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서부의 무법자였던 내가 평범한 행인이 되어버린 이야기, 락스타 게임즈 '레드 데드 온라인 베타'

등록일 2018년12월17일 13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올해 가장 인상깊었던 게임을 꼽으라면 단연 락스타 게임즈의 야심작 '레드 데드 리뎀션2'일 것이다. 고 퀄리티의 그래픽이나 주인공 '아서'의 나쁜 남자스러운 매력도 좋았지만 기자가 생각하는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진짜 재미는 게임 속에서 느끼는 '하나의 살아있는 세계'다.

 

미션을 진행하러 서부를 횡단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들이 플레이어를 반기는 것은 물론, 길가에 돌아다니는 강아지 한 마리도 상호작용의 대상이 되는 게임의 시스템에 기자는 물론 많은 게이머들이 신선함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게임 속 AI가 아닌 진짜 사람들과 함께하는 '레드 데드 리뎀션'의 세계를 바란 것은 기자 뿐만이 아니었다.

 

이런 기대 속에서 드디어 '레드 데드 리뎀션2'의 멀티 플레이 모드 '레드 데드 온라인'의 베타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한발 앞서 '레드 데드 온라인'의 세계를 체험한 유저들 사이에서는 아비규환이라는 이야기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레드 데드 온라인' 만의 새로운 이야기, 분량은 아쉬워

 



 

'레드 데드 온라인'은 '레드 데드 리뎀션2'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제공하고 있다. 게임의 주 무대가 되는 서부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이번에 플레이어가 조작하게 되는 주인공은 온전히 나만의 새로운 인물. 게임 시작 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고 있지만 시대적인 배경 탓인지 미형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온라인 만의 스토리도 존재한다. 플레이어는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할 위기였지만 복수를 원하는 귀부인으로부터 구출된다. 이후 주인공은 귀부인의 요청에 따라 복수를 위해 움직이게 되는데, 베타 버전에서 제공하고 있는 메인 미션의 분량이 워낙 짧고 온라인 모드가 정신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중심이 되는 이야기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베타 버전에서 공개된 분량은 전체의 4분의 1 정도인데, 현재 체험할 수 있는 메인 스토리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아 본편의 가장 큰 매력인 치밀한 서사는 만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복적인 멀티 플레이 콘텐츠

 



 

게임의 핵심이 되는 멀티 플레이 콘텐츠 역시 부족하게 느껴진다. '유랑 임무'를 통해 플레이어는 캐러밴을 호위하고 물건을 옮기는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온라인답게 해당 임무에서는 다른 라이벌 플레이어들이 난입해 임무를 방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임무가 너무 단조로운 것은 물론, 별다른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라이벌 플레이어를 처리해도 금세 다시 부활하기 때문에 상당히 끈질긴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데, 임무를 다 수행하더라도 플레이어가 얻는 만족감이나 보상이 그리 크지 않다. 단지 '다른 플레이어가 나를 방해한다'라는 신선함에 익숙해진 뒤에는 의미 없는 임무들이 반복된다.

 



 

경쟁 콘텐츠에서도 그다지 큰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다. 플레이어가 소지하고 있는 무기는 PvP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데, 무기 종류에 따라 플레이어 사이의 격차가 생각보다 크게 벌어진다는 느낌이다. 더욱이 본 게임에서는 자동 조준 보정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더 멀리에서 상대를 포착할 수 있는 무기를 상대로 플레이어가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하다.

 

이처럼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서부 세계에 입장했다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정작 그 안에서 즐길거리가 부족한 점이 '레드 데드 온라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볼 수 있다.

 

상호작용이 없는 지루한 세계

 



 

한편,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오픈필드가 워낙 넓기 때문에 본편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이동'이다. 게임 진행에 따라 빠른 이동 기능이 추가되지만 제한적이기 때문에 결국 게임을 즐기는 시간 대부분은 말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사용된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동 과정을 보완하는 것이 '인카운터'를 비롯한 다양한 돌발상황이다. 필드 곳곳에서 등장하는 행인과의 대화, 또는 누군가 살고 있는 집 등을 방문하며 플레이어는 게임 속 세계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레드 데드 온라인'의 베타 버전에서는 이런 돌발상황이 전혀 없기에 이동 과정이 너무나도 지루하게 느껴진다. 본편에 등장하는 돌발상황들이 삭제된 것은 물론, 필드 곳곳에 널려있는 집들도 가구나 주민이 없이 텅 비어 있어 허전한 느낌을 받았다. 결국 이동 과정 자체가 단순해지는 것은 물론, 상당히 긴 시간을 아무런 즐거움 없이 허비하게 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경제 구조의 부재와 무너진 치안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많은 유저들이 불편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게임의 경제 구조.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재화 수준과 상점에서 판매하는 아이템의 가격 수준이 달라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는데 불편이 크다.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피스톨의 가격이 200달러 정도인데, 미션을 수행하거나 행인을 털어도 얻을 수 있는 달러가 많지 않다.

 

결국 게임 내에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은 가죽이나 고기를 판매하는 것. 특히 물고기가 의외로 고가에 거래되기 때문에 서부 갱단 생활을 즐기러 온 많은 유저들이 낚시 왕이 되는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다. 여기에 가죽을 팔아 밀렵꾼으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유저들도 많은 등 경제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필요가 있다.

 



 

치안 문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은 언제라도 다른 플레이어들을 쏘아버릴 수 있는데, 게임 내에서 이에 대한 아무런 불이익이 없어 문제가 크다. 사망한 플레이어는 곧바로 부활해서 복수를 할 수 있지만 먼저 총을 쏜 플레이어가 다른 채널로 넘어가면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본편에서는 마을에서 무력을 행사할 경우 보안관이 출동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마저도 없어 그야말로 무법지대가 펼쳐진다.

 

속 빈 강정, 발전된 모습을 기대한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쾌활한 서부 활극을 예상했던 기자의 생각과 달리 '레드 데드 온라인'은 본편의 매력이 다소 희미해진 작품이다.

 

특히 멀티 플레이 환경을 구축했음에도 정작 게임 내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한 점이 '레드 데드 온라인'의 가장 큰 문제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본편의 매력인 돌발상황이나 이에 대한 상호작용 요소가 전무해 넓은 필드를 이동하는 시간 대부분을 허비하게 된다는 점도 게임의 아쉬운 점이다. 이 밖에도 게임의 경제 구조나 치안에 대한 완성도가 부족한 점에서도 아직 '레드 데드 온라인'이 가야할 길이 멀다는 느낌.

 

그러나 락스타 게임즈의 지난 작품인 'GTA 온라인' 역시 출시 초반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것과 달리,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지금까지도 많은 유저들이 즐기는 게임으로 남은 것처럼 '레드 데드 온라인' 역시 베타 버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나은 게임성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드 데드 온라인'이 새로운 콘텐츠들과 게임 구조를 개선해 완벽한 '서부 생활 시뮬레이터'로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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