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9년, 농부들이 모여 살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 '로즈 크릭'에 자본가의 탈을 쓴 악당 '보그(피터 사스가드)'가 나타난다. 악랄하기로 유명한 보그는 '민주주의=자본주의'라고 윽박지르며, 선량한 사람들의 땅을 강제로 빼앗는 등 약탈을 일삼는다. 심지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거슬리면 총을 꺼내 쏴버리는 식이다. '보그가 곧 법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가(공권력)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강한' 보그 앞에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보그에게 남편을 잃은 엠마(헤일리 베넷)는 영장 집행관인 샘 치좀(덴젤 워싱턴)에게 보그를 없애고 마을을 지켜줄 것을 요청한다. 샘 치좀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자신과 함께 싸울 멤버를 모으기 시작한다. 도박꾼 조슈아 패러데이(크리스 프랫)를 시작으로 무법자 바스케즈(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명사수 굿나잇 로비쇼(에단 호크)와 그의 친구 암살자 빌리 락스(이병헌), 원주민의 머리가죽을 벗겨 돈을 버는 잭 혼(빈센트 도노프리오), 원주민 전사 레드 하베스트(마틴 센스메이어) 까지 7명인의 또 다른 무법자들이 뭉친다.
1954년, 구로사와 아키라, <7인의 사무라이>
1960년, 존 스터지스, <황야의 7인>
2016년, 안톤 후쿠아, <매그니피센트7>
'매그니피센트7'는 1960년에 개봉한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황야의 7인'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니, 매그니피센트7의 뿌리는 거기까지 가닿는다. '황야의 7인'이 '7인의 사무라이'를 '서부 영화'의 포맷으로 옮겨놓은 성격이 강하다면, '매그니피센트7'은 좀더 파격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기본적인 서사는 '황야의 7인'과 동일하다. '서부 영화'의 포맷에 '리벤지물'이 얹혀 있다. 앞선 두 영화가 도적떼로부터 마을을 지킨다는 설정이라면, '매그니피센트7'에서는 '도적떼'가 자본가'로 바꼈다. 욕망에 들끓어 있던 개척 시대와 이를 빗댄 현대의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 정도였다면, 이 영화에 대한 박수소리가 이처럼 크진 않았을 것이다. '매그니피센트7'에는 특별한 뭔가가 '더' 있다.
'7인의 사무라이'에선 '촌장의 결단'이 사무라이를 불러모은다. '황야의 7인'에서는 견디다 못한 '마을 사람들'이 도적떼와 싸우기로 결심한다. 한편, 매그니피센트7에서는 남편을 잃은 '엠마'가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샘 치존을 설득한다. 이 변화는 의미심장하다. 영화 속에서 엠마는 '시작점'이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보그의 위세에 눌려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마을을 지킬 방법을 모색한다.
또, 엠마는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에서 거뜬히 자신의 몫을 해낸다. 샘 치좀을 비롯한 7인의 무법자들도 엠마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엠마는 함께 싸울 동료이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여성'을 '부차적인 존재'로 격하시키거나 혹은 영화 속 '흥밋거리'로 소비시키지 않는다. 이와 같은 '존중'은 '인종'의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7명을 캐스팅할 때 인종에 관한 어떤 의도도 없었다. 그저 역할에 맞는 배우를 먼저 물색했을 뿐이다. 이병헌을 캐스팅한 이유도 그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액션 연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덴젤 워싱턴에게 연락했을 때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캐스팅해놓고 보니 그가 흑인이었다. (웃음)"
씨네21, [현지보고] '황야의 7인' 리메이크 '매그니피센트 7' 안톤 후쿠아 감독을 만나다
안톤 후쿠아는 인터뷰에서 '인종에 관한 어떤 의도도 없었다'고 말했지만, 그가 구상한 '설정'들을 살펴보면 명확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7인의 무법자의 리더인 샘 치좀은 흑인이다. 거기에 동양인인 빌리 락스(는 백인인 굿나잇과 절친이고)와 멕시코인 바스케즈(는 패러데이와 우정을 나눈다)가 가세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레드 하베스트(는 원주민을 죽이는 잭 혼과 함께 한다)와 잭 혼, 이렇게 7명이 함께 팀을 구성한다.
이는 '황야의 7인'에서 7인의 무법자들이 모두 '백인'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진일보한 설정이다. 실제 서부 시대에 다양한 인종들이 함께 어우러졌다는 사실에 착안했다고 했다지만,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멤버 구성이 끝나고 '로즈 크릭'에 입성할 때, 굳이 덴젤 워싱턴과 이병헌을 앞장 세운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플롯은 간단하고 등장 인물 간에 특별한 갈등도 없지만, 안톤 후쿠아 감독의 묵직하고도 화려한 액션 연출과 경쾌한 전투 장면들은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완벽히 몰입시킨다. 덴젤 워싱턴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연기는 두 말 하면 잔소리(그는 우리 나이로 63세이다!)고, 크리스 프랫과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절친으로 등장하는 에단 호크와 이병헌의 연기 호흡도 흥미진진하다.
아무래도 이병헌에게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데, 그의 '역할'은 할리우드에서 동양 배우들이 갖는 한계와 편견을 거뜬히 뛰어넘었다. 명실상부 할리우드 배우로 거듭난 이병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총뿐만 아니라 칼도 자유자재로 사용해야 하는 빌리 락스 역을 맡아 능수능란한 액션을 선보인다. 특히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굿나잇과 함께 종탑 위에서 보이는 '연기'와 '미소'는 감탄을 자아낸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이 영화를 여성판으로 기획해보겠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는데, 부디 속편이 제작돼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서부 영화를 꼭 보고 싶다. 헤일리 베넷의 배짱 있는 연기를 보니 그것이 꼭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 제공 :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의 블로그(http://wanderingpoe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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