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리그 떠나 보낸 OGN, 1인 미디어와 시청자 연결고리 '만나보쇼' 등으로 활로 개척 나선다

등록일 2019년04월08일 09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인기 e스포츠 종목들을 떠나 보낸 OGN이 최근 1인 미디어와 시청자들을 연결하는 프로그램 '만나보쇼'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지난 2018년은 OGN에게 있어 가혹한 해였다. 기존에 OGN이 주관하던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2019년부터 라이엇 게임즈 자체 주관으로 변경된 것은 물론, OGN의 주력 프로그램 중 하나이던 '오버워치 APEX' 역시 블리자드가 자체 주관하는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로 개편된 것. 여기에 펍지 주식회사도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 리그를 단일화하면서 기존의 인기 e스포츠 리그 대부분이 OGN의 손을 떠나게 되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게임 전문 방송사로서 OGN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었지만 OGN은 중국의 국민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의 글로벌 리그 중계권을 유치하는 한편, 아이돌이 출연해 e스포츠 경기를 진행하는 '게임돌림픽'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인기 프로팀 SKT T1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예능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스트리머와 시청자를 연결시켜주는 공식 팬미팅 프로그램 '만나보쇼'다. '만나보쇼'는 OGN이 방영하는 스트리머 공개방송으로, 팬들이 스트리머를 현장에서 직접 만나고 함께 게임을 하는 등의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 초 첫 방영을 시작으로, 호평에 힘입어 3화 분량의 파일럿 방송이 완료되었으며 시청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스트리머에 의한, 스트리머를 위한, 스트리머에 대한 최초의 공개 방송

 

사진 제공 - OGN
 

기존에도 '지스타' 같은 게임 전시회 등 스트리머와 팬이 만날 수 있는 자리들은 많았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스트리머는 게임을 소개하기 위한 게스트 역할로만 소모되어 팬들의 아쉬움이 컸다. '만나보쇼'를 담당한 장준수 PD는 "단순히 게스트로서 TV에 출연하는 것은 스트리머들에게 큰 메리트가 없다"라며 "스트리머들이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다 '만나보쇼'를 기획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기획 의도에 맞게 '만나보쇼'는 스트리머가 주인공이 되는 최초의 공개 방송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매회 다른 스트리머가 출연해 자신의 팬들과 만나는 것은 물론, 1인 방송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스트리머의 집을 소개하거나 방송에서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던 후일담을 들을 수 있는 등 '만나보쇼'는 그동안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나선 게스트의 입장에서 벗어나 스트리머에게 초점을 맞춘 다양한 콘텐츠들로 호평을 받았다.

 

사진 제공 - OGN
 

여기에 기존의 1인 미디어의 형식에 맞게 스트리머가 프로그램을 주도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매회 유명 캐스터 '단군'이 메인 MC를 맡고 있지만, 팬들과 스트리머가 함께 게임을 즐기는 콘텐츠에서는 여느 1인 방송과 마찬가지로 스트리머가 프로그램의 주도권을 갖는다. 때문에 기존의 1인 미디어의 인기 요인 중 하나인 '소통'의 재미를 공개방송에서 살렸다는 점이 '만나보쇼'의 매력이다. 현장에서는 팬과 스트리머가 함께 게임을 하는 코너 이외에도 MC와의 토크나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코너들이 특히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1인 미디어에서는 보기 어려운, OGN이기에 가능한 '만나보쇼'

 

사진 제공 - OGN
 

특히 '만나보쇼'에서는 다양한 e스포츠 리그 및 프로그램으로 다져진 OGN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다. 스트리머와 팬들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코너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프로 리그 당시 사용되던 카메라 앵글과 배경음악이 그대로 사용되어 프로 경기 못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기에 각종 사고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 역시 OGN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1회 생방송 당시에는 악성 시청자의 '저격성' 참여로 프로그램이 난항을 겪었지만, OGN 측의 빠른 대응으로 무사히 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었다.

 

사진 제공 - OGN
 

공간적인 제약을 해결할 수 있는 시설도 OGN이 '만나보쇼'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이유다. 스트리머가 팬미팅을 진행하고자 할 경우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공간적인 제약인데, 매회 500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하는 것은 물론, 이들과 스트리머가 함께 게임을 즐길 수도 있는 시설을 갖춘 상암 OGN e스타디움이 '만나보쇼'에 최적화된 것.

 

장준수 PD는 "스트리머 개인이 팬미팅에서 게임부스나 관객석, 방송 설비를 갖추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라며 "스트리머 팬미팅에서 공간적인 문제들로 인원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는데, '만나보쇼'가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출처 - OGN 유튜브
 

1인 미디어에서는 도전하기 힘든 콘텐츠들도 '만나보쇼'의 경쟁력이다. '만나보쇼'는 매회 스트리머에게 맞춘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팬들에게 큰 재미를 제공했는데, 풍부한 리액션으로 '과몰입'이라는 별명을 가진 스트리머에게는 전문 심리 상담가를 초빙해 심리 분석을 진행했으며 노래를 즐겨 부르는 스트리머에게는 전문 보컬 강사에게 평가를 의뢰하는 등 기존 1인 미디어에서는 보기 힘든 콘텐츠를 통해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기존에 1인 미디어에서 '밈(인터넷 상의 유행 요소)'으로 통하던 스트리머의 심리나 노래 실력 등이 전문가를 통해 공식화되는 재미는 '만나보쇼'에서만 느껴볼 수 있다.

 

출처 - OGN 유튜브
 

특히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것은 1회 '한동숙' 편에서 진행된 실제 가수와의 듀엣 무대다. '한동숙'은 1인 미디어 플랫폼 '트위치'에서 '그 남자 그 여자'를 부른 뒤 이를 다른 여성 스트리머들의 노래와 합친 듀엣 영상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날 방송에서는 실제 활동하는 가수와 함께 듀엣 무대를 꾸며 현장은 물론 인터넷 상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점차 발전하는 모습 보여준 '만나보쇼'

 

출처 - OGN 유튜브
 

한편, OGN 측은 매회 피드백을 반영해 보다 개선된 환경에서 팬과 스트리머가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화 방송에서는 생방송 도중 제작진이 무대를 세팅하거나 스트리머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부스 내부에서 이동해 집중이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매회 점차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 끝에 3화 방송에서는 생방송 도중에도 큰 문제 없이 마무리하는 등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사전에 참여자 신청을 받는 형태로 인해 소위 '노쇼'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대폭 개선되었다. 장준수 PD는 "공개 방송 당일 오기로 약속한 팬들이 오지 않는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라며 "내부적으로 대기 팬들을 선발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3화 방송에서는 지금까지의 수치를 기반으로 '노쇼' 수치를 예측하고 그만큼의 인원을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프로그램을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통해 '만나보쇼'는 파일럿 방송 3회분 동안 총 16,400명의 신청자를 모집했으며, 실제 참석자 수도 1,500명 가량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온라인에서의 반응도 긍정적으로, 프로그램의 일부를 편집한 클립 영상의 경우 30만 뷰 이상을 기록했으며,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 내용이 화제가 되는 등 화제성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만나보쇼'로 활로 찾은 OGN, 다음 도전도 기대

 

출처 - OGN
 

'만나보쇼'는 3화 방송을 끝으로 파일럿 편성분을 마무리지었다. 매화마다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모은 만큼, '만나보쇼'의 정규 편성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도 높지만 장준수 PD는 아직 자세한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밝히기 힘들다고 전했다. 지난 3주간 매주 1시간 분량의 편집과 최소 2회의 사전 촬영 및 공개 방송 준비 등 '만나보쇼'를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낸 만큼, 그간의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휴식기를 갖는다는 것이 장준수 PD의 설명이다.

 

e스포츠 프로 리그를 다수 떠나보낸 OGN e스타디움이 한산해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OGN은 자사가 지닌 역량과 시설을 100% 활용해 스트리머와 팬들의 연결 다리 역할을 하는 '만나보쇼'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기존의 1인 미디어가 지닌 '소통'의 재미와 전문 방송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가 결합되어 스트리머와 팬들 모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인 만큼, OGN의 도전이 성공했다는 평가다.

 

장준수 PD는 "나 스스로도 평소 스트리머의 방송을 챙겨보는 '트수'이기에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항상 생각해왔다"라며 "'만나보쇼' 이외에도 스트리머들이 진심으로 참여하고 싶은 숙제 방송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e스포츠 리그를 떠나보내고 1인 미디어라는 새로운 활로를 찾은 OGN이 앞으로 또 어떤 조합을 시도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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