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게임이 아니면 흥행을 보장하기 어려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스스로를 시장의 괴짜로 부르며 과감히 카카오톡 게임을 포기하고 자력 흥행의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등장했다.
바로 신생 개발사인 ‘바이닐랩’이다. 지난 2013년 1월에 회사를 설립, 1년여 만에 처녀작 ‘라디오해머’를 출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은 부분유료화 수익모델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요즘 과감하게 유료 패키지 수익모델을 선택, 전 세계 유료 앱마켓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며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를 조금씩 써내려가고 있다.
바이닐랩을 이끌고 나동현 대표는 게임전문 기자로 게임계에 입문한 잔뼈 굵은 개발자다. 위메이드, 게임하이, 이야소프트, 라이언게임즈의 개발이사 등을 역임하며 내공을 쌓은 그는 ‘라디오헤머’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스타트업 개발사의 애절함, 몸으로 배웠다"
나 대표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자금 문제’를 꼽았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개발사들이 자금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자신도 그대로 느꼈다고 밝힌 나 대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이 부족해 고민하던 자신을 보고 장인어른이 어렵게 사업자금을 마련해 주신 사연을 이야기 하며 스스로를 “주변에 나쁜 짓만 하면서 회사를 꾸려오고 있다”고 말한다.
2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바이닐랩’은 어느덧 뜻을 같이한 8명의 동료들이 있는 어엿한 개발사가 됐다. 나 대표는 설립 이후 1년 365일 중 300일 가량을 매일 14시간씩 강행군 했다며, 직원들이 거의 무급과 다름없는 급여를 받으면서(일정 기간은 무급으로 일하기도 했다)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세 카카오톡, 고민은 했지만 ‘라디오해머’의 게임성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부분 유료화 수익모델이 모바일게임 사업의 중심이 되면서 많은 게임들이 부분 유료화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출시됐다.
‘카카오톡 게임하기’ 플랫폼은 이러한 시스템을 가장 극대화 할 수 있는 창구였고 나 대표 역시 지난해 회사를 설립했을 당시만 해도 “‘카카오톡’에 붙지 않으면 게임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죽는다”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다고. 실제로 개발이 한참이던 지난 9월 기존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투자사를 찾으며 카카오톡 부분유료화에 맞춰 게임시스템을 적용해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건 우리가 생각하는 ‘라디오해머’가 아니네”
‘카카오톡’에 맞춘 시스템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하며 나 대표가 얻은 결론이었다. 회사의 운영에 있어 최종 결정은 자신이 하지만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전 직원들과 의논을 한다는 나 대표는 결국 오랜 회의 끝에 게임의 고유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 유료 패키지 판매를 결정했다. 무엇보다도 돈이 절실했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그들은 당시 프로토타입의 게임을 보고 계약 요청을 했던 사업자에게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고 모든 소셜 기능을 삭제한 자신들 만의 게임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소수의 5%가 아닌 95%를 위한 게임 만들어 나갈 것"
유료 패키지로 판매를 결정한 그들의 결정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나 대표는 "부분 유료화 매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상위 5%의 유저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에서 스타트업 개발사가 기존의 확실한 저변을 가지고 있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을 상대로 우위에 서기는 상당히 힘들다"며 다른 수익모델을 찾아야 하는 ‘모험’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만들어내는 게임에 개발사 고유의 ‘색’을 입히는 작업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 대표는 향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독특한 아이디어만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아직까지 플랫폼 기반의 무료 게임이 확산되지 않은 해외에서 ‘라디오헤머’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라디오해머'는 출시 2일 만에 국내 앱스토어 아케이드 게임 1위, 음악게임 2위, 유료게임 2위를 달성했으며 구글 플레이에서도 신규 유료 게임 2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게임만 만드는 개발사는 지양, 다양한 시도를 지켜봐달라"
바이닐랩의 구성원들은 독특하다. 개발자들이 전부인 대부분의 개발사들과는 다르게 프리랜서 공연 기획 및 연출자, 인디 밴드, 소설가, 미술관 큐레이팅 및 아트 디렉터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여 숨 쉬고 있다.
‘라디오헤머’를 공개하며 잠깐 동안의 숨고르기에 들어간 그들은 게임의 대규모 업데이트와 함께 OST 발매 계획도 준비 중이다. 게임 내 삽입된 삽입곡 ‘Oriental Girl’을 기반으로 전문보컬이 참여한 디지털 싱글 앨범을 준비 중이며 이와 같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여 게임이 단지 게임에 머무르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게임마다 사이드 스토리가 담긴 별도의 e북 앱도 함께 제공해 콘텐츠 간 시너지 창출을 목표로 바쁜 한해를 보낼 예정이다.
OST, e북과 함께 올해 선보일 차기작 ‘런어웨이즈’를 개발 중인 바이닐랩은 자신들이 출시하는 게임의 이야기와 콘텐츠를 하나로 합치는 이른바 ‘바이닐 유니버스’를 준비 중이다. ‘라디오 헤머’에 등장하는 ‘슈퍼DJ’들은 일종의 외전 이야기로 단계적으로 Web, STEAM, PSN, id@Xbox로의 진출을 통해 완성된 형태의 ‘바이닐 유니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끝으로 나 대표는 자신과 같이 스타트업 개발사를 꿈꾸는 개발자들에게 조언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떠한 방식만을 고집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의 상황, 환경을 계속 지켜보고 독특하고 변태(變態)적인 게임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모여 게임에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 하는 유저들이 게임을 사서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이자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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