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日 애니메이션 거장 카와모리 쇼지 "AI가 사회 바꾸는 것 피할 수 없어, 방향성 깊이 고민해야"

등록일 2024년11월01일 14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마크로스' 시리즈 등 애니메이션은 물론 '아머드 코어', '에이스 컴뱃' 등 게임 개발에도 다수 참여해 국내에도 팬이 많은 일본의 거장 카와모리 쇼지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카와모리 쇼지는 '마크로스' 시리즈의 감독이자 많은 애니메이션, 게임에 메카닉 디자이너로 참여한, 일본을 대표하는 메카닉 디자이너로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2025년 열리는 오사카 간사이 만국박람회에도 초빙되어 자신이 만든 11분 분량의 XR 영상을 전시할 예정이다.

 

카와모리씨는 '마크로스' 시리즈의 판권 문제가 일정 부분 해결되어 해외 상영이 가능해진 2023년,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에 '마크로스 플러스', '마크로스 프론티어' 극장판이 상영되며 부천을 찾아 한국 관객들과 만남을 가진 바 있다.

 

2024년에는 BIAF에서 '마크로스 델타' 극장판이 상영되며 다시 한국을 찾았으며, BIAF 공로상도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한 카와모리 쇼지와 만나 이번에 국내 상영이 이뤄진 '마크로스 델타'에 대해, 게임 개발에 참여한 경험에 대해, 그리고 XR, VR의 가능성, AI 활용에 대한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와 나눈 대화를 옮겨 본다.

 

'시간의 미궁'은 프론티어의 '플래시백', TV 시리즈와 영화는 같은 사건 다룬 다른 창작물로 봐 주기를
이혁진 기자: BIAF 개막식에서 한국 뮤지션 솔라 씨의 공연을 보셨을 텐데, 어떠셨나요
카와모리 쇼지: 엄청난 파워에 놀랐습니다. 상영관의 작은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것인데도 마치 큰 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파워 넘치는 공연이었어요.

 

감독님의 대표작 '마크로스' 시리즈에서는 노래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즐기는 음악은 어떤 장르인가요
카와모리 쇼지: 장르를 가려 듣지 않습니다. 저는 성격이 좀 특이한 인간이라 같은 음악을 다시 듣는 건 못합니다. 그래서 그때 그때, 마치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을 랜덤하게 듣는 식으로 즐기는 것에 가깝겠네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때 그때 좋다 싶은 것을 듣는 식입니다. 한가지 집착하는 부분이 있다면, 역시 기본적으로 라이브, 생 연주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녹음된 음악보다는 그 한번으로 끝나는 것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공연 티켓을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비교적 구하기 쉬운 뮤지컬을 감상하며 음악을 즐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네요.

 

'마크로스' 시리즈의 글로벌 공식 보급이 이뤄진 후 1년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창작자 입장에서 변화를 느끼시나요
카와모리 쇼지: 봐 주시는 분들의 숫자, 폭이 넓어진 것은 틀림없습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다시 상영되게 되어 부천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기쁜 일로 좀 더 많은 분들이 봐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역시 많은 스탭들과 함께 만든 작품인 만큼 다양한 곳에 작품이 전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 BIAF에서 '마크로스 델타' 극장판이 상영됐고, TV 시리즈도 정식 소개가 되어 한국 팬들도 감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처음 '아이돌 그룹'을 등장시켜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카와모리 쇼지: 사실 '마크로스 프론티어'를 만들던 중에 이미 다음 마크로스를 만든다면 그룹을 소재로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제작위원회 등과도 이야기를 했지만 다음 마크로스를 만들 기회가 한 동안 없었죠. 그러던 중에 일본의 아이돌 그룹 AKB48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 기회가 생겨 거기서 아이돌 그룹을 다뤄봤는데, 사실 그 전부터 아이돌 그룹을 소재로 하려는 생각은 있었던 것이죠.

 

그 뒤에 간신히 다음 마크로스를 만들 기회가 와서 프론티어로부터 10년 정도 걸려서 구상을 실현하게 된 느낌입니다.

 

'마크로스 델타' 극장판이 BIAF에서 상영됐는데, TV 시리즈를 보지 못한 팬들에게 극장판과 TV 시리즈의 관계에 대해 설명을 조금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카와모리 쇼지: 마크로스의 경우, 설명하기 조금 어렵습니다만... TV 시리즈도 영화도 실제로 있었던 역사는 별도로 있고, 거기에서 소재를 얻어 만든 것이라는 감각으로 제작한 작품들입니다.

 

역사상 유명인이 나오는 작품이 영화에도 있을 텐데, 나폴레옹이 나오는 영화가 잔뜩 있고 일본이라면 오다 노부나가가 나오는 영화가 잔뜩 있듯이 마크로스 세계의 역사상 에피소드를 TV 시리즈 길이로 표현하면 TV 애니메이션으로, 영화 길이로 표현하면 영화판이 되는 것이죠. 실제 역사를 그린다고 하면, 실제 군대는 조직이나 체계가 너무 복잡하고 사람도 너무 많을 겁니다. 그러니 그 중 몇명을 골라 표현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 시리즈의 대전제입니다.

 

델타의 경우도 TV 시리즈는 TV 시리즈의 분량으로 그렇게 표현한 것이고, 영화는 영화 길이로 표현현 별개의 작품입니다. '격정의 왈큐레'를 보시면 실제 TV 시리즈와는 일부 이야기나 순서가 달라졌을 것입니다. '절대 라이브'는 거의 완전 신작이 되어 있죠. 마크로스 시리즈의 TV 시리즈와 영화의 관계는 마크로스 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조금 특이한 것으로 그 자체가 시리즈의 특징이 되고 있습니다.

 

'마크로스 프론티어 시간의 미궁'도 이번에 한국에 처음 소개됐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사실 '프론티어'의 속편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은 계속 있었습니다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미 보여드린 프론티어의 결말을 넘어서는 것을 보여드리기는 힘들다고 생각해 왔죠. 그런데 '절대 라이브'와 동시 상영을 한다면 단편 정도 길이가 되어도 괜찮겠다, 단편 정도 길이라도 괜찮다면 한번 해 볼까 하게 됐습니다.

 

짧은 분량에 행방불명 상태인 알토, 계속 잠들어 있는 셰릴에 대한 란카의 감정을 정리한다면 가능할 것 같아 제작하게 됐습니다.

 



 

마무리한 작품의 이어지는 이야기는 만들지 않으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의 미궁이 나와 놀란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아시다시피 저는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입니다. 시간의 미궁은 첫 마크로스의 '플래시백'에 가까운 느낌으로 만든 것입니다. 프로토 컬쳐의 신전 등을 표현한 것도 포함해서 마크로스 세계관의 설정도 좀 묘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좋은 기회라고 여겨 시간의 미궁을 만들기로 결정했던 것이죠.

 

오사카 간사이 만국박람회에서 XR 작품 전시, VR 작품 제대로 만들려면 난이도 높아
2025년에 열릴 오사카 간사이 만국박람회에 XR 작품을 전시하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11분 정도 분량의 영상이랄까, 체험입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영화 한편을 본 정도의 경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순환, 식물연쇄를 표현했지만 단순하게 표현하진 않았고, 미크로 세계부터 우주 스케일까지 포함해서 시공을 오며가며 체험하는, 초시공 시어터라고 해도 될 체험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지금까지 없던 초시공 '데칼챠'가가능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메카닉 등은 나오지 않습니다만, 그런 요소가 필요 없을 정도로 돌출된 '데칼챠'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음식을 먹는다'라는 것은 실제로는 생명을 먹는 것이죠. 생선을 먹었다고 쉽게 말하지만, 생선이 평소 생활하는 바다에서 바닷물을 늘 섭취한 생선을 먹는 것은 바닷물을 먹는 것이 됩니다. 그 바닷물은 하늘에서 떨어진 빗방울을 담았으니 하늘을 먹은 것도 됩니다. 태양열을 흡수하는 것은 태양과 합쳐지는 것이죠.

 

정보를 입수할 때,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정보가 들어와 내 뇌와 합쳐져서 마침내 내 생각이 되는 순간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와 합쳐져 내 생각이 되는 크리에이티브한 과정입니다. 실제 창작이란 단순히 내 머리 속에서 갑자기 생겨난 발상이 아니라 합체, 변형을 이뤄 생겨나는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구현한 것이 만국박람회에 전시할 시어터인 것이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평소에는 깨닫지 못합니다, 그저 당연한 것일 겁니다. 그 당연한 것이 사실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카와모리 쇼지의 최신작은 만국박람회 체험상영으로만 즐길 수 있으니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뵈었을 때 게임을 만든다면 VR 시뮬레이터를 만들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납니다. VR 영상을 만들어 보신 소감은 어떤가요
카와모리 쇼지: 몇십년 정도 전 돔 시어터를 처음 봤을 때부터 영상을 보여준다면 역시 이거다, 내가 한다면 저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평면에서도 드라마라면 집중할 수 있으니 드라마 중심 작품을 보여주는 것은 가능합니다만, 체험이 중심이 된다면 역시 최소한 돔, 가능하다면 360도 화면에 공간을 제대로 묘사할 수 없다면 제가 정말 표현하고 싶은 것은 구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VR 체험 콘텐츠 개발에도 관여했는데 이번에는 만박 스테이지를 얻었으니까요. 완전한 XR, 기기를 뒤집어 쓰고 혼자서 다른 세상을 체험하는 것이 아닌, 그 현장에 와 있는 사람들도 모두 보이는 가상 세계와 현실을 오가며 체험하는 이제까지 없던 것을 만들었습니다.

 

만국박람회 회장에 오지 않고는 절대 체험할 수 없는 것으로, 단순히 VR로 감상해서는 원래 체험의 반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경험해야 하는 체험이 되어 있으니 오사카 간사이 만국박람회에 꼭 와서 경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 VR 게이밍은 꽤 각광받았지만 근래에는 힘을 잃은 느낌입니다
카와모리 쇼지: VR 작품을 제대로 만들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어중간한 것은 '이것은 VR이 아니라도 되잖아'라는 반응이 나와버립니다. VR 작품을 보는 것이 피곤하기도 하고요. 오랫동안 즐겨야 하는 일반적인 길이의 게임이라면 VR로 구현하기 어려운 게 맞습니다. 체험 시뮬레이터를 짧은 시간 즐기는 것이 맞아 보입니다. 사실 그런 쪽이 제 취향이기도 하고, 그런 것이라면 하고 싶고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만국박람회에 출품한 작품도 11분 정도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도전한 것입니다.

 

VR 작품을 실제 만들어 보고 느낀 것이, 저는 VR 멀미를 안 하는 사람이지만 멀미를 느끼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 부분의 어려움도 있는 것이죠.

 

여담으로 마크로스에서도 라이브 신에 VR을 적용해 만들어 보고 싶고, 라이브 신의 VR 연출이라면 제가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도 있습니다만, 허락해 주지 않네요.(웃음)

 

예산 제한이 없다면 어떤 것을 만들어 보고 싶으신가요
카와모리 쇼지: 예산 제한이 없다면 하고싶은 것을 다 하고 싶고, XR 영화를 기획한다면 수십분 분량의 작품도 만들 수 있겠네요. 하지만 창작이란 그런 것이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제약이 10개 정도는 걸려 있는 상태에서 만들고 있는 셈인데, 그런 제약 하에서 연구하고 고민해서 메카 디자인도 하고 제약이 있기에 이야기를 제대로 만들어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좋은 이야기를 짜 내게 되는 것이니까요. 제약이 없다면 그저 화려한 영상만 추구해서 잘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밸런스가 어려운 부분이겠죠.

 

'마크로스 플러스'에서 제약이 있는 환경에서 어떻게 멋지게, 좋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로 버츄얼 아이돌을 생각해냈던 것이고... 이것저것 조립을 잘 해서 좋은 작품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제약이 없다는 것이 그저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고, 그런 제약을 적으로 삼을까 아군으로 삼을까에서 승부가 되는 것 아닐까 싶네요.

 

평소에는 제약이 있다가, '여기가 승부처다' 싶은 부분에서는 제약이 없어진다면 가장 좋은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여기는 하나 더 넣고 싶다,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확실히 있으니까요.

 

최근 게임 제작에 AI 사용이 늘고 있고, AI로 만든 결과물을 게임에 도입하는 것에 대한 찬반 논의도 있습니다. 창작자 입장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카와모리 쇼지: AI 사용에 대해 세계 전체의 흐름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로서는 편리하다면 사용하고 사용한 결과가 별로 좋지 않다면 쓰지 않는다는 단순한 입장입니다. AI를 사용한 결과가 재미있다면 쓰겠지만 재미없다, 써도 의미가 없다면 쓰지 않을 것입니다. 게임에서는 쓰임새가 많을 것 같으니 꽤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AI로 인해 사회가 바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으면 인간 사회가 시련을 겪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마크로스 시리즈에도 AI가 등장하곤 했는데, 좋은 면도 있지만 무서운 부분도 있는 것이 AI입니다. 

 

많은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좋으냐 나쁘냐가 아니라 그렇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라, 그 뒤에도 사회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지금 우리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감정은 인간에게만 가능한 것으로 AI가 감정을 가진 척은 할 수 있어도 실제 가질 수 있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AI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더 따져봐야 하지 않나 싶고,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마크로스 라이브 공연 하고파
'아머드코어' 시리즈 초기 개발에 참여하신 이야기를 좀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프로젝트의 시작, 기획이 시작되던 시점부터 참가했습니다. 원래 게임사에서 받은 요청은 파츠를 바꿔가며 다양한 형태로 조립 가능한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죠. 초기 단계에서는 주인공이 로봇을 타고 날아간 후 내려서 적 기지에 들어가 총격전을 벌이는 스타일의 게임이었습니다. 이런 디자인으로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었죠.

 

사실 아머드코어 첫 작품은 플레이스테이션이 나오기 전 기획이 시작된 타이틀로, 3D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는 전제 하에 파츠를 교환하는 로봇을 기획한 것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같은 생각을 하는 개발사가 많을 것 같았고, 파츠를 바꾸는 식으로 만들어서는 메카의 아이덴티티를 지킬 수 없다고 주장해 '콕피트'이자 '엔진'이자 '핵'이 되는 코어를 먼저 만들고, 그 코어 디자인만으로 성립하는 게임으로 해서, 코어에 파츠를 붙이는 식으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제안을 게임사에서도 마음에 들어해서 최종적으로 '아머드코어'가 된 느낌입니다. 당시에는 캐릭터를 뒤에서 바라보는 시점의 게임이 많았고 '아머드코어' 역시 그런 스타일이니 뒤에서 봐도 아이덴티티가 분명히 보이고 멋져 보이도록, 언제나 그 부분은 확실히 신경써서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최신작인 6편에도 물론 참여했고, 제 장기를 살려 변형하는 보스와 조금 변형하는 보스, 2체의 보스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머드코어' 자체가 코어가 디자인이고 그 다음은 스타일링이라, 제가 디자인한 코어의 스타일링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문제가 없죠. 새로운 코어 디자인이 들어가야 하면 제가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되어 있습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메카닉 디자인 작업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카와모리 쇼지: 최근에는 차이가 줄어들었지만 초반, 플레이스테이션2 정도 시점에서는 게임 쪽이 폴리곤 수가 확실히 많아져서 게임 쪽 오더는 디테일이 자세한 디자인을 요구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폴리곤이 많아지고 디테일이 자세하면 일견 멋져 보이지만 캐릭터성이 약해지는 면이 있죠. 어떻게 프로포션을 강하게 표현하지 않으면서 개성을 부여할까 연구를 많이 해야 했습니다.

 

반대로 애니메이션의 경우 손으로 그리던 시절이라 선의 수 등 제한이 많아 제약 하에서 어떻게 볼륨 있게 만들까, 심플하지만 강한 개성의 캐릭터를 보여줄까를 고민해야 했죠. 힘든 환경이었지만 거기에서 단련되어 더 나아간 것을 만들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근래에는 그림 실력이 매우 뛰어난 분이 많고 그림 실력은 기본 전제가 되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림은 굉장히 잘 그리는데 캐릭터가 약한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림 실력으로 어떻게든 커버가 되는 면도 있지만, 그림이 달라도 캐릭터성, 개성이 크게 바뀌지 않는 느낌도 들고요. 과거 환경과 현재 환경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아쿠에리온' 신작이 발표됐는데 신작에도 참여하시나요
카와모리 쇼지: 아쿠에리온에 대해서는 메카 디자인을 처음부터 하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려 최근에는 장난감 단가도 너무 올라 새로운 변형 메카를 만들 예산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공들여 합체, 변형 메카 디자인을 해도 장난감으로 구현되기 힘든 상황이지만 어레인지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이번에는 기존 메카를 어레인지한 형태가 되어 있습니다.

 

시나리오 미팅에 나가 어드바이스는 하고 있습니다만, 감독이 결정하는 형태로 하고 있고요. 작품의 메인 콘셉트가 '감정의 결락'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고, 그런 결락을 메꾸기 위해 합체한다는 기본 콘셉트는 제대로 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하는 마크로스 라이브 공연이 늘 부러웠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라이브를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카와모리 쇼지: 저도 정말 하고 싶네요. 한국에서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공연장을 영상으로 메꾸고 그런 환경에서 공연을 하면 엄청나게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이번에 한국에 와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다녀왔는데요.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위쪽과 옆쪽에서 마크로스 영상을 비추고 공연을 한다면 끝내줄 겁니다. 일본에서도 엄청나게 보러 오지 않을까요. 공연을 위한 영상을 만들려면 힘들 것 같긴 하지만 그런 공간에서 내보내고 공연을 한다면 굉장한 공연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 마크로스 공연을 한다면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990년대 오락실에서 많이 즐겼던 '마크로스' 슈팅게임 복각판이 12월에 나온다고 해 반가웠습니다만, 기억하시나요

카와모리 감독: 제가 '마크로스' 게임 개발에 직접 관여한 것은 세가 새턴 시절 정도까지이고 그 후에는 감수 정도로만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2월에 나온다는 것이... 신작이 아니로 예전 아케이드 게임이라고요. 지금 처음 들었습니다.

 

아케이드 게임은 젊은 시절 많이 즐겼습니다만, 지금은 졸업한 지가 꽤 오래 됐습니다. 제가 아케이드 게임을 하러 가면 대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나 전투기 관련 게임을 주로 했고, 그 해에 표시되는 랭킹 10위 내에 들지 못하면 실패라는 생각에 열심히 플레이해 늘 순위에 들 정도로 했었죠.

 

그런데 신작이 나왔는데, 랭킹에 못 들어가는 순간이 왔고 '내 시대가 끝났다'는 생각에 아케이드 게임을 은퇴하게 됐습니다.

 

(기자 주: 위에 언급된 아케이드 게임 복각판은 일본에 발매되는 것으로, 한국 발매 예정은 없다)

 



 

마지막으로 BIAF에서 상영된 '마크로스 델타'와 '마크로스 제로 리마스터'에 대해 한국 애니메이션 팬들을 위해 추천사를 남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카와모리 감독: '마크로스 제로' 리마스터판은 디테일을 뭉개지 않으면서 보기 좋도록 리마스터가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마크로스 델타 절대 라이브'를 포함해 마크로스 시리즈를 아직 보지 않은 분이라면, '마크로스' 시리즈는 노래와 전투, 연애를 포함한 드라마까지 세가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서 만들어지는, 다른 작품에는 없는 스타일이니 꼭 한번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노래와 아이돌은 좋아하지만 전투나 메카닉은 별로라는 분이나 메카는 좋지만 아이돌은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고 해도 그런 요소가 다 얽혀서 화학변화가 일어나 다른 데에는 없는 '데칼챠' 체험이 가능할 것입니다. 꼭 봐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작품을 편식하던 분들도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라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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