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라게임즈(인트라링스)를 통해 과거 '어쌔신크리드', '어둠속에 나홀로' 같은 굵직한 타이틀이 자막을 넘어 한국어 음성 더빙 버전으로 나왔던 것을 기억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콘솔게임 전문 퍼블리셔인 인트라게임즈는 이른 시기부터 게임 현지화에 힘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지화 노력 면에서 가장 저평가된 회사다.
최근 몇 년간 인트라게임즈는 게이머들이 현지화를 바라던 몇몇 타이틀의 한국어화에 실패하며 유저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묵묵히 노력을 기울인 끝에 2013년부터 2014년에 걸쳐 많은 타이틀을 한글 자막 버전으로 출시해 말보다 행동으로 이미지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2014년에도 '와치독스', '어쌔신크리드4' 등 굵직한 대작에 '바운드 바이 플레임' 등 중소 개발사 타이틀의 한국어 자막 버전 소개에도 힘을 쏟았다. 2014년 4분기에도 '어쌔신크리드 유니티', '파크라이4' 등 대작 타이틀은 물론 어드벤처 게임 '셜록 홈즈: 크라임&퍼니시먼트', 농업 시뮬레이션 게임 '파밍 시뮬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한국어 버전으로 선보이려 준비 중이다.
인트라게임즈는 공개된 타이틀 외에도 세계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장르의 타이틀을 국내 게이머들에게 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이 때문에 국내 콘솔게임 퍼블리셔 중 한국어 콘솔 타이틀을 가장 많이 내놓는 퍼블리셔로 등극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인트라게임즈 게임사업본부 이희섭 상무
게임포커스는 게임 타이틀의 한국어화 출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트라게임즈 게임사업본부 이희섭 상무를 만나 한국어 버전 출시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와 함께 한국 게임시장에 대한 전망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게임포커스: 인트라게임즈라는 회사를 잘 모르는 게이머도 많을 것 같다. 먼저 회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희섭 상무: 인트라링스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계실 분도 많을 겁니다. 인트라링스라는 이름으로 10년 정도 운영하다 인트라게임즈라는 법인을 설립해 운영한 지는 3년 정도 됐습니다. 활동 영역을 더 넓히기 위해 새로운 회사를 출범한 것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결과는 이제까지 한국에 게임이 소개되지 않던 새로운 개발사, 퍼블리셔들의 좋은 게임들이 속속 소개되며 피부로 느끼시리라 믿습니다.
게임포커스: 꾸준한 한국어화 노력으로 이미지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어떻게 느끼나?
이희섭 상무: 조금씩 좋아지는 것은 느끼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많은 유저들의 따가운 시선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지가 좋아진 데에는 아마 한국어화 타이틀이 늘어난 게 영향을 줬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많은 타이틀을 현지화 작업을 거쳐 발매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니 믿고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유저들이 '이건 한국어화가 안 되겠지'라고 생각하실 법한 그런 타이틀들에 대해서도 2~3년 전부터 준비해서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라인업을 계속 늘려 가고 그러면서 한국어화 타이틀도 늘어날 겁니다. 그런 과정에서 유저들의 오해도 좀 풀리고 이미지가 개선된다면 유저 여러분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게임포커스: 진짜로 작년부터 라인업이 늘어난 느낌을 받는다. 올해는 더 늘어난 것 같다. 실제로는 어떤가?
이희섭 상무: 라인업이 늘어나고 있는 건 맞습니다. 그 첫번째 요인은 저희의 주요 협력사인 유비소프트와 반다이남코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게임이 늘어난 것 덕분입니다. 유비소프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출시 타이틀을 늘렸고, 반다이남코게임즈 역시 중소 개발사가 만든 게임들에 대해 퍼블리싱을 강화하면서 그들과 협력하는 저희의 라인업이 늘어난 면이 있습니다.
두번째로 인트라게임즈 자체로도 해외 개발사들과 접촉하면서 라인업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이미 플레이스테이션3 버전을 출시한 '바운드 바이 플레임'이나 추후 발매될 '파밍 시뮬레이터' 등은 국내에 정식 소개되지 않던 퍼블리셔의 타이틀입니다. 꾸준한 접촉과 노력 끝에 한국 게이머들에게 전해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정말 오랜만의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쳐 장르 한국어 타이틀이 될 '셜록 홈즈: 크라임&퍼니시먼트'처럼 장르 다변화에도 힘을 기울였습니다. 앞으로 계속 발표될 저희 라인업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게임포커스: 10여년 동안 게임을 출시해 오면서 기억에 남는 타이틀이 많으실 것 같다. 특별히 기억에 남은 타이틀로는 어떤 게 있나?
이희섭 상무: 역시 어쌔신크리드 시리즈가 가장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1편을 발매할 당시 새로운 프랜차이즈가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하던 목소리가 컸는데 다행히 성공을 거두고 꾸준히 사랑받는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인트라게임즈에게는 효자 시리즈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역시 효자 시리즈인 락스미스 시리즈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둬준 시리즈로 저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가는 시리즈입니다. 다른 타이틀과 달리 PC 버전의 인기가 좋았던 점도 인상에 남아 있습니다.
게임포커스: 그렇다면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쉬움을 남긴 작품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이희섭 상무: 좀 많네요.(웃음)
한국어화를 어렵게 진행했는데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게임들이 특히 아쉽습니다. '마인과 잃어버린 왕국', '어쌔신 크리드 리버레이션', '아머드 코어' 같은 타이틀, 최근에는 '스플린터셸: 블랙리스트'도 있었죠. 정말 노력을 많이 기울인 타이틀들이라 아쉬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인상적이었던 타이틀로 언급했지만 어쌔신크리드 첫 작품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아시다시피 어쌔신크리드는 한국어 더빙까지 해 출시한 타이틀입니다. 야심차게 더빙을 했는데 원래 음성을 원하는 유저도 많았고, 더빙도 기대했던 퀄리티가 안 나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결국 그 뒤로는 게임 더빙판 출시에는 다시 도전을 못 하고 있습니다. 한국 게이머들은 자막 한국어화에 원래 음성을 원하는 비중이 더 큰 것 같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게임포커스: 게이머 중에는 현지화 작업이 간단할 거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로컬 작업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나?
이희섭 상무: 현지화 작업이 그냥 쉽게 된다면 당연히 모든 타이틀을 현지화 과정을 거쳐 발매했을 겁니다.
일단 개발사에서 로컬 버전 개발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게 개발에 나서게 하려면 어느 정도 국내 판매량이 보장이 되어야 합니다. 아쉽게도 현재 국내 시장 규모와 해외 개발사들의 기대치 사이에 갭이 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비용 측면에서는 번역비와 인건비도 만만치 않고, 라이선스도 걸림돌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일본산 타이틀 중 원피스와 나루토 같은 유명 IP를 기반으로 하는 것들은 원작자, 커머셜, 개발자, 방송국 등 매우 세세하게 분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어렵습니다.
이 부분을 완화하기 위해 2~3년 전부터 꾸준히 설득하고 한국시장의 가능성을 인식시키는 작업을 병행해 왔습니다. 외국 개발사들에게 저희 역량과 경험을 보여주기 위해 라인업을 꾸준히 늘렸고,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점점 성과가 나오게 되었죠.
전 직원이 일치단결해 한국어화를 추진했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한국어화를 해서 이익을 본 경우보다 손실을 본 경험이 많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한국 게임시장의 미래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해 보려 합니다.
게임포커스: 일부 게이머들의 "왜 대작 타이틀보다 비교적 작은 타이틀의 한국어화가 더 자주 되느냐"는 불평도 있다.
이희섭 상무: 그 부분도 잘 알고 있습니다. 외국 타이틀의 수입 시 타이틀 선정이 참 어렵습니다. AAA급 타이틀은 개발사의 기대치와 국내 판매량 사이에 갭이 너무 커서 어려움이 배가됩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타이틀은 수월한 편이지만 한국어화를 하면 하는 대로 이런 걸 왜 하느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실제 판매량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크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모든 타이틀을 한국어화 출시하고 싶습니다. 성적과 관계없이 가능하면 다 한국어 버전을 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난관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작은 타이틀을 계속 한국어화 발매하는 것은 그렇게 낸 타이틀 중 좋은 성적을 내주는 게임이 나오면 다른 타이틀, 대작 타이틀의 한국어화 협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런 노력을 쌓아나가면 점점 더 많은 타이틀을 현지화할 수 있게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게임포커스: 개발사를 설득하고 비용을 들이고, 계획했던 것보다 많은 수량을 만드는 부담까지 지면서 한국어화에 계속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희섭 상무: 말씀하신대로 비용도 부담이 되고 리스크가 큰 것이 한국어화입니다. 저희 말고도 업계에서 로컬 버전을 내는 회사들은 모두 손해볼 것을 감수하고 한국어화에 힘을 쏟습니다. 저희 말고도 한국어화에 힘을 기울이는 게임회사들을 응원해주시고 좀 더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서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점에서 사업하는 입장에서 한국어화 선택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한국어화를 위해 수년간 노력하고 조금씩 결실을 맺어 한국어 자막 타이틀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 게임시장에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척박한 땅에도 거름을 계속 주다보면 언젠가 싹이 틀 날이 온다는 믿음으로, 밝은 미래의 한국 게임시장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임포커스: 한국어화되면 판매량이 10배, 20배로 뛸 거라 믿는 게이머도 많을 텐데, 정말 그러면 좋겠다.
이희섭 상무: 한국어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어화를 한다고 해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상승하진 않습니다.
유저들이 선호하는 장르나 프랜차이즈가 있는데, 그런 것들만 한국어화를 진행하면 시장 자체도 치우치게 됩니다. 비교적 관심을 적게 받는 타이틀, 마이너한 장르는 더 안 보게 되고, 접할 기회가 줄어들며 시장 자체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많은 타이틀을 소개해 시장 저변을 넓혀가기 위해서 소위 '이런 타이틀을 한국어화'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목소리가 크진 않지만 그런 부분에 호응해주는 유저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서 힘을 얻어서 더 노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게임포커스: 예를 들어 '원피스', '나루토'처럼 대중적인 IP의 게임들이 한국어화되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크더라.
이희섭 상무: 대중적인 IP를 가진 게임들이 한국어화가 된다면 저희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그런 대작 타이틀의 경우에는 다음 작품, 또 다음 작품이 나올 때마다 더 노력을 기울입니다. 프로듀서를 초청해서 한국 유저들의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왜 이 타이틀은 한국어 자막 버전이 안 나오는 거야?'라고 생각하실 대부분의 타이틀에 대해서 로컬 버전을 내기 위한 협의를 늘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좋은 결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저희는 다음 시리즈에서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각오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과로 보여드리지 못할 때면 늘 죄송스럽고 그래서 다음 작품이 나올 때는 더 필사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게임포커스: 한국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고 계시다고 하셨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가?
이희섭 상무: 콘솔, 패키지 게임시장 현황이 어려운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사실 향후 10년 안에 급격히 좋아지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플레이스테이션4가 매우 호조를 보이며 플레이스테이션4 타이틀들이 평균적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4가 이렇게 시장을 꾸준히 견인해 준다면 생각보다 더 빨리 한국 콘솔 게임시장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중입니다.
게임포커스: 상대적으로 Xbox One의 부진은 좀 아쉬우실 것 같다.
이희섭 상무: 하드웨어 보급이 더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합니다. Xbox One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2014년 중 발매될 파크라이4와 어쌔신크리드 유니티는 Xbox One으로도 한국어 자막 버전을 출시합니다. 아직 2015년 라인업에 대해서는 확정을 짓지 않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좀 더 힘을 내주시길 바랍니다.
게임포커스: 2014년이 얼마 안 남았지만 어쌔신크리드 유니티, 파크라이4 등 기대작을 많이 남겨두고 있다.
이희섭 상무: 어쌔신크리드 유니티, 파크라이4에 내년 초에 나올 '위쳐3'까지 3대 대작 게임을 모두 한국어화 발매할 수 있게 되어 뿌듯합니다. 위쳐3는 텍스트가 워낙 많아 번역 작업에도 힘을 들이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작업량이 훨씬 많았지만 번역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 발매 일정을 맞추려 노력 중입니다.
위에서 3대 대작이라고 하니 좀 미안해지는 타이틀이 '셜록 홈즈: 크라임&퍼니시먼트'입니다. 로컬 버전 발매를 위해 굉장히 공을 들인 타이틀이고, 정말 오랜만에 나오는 한국어 자막이 붙은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어드벤처 게임의 한국어화를 기다려오신 분들이 많은 호응 보내주시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게임포커스: 이번 인터뷰에서 공개하진 않으셨지만 공개된 것 외에도 많은 준비를 하고 계신 걸로 안다. 마지막으로 게이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희섭 상무: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모든 타이틀을 최대한 한국어화해서 전해 드리려 노력하겠습니다. 유저분들도 게임을 사랑해주시고 지켜봐주시고 재미있게 플레이해주시기 바랍니다. 새 제품을 구입해서 재미있게 즐겨주시는 것이 게임을 전해드리는 저희에겐 최고의 응원이 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