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게임 중독)을 공식 질병으로 분류한 후 국내 정부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을 준비하는 가운데 게임 개발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인디게임협회,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 길드,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으로 이루어진 다섯 개의 개발자 단체와 10년 간 게임 개발자로 종사한 후 현재는 게임 관련 방송을 진행 중인 인터넷 방송인 'G식백과'의 김성회씨가 금일(28일) 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부여 확정 및 보건복지부의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 날 행사에서 각 단체의 의사 표명과 공동 성명서를 공개 및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를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이들은 본격적인 성명서 공개 전 현재 사태에 대한 각 단체의 입장을 발표했다.
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협회장은 “이미 국내 게임사들도 자체적으로 게임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와의 논의 없이 게임을 즐기는 것을 질병으로 취급하는 것에 매우 유감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 게임개발자협회는 거침 없이 유관단체에 우리의 의견을 피력할 것이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인디게임협회 최훈 회장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것은 게임 업계 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게임 자체로만 보지 않고 문화 콘텐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지금 대한민국 대다수가 게임을 즐기기 때문에 단순히 게임이라는 이유로 질병 코드로 분류하는 것은 게임을 즐겁게 즐기는 유저들을 질병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 소극적인 소모와 개발자들의 개발 위축으로 가 결국 산업의 위기 그리고 문화 콘텐츠 발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으로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은 “게임 업계에는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 WHO의 기준에 의하면 게임 개발자들은 모두 말기암 환자나 마찬가지지만 게임 중독으로 인한 물의를 일으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게임을 접촉하면 접촉할수록 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존재라면 게임 업계에도 관련된 문제가 계속 터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런 일이 많지 않은 편이다. 이는 편견에 의한 것으로 많은 문화 콘텐츠 산업이 초반에는 기성세대의 눈총을 받았지만 점차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게임도 시간이 지나면 이런 편견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현재 게임을 질병의 원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게임과 상관없는 사람이 게임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 한다”라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 노조 'SG 길드' 차상준 지회장은 게임 개발자들은 규칙에 맞춰 플레이하고 합당한 보상을 제공 받으며 유저들이 다른 유저와 함께 플레이 해 사회 생활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생긴 문제를 게임에만 덮어 씌우는 것 같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게임을 즐기는 것을 게임 중독으로 정의한다면 후에 다른 원인이 밝혀지고 피해가 커졌을 때 보상할 방법도 없어지고 직장을 잃은 노동자라는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단언하기 보다는 조사를 통해 피해자를 최소화 시켜야 한다”라며 “과거 비슷한 사례에서 생겼던 문제들이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게임 개발자 연대 전명진 회장은 “게임으로 커뮤니케이션 단절을 말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라며 “단순히 아이가 게임을 많이 한다고 손을 잡고 정신병원으로 바로 가기 보다는 대화를 통해 뭐가 필요한지 알아보는게 중요하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방송인 김성회는 현재 게임 중독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고 게임에 대한 시선이 발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모든 문화 콘텐츠 자체가 처음 등장할 때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게임 업계는 유독 혹독하게 그 시선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렇게 만든데에는 학부모의 도피 심리, 이권 단체의 강연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표를 모으는 국회의원들의 공약과 강력 사건은 무조건 게임과 결부 시키는 일부 언론들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덧붙여 그는 “이렇게 된 것에는 게임 업계의 문제도 있다. 방송에서 '우리나라의 개발사들은 사행성이 강한 게임을 만드는데 과연 중독이 없다고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독특한 게임이 있으니 이 게임도 해보세요라고 할 수 있는 게임도 기성 세대를 설득할 영화 못지 않은 게임도 국내 작품에는 없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의 반성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오늘 행사에 참여한 단체들은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밝혔다.
먼저 이들은 게임 제작자들을 대변하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기 위해 향후 대국민 인식 향상 및 국민 참여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이들은 보건복지부 주도가 아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민관 협의체 구성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며 마지막으로 게임의 질병 도입 반대를 위해 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하나의 목소리를 내며 끝까지 동행할 생각이다.
다음은 이들의 성명서 전문이다.
과거 WHO의 ICD 10에는 동성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한 후 세계적인 사회 논란과 비판이 뒤따르자 수정판에서 삭제한 바 있다.
마약, 알코올과 같은 중독 물질은 자연 치료가 되지 않기에 반드시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하지만 건국대학교 정의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에 과몰입 된 청소년 2,000명을 5년 간 연구 관찰한 결과, 98.5%의 아이들이 별도의 치료나 상담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게 된다고 한다.
타 중독 물질과 달리 이번 ICD-11에 등재된 게임 이용 장애는 WHO의 9가지 진단 기준 중 5가지가 삭제되어 있으며 애매모호한 4가지 기준만 진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삭제한 5가지의 진단 기준에는 중독의 필수 증상인 내성과 금단현상이 포함되어 있다.
복지부와 한국정신의학계는 세계의 석학들이 경고한 바 있는 학술적 검증과 연구가 부족한 중독 진단 기준을 앞세워 수백만 명의 건강한 여가 문화와 놀이를 즐기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잠재적 중독 환자로 치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게임은 다양한 플랫폼과 다양한 장르에 따라 이용자 특성, 게임 이용 형태가 다르고 게임의 몰입 방법이 다르다. 이것은 마치 불량 식품 몇 개의 사례를 들어 음식 자체가 나쁘다라는 일반화의 오류 논리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보건 복지부 및 정신의학계는 본인들의 이해타산과 의학적 견해 이외에 산업적, 사회과학적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전에, 자신들이 가진 게임에 대한 선입견과 몰이해부터 우선 깨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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