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국내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외국계 게임사가 자신의 처녀작을 들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그리고 그 게임은 불과 몇 년만에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이어 한국의 수 많은 게이머들이 즐기는 국민게임이 됐다. 그 게임은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 그리고 게임사는 라이엇 게임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블리자드가 개발한 '워크래프트3'의 인기 모드인 DOTA(Defense Of The Ancients)의 개발자들과 하드코어 게이머였던 브랜던 벡, 마크메릴이 뜻을 모아 함께 개발한 MOBA게임(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Game)이다. 게임은 출시 1년 만에 월드사이버게임즈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게임의 이름을 걸고 진행했던 '리그오브레전드 시즌1 챔피언십’에서는 20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내며 흥행 가능성을 보였다.(2018년 기준 9960만 명)

게임 출시 초기 작은 회사에 불과했던 라이엇 게임즈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사이자 전 세계에 수 많은 팬을 확보한 e스포츠 기업이 됐다. 과거 한국의 게임사를 세계 최고라고 부르던 브랜던 벡 공동 창립자는 기업의 이념 중 하나인 '공정한 경쟁(Fair)'을 통해 라이엇 게임즈를 그가 최고라고 말했던 한국 게임기업들을 넘어 세계 최고의 게임사로 키워냈다.

그리고 라이엇 게임즈는 이제 한국 게임 시장에서 게임 외적으로도 없어서는 안될 회사가 되어 가고 있다. 바로 게임사업이 아닌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서다. 지난 2012년 6월 한국의 문화유산 후원 사업인 '문화재지킴이'를 시작한 라이엇 게임즈는 올해로 벌써 8년째 문화재 보호 사업과 청소년 역사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에 나가 있는 귀중한 한국의 문화재 환수에 노력할 뿐만 아니라 차츰 희미해져가는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게임포커스는 '한국 문화재 환수'라는 이색적인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의 구기향 총괄을 만났다. 라이엇 게임즈는 왜 한국의 문화유산을 지키는데 앞장서기로 했으며, 구기향 총괄이 말하는 지난 6년간의 사회공헌 사업은 어떤 의미였을까. 

의미 있는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가 진행한 지난 6년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자평한다면

라이엇 게임즈는 전 세계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며 진출 지역의 법규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와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 또한 그 기업 철학의 연장선 상에 있다. 사실 초기에는 외국계 게임회사가 한국 문화재 보호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시는 분도 많으셨지만 갈수록 정말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관심을 주시고 응원해 주신다. 무엇보다 우리 게이머들이 라이엇 게임즈와 함께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더할 나위없이 즐겁고 만족스러운 프로젝트이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사회 공헌 프로그램에 대한 본사의 평가는 어떤가

라이엇 게임즈의 지역 사회 공헌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에 대해서 본사에 따로 승인을 구하거나 보고를 하는 문화는 아니다. 하지만 본사 및 다른 지사들과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으며 모두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하는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해 굉장히 큰 관심을 갖고 있고 또 공감과 응원을 하고 있다.

본사에서는 한국의 프로젝트가 가장 모범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다른 지사들 역시 장애우를 돕거나 우범지대의 환경 미화 작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글로벌 서비스 데이’를 지정해 지역과 사회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으며 그 폭도 넓어지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대표가 3번 바뀌었지만 한국 문화유산 보호활동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사회공헌 프로젝트 자체가 특정 대표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의 결정이었던 만큼 모든 대표분들이 (이 사회공헌 활동을)더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 공헌이라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의 수익에 따라 만들어지고 사라질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한데 모든 대표분들이 사회 공헌 사업과 관련된 예산 축소에 대해서는 반대의 의지가 뚜렸했다. 아직도 문화재를 보호하고 후원하는 측면에서 우리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내부에서 이러한 사회 환원을 테마로 부르고 있는데 이러한 테마를 유지하는 것에는 오진호 대표의 힘이 컸다. 사회 공헌에 대한 의지가 특히 강했고 회사 설립 초기부터 이에 대한 고민을 했기 때문인데 지금도 이러한 테마를 잘 지킬 수 있게 되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어떤가

정말 많은 유저들이 우리의 사회 공헌 사업에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을 했더니 나도 모르게 애국자가 됐다"는 등 자부심과 만족감을 표해주는 유저분들이 많다. 이 외에도 라이엇 게임즈의 사회 공헌 활동을 좀 더 넓혔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하는 분들도 있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 다른 곳에서도 진행되거나 혹시 게임에 반영 될 가능성도 있나

한국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한국 사회와 게이머들을 위해 라이엇 게임즈 한국 오피스가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여 기획,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성공적이고 큰 사랑을 받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로 인정받고 있지만 프로젝트의 적용 범주를 해외로 확대하거나, 관련 내용을 게임 속에 반영할 계획은 특별히 없는 상황이다. 

다른 지역들에서도 또 다른 여러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고 게임 내에도 특정 문화와 연결된 콘텐츠를 반영하는 것이 혹시나 다른 지역의 누군가에게는 서운함이나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  

브렌든 벡 대표와 함께하는 문화재 지킴이 활동
 

한국 문화재 환수 과정 중 힘들었거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문화재 환수 사업은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욕심낼만한 사회 공헌 사업이다. 우리 문화재를 해외에서 들여오는데 박수를 받으면 받았지 욕을 먹을 일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사실상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이 우리 외에는 별로 없다.

그런데 다른 기업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업들이 쉽게 나서기 힘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상 어떤 문화재가 발견될지, 또 발견됐다고해서 회수가 가능할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자금 출연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떄문이다. 실제로 우리 역시 시도하면서 성과가 없었던 케이스가 있었던 만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화재 환수와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는 바로 석가삼존도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진행했는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유투브를 통해 해당 문화유산의 존재를 확인하고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해 실체를 파악하면서 시작됐다. 우리 문화재가 제대로 보존처리가 안되어 있는 상황에서 창고에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고 박물관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한국에 무조건 준다고 보장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단순히 비용을 지불한다고해서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설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도 작품을 소장하고 문화재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었기에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우리가 지원금을 주고 박물관이 우리 문화재청에 기증을 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진행했다. 경매나 협상이 아니라 서로가 문화에 대한 이해와 합일점을 찾아서 일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인상 깊었다. 석가 삼존도 외에도 라이엇 게임즈가 진행한 대부분의 문화재 환수가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LCK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혹시 이를 이용한 사회 공헌 마케팅을 진행 할 계획이 있나

이미 한 번 시도했다. 지난 2014년에 롤드컵을 통해 주관방송사인 OGN, 문화재청과 함께 우리 문화재를 알리기 위해 문화재청의 기본 영상을 편집한 공익광고를 내보낸적이 있다. 이러한 사회 공헌 마케팅은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으로 지금 당장 결과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일을 진행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LCK가 국내 리그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유저들의 시청율이 가장 높은 지역 대회이기도 한데 이 점을 잘 살려나가고 싶다. 

지난해 종로에 복합 문화공간인 롤파크를 개장했다. 롤파크가 실제로 해당지역의 경제활동에 효과를 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경기장만 있는 장소라면 경기장의 관객 숫자가 이용의 척도가 되겠지만 롤파크는 복합공간으로 상시 오픈되어 있고 이와 관련되어서 이용자들의 숫자를 별도로 체크하지 않다보니 정확한 자료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롤파크에 위치한 라이엇 PC방의 경우 주마다 약 2400명, 한 달에 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방문하며 근처의 카페테리아에는 직장인들의 방문비율이 높다. 카페가 아니라 쉼터로도 공간이 구성되어 있는 만큼 여름철에는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방문해 쉬는 사람이 많다. 

외부 인사로는 이미 종로구청장, 인스타그램 CEO,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 다양한 정부, 업계 관계자들이 방문했으며 해외의 프로게이머들이 한국에 전지훈련을 올 때마다 견학을 오는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여담으로 지난해 C9이 전지 훈련을 와서 소떡소떡을 맛있게 먹고 간 인터뷰가 기억난다. 앞으로 롤파크가 지역 주민들에게 더위나 추위를 피하고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만들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다. 

라이엇 게임즈에게 있어 게임 문화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가 게임 문화를 대표하지 않기 때문에 거창하게 게임에 대한 문화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세대를 아우르는 게임으로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가 야구나 축구를 관람할 때 가족이 함께 응원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것과 마찬가지로 리그 오브 레전드가 e스포츠와 스포츠, 세대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다. 실제로도 롤파크에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경기장에 온 적이 있어서 방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부모님이 자녀에게 게임을 알려주기 위해서 왔다는 말을 듣고 많은 것을 느낀 적이 있다. 놀이 문화는 순수하고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기에 즐기는 만큼 이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진행할 것이다.

'플레이어 중심(Player-focused)'이란 기업철학을 꾸준히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재 보호 말고 또 다른 사회공헌 계획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대부분 1년, 2년 이상을 진행하는 사회공헌 계획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왕실유물 보전처리 작업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서울문묘와 3D 정밀측량 사업 및 안내판 개선사업, 해외반출 문화재 환수, 일반 유저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통예절 및 역사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3D 정밀측량 사업의 경우 문화재가 소실이 될 경우에 활용할 수 있고 멀티미디어로 활용이 될 수도 있다. 역사 교육의 경우 생각했던 것보다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이렇게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직 라이엇 게임즈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부분에 대해 내부에서도 항상 고민중이다. 

사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라이엇 게임즈의 첫 게임이자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게임이다. 여전히 더 많이 게임을 알리기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e스포츠 경험을 통해 게임을 알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이 가장 중요하고 게임의 경험을 확장시켜 제공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금 당장 기업의 기조가 바뀔 정도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 공헌 사업도 1차적으로는 우리 회사나 게임을 더 알리기 보다는 게이머들이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이 문제는 조급하게 접근할 생각은 없다. 일단은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 널리 알리는 것이 1차적 목표고 이러한 것들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판단되면 게임과 기업을 일반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활동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게이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앞으로도 라이엇 게임즈는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고 키우고, 또 더 널리 알리기 위한 여러 활동에 노력할 것이다. 기업 및 게임에 대한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