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게임업계에 '원 소스 멀티 유즈'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될까
'원 소스 멀티 유즈'란 하나의 IP를 이용해 소설, 만화, 게임, 라이트 노벨, 캐릭터 머천다이즈 제품은 물론 영화까지 관련 상품을 다양하게 기획하여 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문화 콘텐츠가 발달한 미국과 일본에서는 많은 분야에서 이전부터 원 소스 멀티 유즈 시장이 크게 발달됐으며 우리나라와 중국도 자신들이 가진 강력한 IP를 중심으로 사업 발달에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IP를 활용한 부가사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국내 게임업계도 최근에는 IP를 활용한 '원 소스 멀티 유즈(이하 OMU)'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선 국내 온라인게임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자사 게임 IP를 이용해 애니메이션 및 영화 제작, 장난감 제작 등 OMU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을 밝힌 바 있고 넷마블,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 등 국내 다른 게임기업들도 지난 해 혹은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에 나서고 있다.
게임포커스는 게임에서 시작해 더 큰 무대로 나아간 전 세계 게임 IP MOU 사업의 성공 사례를 살펴봤다.
포켓몬스터
OMU 사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바로 닌텐도의 포켓몬스터다. 1996년 2월 처음 출시된 '포켓몬스터 RGB'를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고 있는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몬스터볼'이라는 작은 캡슐에 포켓몬이라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성장시켜 그 지역의 마스터가 되는 게임이다.
게임의 마스코트인 포켓몬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귀여운 몬스터가 등장하고 배틀을 통해 경험치를 쌓아 대부분 2단계의 진화 과정을 거쳐 완전히 성장하게 된다. 포켓몬스터의 첫 시리즈였던 RGB에선 약 150여 종이었던 포켓몬도 그 동안 새로운 시리즈를 거치면서 현재 700여 종이 넘었다.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방영된 애니메이션 또한 주인공 지우의 첫 포켓몬인 '피카츄'라는 최고의 인기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애니메이션은 1997년 '포켓몬스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방영 중인 '포켓몬스터 XY&Z'까지의 본편과 '포켓몬스터 THE ORIGIN'과 같은 스핀오프 작도 다수 등장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큰 흐름은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 가고는 있지만 원작에서는 짧은 연출과 미니게임으로만 넘어가는 '포켓몬스터 DP'에서 등장하는 '포켓몬 콘테스트' 같은 소소한 콘텐츠를 자세하게 보여준다거나 게임 내에서는 볼 수 없던 오리지널 스토리 등 애니메이션도 본 게임 못지 않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인기에 힘입어 매년 개봉 중인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극장판의 경우도 작년 2014년 12월 일본 내에서 누적 관객 수 7,000만 명을 돌파했고 작년 12월 국내에서 개봉한 극장판 최신작 '포켓몬 더 무비 XY 후파: 광륜의 초마신'도 29만 8,000명이란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해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흥행이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성공은 이후 진행된 캐릭터 사업에도 큰 영향을 줬다. 현재까지도 매 시즌마다 포켓몬스터의 대표 캐릭터 '피카츄' 인형을 포함한 완구 제품은 매 선물 시즌마다 인기 아이템으로 손 꼽히고 있고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정리한 책의 출간과 게임의 IP를 이용한 TCG 출시 등 캐릭터 성을 강조한 다양한 머천다이즈는 포켓몬 시리즈의 수명 연장의 일등공신으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피카! 피카! 피카츄와 친구들'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등장해 마니아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어 원작에서 구축한 뛰어난 캐릭터성은 이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이오하자드
서바이벌 호러 게임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 이블)' 정식 넘버링 작품만 해도 6편 그 외의 외전(리메이크작 포함)과 스핀오프 작품을 다 합치면 20편이 넘는 명실상부 캡콤의 대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좀비와 몬스터를 물리치며 퍼즐을 풀고 살아 남는 획기적인 게임성과 '엄브렐라'라는 제약 기업을 둘러싼 음모와 믿을 수 없는 사건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는 유저들은 물론 다른 콘텐츠 제작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바이오하자드 IP를 바탕으로 한 제 2의 콘텐츠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먼저 바이오하자드의 IP를 바탕으로 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은 게임을 영화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게임의 배경을 소재로 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진 영화다. 영화 제목인 레지던트 이블은 바이오하자드의 미국 서비스 명으로 일본에서만 원작 명인 바이오하자드로 개봉했다.
영화는 게임에 등장하는 엄브렐라 사의 음모에 맞서는 여전사 '앨리스(미라 요보비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2002에 개봉한 시리즈 첫 작품인 '레지던트 이블'의 경우 1억 2백만 달러의 기록을 세웠다. 이후로도 꾸준히 후속작이 나오고 있다. 가장 최신작인 '레지던트 이블 5: 최후의 심판'의 경우 국내에서 누적 관객 수 55만 명을 돌파했으며 현재 제작 중인 '레지던트 이블6'에는 국내 인기 배우 이준기가 출연이 확정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바이오하자드는 영화 외에도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팬들을 만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첫 작품 '바이오하자드 디제너레이션'은 바이오하자드 4의 1년 뒤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주인공은 '레온 스콧 케네디(이하 레온)'과 '클레어 레드필드'이다. 바이오하자드 디제너레이션은 공항에서 벌어진 생화학 테러와 의약 회사 '윌파마'에서 벌어진 폭발 테려를 배경으로 생물재해와 그걸 이용하려 드는 악당들에 맞서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는 4편 이후에 생긴 스토리 공백을 완전히 메우는 내용으로 원작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며 이에 힘입어 후속작 '바이오하자드 댐네이션'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바이오하자드는 바이오하자드 제작진이 스토리를 짜고 세리자와 나오키가 작화를 담당한 만화 '바이오하자드 마르하와 디자이' 및 '바이오하자드 헤븐리 아일랜드'와 연극 '더 스테이지'를 제작해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 IP를 활용하고 있다.
툼레이더
섹시한 여성 게임 캐릭터 투표에서 매번 상위권에 위치하는 전설적인 캐릭터 '라라 크로프트'가 등장하는 영국의 에이도스(現 스퀘어에닉스 유럽)가 발매한 '툼 레이더' 또한 원 소스 멀티 유즈로 성공한 케이스 중 하나이다.
1996년 시리즈 첫 작품이 발매된 '툼 레이더1'은 도스와 플레이스테이션, 세가 새턴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게임은 아직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정의가 완벽하지 않았던 시절에 등장해 현존하는 다양한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방향성을 제시했으며 발판을 뛰어다니는 액션 같은 주요 요소를 확립한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지금의 청소년 게임 유저들이 보기에는 나무 토막에 가까워 보이는 이 게임의 여주인공 라라 크로프트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3D 그래픽 기술로 제작되어 전세계 수 많은 게임유저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게임과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의 인기가 높아지자 2001년 툼 레이더를 소재로 한 첫 영화 '툼 레이더'가 개봉됐다. 툼 레이더의 주인공은 현재도 헐리우드 대표 섹시 심볼로 불리는 안젤리나 졸리로 그녀는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두꺼운 입술을 바탕으로 한 강한 외모까지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 원작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1억 1,000만 달러를 들여 제작한 1편은 전세계 2억 7,4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벌어 들이며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영화 툼 레이더는 원작인 게임 툼 레이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우선 영화의 등장으로 툼 레이더 게임의 라이선스 가치가 10억 달러가 넘게 상승했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시작하는 유저도 늘면서 이후에 나오는 툼 레이더 속 라라 크로프트는 점차 안젤리나 졸리와 흡사한 외모로 제작되기 시작했고 이에 발전된 그래픽 퀄리티는 이후로도 많은 라라 크로프트의 팬을 양산해내기 시작했다.
1편의 성공으로 제작된 영화 후속작 '툼 레이더 : 판도라의 상자'는 9,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겨우 1억 5,6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당시 기획 중이던 후속작이 중단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떠나서도 라라 크로프트 자체의 파급력도 못지 않았다. 게임 인기에 힘입어 라라 크로프트는 영국의 사이버 홍보대사로 임명되는가 하면 기네스 협회가 뽑은 '가장 성공한 비디오게임 인간 히로인'으로 선정되는 등 총 6개의 부문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Fate 시리즈
일본의 게임 제작사 TYPE-MOON(이하 타입문)의 비주얼 노벨 'Fate' 시리즈는 게임의 흥행을 넘어 일본은 물론 전세계 서브 컬쳐 전반에 큰 영향을 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제 5차 성배전쟁'을 배경으로 마스터와 서번트들의 전쟁을 다룬 이 작품은 해당 IP를 이용한 게임(정식 작품 포함)만 해도 9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주얼 노벨 특성 상 다양한 엔딩 지원과 게임 자체에서 평행 세계를 인정하는 만큼 소설, 애니메이션 등 Fate 시리즈의 IP를 활용한 다양한 2차 콘텐츠와 스핀오프작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현재, 게임 외에도 Fate의 IP는 먼저 Fate의 메인 시리즈 집필자인 나스 키노코의 'Fate/stay night [Unlimited Blade Works]'의 TV 애니메이션 DB 특전 소설인 'Garden of Avalon'을 포함해 총 여섯 편의 소설이 있고 원작의 배경을 일부 반영한 라이트 노벨 'Fate/Zero'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외에도 애니메이션 스핀오프작 'Fate/kaleid liner 프리즈마☆이리야'와 코믹스 등 2004년 첫 작품이 출시된지 10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게임 자체는 일본에서 15만 장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으며 2004년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에로 게임(선정성을 이유로 미성년자 이용 불가 판정을 받은 게임)으로 기록되고 있다. 또한 인기에 힘입어 오리지널 PC판 외에도 콘솔, 모바일 등 다양한 장르로 출시됐고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괴리성 밀리언아서' 등 다양한 게임과의 협업도 자주 이뤄지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2015년 3월에 발매된 Fate/stay night [Unlimited Blade Works]의 1기 BD-BOX가 발매 첫 주에만 33,000장 정도 판매됐고 2기도 첫 주 32,000장이 팔리는 등 현재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고 일본 '뉴타입 애니메이션 어워드 2014-2015'에서도 작품상 1위, 감독상 1위를 기록하는 등 현재까지도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며 성공적으로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처럼 OMU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IP와 독창적인 캐릭터 성으로 많은 이들의 머릿 속에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게 각인되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사이퍼즈' 등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이다.
국내에서도 만화,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OMU가 성공한 바 있고 이미 미국과 일본의 OMU 사업 발달 수준을 생각하면 국내 게임사들의 OMU 사업 진출은 다소 늦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늦게 시작한 만큼 앞선 성공 사례들을 통해 성공의 노하우와 실패의 원인들을 분석한다면 한층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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