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출시된 '피리스의 아틀리에 ~신비한 여행의 연금술사~'를 클리어했다.
'드래곤볼'의 유명한 '호이포이캡슐'을 연상시키는 '아틀리에를 들고다닌다'는 설정이 신선했고, 제목에 걸맞게 유저가 실제로 숲, 호수, 사막, 설원, 평야 등을 여행하는 느낌을 살렸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래픽, 스토리 등에서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좀 더 잘 만들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임이었다.
기본적으로 3부작의 2번째 작품인 만큼 전작 '소피의 아틀리에'와 연관성이 매우 큰 게임이었다. 전작을 해보지 않았다라도 플레이하기 힘들 정도는 아니지만 전작부터 플레이하고 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각 요소 별로 피리스의 아틀리에의 특징 및 장단점을 정리해 봤다.
그래픽과 사운드
첫인상에서는 솔직히 플레이스테이션4의 성능에 걸맞지 않은 그래픽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소피의 아틀리에에서 일러스트가 깔끔하게 반영된 3D 모델링을 보여줬는데 피리스에 와서는 소피에 비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지만, 소피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만큼 이번에는 첫인상으로 유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캐릭터 모델링을 보고 싶었다.
테마가 여행인만큼 배경 그래픽은 잘 구현된 것 같다. 실제로 유저가 숲, 호수, 사막, 설원, 평야를 여행하는 느낌을 받으며 플레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경에 힘을 너무 줘서일까, 플레이스테이션4도 조금 버거워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숲을 지나갈 때에는 프레임 드랍을 꽤 자주 겪어야 했다는 점은 아쉽다.
사운드는 흠 잡을 곳이 없었던 것 같다. 특전으로 주는 전작 BGM 팩으로 마음에 드는 곡으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새로 추가된 곡들도 편안하게 게임을 즐기며 몰입할 수 있게 돕는 훌륭한 BGM이었다.
스토리
전작에서 시간제한을 없애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하다 스토리의 끝을 보지 못한 것을 의식해서인지 시간제한을 부분적으로 도입했다
연금술 튜토리얼을 쭉 늘어놓지 않고 스토리와 시간제한으로 자연스럽게 익히게 만든 점은 좋았다. 하지만 해당 부분이 게임의 '초반'임에도 초반만 끝내면 텐션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게임이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인데 초반을 끝내고 다음을 진행할 모티베이션을 부여하는 부분을 성공적으로 잇지 못한 느낌이다.
피리스의 아틀리에를 현실에 비유하자면 시골에서 상경하여 대학을 졸업하기까지가 튜토리얼이고 이후 취직하기까지가 엔딩으로 나아가는 메인 스토리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여행하며 만난 동료들을 도우면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라는 주제에 부합하는 진행을 보여주긴 하는데, 매우 현실적이게도 대학 졸업까지는 시간에 쫒기면서 열심히 살다가 졸업 후에는 의욕을 잃고 드러누워 버리는 느낌이랄까...
여행을 테마로 한 결과 마을 사람들과 아기자기하게 일상 이야기를 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부분이 확 줄어들었다. 동료글과는 호이포이캡슐(아틀리에) 안에서 대부분의 이벤트가 진행되는데 전작들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드는 구성이었다.
피리스가 튜토리얼에서 사춘기 가출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고 집에돌아오는 과정을 거침에도 튜토리얼이 끝나도 비쥬얼이나 행동에 큰 변화가 없다보니 게임 내에서는 어린아이 포지션에 머물러 있는 점도 애매한 느낌을 주는 부분.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 있어 연금술이나 전투같은 외적인 부분 이외의 감정적인 교감은 또래 여자애 한명 정도와의 이벤트로 극히 작게 묘사된다.
소피의 아틀리에에서 마을 친구 두명이 가졌던 '마을에 대한 애착과 깊은 교감'을 언니가 다 가져가면서(소피와 플라흐타가 선생님 포지션을 가져가긴 하지만) 게임 전체가 여동생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여행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언니로 요약 가능해진다.
전투
타임 테이블을 가진 턴제 전투라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상대 턴을 뒤로 밀어가면서 약점을 공략하고 브레이크를 유도하여 상대에게 턴을 주지 않고 때려잡는것을 목표로 한다.
폭탄마에게 많은 푸쉬를 준 작품으로, 연금술 캐릭터가 약점공략+딜을 맡고 공격수 캐릭이 브레이크와 서포트 게이지+턴 밀기를 맡아서 싸우는 느낌이다.
모든 동료에게 피리스를 서포트하는 능력이 붙어 있는데, 서포트 방어를 하는 캐릭터는 절반의 대미지를 받고 피리스는 대미지를 전혀 받지 않기 때문에 적의 광역 공격에서 살아남을 동료를 지정하는 느낌으로 사용 가능하다.
서포트 게이지를 빠르게 모아서 브레이크된 대상에게 필살기를 찔러넣는 식의 전술 구상도 가능하지만 연계%가 데미지에 주는 영향이 '에스카-로지'의 스타일과는 좀 달라서 평타 연계로 한턴에 마지막 궁극 폭탄까지 날리던 짜여진 공략같은 것은 사용할 수 없도록 조절되었다.
노멀 난이도로 평이하게 진행했을 때 히든 보스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조금 고생하더라도 약점 공략과 턴 밀기만으로 적당히 공략 가능한 수준이다.
연금술
많이 복잡해졌던 소피의 아틀리에에 비해서 좀 단순화되었다는 인상을 주지만 하이엔드로 갈수록 신경쓸 부분이 더 늘어난 느낌이다.
솥의 모양을 신경쓸 필요는 없어졌지만 연금라인(적합한 속성으로 라인을 모두 덮으면 특수한 효과가 발현함)의 존재와 촉매(솥의 크기와 연금라인의 효과를 변동시킴)가 좀 더 '다양한 재료를 수집' 하게 만든다.
아이템 사용회수 리필은 존재하지만 복제가 불가능해졌다는 점도 큰 변화. 제작 개수를 늘리는 촉매를 쓰면서 되먹임해서 증식시키는 식으로 조합품 관리가 필요하다.
연금 레시피 발상은 소피보다 조금 퇴보한 느낌을 준다. 책 한권을 열고 그 책의 레시피 발상에 필요한 행동을 찾아서 발상을 다 하면 다음 책이 열리는 식으로 모티베이션을 주던 전작의 시스템을 폐기하고 맨땅에 헤딩하면서 레시피 힌트를 찾아다니고 몇개가 남았는지 짐작도 안되는 식으로 바뀌어버린 것.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초중반에 나와야 할 폭탄이 후반부에 가서도 힌트도 나오지 않는다거가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조합에서 레시피마다 숙련도가 존재하면서 최종 완성품을 만들기 전에 품질 낮은 시제품들을 몇개씩 만들게 되었는데 이 부분은 상당히 현실적인 느낌으로 바뀌어 괜찮은 느낌을 줬다.
탐험
튜토리얼 기간 동안에는 느긋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시간에 쫒기는 플레이를 하게 된다. 주변 경관을 볼 여유가 없고 과제와 수집, 맵 진행에만 주력하게 만든다.
그런데 튜토리얼이 끝나고 시간제한이 사라지면 맵 탐험을 쉽게 하기 위한 발명품(말, 비행기)를 얻으면서 본격적인 연금게임으로 바뀐다. 수집, 전투를 반복하면서 서브퀘스트로 동료들의 이벤트를 보는 흐름이 된다.
튜토리얼에서 거쳐간 지역은 어느정도 기억에 남는 반면 이후 시간제한이 풀린 시점에서 방문한 지역의 NPC 대화는 부차적인 것으로 변하는 느낌이다. 좀 다른 식으로 시간제한을 줄수도 있었을 텐데 개발진의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설산, 숲, 호수, 물속, 하늘섬 등등 배경 구현은 조금 황량하다는 반응을 얻은 전작들보다는 많이 발전했다. 피리스와 함께 (옷도 바꿔 입으면서) 여행하는 느낌을 주려는 구상은 매우 성공적인 것 같다.
총평
신비 시리즈 3부작의 두번째 작품으로 소피에서 비판받은 부분을 적당히 고치고 연금술을 다듬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비 시리즈에서 말하는 신비한 것이란 대체 무엇인가? 책 속에 신비한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를 따라 여행을 하며 신비한 모험을 하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시리즈의 훌륭한 2편이라 평가해도 좋을 것 같다.
전체적 완성도를 놓고 보면 한참 달리다가 후반부에 힘이 빠져버린 소피와 달리 여기저기 노력한 게 엿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수습해 하나로 모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느낌인데, 이 부분은 테마가 여행이라서 그런 것인지(책을 끝까지 보는게 어려운 것도 그래서일까) 의문이다.
당장 피리스의 아틀리에부터 하기보다는 소피의 아틀리에부터 먼저 하길 권해야 할 것 같다. 시리즈 중간작이라 소피의 아틀리에에 많이 의지하는데 소피의 아틀리에 2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느꼈다. 물론 소피의 아틀리에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못하는 작품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10점 만점으로 말하자면 기본 7점에서 팬심으로 +해 7.5점 정도를 줘야할 것 같다. 수작이라고 평하기엔 조금 애매하지만 아틀리에 시리즈다운 게임임엔 틀림없다. 긴박감 넘치는 장면은 없지만 아기자기하고 잔잔하고 피리스가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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