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모두가 과거 언젠가는 '라일리'였기에 공감하는 작품 '인사이드 아웃 2'

등록일 2024년06월20일 14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이 기사에는 '인사이드 아웃 2'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사실 영화 업계에서 '형 만한 아우'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편이다. 일부 시리즈 영화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영화들은 후속작에 대한 기획을 하지 않고 제작을 진행한다. 이후 영화가 흥행하게 되어 후속작을 만들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설정 오류가 생기거나 스토리 스케일을 갑작스럽게 키우며 매끄럽지 못한 전개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원작이 성공하면서 속편 결정이 빠르게 난 경우는 다행이지만 속편 제작 결정이 늦게 나는 경우 바뀌는 트렌드까지 반영해야 하는데 단순히 작품 속 소재는 물론 관객들의 취향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이를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이스토리 등을 통해 놀라운 시리즈 후속작들을 선보였던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가 이번에 또 한번 흥행작의 후속작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당초 후속작 제작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제작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후속작인 '인사이드 아웃2'를 9년 만에 세상에 선보인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 2는 전작에서는 초등학생이었지만 이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중학생 라일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 과정 속에서 사춘기, 진학과 우정 사이에서 생긴 감정적인 변화를 전작처럼 감정 본부에 사는 의인화된 감정에 빗대 표현하고 있다.

 

전작과 비교해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총 5개(기쁨, 소심, 슬픔, 까칠, 버럭)였던 감정은 불안, 부럽, 따분, 당황이 더해져 9개로 증가하고 이에 맞춰 컨트롤 패드도 더욱 복잡해졌다. 가족의 비중이 컸던 과거와 달리 가족보다는 마음 속에서 친구의 비중이 커진 상태였다.

 

아울러 여러 기억이 쌓여 “나는 착한 사람이야”라는 자아가 하나의 꽃처럼 감정 컨트롤 본부에 생겼으며 갑작스러운 사춘기로 인해 감정 컨트롤 타워는 풍비박산 났다.

 

9년만에 돌아온 후속작에서 이 시리즈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와 위기를 선보인 인사이드 아웃2의 감상을 정리해보았다.

 


 

감정 컨트롤 타워의 변화
인사이드 아웃은 사람(라일리)의 행동과 감정 변화 등을 기쁨, 소심, 슬픔, 까칠, 버럭이라는 캐릭터로 의인화해 표현한 작품이다. 쉽게 말해 사람이 화를 내는 이유는 버럭이가 감정 컨트롤 패널을 조정해서이며 만약 브로콜리 같이 라일리가 싫어하는 음식은 까칠이가 패널을 조절해 쳐내고 구역질을 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

 

인사이드 아웃은 이사를 오게 된 라일리가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슬퍼하자 기쁨이가 억지로 슬픔이를 억제하며 최대한 기쁜 감정만 느끼게 하려다 생기는 일들을 화려한 영상미와 유쾌한 상황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하지만 전작에서의 모험을 통해 감정 컨트롤 타워의 리더인 기쁨이는 슬픔 또한 라일리에게 필요한 감정임을 깨달았고 하나의 기억일지라도 기쁨과 동시에 슬픔을 느끼는 등 여러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상태였다.

 

그래서였는지 9년 만에 등장한 후속작 인사이드 아웃2에서 감정 컨트롤 타워에 저장된 기억은 이전보다 훨씬 다채로운 색이 가득했다.

 

특히 감정 컨트롤 가장 밑 바닥에는 소중한 기억들이 모여 라일리의 자아 생성에 영향을 주는 공간이 존재했다.

 


 

다만 기쁨이는 그 자아가 최대한 아름답게 생성할 수 있도록 창피하거나 안좋은 기억은 특별한 기계에 담아 저 멀리로 날려 버려 최대한 선한 자아가 생성될 수 있도록 하며 평온한 감정 컨트롤 타워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런 평온한 상태도 어느 날 갑자기 재난경보처럼 시작된 사춘기로 인해 큰 변화가 생겼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것을 표현하 듯 컨트롤 타워는 엉망진창이 됐으며 사소한 것으로도 감정이 널뛰기 하는 사춘기를 표현하 듯 컨트롤 패널은 이전보다 더욱 복잡하게 변했다.

 


 

아이의 성장을 전작에서처럼 이런 식으로 직관적인 비주얼로 표현한 부분은 정말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스러웠다.

 

여기에 새로 생긴 4개의 감정 불안, 부럽, 당황, 따분은 성장하면서 더욱 세심해진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요소가 됐다. 다만 스토리에서 불안이의 행동이 워낙 독보적이어서 부럽이를 제외한 다른 감정들의 활약이 미적지근해 라일리가 성장해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여러 감정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나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작은 외부 요소로 인해 큰 변화가 생긴 감정
우리는 가끔 생각지도 못한 작은 선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별 생각 없이 한 말이 평생의 한으로 남을 정도로 큰 상처를 주는 일들을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인사이드 아웃 2는 본인들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감정 컨트롤 본부는 사춘기라는 거대 폭풍에 휩쓸리고 주요 감정들이 불안이로 인해 쫓겨나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라일리의 자아가 붕괴되는 등 엄청난 위기 상황이지만 실제 라일리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하키 캠프에 참가하는 사소하지만 아주 약간 특별한 경험일 뿐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친한 친구들이 자신과는 다른 학교로 진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경하는 선배가 있는 팀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동경심이 생기기도 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일반적인 장편 영화의 주요 인물이 겪는 일 치고는 무척 사소해 보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라일리 내면에서는 그 아주 사소한 일들로 인해 본인이 좋아했던 것들을 부정하면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기도 하고 감정의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어린 시절 겪었던 이 작은 경험마저도 우리의 인생에는 큰 변화로 다가올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마지막 기쁨이가 라일리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창피하거나 부정적인 기억은 저 편 어딘가로 던지던 것을 멈추고 안좋은 기억 마저도 자아 형성의 공간으로 보내는 것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다만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알겠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너무 작위적인 설정이 많고 극단적으로 전개를 하는 모습이 보였기에 이런 연출적인 부분에서는 전작을 너무 재미있게 본 팬 입장에서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언제나 우리 주변에 존재했던 눈으로 볼 수 있는 수많은 기쁨이와 불안이
인사이드 아웃 2에서 기쁨이와 불안이는 방식은 다르지만 행복하고 밝은 미래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기쁨이는 안좋은 기억을 멀리 보내 밝게 그리고 선량한 자아를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불안이는 선량한 자아를 버리면서까지 미래에 올 안좋은 상황을 모두 예측하고 이를 피하기 위한 여러 행동들을 하게 만든다.

 

이 모든 과정들의 전개가 개인적으로 매끄럽지 못했다는 불만은 있었지만 과거의 라일리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어른의 입장에서 불안이의 저 폭주가 아예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나 자체는 성격이 불안이처럼 저렇게 과도하게 예민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한 친구가 다른 학교로 가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부담감, 새로 사귀는 사람에게 혹시라도 안좋은 인상을 남겨서 외톨이로 지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나름 갖고서 지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

 

그래서 결국 자신이 라일리를 망쳤다고 깨닫고 절망하는 불안이의 모습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니 개인적으로는 기쁨이의 행동과 불안이의 행동들을 보며 부모님의 모습이 생각났다.

 

아이가 언제나 행복하길 바라면서 행동하는 기쁨이, 아주 작은 선택이 미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임을 잘 알기에 최대한 좋은 길을 깔아주고 싶은 불안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네 부모님들의 행동과 흡사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는 지극히 과거에 저런 경험을 해본 어른이기에 할 수 있는 공감이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당사자인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보다는 성인들이 더 공감하는 작품이 될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이 전작보다 낫냐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인 대답을 줄 것 같았다.

 

물론 시리즈의 첫 작품에서 받는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한몫 하지만 연출 방식과 작품을 다 돌아보고 나서 활약이 기억에 남는 캐릭터의 수가 후속작이 훨씬 더 등장인물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첫 작품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과거 그 언젠가 모두가 라일리였을 어른들, 그리고 언젠가는 또 다른 라일리가 될 어린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공감과 함께 아이가 겪었고 겪을 아주 사소한 모든 것들이 결국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향후 이 작품의 후속작을 또 제작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화려한 포장지 속 쌉싸름한 초콜릿 같았던 이 작품의 메시지만큼은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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