아이디어가 잘 생각나지 않아서 최근 곡명은 꽤 평범한 편입니다.
학생 모집 창에서 들을 수 있는 'Connected Sky'를 아주 자세히 들어보면 금전 출납기 샘플링이 아주 작게 들리는데 이것이 심리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더군요. 의도한 사항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KARUT: 우선 밝혀둘 점은, 'Connected Sky'을 작업할 때 이 BGM이 학생 모집에서 들을 수 있는 곡이라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했어요. 심리 효과를 노린다거나 하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웃음)
저는 주로 퓨처 베이스의 장르를 작업할 때 드럼 사운드에 여러 가지 일상적인 사물의 소리를 섞는 방식의 작법을 굉장히 좋아해요. 곡을 제작하다가 ‘드럼 사운드의 섞을 만한 사물 소리가 없나?’ 찾아 보다가 금전 출납기 소리를 발견했어요.
때마침 소리가 현재 작업하는 곡과 잘 어울리기도 했고,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 왜인지 굉장히 만족스러운(?) 느낌의 소리였기에 사용하게 됐습니다. 결론은 '그냥 소리가 예뻐서' 사용한 것입니다. (웃음)
'RE aoharu'는 이번 4th PV에 쓰이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프롤로그에 쓰인 'aoharu'의 어레인지 버전이라, 스토리와의 연계 및 '수미상관' 구조를 의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더군요.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양주영 디렉터: 네. 이 곡은 처음부터 'aoharu'가 프롤로그에 쓰였던 곡이기에, 이걸 어레인지 해서 엔딩 곡으로 쓴다는 '수미상관'을 의도해서 제작한 것이 맞습니다. (저를 포함한 오타쿠는 이런 것에 약한 법이죠!)
'블루 아카이브'의 최종편 스토리는 사실 제가 세계관을 처음 구축할 때부터 구체적인 이야기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빨리 최종편의 테마 곡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거고요.
하지만 이 곡의 사용처와 방향성만 정해놓고, 구체적인 어레인지의 형태는 전적으로 미츠키요 님과 Nor 님께 맡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엄청나게 좋은 곡이 나왔던 것 같네요. 저도 처음 듣자마자 이 곡을 빨리 모든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정도니까요.
양주영 디렉터: 김인 AD님도 이 곡을 듣고는 바로 4th PV의 구성에 대한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여러 모로 이 곡은 많은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RE aoharu'를 2021년 2월 1일에 발주했으니, 발주 시점에서 거의 2년 뒤에야 공개할 수 있었네요. 오래 기다리게 해서 Nor 님께 죄송합니다. (웃음)
Nor: 정말 제작한 지 오래 되어서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Sakura Punch'를 만든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스토리 엔딩에 사용하신다고 하셔서, '1장 엔딩에 사용 하시는 건가?' 했었는데 최종장에서 멋있게 등장해 정말 놀랐습니다. 양주영 디렉터님이 어디서부터 계획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3부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