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원작의 감성을 제대로 살려 낸 넷마블 야심작 '나 혼자 레벨업 : 어라이즈'

등록일 2024년06월20일 09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성공의 공식'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 기반의 웹툰 IP를 바탕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등의 제작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입소문을 통해 기존 팬층은 물론 새롭게 작품을 접하는 이른바 '뉴비'까지 포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게임 업계에도 인기 웹툰의 IP를 활용한 '게임화'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8일, 넷마블의 신작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이하 나혼렙 어라이즈)'가 출시돼 관심을 모았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된 나혼렙 어라이즈는 원작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글로벌 1500만 유저를 끌어모으며 일찌감치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팬들도 원작이 게임에 얼마나 잘 반영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게임을 즐기고 있어 게임 흥행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읽는 웹툰에서 플레이하는 게임으로, 웹툰의 '게임화'

웹툰 원작을 게임으로 만드는 과정은 간단해 보이지만 굉장히 섬세한 작업을 요구한다. 기본적으로 원작 내용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기본이 돼야 하며 캐릭터의 성격도 원작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 한 마디로 게임 속 등장인물들은 원작 캐릭터와 성격이 같아야 하는 '일치'의 과정이 중요한데 이러한 과정을 소홀히 하면 원작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 몰입감을 주기 힘들고 요즘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잃게 만든다. 모습만 같은 전혀 다른 캐릭터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E급 헌터 시절 성진우

 

나혼렙 어라이즈는 바로 이러한 원작 고증의 과정에서 작은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는 느낌을 충분히 전해줬다. 주인공 '성진우'는 각성 이전 'E급 헌터'와 각성 이후 '그림자 군주' 시절의 경험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고 모습도 변하게 된다.

 

게임의 주 무대이자 이야기의 중심이 그림자 군주 시점에서 전개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분량이 짧은 각성 이전 시점의 이야기 전개에 자칫 소홀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개발진은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달라지고 변화하는 주인공의 서사를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별도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디자인해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철저하게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눈에 띈다.

 

이러한 철저한 고증은 메인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했듯 '게임화'를 진행하면서 생기는 설정 붕괴나 변형으로 인한 상실감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부분이 철저하게 웹툰의 스토리를 따라간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요 등장인물은 물론 주인공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던전과 몬스터가 빠짐없이 구현됐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정적으로 전달되는 웹툰의 한계라고 볼 수 있는 캐릭터 간의 감정 전달이나 화려한 액션씬을 동적인 게임으로 즐기면서 느끼는 재미는 훌륭했다.

 

 


메인 스토리와 연계하여 발생하는 서브 스토리도 눈에 띈다. 서브 스토리는 주인공인 성진우와 함께 활동하는 동료 헌터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데 원작에서 단편적으로만 전해진 동료들의 이야기가 대폭 추가돼 게임의 볼륨을 높였다.

 

서브 스토리는 메인 스토리와 동일한 시점에서 성진우가 아닌 앞서 언급한 동료들의 단편 이야기를 자세하게 보여주는데 하급 헌터 '김상식'의 이야기는 메인 스토리에서 지나가는 대화를 통해 잠깐 언급되는 등 부수적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서브 스토리를 통해 메인 스토리에서 가볍게 넘어갔던 김상식 씨와 아내와의 이야기를 감정 실린 성우 연기와 함께 보다 자세하게 감상할 수 있어 서브 스토리를 진행하는 동안 뛰어난 흡입력을 느낄 수 있었다.

 

넷마블은 원작의 설정과 함께 동료 헌터들의 '캐릭터 성격'을 지키는 것에 집중하며 서브 스토리를 추가했다. 이러한 서브 스토리는 원작 팬들이 웹툰을 읽는 동안 궁금증을 자아냈던 동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게임에 대한 몰입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게임의 주요 시스템 역시 원작을 반영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주인공 성진우는 한 번 능력이 정해지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일반적인 헌터와 다르게 '게임 시스템'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일일 퀘스트를 완료하거나 등장한 게이트를 클리어하면 경험치 등의 보상이 주어지고 레벨업을 통해 다른 헌터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개화시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나혼렙 어라이즈는 이러한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게임에 반영했다. 몬스터를 처치하고 레벨업을 하는 것은 다른 게임과 차별점이 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 원작을 철저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주요 시련을 같은 방식으로 극복하고 함께 레벨업을 하며 전직까지 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주인공 성진우와 동화되는 감성적인 부분을 굉장히 잘 표현했다. 어느덧 나 스스로가 성진우가 된 느낌을 받았을 정도다.

 

 

 

우습게 보면 'GAME OVER' 생각 외로 높은 난이도, '극한 회피'를 적극 활용해야

나혼렙 어라이즈는 본격적인 ARPG인 만큼 게임 전체의 액션씬은 일반적인 수집형 RPG에서 보기 힘든 높은 난이도를 가진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동 사냥'과 같은 적과 아군의 스킬 교환형 일명 '맞다이'는 나혼렙 어라이즈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물론 일반적인 파밍 스테이지에서는 자동 사냥 만으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상대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하고 반격해 쓰러뜨려야 되는데 이 타이밍을 판단하고 공격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게 구성돼 있다.

 

기본적으로 회피를 통해 대다수의 공격을 피할 수 있지만 타임 어택이 있는 만큼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대미지를 넣어야 되는데 이러한 플레이의 체감 난이도를 대폭 상승시키는 것이 '극한 회피'다. 상대의 공격을 완벽한 타이밍에 회피하면 극한 회피 상태에 진입하게 되는데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이른바 '블릿타임' 동안 많은 대미지를 넣을 수 있어 게임 플레이의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이 극한 회피를 가장 잘 사용해야 되는 상대가 '핏빛의 이그리트'다. 원작에서도 각성한 주인공에게 상당한 시련을 안겨주는 만큼 게임 내에서도 초보 유저들에게 이른바 '통곡의 벽'으로 불리며 많은 좌절감을 느끼게 해준다. 나 역시 최선을 다해 극한 회피를 노려봤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더욱이 회피에 재사용 대기시간이 존재하는 만큼 정확한 타이밍이 아니라면 회피 사용에 있어 선택이 중요해지는데 일부 스테이지에서는 기믹적으로 강제로 회피를 유도하는 패턴이 있는 만큼 극한 회피에 익숙해지기 위한 과정은 꽤나 하드코어 하게 느껴졌다. 결국 '절제 있는 회피 사용'이 중요해지는 셈이다.

 

 

 

주인공 '성진우'를 직접 조작, 동료들도 빠질 수 없어

나혼렙 어라이즈는 유저 취향에 맞게 '성진우 파티'와 '헌터 파티'를 조합해 각기 다른 파티를 편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성진우 파티는 성진우를 메인으로 조작하는 동안 파티에 성진우와 함께 헌터를 편성하여 편성한 헌터의 서포트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이어 헌터 파티는 여러 명의 헌터를 하나의 파티에 편성해 직접 헌터를 조작하며 'QTE' 버튼을 눌러 다른 헌터로 캐릭터를 교체하는 동시에 교체한 헌터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성진우 파티는 성진우를 메인으로 조작하는 동안 파티에 편성한 헌터들의 서포트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서포트 스킬을 사용해야 할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면 자동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어 성진우는 그림자 밟기 기술과 함께 상대의 행동 제약 상태(다운·에어본)에 따라 알맞은 타이밍에 버튼을 누르는 QTE 액션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유저는 브레이크 등 효율에 맞게 스킬을 편집할 수 있으며 무기 속성을 고려하여 두 종류의 무기를 착용할 수 있다. 나는 성진우를 플레이하는 동안 '요도 매화'를 사용하여 스타일리시한 스타일과 창을 연속으로 투척하고 도망치는 히트 & 런 방식의 두 가지 스타일로 게임을 플레이했다.

 

 

 

성진우를 메인으로 조작하는 성진우 파티와는 달리 헌터 파티는 유저가 입맛대로 헌터를 파티에 편성해 편성한 헌터를 직접 조작할 수 있다. 헌터마다 각기 다른 고유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킬 특성도 다르기 때문에 유저는 헌터의 스킬 정보와 속성을 살펴보고 최대 시너지 효과를 노려볼 수 있는 파티 편성을 구상해야 한다.

 

비슷한 이유로 기자는 파티의 멤버 순서까지 고려했는데 QTE 스킬을 사용하면 현재 조작하고 있는 캐릭터가 즉시 퇴장하고 다음 순서의 캐릭터가 스킬을 사용하며 공격을 연계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헌터 파티는 보유하고 있는 헌터를 다양하게 플레이하고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 것을 특징으로 삼았다.

 

나혼렙 어라이즈를 플레이하는 동안 성진우 파티에 편성한 헌터를 직접 조작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남았다고 평하고 싶다. 헌터 파티는 호요버스의 '원신'과 같이 특정 헌터를 조작하는 도중 다른 헌터로 하나씩 번갈아 교체할 수 있는데 반면 성진우 파티는 헌터의 서포트 스킬을 사용할 수 있지만 성진우 캐릭터 사용이 강제되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성진우 파티와 헌터 파티를 병합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하나의 파티로 성진우와 헌터를 번갈아 연계하며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더욱 메인 스토리에 몰입하고 유저 편의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나혼렙 어라이즈는 플레이하는 동안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탁월한 액션으로 즐거움이 가득한 게임이었지만, 유저 편의와 요구에 걸맞은,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챕터의 마지막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보스전’은 레벨 제한이 존재하여 추가적으로 경험치 보상을 수급할 수 있는 ‘레벨업’ 콘텐츠 업데이트가 무척 절실했다.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레벨을 달성하기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레벨업을 위해 게이트와 스토리를 클리어하면 경험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날마다 도전할 수 있는 게이트 횟수가 한정적이고 개방돼 있는 서브 스토리와 메인 스토리를 전부 클리어해도 적은 경험치를 준다. 이렇다 보니 메인 스토리와 서브 스토리를 열심히 클리어해도 아쉬움이 컸다. 적어도 챕터를 완벽하게 컴플리트 클리어하면 추가적인 경험치 보상을 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다음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따라 경험치 등의 보상을 주는 활동 지원금을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경험치 부분에 대한 개선이 이뤄진다면 더 쾌적하고 즐겁게 플레이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넷마블이 최근 인터뷰에서 인게임 재화 수급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으니 업데이트를 통한 개선을 기대해 봐야겠다.

 

 

 

나혼렙 어라이즈는 만화를 보는 듯한 카툰 렌더링 그래픽에 웹툰 속 주인공을 게임에 붙여넣기한 듯 놀라운 일치율과 호쾌한 액션이 큰 만족감을 줬다.

 

현란한 액션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게임인 만큼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지금의 장점을 바탕으로 게임을 더욱 개선하여 나간다면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고 원작 웹툰과 같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걸작’ 액션 게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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