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은 세종대왕의 주도로 한글이 창제되고 반포(1446년)된 것을 기념하는 569번째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로 인해 우리는 문자가 없어서 남의 글자인 한자를 빌어다가 우리말을 중국말 문법에 맞추어 쓰던 불편을 벗어버리고 자유롭게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오늘날과 같은 문화, 경제, 정치 등 각 분야에 걸친 발전을 이루어 세계 유수한 나라들과 어깨를 겨루게 됐다. 한글날은 이러한 한글의 창제와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과 공로를 기리는 날이다
한글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글은 이제 우리 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글은 해외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당연히 게임에서도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게임은 청각, 시각, 촉각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감각을 사용하는 종합 콘텐츠인데다 상황 파악이 중요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즐기는데 언어의 장벽이 주는 허들은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이 해외 게임의 한글화 소식에 일희일비 하기도 한다.
1990년대 PC게임 전성기 시절 많은 외국계 회사들이 국내에 지사를 세우며 유저들은 한국어로 번역된 우수한 게임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 시장이 온라인게임 위주로 개편되고 게임의 불법 복제가 늘어나면서 한국어로 번역이 돼서 나오는 게임의 숫자가 급속히 줄어들며 많은 유저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콘솔 시장이 살아나면서 한국어 번역 게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국 지사를 철수한 뒤 한국어 작업을 포기한 코에이를 포함해 최근까지 일본어판만 내던 게임 회사 여러 곳이 한국어 번역판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유저들의 즐거운 비명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임포커스는 569돌 한글날을 맞아 기자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한글화' 게임을 소개한다. 혹시 이들 게임 중 아직 못해 본 게임이 있다면 한번 쯤은 플레이 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추천게임은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기자들의 주관적 판단임을 밝혀둔다.)
이혁진 기자
#1. 신 하야리가미
신 하야리가미는 번역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게임이다. 외주 번역업체를 통해 번역을 진행했지만 그걸 그대로 쓸 순 없어 인트라게임즈 직원들이 몇 날 며칠을 밤을 새며 번역을 고치고 원작과 비교해 유저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용어를 정리했다. 그 결과 일부 오타, 의역이 지적되긴 했지만 인트라게임즈가 낸 첫 텍스트 게임으로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신 하야리가미는 게임 번역 뿐만 아니라 한정 특전으로 제공된 프리퀄 소설의 번역 퀄리티도 굉장히 높아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 게임 특전으로 소설이 제공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국내에 출시될 때에 이 소설 특전들도 같이 소개되는 경우가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2. 언틸 돈
늘 안정적인 번역 퀄리티를 자랑하는 SCEK 현지화팀이 또 한번 멋진 결과물을 선보였다. 튀진 않지만 흠잡을 구석 없는 번역은 SCEK 발매 게임의 강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언틸 돈은 발매 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으며, 특히 SCEJA가 아시아 지역 판매가를 내린 후 하드웨어 판매가 급증하는 바람을 타고 물량이 없어 못 팔 정도가 되고 있다.
2번째 추천은 언틸 돈 자체보다는 SCEK 한글화팀에 대한 경의를 담아 언틸 돈을 선정했다.
박종민 기자
#1. GTA5
최근 발매된 게임 중 완성도 수준 높은 한국어 번역을 해 화제를 모은 게임을 이야기한다면 GTA5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간 락스타게임즈는 자사의 작품에 대한 한국어화 발매에 있어서는 항상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1만장도 제대로 팔릴지 모르는 국내 시장에 번역을 위한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게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시리즈가 발매될 때마다 수많은 국내 유통사가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그 때마다 감당하기 힘든 조건을 내세웠다. 계약 자체를 성사시키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재미는 보장된 게임이지만 판매량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통사인 H2는 모험을 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끊임없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어필했고 수많은 설득 끝에 한국어 발매가 결정됐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현지화 작업에 착수했으며 결과는 국내 콘솔 시장에 다시는 없을지 모를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하지만 현지화 발매에 너무나 많은 힘을 쏟았기 때문일까? 결과적으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아닌 하이리스크 로우리턴과 비슷한 성적표를 받게 되었지만 어찌되었든 콘솔의 불모지라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서 10만장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운 GTA5. 그 기록 속에는 바로 원작의 재미를 철저하게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유통사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찰진(?) 대화가 듣고 싶은 유저가 있다면 꼭 한 번 즐겨야 될 게임이다.
#2. 초월 번역의 시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잘된 번역은 그 제품이 가진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원작보다 더 높고 이해하기 쉬운 수준의 어휘가 사용되며 사용자들의 찬사를 받은 작품에는 여지없이 초월 번역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국내에서 이러한 선례를 남긴 대표적인 게임을 뽑는다면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를 빼놓을 수 없다.
번역이라는 것은 그 영역을 구분 짓지 않아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에 속한다. 우선 해당 언어에 대한 문학적으로 높은 이해가 필요하고 여기에 해당 영역(게임, 영화 등)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의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와우의 번역은 게임 업계 번역의 모범답안이다. 직역과 번역, 순우리말을 적절히 섞어가며 게임에서 사용하는 고유명사를 아주 적절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익숙한 파이어볼을 '화염구'로 표현한 사례가 대표적이며 이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대다수의 외산 게임들이 음역(音譯) 수준의 현지화를 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블리자드의 한글화 정책이 얼마나 치밀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게임의 노후화로 지금은 그렇게 많은 유저들이 즐기고 있지 않지만 국산 게임보다 더 국산 같은 외국 게임을 즐겨보고 싶다면 와우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문재희 기자
#1. '살아남아라! 개복치'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텍스트의 비문이나 오탈자로 몰입이 깨져버리는 경험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런 부분도 꼼꼼히 살피지 못했나'라는 생각에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진다. 그러나 이런 오탈자와 비문을 납득할 수 있는 게임도 분명 존재한다.
국내에 서비스되는 중국산 웹게임이나 모바일게임에 나타나는 텍스트에 맞춤법과 오자를 고치려 하는 움직임은 매우 적다. 일종의 특징처럼 굳어진 경우인데, 해외에서 직접 서비스하는 가벼운 모바일게임들을 플레이할 때는 게임 내에서 완벽한 문장을 만나리라는 기대를 접고 가게 된다.
인디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를 살펴보면 정확한 문장이나 올바른 표현을 사용한 한국어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본어 문장에 들어가는 고리점(。) 과 모점(、)이 섞여 있는가 하면 일본식 이모티콘이 난무한다. 그러나 장난처럼 가볍게 쓴 설명이나 표현들은 사실 이 게임의 아이덴티티로 작용한다.
'살아남아라!개복치'를 개발한 셀렉트버튼의 나카하타 코야 디렉터는 “한국어화 작업 당시 전문 번역가에게 의뢰했다가 재미없고 딱딱한 문장이 나왔다. 그래서 한국 친구에게 부탁해 표현이 틀려도 좋으니 의도를 전달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새롭게 번역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애초에 나카하타 디렉터는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한국 서비스를 결정할 때 일본의 서브컬처 문화에 익숙한 유저들을 타겟으로 삼았기 때문에 다소 '날' 것의 표현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어색한 표현은 국내 유저에게 게임의 전체적인 정체성처럼 받아들여졌고 일본에서보다 더 많은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2. 파이널판타지 14
최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파이널판타지14'에는 오타와 비문이 의도된 말투를 사용하는 종족이 등장한다.
파이널판타지14의 배경이 되는 에오르제아에는 다양한 종족이 살고 있어, 그 중 '야만신'이라는 신을 소환할 수 있는 특이한 종족들이 있다. 플레이어는 야만신을 막기 위해 야만족들과 싸우거나 혹은 우호관계를 맺을 수 있다.
게임 내에서 만날 수 있는 '야만족(野蠻族)'에는 '하오체'를 사용하는 '아말쟈' 족, '~ㅅ치'라는 특이한 어미를 사용하는 '실프' 족', '하게체'를 사용하는 '사하긴' 족, 그리고 한마디로 정의내리지 못할 정도로 오타와 비문이 섞인 어눌한 말투를 쓰는 '코볼드' 족이 있다. 이들 야만족의 말투는 해당 종족들의 성격과도 잘 맞는데, 특히 코볼드 족의 어눌한 말투는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솔직함이 드러나는 한편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어딘가 억울함이 섞인 말투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러나 실제 일본 혹은 글로벌 서버에서의 코볼드 족의 말투는 국내 서비스 버전과는 상이하다. 본래대로라면 코볼드 족의 말투는 실프 족처럼 특정 어미를 길게 늘여 쓰거나 말을 더듬는 정도에 그친다. 국내 서비스 버전에서는 이보다 더 공을 들여 '재송함미다'나 '넘해염'과 같이 발음하기 편한 대로 줄여 부르며 맞춤법을 파괴하는 표현이 두드러진다.
웃음을 자아내는 코볼드 족의 말투에 흥미를 느낀 유저들은 일부러 코볼드 족의 우호도를 높이기 위한 '코볼드 족 퀘스트'를 수행하며 다양한 패러디 이미지를 양산해냈다. 가장 유명한 '일하기 실타…죽어도 실타…하지만 죽는거 더 실타…'는 대사는 직장인 유저들에게 공감마저 불러일으켜, 혹자는 코볼드 족이 요정 같은 외형의 실프 족보다 더 귀엽게 느껴진다고 하니, 공들인 문법 파괴로 인해 원본보다 효과적으로 캐릭터의 성격과 매력을 살렸고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신은서 기자
#1.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
많은 여성 게이머(혹은 부성애가 강한 남성 게이머)들을 웃고 울린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는 꾸준히 한국어 번역을 진행한 게임 시리즈 중 하나이다.
프린세스메이커는 각 시리즈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입양하게 된 딸을 정성껏 키워(혹은 방치하며) 성장한 딸의 미래를 보는 게임으로 게임 내의 대사와 시스템 등에서 번역할 양이 꽤 됨에도 불구하고 수준급의 번역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단순한 육성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그 안에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도 있는데 딸의 성격, 상대방의 성격을 잘 반영해서 번역한 말투는 게임에 몰입하는데 큰 영항을 주는 제1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이 게임의 번역의 정점은 바로 엔딩 화면이라 할 수 있는데 잘 성장한 딸의 감사한 마음이 꾹꾹 담겨있는 편지를 잘 번역된 언어로 볼 때의 감동은 게임을 즐겨 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 것이라 생각한다.
#2. 진삼국무쌍4
코에이테크모가 국내 지사를 철수하기 전까지 꾸준히 한국어 번역이 됐던 '진삼국무쌍' 시리즈는 지사가 철수된 후 한국어 더빙이 사라지고 이후에는 한국어 자막 번역까지 없어져 시리즈 마니아들의 아쉬움을 샀다.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한국어 번역은 단순한 스토리와 시스템 언어 번역 외에도 게임에 수록된 삼국지 연표도 모두 한국어 번역이 돼있어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도 게임을 하며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했다.
그 시리즈 중 특별히 기자가 '진삼국무쌍4'를 선정한 이유는 바로 이 게임이 진삼국무쌍 시리즈 중에서 마지막으로 한국어 더빙이 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성우는 국내에서도 내로라하는 A급 성우가 대다수였다. 물론 한국어 성우 더빙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긴 하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호쾌하게 적장을 누비고 있는데 괜히 해석도 안되는 일본어가 들리는 것 보다는 한국어로 적장의 상황을 알려줘 집중할 수 있던 것이 좋았다. 하지만 진삼국무쌍5에서는 한국 성우들이 등장하지 않아 일본어 성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쉬워했던 것 같다.
그로 인해 '조운 = 강수진'이라는 이상한 공식이 머리에 남아있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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