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카스'인듯 '카스'가 아닌 듯한 너, 라이엇 게임즈 '발로란트'

등록일 2020년05월12일 13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 5월 5일, 라이엇 게임즈의 신작 FPS 게임 '발로란트' 국내 테스트가 시작됐다. 이미 한 달 전부터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테스트가 한창이었는데, 라이엇 게임즈의 신작이라는 후광 효과 때문인지 많은 유저들이 북미 계정을 생성하여 게임을 즐길 정도로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프로젝트 A'로 알려졌던 '발로란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 10주년 행사를 통해 정식으로 공개된 슈팅 게임이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나 '전략적 팀 전투' 등 '리그 오브 레전드' IP를 활용한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오리지널 IP여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 라이엇게임즈는 공개 당시부터 공정한 게임 플레이를 모토로 내세웠다. 다른 대전 기반의 슈팅 게임들보다 두 배 가량 높은 128hz 틱레이트와 별도로 마련한 서버 환경을 통한 낮은 핑을 구축했으며, 슈팅 게임의 최대 난제인 핵 방지 대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국내에서 10년 가까이 인기 게임으로 자리한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의 후속작이라는 후광 효과로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발로란트'. 드디어 5일부터 테스트가 진행되어, 라이엇 게임즈의 의도대로 낮은 핑과 안정적인 서버 환경에서 게임을 즐겨볼 수 있게 됐다.

 

국내외에서 수많은 이슈와 평가들을 몰고 다니고 있는 '발로란트'. 라이엇 게임즈가 만든 슈팅 게임은 어떤 느낌인지 직접 플레이 해봤다.

 



 

'카스'인듯 아닌 듯한 너, '발로란트'
가장 처음 플레이하며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게임 스타일이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이다. '1.6'과 '소스' 그리고 '글로벌 오펜시브'까지 시리즈를 전체적으로 즐겨본 입장에서, 실제로 '발로란트'를 플레이 해본 감각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똑같았다. 스킬을 사용하는 근미래적 배경의 캐릭터들은 얼핏 '오버워치'를 연상케 하지만, 사실 플레이 감각이나 각종 스킬들의 활용 방법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동일하다.

 

조금 더 자세히 언급하자면 슈팅에서의 브레이킹과 연사 시 만들어지는 스프레이, 짧게는 1~2발 내에 승패가 결정되는 전투가 대표적이다. 다수의 캐릭터가 보유한 연막이나 '피닉스'의 '커브볼' 등은 각기 이름만 다를 뿐 연막탄과 섬광탄 등에 대응한다. C4(스파이크)를 설치하고 해제하는 큰 게임의 룰, 라운드 제도와 자금 관리도 마찬가지다.

 

표절 내지는 카피캣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맵에 궁극기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오브젝트를 배치하고 투척류 무기나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캐릭터의 스킬로 대체되어 있었다. 또 '제트'의 경우 '카운터 스트라이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동기와 '칼날 폭풍'이라는 궁극기를 보유했고, '브림스톤'은 일정 지역을 폭격하는 글로벌 궁극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은 '발로란트'만의 차별적인 요소라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대다수의 시야와 사각을 가리는 스킬들은 투척류 아이템의 이름과 색깔을 바꾼 것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소바'나 '오멘'의 스킬들은 타 슈팅 게임에서도 한 번쯤 본 것들이다. 물론 각종 궁극기들이 전황을 바꾸거나 변수를 만들어내는게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스킬들이 엄청나게 흥미롭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발로란트'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레퍼런스가 되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검증된 게임성과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이지, '발로란트'만의 특유의 재미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 CBT 시작 전날 진행된 인플루언서들의 이벤트 매치 또한 마찬가지였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면 충분히 보는 재미를 보장하지만, 이는 오롯이 '발로란트'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슈팅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보존하되, 캐릭터와 스킬로 보다 더 차별화를 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전체적으로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흐름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유사한 만큼, 경험자라면 적응도 쉽고 캐릭터와 스킬 등을 사용하는 것도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나 특유의 하드코어 슈팅 게임이라는 정체성을 잘 계승한 신작 게임으로도 인식할 수 있다. 반대로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해보지 않은 유저들에게는 게임이 지나치게 어렵고 '오버워치'나 '에이펙스 레전드' 등에 비해 캐릭터나 스킬이라는 요소가 개성이 없고 밋밋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시대 흐름에 반(反)하는 하드코어한 게임성
슈팅 장르가 '고인물'이 워낙 많은 까닭에, 게임사들은 TTK를 늘리는 등 대중성을 잡는 방향으로 게임을 개발해 왔다. 앞서 언급한 '오버워치'나 '에이펙스 레전드'가 해당할 것이다. 어느 정도 대응할 시간이 주어지고, 에이밍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혹은 '배틀그라운드'처럼 전투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설계되거나, '레인보우식스 시즈'처럼 스킬 활용과 전략 전술이 극대화된 케이스도 있다.

 

'발로란트'는 오히려 이러한 기조를 역행하는 게임이다. 물론 전략 전술을 위해 활용되는 스킬의 중요성도 높지만, 피지컬과 에이밍 능력이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주 요소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매우 유사한 게임성을 갖고 있는 만큼, 비교적 최근 출시된 '오버워치'나 '에이펙스 레전드' 등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게임들보다 더욱 하드코어하다. 반응속도와 에이밍 능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며, 스킬 활용 타이밍과 맵 별 사용 위치 그리고 전략 등의 연구가 이루어지면 더욱 진입장벽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라이엇 게임즈의 이러한 선택과 흐름 역행은 상당히 도전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드코어한 게임성을 추구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타 게임과 달리 순수한 피지컬로 게임을 이끌어 나가는 '발로란트'의 게임 스타일은 분명 '오버워치' 등의 타 슈팅게임과는 다른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기나 규모 측면에서 경쟁자가 없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이기 때문에 '발로란트' 또한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이지만, 최소한 국내에서만큼은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는 예상하기 조심스럽다. 애초에 레퍼런스가 된 '카운터 스트라이크' 또한 어렵고 매니악한 슈팅 게임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완전히 새로운 게임적인 경험 때문이었다. 마치 RPG를 하는 듯한 역할 분담과 6대6 팀 파이트를 강조한 '오버워치', 나를 제외한 99명이 경쟁자가 되어 최후의 1인까지 생존해야 한다는 '배틀로얄' 룰을 채용한 '배틀그라운드'는 확연히 타 슈팅 게임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줬고, 출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발로란트'는 기존에 검증된 재미와 게임성을 갖춘 레퍼런스를 가져와 조금 바꾸는 안정적인 길을 택했다. 분명 이는 라이엇 게임즈라는 이름을 미루어 볼 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의도된 그래픽, 불만족스러운 UX의 '뱅가드'
많은 유저들이 지적하고 있는 그래픽과 모션은 게임을 플레이할 때 생각보다 거슬리지 않았다. 게임 특성상 에임과 슈팅, 미니맵을 통한 상황 판단 등 게임 플레이에만 집중하기에도 상당히 버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몰입감을 위해 그래픽이나 모션이 사실적이고 뛰어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대전 위주의 멀티플레이 슈팅 게임에서 그래픽 수준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물론 게임 플레이를 하지 않을 때 텍스쳐나 모션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피닉스'의 '불길'이나 '바이퍼'의 '독성 장막' 등의 스킬들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시대에 걸맞지 않은 그래픽이라는 단점이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게임 플레이 때문에 가려져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겠다.

 

이렇게 그래픽이나 스킬 효과가 밋밋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높은 사양의 PC가 보급되지 않은 국가에 저사양으로 어필하는 한편, 슈팅 게임이나 리듬 게임과 같이 빠른 반응속도와 피지컬이 필요한 게임을 즐길 때 필수로 여겨지는 고 주사율 지원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또한 뒤떨어지는 그래픽에 대한 완벽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뛰어난 그래픽과 타협된 그래픽 모두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임 외적인 불안 요소도 있다. 해외 커뮤니티 '래딧'이나 국내 커뮤니티에서 속속 이슈가 되고 있는 보안 프로그램 '뱅가드'가 바로 그것이다. 게임 실행 전 컴퓨터의 재부팅을 요구하는 것 정도는 애교다.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튕김 현상을 자주 경험했는데, 이미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대한 지적이 다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기존의 안티 치트 프로그램들보다 더욱 많은 권한을 요구하기 때문인지 각종 백신, 유틸리티 프로그램과의 충돌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러한 충돌 및 호환성 문제는 베타 테스트 중인 게임인 만큼 추후 개선될 여지가 있으나 UX 측면에서는 상당히 불만족스럽다. 슈팅 게임의 암적인 존재인 핵을 막기 위해 탄생한 안티 치트 프로그램이 애꿎은 유틸리티 프로그램을 괴롭히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원히트 원더의 그림자와 주홍글씨
'발로란트'에 대한 평가와 '호불호'가 사람마다 모두 다른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게임 자체의 유사성 문제도 있지만, 라이엇 게임즈의 의도와 그동안의 행보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미 '리그 오브 레전드'로 e스포츠계를 휘어잡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금 규모나 권역별 선호도를 따져보면 '도타2'나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비해서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발로란트'는 이러한 라이엇 게임즈의 고민에서 출발한 것처럼 보인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영원할 리도 없을뿐더러, '원히트 원더'라는 그림자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발로란트'를 유저가 아닌 밸브 등의 경쟁사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특히 밸브는 특별히 반응을 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불쾌하면서도 위협적으로 느껴질 것 같다. 자신들의 게임과 매우 유사한 게임을 통해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e스포츠 파이를 가져오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라도 더욱 그렇다.

 

레퍼런스가 된 게임에 대한 존중과 게임성으로 승부하는 공정한 경쟁, 혹은 라이엇 게임즈만의 독창적이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한 게임 개발 기조가 뒤따랐다면 '발로란트'에 대한 평가가 지금보다는 훨씬 부드러웠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행보는 장르적 유사성이라는 미명 아래 철저히 대립구도를 만들고 빼앗아 오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게임의 흥행과는 별개로, '전략적 팀 전투'에 이어 '발로란트'까지 보여준 라이엇 게임즈의 행보 때문에라도 주홍글씨는 계속 따라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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