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레이지 너마저...
1월 14일 메탈레이지가 메카닉 징크스를 넘지 못하고 사라졌다. 여기서 메카닉 징크스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메카닉을 소재로 한 게임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빗댄 용어이다.
*징크스(jinx). 재수 없는 일 또는 불길한 징조의 사람이나 물건. ‘불길한 일’, ‘액(厄)’, ‘재수 없는 일’로 순화. 으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악운으로 여겨지는 것.
연간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이 출시되고 있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메카닉 게임의 출시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유독 메카닉 게임은 시도에 그칠 뿐 성공하지 못하고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게임포커스는 국내에서 메카닉 게임의 현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메카닉(Mechanic)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기계의, 기계로 작동되는, 기계와 관련된 뜻을 가지고 있다. 풀이하자면 기계로 이루어진 물체 내지 사물을 말한다. 흔히 쓰는 '메카'는 Mechanic이라는 단어를 일본에서 줄여 쓰기 시작하면서 '메카물'로 통칭되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기계'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특히 게임의 소재로 등장하는 메카닉은 생물체가 아닌 로봇, 탱크, 비행기 등처럼 기계로 이루어진 물체를 비 생물체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유래된 메카닉 게임은 생물체(사람, 동물)을 제외한 기계 내지 기계화된 물체를 조정하여 게임을 진행하는 장르로 굳어졌다.
메카닉에 열광하는 이유
대부분 사내아이들은 어렸을 때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영화를 보면서 '로봇의 조종사로 나쁜 로봇과 싸워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다. 이러한 상상은 현실로 이어질 수 없어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수단을 찾는다.
그 중에서 확실한 대리만족은 게임이다. 게임에서는 커스텀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기능과 모양으로 꾸밀 수 있으며, A.I나 유저들과 대결을 펼치면서 강함을 뽐낼 수 있다. 이렇듯 메카닉 게임은 상상에만 그쳤던 일을 대리만족할 수 있는 확실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상상이 메카닉 게임이 등장했을 때 열광하는 이유다.
메카닉 게임의 전성기는 있었다
2005년에만 메카닉을 소재로 한 온라인 게임이 봇물 터지듯이 등장했다. 그래서 게임업계에서 2005년을 메카닉 게임의 전성시대라고 부른다.
2005년 2월 로보티어(감마니아 온라인)를 필두로 ATC 온라인(노리아), 바우트(NHN), 악시온(카마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엑스틸(NC소프트), S4(심영수 연구소)까지 다양한 메카닉 게임이 등장했다. SD에서 리얼 타입의 기체가 등장했으며, '메카닉=어렵다'라는 공식을 깨고자 조작의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자체 기획한 기체는 인지도가 낮아 주목을 받지 못했고, 공식을 깨려는 시도는 손맛도 살리지 못했다. 이러한 부진은 '메카닉=어렵다'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게임들의 재미와 괴리감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 메카닉 게임의 명작이라 불리는 아머드코어와 맥워리어 그리고 건담 시리즈는 이들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메카닉 과연 징크스인가
어렸을 때 동경하던 로봇을 게임으로 만났던 2005년은 확실한 전성기였다. 그러나 2011년은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ATC 온라인은 제로기어스로 등장했지만 반응이 미약하고, 스틸독은 매니아와 대중화의 갈림길에서 4년 동안 정체성을 헤매고 있다. 엑스틸을 따라 메탈레이지도 서비스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결국 국내 메카닉 게임은 'SD건담 캡슐 파이터'를 제외하고 모두 가동을 멈춘 셈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징크스라 보기 어려운 몇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 기획력의 부재와 부실한 스토리다.
SD건담 캡슐 파이터가 게임의 재미를 논외로 하더라도 살아남은 이유는 스토리다. 1979년 TV 시리즈로 시작한 건담은 애니메이션으로 기본으로 제작되어 확실한 스토리가 있었다. 여기에 다양한 기체가 등장하는 전투는 '나도 전장의 지배자가 되어보고 싶다'는 열망을 자극했다. 이러한 열망은 애니메이션의 성공과 더불어 건담을 소재로 한 게임의 성공 또한 가져오게 했다.
그러나 국내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내에서 제작된 메카닉 애니메이션은 찾아볼 수 없으며, 설령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인지도에서 밀려 거들떠보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것이 소재의 부재로 이어진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높아진 유저들의 시선을 따라가지 못했으며, 신작이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자체 기획한 캐릭터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따라서 스토리 없이 무조건 싸우는 것만을 강조했던 것이 화근이 됐으며, 게임을 하는 목적조차 없어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둘째, 조작의 어려움만을 호소한다.
메카닉 게임을 논할 때 항상 등장하는 하소연이 조작이 어렵다는 것이다. 게임의 설정 상 키보드 자판을 모두 활용할 정도로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는 게임이 있는 반면에 최소한의 키를 사용하여 조작하는 게임도 많다. 전자는 극단적인 예이며, 후자는 최근에 등장한 온라인 메카닉 게임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후자인 경우에도 일반적인 캐주얼 게임에 비해 조작에 필요한 키가 많다는 점이 초보자들은 어려워한다. 전용 콘트롤러가 따로 출시되지 않는 한 조작의 어려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전용 콘트롤러가 있으면 게임의 부가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조작이 어렵다는 단점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초보자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은 온라인 게임의 생명도 급격히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전에 등장했던 게임들이 조작의 간소화를 강조했지만, 이조차도 서비스 종료로 이어진 것을 보면 전적으로 '조작의 어려움'이 게임의 부진은 아니었다.
결국 다른 곳에서 문제점을 찾았어야 했음에도 "메카닉=어렵다"라는 공식만을 강조한 것은 모순에 불과하다.
셋째, 메카닉의 맛을 살릴 수 없었다.
흔히 메카닉하면 메탈의 차가운 이미지, 광택제를 바른 표면의 광, 화려하지 않지만 세련미가 풍기는 장식을 떠올린다. 그러나 지금까지 등장했던 메카닉 게임들 중에서 이러한 느낌을 살린 것은 엑스틸에 불과했다. 아머드코어의 '나만의 기체' 시스템을 벤치마킹, 적어도 캐시 아이템에 의해 무너지기 전까지 후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FPS나 TPS의 액션 게임, 대전 격투와 비행 슈팅 장르와 결합을 시도했지만 결과를 신통치 않았다. 색다른 소재의 게임이라는 평가만 있었을 뿐, 기존 게임들과 차별성을 보여주기엔 약했다. 여기에 부분 유료화를 채택, 나만의 기체가 아닌 '나도 너도 다 같은 기체'라는 몰개성화가 커스텀 시스템의 취지를 없애버렸다.
징크스를 논하기 전에 고찰부터
메카닉 게임의 부진 이유를 '매니아만 즐긴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쉽게 만들어서 다른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까지 흡수해보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이전 메카닉 게임들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참패한 것을 망각하고,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메카닉 게임의 특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수익성'으로만 게임을 개발하는 구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에 서비스를 종료한 '코즈믹 브레이크'다. '메카닉 게임의 유저 층은 얇다'는 악조건은 동정표를 얻기 위한 전략이었을 뿐 메카닉을 가장한 겟앰프드라는 것이 조기 서비스 종료라는 참극을 초래했다.
메카닉 게임의 부진을 메카닉이기 때문에 징크스로 몰아가는 것은 제대로 된 답이 아니다. 그 이전에 소재와 장르 그리고 재미에 대한 고찰부터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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