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할만한 모바일게임을 찾아 헤매던 기자의 눈에 문득 들어온 배너 광고가 하나 있었다. 게임 이름과 로고 외에는 별다른 내용도 없이 'G36'을 보상으로 준다는 것 밖에 적혀있지 않은 밋밋한 '소녀전선'의 사전 예약 배너 광고였다.
평소 총기 등 밀리터리에 대한 흥미도 없었거니와, 본래 PC 패키지 게임을 위주로 했던 기자이기에 모바일게임과 미소녀에 대한 관심도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너를 보자 정말 이상하고 신기하게도, 마법처럼 '소녀전선'에 끌렸던 기억이 난다. 아쉽지만 왜인지 이유는 아직까지도 알지 못한다.
게임이 출시되고 얼마 안되어 판교역 근처에서 본 지하철 광고 또한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IWS-2000'의 일러스트와 함께 '총이 좋아? 소녀가 좋아?'라는 카피라이트가 적힌 광고였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고 유저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광고였다는 생각이다.
게임의 오픈 당일인 2017년 6월 30일. 큰 기대감 없이, 하지만 왠지 이 게임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간직한 채 UID 2만번대를 부여 받고 지휘관으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그렇게 기자는 다양한 사건 사고와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흑우'가 되고 말았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롱런'이리라
'소녀전선'은 약 22만 명이라는 조촐한 사전 예약자 수를 모집한 후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게임의 사전 예약자 자체가 허수가 많고,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액티브 유저로 전환되는 비율이 상당히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MMORPG들에 비해 매우 적은 숫자였을 것이다.
국내 마케팅도 대규모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저 입소문으로 아는 사람만 아는 게임이 될 수도 있었다. 특히나 이미 MMORPG로 대세가 기울어져 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미소녀와 총기(밀리터리)가 조합된 수집형 모바일게임이 성공할 것이라고는 기자를 포함해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소녀전선'은 여러모로 주류에서 벗어나 있었음에도 시기와 비즈니스 모델 등 여러 포인트들이 잘 맞물렸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지금에 와서는 서비스 초기에 비해 팬덤의 크기도 많이 줄어들었고 초기에 장점으로 언급되었던 점들이 사라지거나 바뀐 점도 많다. 하지만 서비스 초기 보여준 임팩트는 여느 대작 MMORPG 못지 않았고, 스킨 업데이트 시즌마다 매출 순위 상위권에 고개를 내밀며 '생존 신고'를 하고 있다.
이전의 '소녀전선 1주년 돌아보기' 기획에서도 밝혔듯이, '유사 게임' 또는 게임이 아니라고 유저들끼리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하는 이 게임이 국내 시장에 미친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소녀전선'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소위 '갓겜'이라거나, 국내 게임업계가 본받아야 할 게임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단지 국내에서는 '소녀전선'의 롱런을 노란색 신호 정도로 받아들인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소녀전선'의 성공 후로 이전보다 더욱 높은 완성도로 무장해 유저들의 지갑을 노리는(?) 중국발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현 상황이다.
'소녀전선'은 소위 '오타쿠'를 타겟으로 한 게임이 성공할 수 있다는 국내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와 발판을 만들어낸 타이틀이기에 그만큼 의미가 깊다. 그저 일개 중국 게임사 중 하나가 운 좋게 성공한 케이스라고 쉽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반짝' 하기는 쉽지만, 꾸준히 업데이트 시기마다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제2의 소녀전선'을 목표로 서비스를 시작했던 수많은 게임들(심지어 X.D. 글로벌이 직접 서비스한 게임도 포함하여)이 소리없이 사라졌음에도, 아직까지 매출 순위 상위권에 종종 이름을 올리는 것은 팬덤의 크기가 줄었을지언정 여전히 '소녀전선' IP가 갖는 힘이 꽤나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통 겪고 있는 '소녀전선'… 무사히 3주년 맞이할 수 있기를
국내를 포함한 여러 권역에서의 상업적인 성공과는 별개로, 기자는 '소녀전선'을 오픈 당일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플레이하면서 게임이 '달구지' 같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게임의 운영이 마치 자갈과 돌이 박힌 비포장 도로를 덜컹거리며 굴러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매끄럽지 못하고 불안한 것이 사실이고, 또 실제로 해결되지 못한 문제도 많이 있다.
특히나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행보는 2년 동안 플레이한 게임임에도 믿음이 잘 가지 않고 여전히 불안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일명 '플라잉 서버비'로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항공기 랩핑 홍보나 중국 현지의 대규모 타워 광고는 하지만 게임 내 성우 추가는 지지부진하다. 5기 성우가 추가된 것이 2018년 10월이므로 어느덧 9개월 가량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발할라' 콜라보레이션은 매우 만족스러웠고 이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도 이해는 되지만, 메인 스토리라 할 수 있는 11지역이 열린 지 벌써 9개월이나 됐다. 마케팅이나 미디어믹스에만 힘쓰지 말고 내실을 조금 더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 오프라인 이벤트에서의 아쉬운 운영, 국내에서도 한 차례 눈도장이 찍혀 사실상 유저들도 포기한 검열 일러스트, 개발사인 미카팀의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대평가에 대한 고집과 게임 내 밸런스 등 여전히 각종 아쉬운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1주년 이후 굵직한 사건을 짚어보면 랭킹전 집계 누락, 상대평가 제도에 대한 불만 표출로 일어났던 '바닥작' 시위, 악마의 인형 'P90'과 관련되어 논란이 일었던 일명 'SMG식' 사건, 일러스트레이터 '물거북'의 퇴사와 회사 내부 공문서 유출 등 게임 내외로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미카팀이 '게임 개발 동아리'라고 비난 받는 것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현재까지의 미카팀 행보를 미루어 보아 대처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게임을 즐기는 한 사람의 지휘관으로서 이러한 사건사고들이 '소녀전선'이 겪는 성장통이길 간절히 바란다. 랩핑 항공기와 지하철 광고, 타워 광고를 비롯해 공식 코믹스 연재와 애니메이션 방영,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소녀전선'은 게임 그 이상의 미디어믹스화를 위한 과도기에 있다. 특히나 얼마 전 국내에서 열린 오케스트라 공연은 (우중 PD가 K 모 게임을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는 둘째 치더라도) 이러한 '소녀전선' 미디어믹스화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로 보이기도 했다.
아마도 '소녀전선'의 스토리를 끝까지 보고 싶다는 것이 기자를 포함한 많은 지휘관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소녀전선 2' 같은 이상한(?) 것에 힘쓰지 말고, 부디 내실(게임 내 문제)과 외실(마케팅 및 미디어믹스)을 모두 잘 다져 큰 문제 없이 '404 소대'와 '안티레인 소대' 그리고 '리벨리온 소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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