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아포칼립스' 퍼즐 맞추기와 세대 교체를 완성하다

등록일 2016년06월08일 15시57분 트위터로 보내기

 

'슈퍼 히어로'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선(善)과 악(惡)의 대결이라는 1차원적인 이야기 구조를 취한다. 거대 악으로부터 지구(와 지구인)를 구해내는 것이 슈퍼 히어로들의 임무이자 의무이다. 그들의 스펙터클한 활약상을 지켜보면서 관객이자 한 명의 지구인인 우리는 환호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지만 반복은 곧 지루함을 낳기 마련이다. 슈퍼 히어로 영화들의 '홍수'에 관객들은 '차별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다른' 히어로가 등장하는 것을 뛰어 넘어 '다른 이야기'를 담아내길 원한다. 선과 악이라는 뻔한 개념을 뒤집어 버린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 '무고한 (민간) 피해자'와 '슈퍼히어로 등록제'라는 새로운 고민을 던진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는 그러한 '흐름'에 부응한 결과였다. 반면, DC는 마블이 구축해놓은 '어벤져스'에 맞서기 위해 '저스티스 리그'를 급조하는 바람에 실패를 맛봤다.


슈퍼 히어로 영화는 그 자체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들어가는 만큼 CG를 비롯한 기술력은 압도적이다. 거기에서 흠을 잡을 일은 (거의) 없다. 결국 '이야기'다. '슈퍼 히어로'를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의문을 던지고, 어떤 문제 의식을 상기시킬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엑스맨' 시리즈는 다른 슈퍼 히어로 영화들에 비해 한발 앞서 '고민'들을 공유했던 영화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엑스맨' 시리즈는 '돌연변이(뮤턴트)'라는 독특한 출밤점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인간과 다르다. 그리고 소수(少數)다. 필연적으로 차별(差別)이 발생한다. 게다가 그들은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엑스맨' 시리즈를 보다보면 더 무서운 것이 '돌연변이'인지 '인간'인지 의심하게 되지만, 어쨌든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인 돌연변이들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차별'하고', '멸시'하고', '통제'하고자 한다.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를 중심으로 한 '액스맨'들은 거대 악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동시에 '돌연변이'와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돌연변이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인간 '엑스맨 2'(2003), '돌연변이 치료제'의 등장을 그렸던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 등은 그런 문제의식의 발현이었다. (때에 따라 힘을 합치긴 했지만) 갈등은 돌연변이 '내부'에서도 계속됐고, 그 반목은 전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엑스맨' 시리즈는 단순한 오락물의 기능을 넘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한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묵직한 '느낌표'를 선물하는 영화였다. 3편까지 제작된 '엑스맨' 시리즈는 '프리퀄'을 통해 '엑스맨'의 탄생 비화와 주요 인물들 간의 관계에 대해 설명('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하는 한편,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엑스맨들을 타임워프'를 통해 되살리는 승부수('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를 던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존에 주축을 이뤘던 '엑스맨'들에서 다음 세대로의 바통 터치도 무난히 단행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가교(架橋)가 됐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워싱턴 사건'으로부터 10년이 흐른 1983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브라이언 싱어가 "이후 '엑스맨' 시리즈는 90년대를 다룰 예정"이라고 공언한 만큼, 지금의 세대교체는 매우 적절했고 효과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제임스 맥어보이(찰스 자비에), 마이클 패스벤더(에릭 렌셔/마그네토), 제니퍼 로렌스(레이븐 다크홀름/미스틱), 니콜라스 홀트(행크 맥코이/비스트)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캐릭터를 소화하며 무게감을 더하면서 아름다운 '세대 교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애초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던 휴 잭맨(울버린)이 '깜짝 등장'하는 장면은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그는 신이 아님에도 신으로 추앙받기를 원한다. 자신이 깨어났을 때의 인간 문명을 우매하다고 여겨 강한 자만이 남는 세상을 일으키려고 한다. 이것이 여타의 ‘엑스맨’ 시리즈 캐릭터와도 다른 점이다" (브라이언 싱어)

다만, 영화 내적으로 할 이야기가 적다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최초의 돌연변이인 아포칼립스(오스카 아이삭)라는 '적'을 등장시켜 1차원적인 이야기 구조를 답습하면서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그가 지구를 파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 등이 다소 헐겁고 '쉽게' 마무리됐다는 인상을 준다. 또, 다른 돌연변이들의 능력을 흡수해 최강의 힘을 가진 아포칼립스와의 마지막 싸움도 허무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지금까지 제작됐던 '엑스맨' 시리즈의 빈 공간을 완벽하게 채워 넣어 완성된 퍼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엑스맨' 시리즈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다양한 슈퍼 히어로들의 활약상과 웅장한 영상과 화려한 CG 등은 화끈한 오락물을 원하는 '엑스맨' 영화를 보지 않았던 관객들도 만족시킬 것이다.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는 253만 명,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는 431만 명을 뛰어넘는 흥행몰이를 할 수 있을까? 개봉 이틀만에 47만 3,672명을 불러 모으며 박스 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라면 넉넉하지 않을까? '엑스맨'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브라이언 싱어가 다음엔 어떤 이야기로 찾아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아! 엔딩 크레딧 이후 '쿠키 영상'이 있으니 꼭 확인하고 영화관 밖으로 나가도록 하자.


글 제공 :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의 블로그(http://wanderingpoe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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