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항저우 아시안게임' 전 종목 메달획득 쾌거... 한국 e스포츠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나

등록일 2023년11월07일 09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아시안게임 최초로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제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거두며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엄을 지켰다.

 

대한민국은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게임이 프로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e스포츠 선수들의 활동 기반인 리그 제작과 프로구단과 양성 시스템을 만들며 전 세계적인 e스포츠의 기반을 다지는데 성공했다.

 

한국이 다양한 e스포츠 종목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을 익숙하게 만들어주는 PC방 문화와 함께 오랜 기간 운영되며 노하우가 쌓인 프로게이머 육성 시스템이 큰 몫을 했다. 많은 해외 e스포츠 팀들이 한국의 코칭스태프 스카웃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1년 공식적으로 집계된 국내 e스포츠 대회는 총 131개로 e스포츠는 현재 젊은 층의 새로운 문화콘텐츠 소비 형태로 자리를 확고하게 잡은 상태다. 특히, e스포츠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전통적인 스포츠 종목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진정한 프로 스포츠로의 도약을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딛는데 성공했다.

 

e스포츠의 오랜 염원인 진정한 프로 스포츠 전환에 더욱 가까워진 2023년, 현재의 한국 e스포츠 시장은 어디에 와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생각보다 더 많은 종목, 더 많은 선수들이 활동 중인 e스포츠 생태계
한국에서 게임과 관련된 리그는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됐지만 e스포츠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대략 1999년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2000년 현재의 한국e스포츠협회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21세기프로게임협회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e스포츠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됐다.

 

2000년대 초반만하더라도 국내 e스포츠 종목은 '스타크래프트'를 주축으로 '워크래프트', '서든어택' 등 몇 개 게임에 한정됐으나 약 24년이 지난 현재 e스포츠 종목은 서비스 되는 거의 모든 게임에 e스포츠화가 진행될 만큼 그 수를 세기가 힘들 정도다.

 

한국e스포츠는 리그 종목을 총 세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정식종목 중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직업선수(프로선수)가 활동할 수 있는 대회가 있거나, 리그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저변이 충분하다고 인정받은 종목인 '전문종목', 정식종목 중 직업선수 활동 저변은 부족하지만 종목사의 투자계획이 명확하고 지속적인 육성을 통해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 받은 종목인 '일반종목', 종목선정 심의를 통하여 e스포츠의 적격성은 인정받았으나 현재 저변 및 환경이 미비하여 향후 정식종목으로 선정되기 위해 일정기간 평가 후 재 심의를 받아야하는 '시범종목'으로 나누어 e스포츠를 관리하고 있다.

 

전문종목에는 2023년 2월 종목 선정 결과를 기준으로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발로란트'를 비롯해,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넥슨코리아의 'FC 온라인(FIFA 온라인 4)',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총 6개의 게임이 속해 있다.

 

일반종목에는 넥슨코리아의 '서든어택', 슈퍼셀의 '클래시 로얄'. 넷마블의 'A3: 스틸얼라이브',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하스스톤', '스타크래프트2',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의 '크로스파이어', 님블뉴런의 '이터널리턴'까지 총 7개의 게임이 존재해 전문종목과 일반종목을 더해 현재 정식종목에는 총 13개의 게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시범종목에는 유니아나의 'eFootball 2023', 한빛소프트의 '오디션', 슈퍼셀의 '브롤스타즈' 총 3개의 게임이 존재한다.

 


 

이 외에도 한국e스포츠협회에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서머너즈 워'처럼 개발사가 국내 및 글로벌 대회를 진행하는 대회나 '톰 클랜시의 레인보우 식스 시즈'나 '도타'처럼 해외 개발사가 주축이어서 국내에서는 마이너 리그로 통하나 국내 팀들이 꾸준히 참가하는 종목까지 생각하면 e스포츠는 대중들의 생각보다 더 다양한 종목으로 운영 중이다.

 

종목이 다양한 만큼 활동하는 팀과 선수의 분포도 다양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이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9월을 기준으로 국내에는 총 42개의 게임단에서 75개의 팀이 활동 중이다. 그 중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가 각각 13개의 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발로란트가 10개 팀, 오버워치가 9개팀, FC온라인이 6개팀, 카트라이더, 하스스톤, '리그오브레전드 와일드리프트'에서 4개팀이 활동 중이다.

 

국내 프로선수는 366명, 아마추어 선수는 143명으로 약 500명이 넘는 선수가 각종 리그에서 활동 중이며, 이들을 이끄는 e스포츠 코칭스태프는 약 150여 명이다. 이 외에도 해외에 진출해 활동 중인 선수는 367명, 코칭스태프는 97명으로 이들을 모두 합산하면 1,120여명 이상의 인원들이 선수 및 코칭 스태프로 활약 중이며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리그까지 생각한다면 그 수는 더욱 많아진다.

 


 

규모 자체는 줄었지만 생태계 구축 위한 기업 투자는 늘었다
국내 e스포츠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약 18% 이상 성장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경기가 불가능해지고 이로 인한 티켓 및 굿즈 판매 등이 어려워지면서 2020년에는 2018년보다 보다 약 13.9%가 축소해 1,204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1년에는 2020년과 비교해 12.9%가 더 줄어 1,048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 엔데믹 시대로 들어서면서 e스포츠 시장도 정상화 되는 모습이다. 따라서 올해 e스포츠 시장은 전년도와 비교해 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2021년은 시장 규모가 줄은 만큼 리그 안정화를 위한 종목사들의 노력이 더 컸던 시기이기도 했다.

 

2020년 각 게임들의 종목사들은 리그를 위해 731억 3천만원의 비용을 썼지만 2021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e스포츠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방송, 대회 제작 및 운영을 위해 526억 8천만원, 선수/게임단 운영을 위해 192억 원, 기술 및 인력 쪽에 98억 1천만원, 인프라 구축에 21억 9천만원 등 총 838억 8천만원을 집행하며 전년도 대비 약 1백억 원 이상의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e스포츠 운용에 어려움이 있었던 코로나 시기에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렸다는 얘기다.

 

다만 이는 일부 주류 게임사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집중적인 투자에 반해 종목사들의 2021년 매출은 329억 3천만원에 머물러 e스포츠에서의 종목사들의 적자구조가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출 중 대부분은 중계권 매출로 전체 매출의 약 57.7%인 약 190억 원을 기록했으며, 광고료 139억 원, 입장료 3천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선수들을 위한 다양한 시장의 움직임

e스포츠 시장 초기만해도 나이 어린 선수들이 피지컬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구단에 입단해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3년 현재는 프로선수들의 연령을 제한하는 종목도 있고 여러 대학에서 e스포츠 관련 학과를 운영하면서 선수들이 학업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 호남대학교, 전남과학대학교, 조선이공대학교, 대경대학교, 오산대학교, 신구대학교, 국제대학교 등이 e스포츠 관련학과를 운영 중이지만 각 대학 관련학과의 커리큘럼에 대한 보완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스포츠 관련 학과가 증가해 선수들의 학업이 이어지는 것은 좋은 흐름이지만 대부분의 프로선수들의 경력이 약 3년에서 5년으로 짧은 편이고 이들이 은퇴 후에는 인터넷 방송인 혹은 관련 종목의 코칭스태프 등이 아니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다. 따라서 불투명한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고 코칭스태프가 된 프로선수들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만큼 관련학과에서 선수들의 은퇴 후 진로와 관련해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선수 연봉 부분에서도 과거와 비교해 다양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e스포츠 선수들 중에서도 환경이 가장 열악한 아마추어 선수를 대상으로 한 2022년 e스포츠 실태조사를 보면 수입 없음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2021년에 비해 46.1% 감소했고 전체적인 연봉(월 급여)도 52.1% 증가했다.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은 별도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으나 프로선수로 데뷔하기 위한 과정에 있는 선수들도 많아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로선수의 경우는 주 수입인 연봉 외에도 대회 상금과 스트리밍 수입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다.

 

전체 프로선수 중 34% 정도가 2,000~5,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으며 특히 리그 자체를 실제 스포츠 경기처럼 프랜차이즈화 한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2023년 'LCK' 통합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 중 최소 5명에게는 최저 연봉인 6,000만원, 그 외의 선수에게는 'LCK CL(2군 리그)' 최저 연봉 2,000만원 이상 지급 룰이 적용된 상태여서 선수들의 연봉 처우가 일반 스포츠(K리그 기준 신인 최저연봉 2,400만원)와 비슷한 정도로 많이 개선됐다.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의 신호탄이 된 제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e스포츠 국가대표팀은 선수 케어를 위한 여러 준비를 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바로 선수들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였다.

 

대한체육회와 한국e스포츠협회는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들이 함께 숙소 생활을 하면서 식단, 생활리듬 조절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했으며 여기에 낯선 현장에서 경기를 진행할 선수들을 배려해 올림픽 경기장에서 실제 경기장 환경과 비슷하게 세팅하고 현장 적응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선수들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심리적 건강을 책임질 팀 닥터를 고용해 선수들의 컨디션 보호를 위한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는 알다시피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선수들 또한 실제 프로 선수 생활 중 가장 어려운 것으로 신체, 심리 등의 건강 문제를 손꼽았던 만큼 이번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앞으로 다른 e스포츠 리그에서도 선수들의 신체적 케어 뿐만 아니라 심리적 케어의 중요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프로 스포츠화로 전환, 아직까진 갈 길이 멀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가 프로 스포츠가 될 가능성을 보인 기회의 장이기도 했지만 그 한계도 명확하게 보였던 대회이기도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종목은 현지에서 가장 비싼 값에 티켓이 판매되고 경쟁률이 높아 복권처럼 추천제로 판매됐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는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경기장에 방문하는 e스포츠 팬들이 다른 스포츠보다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e스포츠 종목이 다른 스포츠에 비해 아시안게임을 보는 일반 시청자들에게 다소 높은 진입장벽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해설진들 또한 이를 감안해 최대한 일반 대중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려고 노력은 했으나 사전에 알아야 할 지식이 너무 많아 이를 다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여기에 일반 스포츠의 경우 채널을 돌리면서 아주 잠깐 점수 현황판만 보아도 어느 팀이 이기는지가 명확한 반면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한 일부 게임 종목의 경우 점수 현황판과 같은 킬 스코어 점수에서 한 팀이 앞서가더라도 아이템, 오브젝트 관리, 타워 상황 등 내실에 따라 실제 경기 양상과 킬 스코어가 다른 경우가 있고 중계진 또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면에서 e스프츠는 주류 스포츠로의 진입에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잦은 룰 변경으로 인한 선수들의 부담감 증가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프로 스포츠는 스포츠 관련 국제기구 및 국가별 스포츠 기구 등을 중심으로 룰이 변경되고 충분한 테스트와 검증을 거친다. 따라서 새로운 룰의 적용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e스포츠의 경우 종목사에 룰 변경에 대한 권한이 집중돼 있고 이로 인해 룰 변경이 일반 스포츠에 비해 다소 자유로운 편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올해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내 대회인 LCK의 플레이오프 대회 룰을 기존 싱글 엘리미네이션 방식에서 더블 엘리미네이션으로 바꾼다고 공지하고 적용했다. 단 한판의 승부로 생존팀과 탈락팀이 나뉘는 싱글 엘리미네이션 방식과 달리 더블 엘리미네이션은 패자조 경기를 통해 패배팀에게도 한번의 기회가 더 생기기 때문에 전체적인 경기 수가 증가하게 된다.

 

아울러 기존 LCK에서는 정규 시즌 우승팀은 한국 프로야구와 마찬가지로 최종 결승전에 이름을 미리 올리고 토너먼트를 통해 올라오는 마지막 팀과의 승부를 통해 그 해 시즌 우승을 정했지만 바뀐 룰로 인해 플레이오프 1주차부터 경기를 진행해야 했고 상황에 따라서는 최종 결승진출전을 진행한 다음 날 바로 결승전에 참여하는 강행군을 치루게 됐다.

 

물론 이런 바뀐 방식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기존 방식은 결승전에 오른 팀은 체력적으로는 우위에 있지만 스크림만으로 실전 경기 감각 유지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반면 바뀐 룰로 인해 결승전 바로 이전까지도 경기를 치뤄 실전 경기 감각 유지에는 도움이 된다는 선수들의 인터뷰도 있었다.

 

하지만 룰 자체가 갑작스럽게 바뀐 만큼 팀원들 체력 및 스케줄 관리에 구단에서 어려움을 느낀 부분도 있었고 타 스포츠에 비해 혜택이 적다는 외부의 지적도 나온다.

 



또한, 크래프톤은 자사가 진행 중인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대회 '펍지 위클리 시리즈(PWS)'의 방식을 다소 변경했다. 기존보다 경기에 참가하는 팀과 플레이 일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은 PWS가 기존에는 동아시아 대회였지만 이를 국내 대회로 변경하면서 생긴 변화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실제 경기가 줄어들면서 선수들의 역량을 드러낼 무대가 줄었고 경기 및 리그의 경쟁력이 줄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처럼 지금까지의 e스포츠는 룰 변경에 선수나 구단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진행됐으나 종목사의 룰 방향성이 바로 세계 대회의 기준이 되는 만큼 향후에는 종목사들의 룰 변경에 대해 구단과 선수 등 여러 방향의 의견 수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게임에서 승패 우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밸런스 또한 전적으로 종목사 즉 개발사의 의도가 반영이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캐릭터나 장비의 밸런스, 새로운 맵의 등장 또는 기존 맵의 변경 등 게임의 흐름 자체에 큰 영향을 주는 밸런스 조정을 개발팀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나 선수들의  의견을 듣기도 하고 테스트 서버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기는 하지만 전통적 스포츠에 비해 트렌드를 빠르게 바꿔야 하는 게임의 경우 완전히 새로운 메타로 인해 게임 양상이 바뀜에도 월 또는 주 단위로 테스트를 하고 밸런스 패치 등이 진행되기 때문에 선수들의 적응도 그만큼 빨라야 한다.

 

이런 문제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먼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국내 e스포츠 출전 종목 중 유일한 모바일게임이었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원래는 영역을 넓히는 자기장을 피해 다른 사람을 죽이고 그 물건을 가져가 최대한 오래 생존해야 하는 배틀로얄 장르이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국가 간 화합을 해친다는 이유로 사람을 상대로 총을 쏘는 '대인사격' 방식을 금지해 목표물을 쏴 차량의 속도를 높이고 점수를 획득하는 레이싱 클레이사격처럼 룰이 완전히 바뀌었다.

 

물론 게임 자체의 룰이 바뀌었던 만큼 선수들에게 충분한 연습 및 적응 기간이 필요했지만 선수들은 9월까지 진행했던 국내 리그 'PMPS 2023' 시즌 3를 치루느라 실질적인 훈련 기간은 약 한달 정도밖에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마저도 종목사인 크래프톤이 그나마 일정을 조정했기에 이 훈련기간이 생긴 것으로 종목 선정과 방식 변경 이후 선수들에게 변경된 룰에 대한 정보가 다소 촉박하게 전달됐다는 아쉬움이 있다.

 

비슷한 사례는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나타났다. 라이엇 게임즈도 아시안게임에서의 국내 선수들의 참가를 고려해 기존 서머 시즌 일정을 변경해 결승전을 포함해 서머 시즌은 8월 20일에 마무리했고 선수들에게 국가대표팀에게 약 한달이 넘은 연습 기간을 제공했다.

 

문제는 선수들은 서머 시즌 플레이오프부터 결승전까지 13.14패치에서 경기를 진행했으나 9월에 들어서야 아시안게임에서 사용될 리그 오브 레전드 패치 버전이 서머 시즌 정규 리그에서 사용된 13.12라는 것이 밝혀진 것.

 

그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의 클라이언트 패치는 13.16버전으로 즉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해당 버전으로 연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실제 13.12패치는 그 당시 대중에게 퍼졌던 13.16패치는 물론 서머 시즌에서 사용한 13.14패치와도 차이가 일부 있는 버전이었다. 특정 아이템의 효과가 유독 좋았고 이로 인한 밴픽과 아이템 세팅에도 큰 영향이 있었던 패치였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해당 버전을 보유하고 있어 이후 선수들이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해당 버전을 구하지 못해 연습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알려져 이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고 100% 공정한 경기가 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선수들과 게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밸런스 조정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것들이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것은 그 만큼 e스포츠 업계의 준비가 소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서울에 집중된 e스포츠 인프라
여기에 e스포츠 인프라 또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e스포츠 인프라가 서울에 편중됐다는 것이다.

 

많은 일반 스포츠들이 각 지역을 연고지로 두고 지역 사람들도 즐길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과 달리 연고지 개념이 없는 e스포츠의 경우 대부분의 경기장과 선수들의 숙소 등이 대부분 서울에 있기에 지방 팬들이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완전 공개 및 이용자위원회를 설치해 게임사의 확률 정보 조작 등의 불공정 행태 감시,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해소 등의 공약과 함께 e스포츠 또한 프로야구처럼 지역 연고제를 도입해 지역 기반의 아마추어 e스포츠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년층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e스포츠 지역연고제에 관한 실질적인 법률은 지난 2023년 7월 김성원 의원 등이 제출한 '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 현재 위원회 심사를 거치고 있다.

 


 

이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제안이유에 대해 김성원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의원들은 "'스포츠산업 진흥법'에서는 지역에 연고를 둔 프로스포츠를 육성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프로스포츠단 창단에 출자, 출연 또는 사업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통해 지역 기반의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를 참조하여 e스포츠 또한 지역 연고 기반의 전문 e스포츠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내 공공기관이 지역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하여 프로이스포츠단 창단에 출자, 출연하거나 사업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지자체에서 지역연고 프로e스포츠단 사업 추진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면서 지역 연고를 진행하려는 기업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법안 발의 전에도 대전시의 경우 대전하나 CNG와 e스포츠 지역 연고 구단 업무 협약을 체결했으며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비롯해 다양한 e스포츠 종목과 계약을 맺고 2023년 대전이스포츠경기장 등에서 경기를 개최했다.

 



지스타를 포함 다양한 게임 행사를 개최한 부산 또한 과거에는 GC부산팀을 운영한 바 있고 2021년에는 샌드박스와 손을 잡고 부산지역 연고 e스포츠 프로구단 '리브 샌드박스'를 출범했다.

 

여기에 자체 e스포츠 방송 'TEN' 등을 꾸준히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 연말에는 다시 한번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의 일부 경기를 부산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라이엇 게임즈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매해 LCK 서머 시즌의 결승과 팬페스트를 지방에서 진행 지방 팬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임시 방편일 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고 현재 e스포츠 상황이 지역연고제와 맞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상헌 의원은 e스포츠의 지역연고제에 대해 "e스포츠가 기업의 후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고 이미 e스포츠의 지역 연고제를 진행 중인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인구수가 적은 국내 상황에서는 맞지 않다"라며 "지역연고제를 강제로 도입한다면 무늬만 그 지역 연고팀이 탄생해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한국콘텐츠진흥원 또한 e스포츠 정책 연구 보고서에서 리그 출범부터 지역연고제를 기획하지 않은 상황에서 리그를 지역연고제로 전환할 때 팬덤의 반응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지역연고제 도입의 어려움을 밝혔다.

 

또한, e스포츠의 지역연고제는 구단과 종목사 등의 자본에 큰 영향을 받기에 이들의 안정적인 매출이 예상되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힘들것이 사실이다.

 

e스포츠 구단 건전한 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매출 구조 개편 필요
지속적인 e스포츠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매출의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프로 스포츠는 10년이 아니라 20년, 30년을 넘어 오랜 기간 전통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번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가 직접 즐기거나 누군가의 플레이를 볼 수 있게 그 가치를 최대한 보존해 팬들에게 해당 리그가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하지만 e스포츠의 경우 이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e스포츠의 경우 종목사 주최로 대회를 진행하고 있어 종목사가 리그 진행을 중단하거나 후속작 출시 및 게임의 노후화로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면 리그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것.

 

실제로 지난 2018년 12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사전에 국내 프로 구단 및 선수들에게 그 어떠한 언질도 하지 않은 채 운영중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를 폐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는 라이브 유저가 있어야 유지될 수 있는 게임 리그의 숙명이기는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안정적인 리그 유지를 위한 종목사의 고민과 적극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재의 e스포츠의 구조는 종목사와 구단 모두 e스포츠 리그를 통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 프로 스포츠 구단은 연고지에서의 티켓 판매가 구단 수입에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e스포츠 구단의 경우 대부분의 e스포츠 경기에서 판매할 수 있는 티켓이 500장 이하이고 이마저도 종목사가 중점적으로 판매하고 있어 구단 측은 이로 인한 수입을 거의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구단과 종목사는 굿즈 판매나 e스포츠와 연계된 인게임 아이템 판매로 돌파구를 찾고자 하지만 2022년 기준 종목사는 978억 이상 투자했지만 고작 333억 원의 매출을 올려 이 마저도 큰 적자를 내고 있다.

 

연간 예산의 많은 부분을 선수 및 코칭 스태프 연봉으로 쓰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구단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다.

 

현재 e스포츠 구단 중 가장 빠르게 부산과 연고지 체결을 한 리브 샌드박스의 모회사 SBXG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리브 샌드박스의 2022년 영업수익은 약 51억 9천만원이었으며 영업비용은 약 103억 7천만원으로 51억 8천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에도 25억 4천만원 영업수익에 56억 6천만원의 영업비용이 발생한 것을 보면 매해 버는 것에 2배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SBXG의 재무건정성도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SBXG는 2021년에는 자본 총계가 35억 1천만원이었고 부채는 약 110억 2천만원이었지만 그보다 더 악화돼 2022년에는 28억 9천만원의 자본 총계 143억 3천만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SBXG의 경우 e스포츠 구단 운영 외에도 포탈 PC방 운영, '메타토이' NFT 등을 운영하고 있고 보고서에서는 정확한 구단 운영비를 공개한 것은 아니므로 모든 손해가 e스포츠 운영에서 나온다고 확언할 수 없지만 SBXG의 가장 큰 사업이 구단 운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구단 운영 비용으로 발행하는 적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한편, 정확하게 구단운영비를 공개한 기업도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씨에스티원이 지난 4월 11일 공개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T1은 지난 해 약 23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비용은 선수들의 연봉 등에 사용되는 구단운영비 약 183억원을 포함 약 404억원이 발생, 약 166억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나마 2020년에 비해 손실액 규모를 줄였다고는 하나 2년 연속 100억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개최한 'e스포츠 종사자 처우 개선 및 산업 진흥을 위한 간담회'에서 종목사 대표로 자리에 참석한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연봉이 소수의 선수에게 집중된 부분도 있지만 국내 선수들의 연봉 풀 상태가 커진 현재 게임단 예산의 80%가 선수 연봉으로 책정된 상황이기에 장기적으로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선수들의 연봉이 늘어나야 하는 것은 맞기에 규모의 축소보다는 어떻게하면 산업의 규모와 매출을 늘릴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메달 소식은 향후 e스포츠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메달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러 국회의원들이 e스포츠를 지원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또한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에서 e스포츠 상설경기장을 만들고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현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e스포츠 지역 연고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음에도 현재까지 실질적으로 진행된 정책이 없으며, 2024년 콘텐츠 분야 정부 예산에서 e스포츠 육성 예산은 올해보다 4억원이 감소한 67억 4천만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나타나 아직까지 e스포츠에 대한 전폭적인 정부 지원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의 긍정적인 영향력과 효과가 입증된 만큼 향후 e스포츠 업계와 관계자들은 물론 정부도 e스포츠 발전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 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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