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2부의 서막을 알린 '난류연속', 그리고 11지역과 '허수미궁 플러스'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이후 드디어 대규모 겨울 시즌 이벤트 '이성질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 대규모 이벤트였던 '난류연속'은 결과적으로 스토리 측면에서는 큰 진전이 있었지만, 미카팀에게 많은 아쉬운 점과 개선해야 할 숙제를 남겼다. 11지역과 '허수미궁 플러스' 이후 공개된 '이성질체'는 메모리 누수 및 최적화, UI 개선 등이 포함된 신규 클라이언트와 함께 업데이트를 예고해 지휘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이성질체'에서는 평화 회담이 개최되는 '베오그라드'를 배경으로, 그 정체와 담고 있는 정보는 베일에 싸인 '스피라에나 노드'를 확보하기 위한 '패러데우스(하얀 세력)'와 M16을 대표로 한 '철혈공조', 그리고 지난 11지역에서 만난 'K'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그리폰', 통제할 수 없는 괴물 'E.L.I.D'까지 등장해 더욱 격해지는 스토리 라인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립구도가 공개되자, 유저들은 지휘관이 사실상 세계관 내 최고의 '먼치킨'이자 가장 불쌍한 입장 아니냐며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전 '난류연속'에서 지적됐던 다양한 문제들은 개선되었는지,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와 '떡밥'을 들고 나왔는지 한동안 '군수전선'만 하던 기자가 오랜만에 업데이트된 '이성질체'를 직접 플레이 해봤다.
난이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고민과 새롭게 추가된 시설물
우선 '난류연속'에서 단점으로 지적됐던 난이도 인플레이션이 대폭 개선된 점이 눈에 띈다. 이번 '이성질체'는 '디제이맥스' 콜라보레이션과 마찬가지로 노멀과 하드로 난이도를 나누고, 보상도 개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특히 랭킹전인 '혼돈폐막'에도 이러한 난이도 구분이 적용되어, 랭킹전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드 플레이가 부담된다면 각종 요소들을 활용해 점수를 챙기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
기본적인 인형과 요정 육성에 소홀히 하지만 않았다면 노멀 난이도로 엔딩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샷건과 머신건이 육성되어 있지 않다면 '저지'를 상대하는 것이 버거울 수 있지만, '난류연속' 당시 어지간히 제대를 육성한 '소청년'들도 3지역(종말을 넘어)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더불어 이번 '이성질체'에서는 차단문, 버려진 골리앗, 돌 무더기 등의 시설물도 새롭게 추가됐다. 사실 메인 미션을 클리어할 때만 하더라도 크게 색다른 시스템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차단문과 제어 콘솔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적의 접근을 막거나 이를 활용해 일반적인 제대로는 잡아내기 까다로운 적을 처리하는 일명 '반갈죽' 플레이 등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져 전략적인 측면에서 만족스러웠다.
랭킹전인 '혼돈폐막'은 보상이 하필 '준비만전'으로 널리 알려진 'MG4'의 전용장비여서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기 다소 약한 측면이 있긴 하나, 10제대를 모두 투입하는 야간 총력전으로 구성되어있고 철혈공조와 패러데우스(하얀 세력), 그리고 E.L.I.D까지 총출동하는 만큼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대폭 개선된 유저 편의성, 미니게임 도입도 색다른 느낌
이 외에도 보급 상자를 획득할 수 있는 전역의 제한이 사라지고, 원하는 곳(편한 곳)에서 최대 개수까지 쉽게 파밍이 가능한 점도 호평하고 싶다. 특히 다음 지역을 열기 위해 필요한 정보 점수, 그리고 어느 지역에서든 획득할 수 있는 보급 상자의 유기적 관계도 인상적이다.
기본적으로 다음 스토리를 보기 위해 자연스럽게 정보 점수를 모아 사용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보급 상자도 얻을 수 있다. 모든 미션을 클리어하면 정보 점수는 의미가 없어지지만, 각종 보급 상자 파밍 방법을 활용하면 파밍에 대한 스트레스도 확실히 줄어들어 만족스러웠다.
여기에 '특이점'과 '난류연속'을 거쳐 개선됐던 백트래킹 시스템을 아예 버리고 스테이지 클리어 후 분기가 열리는 형태로 변경된 점도 편의성 개선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요소다. '특이점'에서는 루트를 열기 위해 돌아간 다음 반복적으로 미션을 클리어 해야 했고, '난류연속'에서는 한번 개방된 루트는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되도록 개선됐었다. '특이점'의 방식은 지나치게 번거롭고, '난류연속'의 방식은 '백트래킹' 시스템의 존재 의의가 희석되는 단점이 있었기에 이러한 변화는 반갑게 느껴진다.
미니게임 형식으로 즐길 수 있는 바이크 미션도 색다른 시도여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기본적으로 '소녀전선'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미니게임을 통해 지루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있다. 이러한 QTE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면 다소 어려울 수 있는데, 일시정지 신공(?)을 활용하면 무난하게 클리어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외에 이번 '이성질체'에서는 스크립트 자동 넘기기와 놓친 대화를 다시 볼 수 있는 스크립트 로그가 추가되었는데, 사실 당연히 있었어야 할 시스템이었기에 '지금이라도 추가되어 다행'이라는 느낌이다.
중간 정리를 하자면, 난이도 구분과 미니게임 도입 등 호평을 받았던 '디제이맥스' 콜라보레이션의 장점을 가져와 '난류연속'에서 나왔던 단점들을 개선해 내놓은 것이 이번 '이성질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디어 다시 모인 '안티레인', 풀리지 않은 '떡밥'들에 대한 궁금증
한편, 이번 '이성질체'의 스토리는 많이 진전된 느낌은 아니지만 대체로 만족스럽다. 일명 '찐찐' 조합으로 스토리 상 의외의 궁합을 보여준 AR-15와 AN-94, '난류연속'을 통해 재회한 후에도 여전한 만담을 보여주는 RO635와 M4 SOPMOD II, 얼핏 보면 물과 기름처럼 보이지만 투닥거리는 모습이 유쾌함을 불러 일으키는 M4A1과 AK-12 등 크게 구분된 세 가지 루트의 스토리라인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특히 이번 '이성질체'에서는 아쉽게도 404가 등장하지 않는 대신, 그동안 깊게 다뤄지지 않았던 '리벨리온'의 활약과 이야기에 집중되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또 모종의 이유로 철혈의 편에 서있는 M16을 제외한 '안티레인'이 한 자리에 다시 모이는 마지막 장면은 '이성질체'의 백미라고 평할 수 있다.
'난류연속'에서 그려진 캐릭터들의 성장기가 이번 '이성질체'에서도 약소하게나마 이어진다는 점 또한 언급하고 싶다. 이전의 '난류연속'에서는 '안티레인'의 막내 포지션인 M4 SOP MOD II의 생존기와 동료애 그리고 내면의 성장이 돋보였고, HK416 또한 404소대 안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 UMP45와의 진전된 관계도 그려져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기억이다.
이번 '난류연속'에서는 M4A1의 내면이 주로 그려진다. M16과의 재회와 모두를 지킨다는 목적을다시 한번 되짚으면서도, '오가스'와의 대화를 통해 아직까지도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며 자책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또 시나몬 롤인가요? 젠장!”이라는 대사로 대표되는 M4A1의 '혐성' 이미지를 의식해서인지, 부상 당한 장교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거나, E.L.I.D로 변이되고 있던 병사가 자신을 죽여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는 등의 연출도 보여졌다.
물론 이러한 연출로 '혐성' 이미지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비중 있는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면 될 듯 하다. 앞으로의 시나리오에서 M4A1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드디어 스토리 전면에 나선 '패러데우스(하얀 세력)'가 '스피라에나 노드'를 탈취하기 위한 목적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또 '스피라에나 노드'가 담고 있던 정보는 과연 무엇인지, “세상을 새로 쓸 칼끝”이라는 문장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비밀들이 베일에 감춰져 있다.
특히 M4A1과 M16이 노드에 연결했을 때 겪는 반응 차이는 왜 있는 것인지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작중 주인공으로서 특별한 인형으로 늘 묘사됐던 M4A1과 M16의 차이는 '이성질체'의 뜻과 연결되어 의미심장하다. 다소 낯선 단어인 '이성질체(Isomer)'는 화학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용어다. 사전 상으로는 분자식은 동일하지만, 분자 내에 있는 구성 원자의 연결방식이나 배열이 동일하지 않은 화합을 일컫는다고 설명되어 있다. 즉 분자식이 같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배치 되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질 수 있고 실제로 이러한 화합물을 가리키는 것이 바로 이성질체다. M4A1이 온전한 인형이 아닐 수 있다는 가설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점도 주목되는 부분.
뿐만 아니라 안젤리아와 지휘관을 휘어잡고 있는 'K'의 진짜 정체와 배후 세력의 목적은 무엇인지, 철혈공조의 신규 보스 '비크'와 UMP45와의 관계는 무엇인지 등 셀 수 없이 많은 '떡밥'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아쉽긴 하나 이제 막 2부 초반인 만큼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앞으로 공개될 스토리가 더욱 기대된다.
대체로 만족스러운 '이성질체', 다음 스토리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번 '이성질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다.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도 충분히 개선되었고 캐릭터들의 이색적인 조합과 내면의 묘사도 이루어졌다.
특히 인게임에서 난이도와 전략 등 대부분의 요소에서 유저들에게 충분히 선택지가 주어졌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밝혀지지 않은 '떡밥'들이 더욱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 기다림이 마냥 불편하지는 않다.
2부의 시작을 알렸던 '난류연속', 그 뒤를 이어 약간의 스토리 진전이 있었던 11지역과 이번 '이성질체'까지 무탈하게 흘러가고 있는 '소녀전선'의 2부. 향후 캐릭터들이 맞이하게 될 운명과 그녀들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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