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장르영화 '검은 사제들', 후속작은 강동원-원빈 투톱은 어떨까

등록일 2015년12월14일 16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 아래 리뷰 내용 중에는 '검은 사제들'의 내용을 설명, 해설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아직 안 보신, 스포일러를 피하려는 분들은 먼저 극장에서 작품을 본 뒤에 기사를 보시기 바랍니다.

** 아래 스틸샷들은 보도를 위해 배급사에서 배포한 것입니다.

검은 사제들의 예고편을 처음 보았을 때가 떠오른다. 유명하게는 '퇴마록'부터 희소하게는 '맨데이트: 신이 주신 임무'에 이르기까지, 귀신, 종교 등을 소재로 만들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한국 영화에 일종의 '저주'가 되어버린 제목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장르성이 강한 소재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봐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검은 사제들은 그 저주를 이겨냈다. 예고편만도 못한 본편으로 관객들을 낚던 국산 장르영화들과는 반대로 본편이 예고편을 보기 좋게 배신한 것이다.


검은 사제들은 장재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와 미쟝센 단편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원작으로 한다.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며 캐스팅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배경 이야기 등도 바뀌었다. 단편에서 좀 더 넓게 사회적 함의를 가졌던 사연들을 좀 더 캐릭터에 밀착된 개인적인 사연들로 변경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캐릭터와 구마 의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생각해보면 검은 사제들은 굉장히 친절한 영화이다. 배우와 제작진들의 목표도 철저히 상업적인, 다시 말해 관객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였다고 한다. 이는 영화 타이틀 시퀀스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장엄한 오르간 소리와 함께 강동원이 한국어와 라틴어 기도문을 읊조리는 소리가 들린다. 화면에는 영화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단서와 용어 해설이 감각적인 이미지와 타이포로 전달된다. 이 타이틀 시퀀스는 관객의 이해를 돕고 미스터리한 소재를 다루는 스릴러 영화로서의 이미지를 한층 강화하는데 성공한다. 마치 관객의 시선을 한순간에 빨아들이는 잘 만든 미드의 오프닝을 보는 듯한 익숙함이 있다.


여기에 쓸데없이 판을 벌리지 않고 현실에 발붙인 현대적인 판타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한다. 이미 존재하는 카톨릭이라는 종교 시스템과 한국이라는 배경을 토대로 부마자와 구마 의식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다루는데 기존의 클리셰적인 방법보다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인프라를 활용하는 모습을 통해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부분들을 현실에 발붙이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구마 예식에 필요한 프란치스코의 종을 한국에 들여오는데 클리셰적인 봉인/해제 의식을 끌어들이기보다 그냥 DHL을 통한 택배로 받거나, 구마 예식 끝에 경찰이 출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동시에 장르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웃음의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엄밀히 검은 사제들은 마가 씌인 귀신들린 사람을 다루고 있으나 만듦새는 호러보다 스릴러 혹은 다크 히어로물에 가깝다. 요즘 호러 영화에서 관객을 깜짝 놀래키기 위해 흔히 쓰이는 효과음조차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그렇기에 긴장은 유지하면서도 이런 장르 영화에 낯선 관객도 긴장을 유지하며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영화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모든 상업 영화는 관객을 위한 배려를 최대한 하지만 그럼에도 성공하는 영화와 실패하는 영화로 나뉘어진다. 그렇다면 검은 사제들이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게 만든 티핑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검은 사제들의 경우 오롯이 배우들의, 캐릭터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다크 히어로로서 연기를 다한 김윤석과 특수분장도 가리지 못한 인상적 연기를 한 박소담을 비롯해 자잘한 조연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자신의 캐릭터를 잘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 검은 사제들의 일등공신 강동원이 더해진다.

강동원은 돋보이는 수단 핏을 통해 흥행을 폭발시킬 입소문을 만들어냈으며 내부적으로는 영화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을 정도로 검은 사제들의 핵심이었다. 한국을 무대로 엑소시즘과 굿이라는 장르 요소를 어색하지 않게 만든 것은 배우들의 힘, 특히 외모와 연기 양면을 아우르는 강동원의 힘이다.


강동원은 자신에게 딱 맞는 영화를 찾을 줄 안다. 강동원이라고 항상 성공적인 영화에만 출연한 것은 아니다. 원작 탓인지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흥행에 성공한 '늑대의 유혹'이 있는가 하면, 평단의 격찬을 받고 컬트적 인기를 누렸지만 관객이 50만도 들지 못한 'M'이나 '형사' 같은 영화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응답하라 1988'에 패러디 되며 다시 한 번 떠오른 늑대의 유혹의 레전드 우산씬처럼 그는 어떤 영화에 나오든 자신을 각인해낸다. 이 각인이 영화 자체를 집어삼켜 괴작으로 만들어 버린 '군도: 민란의 시대' 같은 영화도 있지만 말이다.

검은 사제들에게 강동원은 잘 어울리는 긴 소매와 같았다. 소매가 길어야 춤이 예뻐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검은 사제들은 영화적으로 특출한 면이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한국을 무대로 한 장르 영화가 전혀 어색해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특출한 영화가 되었다.

한동안 아저씨라고 불리기를 민망하게 만들어버린 원빈처럼, 강동원은 수단 핏과 마스크로 신부님들을 곤혹스럽게 했을 것 같다. 이왕 평범한 오징어들을 좌절시킬 거라면 검은 사제들 후속작이 만들어진다면 원빈과 투톱 캐스팅이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 본문의 내용은 게임포커스 리뷰어 Sion님이 기고하신 검은 사제들 리뷰를 가필, 수정한 것으로 게임포커스 편집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프로필
닉네임 Sion. 영화, 서브컬쳐 칼럼니스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덕후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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