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면서 성장한다. 실패를 거울 삼아 더 나은 성공을 위해 나아가고 성공을 하면 이를 바탕으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게임산업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 게임기업들은 수 많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1994년 설립된 넥슨은 국내 게임 산업 역사에 많은 족적을 남겼다.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엠게임 등 다양한 게임사들과 함께 온라인게임 전성시대를 열었고 국내 게임시장을 지금과 같은 규모로 키워낸 국내 대표 게임사다.
게임산업과 기업이 성장하면서 진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넥슨은 크고 작은 이슈들을 속에서도 다양한 게임들을 통해 꾸준히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지난 해 넥슨은 연초부터 게임 외적인 일로 구설수에 오르더니 결국 여름쯤 게임서비스와 관련해서도 커다란 홍역을 앓고 말았다. 바로 넥슨이 절치부심하며 야심차게 선보인 온라인 FPS게임 ‘서든어택2’가 서비스 3개월 만에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서 빠르게 서비스 종료가 된 것.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만큼 빠른 서비스 종료였다.
뼈아픈 실패, 하지만 성과가 남았던 '서든어택2' 서비스 종료
사실 게임의 성공과 실패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됐던 '서든어택2'의 빠른 서비스 종료는 유저들뿐만 아니라 게임업계 관계자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지난 해 7월 6일 서비스를 시작했던 서든어택2는 그 해 9월 29일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서든어택2'는 서비스 초기 PC방 순위 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트릭스에서 점유율 약 2.6%를 기록, 7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서든어택이 여전히 건재하고 다른 경쟁작들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혀 나쁜 성적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곧바로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높은 게임성과 진입장벽을 만드는 BM, 여기에 캐릭터 성상품화 논란까지 가열되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고 넥슨과 개발사인 넥슨지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논란과 게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줄어들줄을 몰랐고 더욱 확대됐다. 이런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넥슨은 결국 서비스 3개월만에 서든어택2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서든어택2는 준비했던 많은 것들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역대 온라인게임 사상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작품이 됐다.
서든어택2의 서비스 종료는 수많은 게임 서비스 경험으로 다져진 노련한 넥슨이라는 기업에게도 상당히 뼈아픈 실패로 기록됐다. 원작의 놀랄만한 성공을 기반으로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새로운 게임에 대한 내부의 판단과 시장에서 기대한 새로운 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다를 때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다.
결과만을 놓고 이야기 했을 때 서든어택2는 실패했으나 굴지의 게임사 넥슨에게 '전혀 실패할것 같지 않은 게임도 실패할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갖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서든어택2'의 실패는 소득도 남긴셈이다.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넥슨의 선택 "수익 보다는 재미"
사실 넥슨이 '재미있는 게임'을 모토로 본격적인 변화를 추구한 것은 서민 대표 체제에서 약 6년 만에 새롭게 조직의 수장 자리에 오른 박지원 대표(구 넥슨재팬 글로벌사업 총괄) 체제로 바뀌면서부터다.
박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른 2014년 이전까지의 넥슨은 신작 게임 보다는 이미 서비스 중인 라이브게임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이었다. 신작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체 개발보다는 투자나 퍼블리싱을 통해 가능성 있는 게임을 서비스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변화는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됐다.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회장이 참석한 'NDC 2014' 현장에서 김 회장은 “(넥슨은)인수합병만 하고 개발은 안하는 조직”, “넥슨은 게임개발사가 아닌 투자회사라는 말을 듣고 있는 것을 잘 안다” 등 파격적인 말을 쏟아내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바로 개발사 넥슨이 가져야 될 변화에 대한 오웬 마호니 대표와 박 대표의 이야기였고 각자의 계획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목적은 같았다. ‘수익’보다는 ‘재미’를 강조하는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넥슨의 체질 개선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박 대표가 조직 전반의 조직 개선에 힘을 쏟았다면 주력 사업인 게임, 특히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신규 프로젝트의 체질 개선은 정상원 부사장이 맡았다. 정 부사장 역시 NDC 행사를 통해 “벤치마킹을 자제하고 다양한 신작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중략) 넥슨에서 잘 만들지 않았던 다양한 게임들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돈슨의 역습’이라는 파격적인 슬로건을 내세우며 역대 가장 많은 신작 게임을 선보였다.
'리니지' 쇼크로 눈 높아진 국내 게임 시장, 오리지널 IP로 가치 증명한 '액스' 성공의 의미
그렇게 넥슨이 대대적인 변화를 선언한지 3년이 지났다. 게임 개발사들 중에서 가장 많은 프로토타입 버전의 게임을 외부에 알려왔으며 출시된 게임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게임도 많았다. 지난해 서든어택2의 실패는 변화와 다양성을 추구했던 넥슨의 목표가 일시적으로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넥슨의 변화는 바뀌지 않았다.
변화를 시도했던 넥슨에게 올해는 특히 중요한 한 해라고 볼 수 있다. 대표가 바뀌고 조직이 세팅 된 이후 오랫동안 담금질을 한 다양한 신작 프로젝트들의 출시가 예정된 해이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을 즐기는 절대 인구수의 차이로 글로벌 시장에 비해서 크게 우선되지 않았던 국내 시장에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이 국내 게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매출 기록을 보여주며 단순히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길 기대하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야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넥슨은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게임을 계속해서 출시해왔다. 지난해 넥슨은 2월 '메달 마스터즈'를 시작으로 '리너터즈', 온라인게임 '하이퍼유니버스' 등 10종의 모바일, 온라인게임을 출시했다. 게임의 장르 역시 RPG, MMORPG, AOS, S-RPG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출시해 국내 게임 개발사들 중에서는 가장 많았다.
올해는 도전의 영역을 더욱 넓혔다. '엘소드 슬래시'를 시작으로 최근에 출시된 ‘액스’에 이르기까지 14종 모바일게임을 출시했으며 올해까지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게임도 모바일게임 7종, 온라인게임도 4종에 달한다. 장르적으로도 더욱 다양해져 RPG를 포함해 슈팅, 인디게임, 어드벤처 등 장르가 더욱 다변화 됐다. 온라인게임도 레이싱, MMORPG, 슈팅 등으로 다양한 타이틀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성과적으로 주목해볼 부분이 많다. 올해 2월 출시된 '이블팩토리'의 경우 독특하고 차별화된 게임성으로 출시 일주일도 안돼 글로벌 누적 100만 건을 돌파했으며 '진・삼국무쌍: 언리쉬드'의 경우 글로벌 누적 500만을 돌파하며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리에 서비스 중이다. 장르다변화를 본격화 하면서 성과에 대한 아쉬움은 대중들을 겨냥한 '다크어벤저3'와 '액스'로 해소했다.
액스의 성공은 넥슨 내부에서도 고무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개발 구조가 다변화 되며 오리지널 IP의 개발 빈도가 높아진 넥슨 내부에서 성과가 뒷받침 되는 게임을 서비스한다는 경험은 앞으로 선보이게 될 다양한 타이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액스라는 작품이 그 자체가 도전적인 타이틀이라기 보다는 보다는 대중성인 성격이 짙은 타이틀이라는 점이지만 액스의 성공 경험이 앞으로 출시 될 많은 도전적 타이틀에도 잘 녹여질 수 있다면 넥슨이 강조하는 '재미있는 게임'을 더욱 다양화 할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가리지 않는 개발 문화 만드는 넥슨, 내년에도 새로운 도전 이어나간다
앞서 이야기했듯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넥슨의 노력은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몇 개의 콘솔 타이틀이 시범적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이미 제작중인 신작 게임의 플랫폼 다변화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등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개발자의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그러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있어서도 분명 좋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넥슨은 게임 BM의 핵심이라고 평가받는 Free to Play 방식을 시도하고 가장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게임기업이다. 하지만 게임의 매출을 높이는 BM에 집중하면서 넥슨이 아니라 ‘돈슨(돈을 밝힌다는 넥슨의 줄임말)’으로 유저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 때는 F2P 방식이 기업에게 안정적인 유저 확보와 수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해주는 효율적인 BM이었지만 기업 간의 경쟁으로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하기 위한 선택을 제공한다는 당초 목적과 다르게 수익성을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지금의 F2P 방식은 요즘 세대의 게이머들에게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이 때문에 최근 넥슨은 물론 다른 게임사들에서도 새로운 BM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넥슨도 신작 게임에 부분적으로 시도하고 있던 새로운 BM이 적용된 게임을 내년부터는 조금씩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올해 일부 타이틀들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시도해봤던 것을 내년 정도에는 온라인, 모바일, 콘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해 대중들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ㅏ.
넥슨 김정욱 부사장은 “넥슨은 다양성과 다변화를 추구하는 기조에 따라 참신한 소재, 무과금 요소 등 차별화된 게임성을 바탕으로 게임 본연의 재미를 추구하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단기적인 흥행보다 긴 호흡을 가진 탄탄한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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