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게임과 비(非)게임의 결합, 동기와 성취 이끌어내는 '게이미피케이션'

등록일 2020년02월14일 16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얼마 전 대한민국태권도협회 주최로 열린 'KTA 파워 태권도 프리미엄 리그'의 시연 경기 영상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다름 아닌 대전 격투 게임 '철권'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대형 스크린과 전자 호구를 활용하여 충격량을 측정하는 방식을 도입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기존 전자호구가 단순히 피격만을 판단하여 득점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태권도 경기는 재미가 없다는 인식이 있어왔다. 하지만 새로이 도입된 전자 호구는 선수가 타격하는 충격량을 측정하여 게이지로 환산해 후면 스크린에 표시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에게 대미지를 두 배로 입는 '10초' 패널티를 주는 룰이 존재하고, 상대 선수의 머리에 회전 공격을 성공시키면 전체 체력의 절반 가까이 대미지를 줄 수도 있도록 하여 경기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철권 7'에서는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어도 일발 역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레이지 아츠'나 '레이지 드라이브' 등의 기술이 존재한다.

 

태권도의 화려한 변신은 태권도가 재미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발한 것으로, 격투 게임과 같이 다이나믹한 태권도 경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다소 복잡한 경기 룰이나 새로운 전자호구의 게이지 지연 표출 등 개선해야 할 사항은 있지만, 대체로 해당 경기를 접한 이용자와 관람객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유튜브 채널 '태권도신문' 영상 캡쳐)
 

재미없고 지루한 일상에 목표와 활기를 불어넣는 '게이미피케이션'
이처럼 일상 속에서 게임적인 요소를 활용하여 몰입감을 높이거나 문제 해결을 더욱 수월하게 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은 이미 금융, 스포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한국어로 순화하면 '게임화'다. 게임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인 경쟁, 보상, 재미 등의 요소를 다른 분야에 접목시키는 것을 일컬으며, 재미 없거나 귀찮은 일에 게임적인 요소를 녹여내 참여도를 높이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또 게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스토리텔링과 시나리오의 접목도 '게이미피케이션'의 주요 특징이다.

 



 

현실에서 이러한 '게이미피케이션'을 가장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교육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 및 주관한 제5회 게임문화포럼 '게임 &(그리고)'에서는 송화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은주 교사가 강연자로 나서, 실제 학교 수업에서 게임적 요소를 활용하여 아이들의 학습 능률을 높인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최은주 교사가 활용한 것은 '대체현실게임(ARG)'이다. '학생들이 지루해하는 역사 수업을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 방식은 한정된 학기 내에 다뤄야 하는 내용이 많은 역사 수업에 RPG를 접목하여, 삼국의 건립과 부흥 그리고 역사 속에서 한강 지역의 중요성과 전쟁 과정을 습득하도록 했다.

 

퍼즐 게임 '폴드 잇(fold it)' 또한 좋은 예시다. '폴드 잇'은 아미노산 조합을 연구하는 일종의 퍼즐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했다. 독특한 점은 의학 전문 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용자들의 참여 유발을 위해 리더보드를 구현했다는 것이었다.

 



 

'폴드 잇'의 유저들은 과학자들이 10여년 동안 분석해내지 못했던 프로테아제 효소 구조를 단 3주 만에 해석해냈고, 그 결과 '네이처'에 '온라인게임을 통한 단백질 구조 예측'이라는 논문으로 등재됐다. 풀기 어려운 난제가 게임과 만나 손쉽게 해결된 것이다.

 

힘든 운동도 '게임'으로 즐긴다
교육 분야 외에 스포츠 및 피트니스와 게임의 접목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러닝이나 웨이트 등 운동을 할 때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면서 지루함을 달래곤 하는데, 지루한 행위에 게임 요소를 접목하여 보다 접근하기 쉽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 중에서는 최근 발매된 닌텐도의 '링 피트 어드벤처'나 '피트니스 복싱' 등이 대표적으로, 두 게임 모두 운동과 게임을 접목시킨 것이 특징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게임으로 볼 수도, 운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두 요소의 특징이 융합되어 시너지를 일으킨다.

 



 

특히 '링 피트 어드벤처'의 경우 RPG를 하듯이 자신이 운동을 하며 캐릭터의 레벨을 성장시키거나 운동 동작을 스킬로 사용하고 보스와 대결하는 등의 요소를 통해 게임과 운동이 성공적으로 융합 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보다 직관적이고 빠르게 접하는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목표'와 '보상', 그리고 비교적 단순하기는 하나 '스토리텔링'까지 갖추고 있는 좋은 예로 볼 수 있다.

 

앞서 사례로 든 태권도 경기 외에, 지루한 자전거 라이딩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개발된 대규모 멀티플레이 온라인 사이클링 시뮬레이션 '즈위프트'도 '게이미피케이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별도로 고정된 장치에 실제 자전거를 설치하고, 컴퓨터 또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과 연동하여 나의 라이딩이 시뮬레이션 상에 그대로 적용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만병통치약 아닌 '게이미피케이션', 게임의 가치를 녹여내야 '성공'
하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사실상 과제와 보상이라는 개념은 굳이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용어와 정의를 통해 설명하지 않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또 게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아 칭찬 스티커를 모으는 일, 헌혈을 하면 영화 관람 티켓을 받는 것 등은 물론 일정 수준의 성취와 동기, 흥미를 유발한다. 그릇된 성취나 동기는 아니지만 '게임화'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와는 거리가 있기에 '게임화'의 범주에 넣기에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2010년도를 기점으로 게임과 비 게임의 접목 사례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의 효과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목표를 제시하고 보상을 주는 행위 자체가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것은 맞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의 핵심 가치는 결국 게임의 핵심 가치, 즉 놀이와 재미이기 때문이다.

 

비 게임의 성공적인 '게임화'를 위해서라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맹목적인 목표의 제공 그리고 이를 달성했을 때 주어지는 보상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게임이 가진 '놀이'라는 가치를 비 게임에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게임화'가 적용되었을 때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성취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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