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의 사쿠나히메' 공식 웹툰 선보인 '천솜향' 작가 "망겜 골라한 적 없습니다, 갓겜 위주로 하고요"

등록일 2021년01월26일 10시08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해 말 나온 '천수의 사쿠나히메'의 인기가 해를 넘기고도 지속되고 있다. 농사를 접목한 독특한 게임성이 눈길을 끌었는데, 실제 접해본 유저들이 게임에서 표현한 농사짓기의 깊이에 놀라고 액션도 재미있어 입소문을 내 관심을 갖는 유저가 갈수록 많아지는 모양새다.

 

게임포커스에서 2020년 연말기획으로 진행한 '2020 게임 어워드'에서도 천수의 사쿠나히메를 선정해 수상한 바 있는데... 게임의 인기와 함께 게이머들 사이에 '망겜만 다루는 웹툰작가'로 유명한(?) 똥믈리에 천솜향 작가가 그리는 공식 게임 웹툰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유의 귀여운 그림으로 게임 속 세계를 풀어내는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는 천솜향 작가를 만나 천수의 사쿠나히메에 대해, 그리고 똥믈리에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소녀전선' 웹툰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3년만의 재회이다. 

 

액션에 반해 기대한 사쿠나히메, 액션만 좋은 게 아니었네

이혁진 기자: 3년 전 인터뷰를 진행하고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근황부터 좀 들려 주세요
천솜향: 3년 전 소녀전선 만화 인터뷰 이후로 이런 자리는 처음이네요. 저야 늘 그랬듯 게임회사 다니면서 게임 만화도 그리고 지냈습니다.

 

​굵직한 이벤트라 하면 몇달 전에 ​손목을 다쳤던 것 정도가 있겠네요. 병원에서는 한 6개월 정도 손을 아예 안 쓰고 쉬어야 한다고 했는데, 음... 쉰다는 것이 외주를 동시에 3개씩 뛰는 걸 말하는 건 아니겠죠.

 

그래도 지금은 거의 90% 정도 나은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림 그리면 안 되는데. 의사는 제가 쉬고 있는 줄 알 겁니다.​

 

​천수의 사쿠나히메 발매 전부터 관심을 보이신 걸로 기억하는데, 이 게임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뭔가요
천솜향: 2년 전쯤 우연히 사쿠나히메 전투 동영상을 보게 된 게 계기였습니다.

 

​제가 횡스크롤 방식에 스피디한 전투 시스템을 좋아하는데, 찰진 타격감과 연속공격이 굉장히 재밌어보이더라구요. ​거기에 캐릭터들도 귀엽고 농사라는 콘텐츠가 신선했던 점도 한몫 했죠. ​​그렇게 관심을 갖고 발매를 기다리다가 공식 웹툰 제안까지 넣게 됐습니다. 

 



 

콘솔게임 시장 규모 상 이런 시도는 흔치 않죠. 반응이 좋은 것 같더군요
천솜향: 아시다시피 게임 웹툰이란 게 한국에선 주로 모바일 게임에서 친숙한 콘텐츠죠. ​저도 콘솔 게이머다보니 모바일게임 웹툰 작업을 하면서도 '콘솔게임에서도 이런 시도를 하면 게이머들이 좋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늘 가졌었는데요. ​마침 사쿠나히메가 그런 시도를 하기에 적절한 게임인 것 같아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한국의 콘솔게임 시장은 PC 모바일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소외받기도 했던 시장이었죠. ​당장 몇년 전만 해도 게임이 한글화가 안 돼서 대사공략집 끼고 더듬더듬 플레이하곤 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콘솔 게이머들은 게임사에서 한국을 신경써서 만든 컨텐츠나 이벤트에 굉장히 기쁘게 반응합니다. ​그런 국내 콘솔게이머들을 위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을 수 있는 콘솔게임 공식만화'의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생소한 시도이다보니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콘솔게임도 공식 웹툰이?' 하고 놀라는 반응도 있었죠. ​앞으로도 비슷한 시도가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실제 나온 게임을 해 보니 어떠셨나요
​천솜향: 전투 콘텐츠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몬스터를 날려 서로 충돌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는데, 오랫동안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은 매력을 느낄 수 있더라고요.

 

거기에 날개옷 시스템으로 트리키한 조작의 재미도 잡았죠. 개인적으로 이런 횡스크롤 액션 게임은 빠릿빠릿하고 트리키한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날개옷 시스템이 전투 콘텐츠의 깊이를 한 단계 더 올려줬다고 생각합니다.

 



 

농사나 그 외의 요소는 어땠나요
천솜향: 농사는... 솔직히 지어도 지어도 모르는 게 나와서 어렵습니다. 농가의 동료 만화가랑 연락도 하면서 나름 열심히 했는데 말이죠.

 

왜 히노에섬의 모든 벌레들이 제 논에 모여서 잔치를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농사를 너무 잘 지어서 쌀이 맛있나봅니다.

 

예상치 못했는데 좋았던 점은 성우분들의 연기 퀄리티였어요. 사쿠나 역할의 성우분이 캐릭터에 너무 잘 어울리게 연기를 해주셔서 게임 분위기가 한층 즐거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알아봤더니 굉장히 유명한 성우분인 것 같더라구요.

 

게임을 클리어한 지금에 와서는 사쿠나에 이 이상 어울리는 성우를 달리 상상할 수가 없네요.

 

​독자들에게 천수의 사쿠나히메를 추천한다면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천솜향: 워낙 화제성과 호평이 있었던 게임이라 조금 새삼스러운 느낌이네요.

 

여러분이 소문으로 많이 들었던 그 게임입니다. 다만 소문에는 농사 관련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공중 콤보를 연구하는 분도 있을 만큼 액션성이 잘 나온 게임입니다.

 

농사만 짓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은 콤보 영상 한 번만 찾아봐주세요. 농사와 전투, 둘 중 여러분이 좋아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일단 귀여운 캐릭터로 승부, 똥믈리에는 오해야

동글동글 귀여운 캐릭터는 여전하던데, 만화를 그릴 때 포인트는 어떤 부분에 두고 계신가요
천솜향: 일단 귀여워야 합니다. 뭐가 됐건 어떤 매력으로 첫 1~2컷에 이목을 끌어야 하죠. 게임 웹툰은 광고이기도 하니까요.

 

만화를 끝까지 읽고 '무슨 게임이지?'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면 성공이라 봐도 좋겠네요. 밈으로 만들기 좋은 임팩트 컷을 넣는 것도 좋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잘라서 모 사이트 이모티콘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요.

 



 

준비만전이에요! 잘 만든 밈 하나 열 웹툰 안 부럽다!

 

​그...그렇군요. 준비된 게임웹툰 작가 천솜향! 조금 진정하시고...
천솜향: 만화 내적으로는 이야기에 게임 요소를 넣는 걸 좋아합니다. 캐릭터들의 일상을 보여주되 해당 게임의 시스템을 접목시킨 내용으로 만드는 거죠. 물론 그냥 일반적인 스토리도 좋지만, 게임의 시스템과 맞물리면 좀더 '게임 만화'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것 같아요.

 

가... 갑자기 너무 진정하지 마시고요
​천솜향: 그러고 보니 제가 만화에 꼭 누구 하나 우는 걸 넣는다는 소문이 돌던데... 스토리를 짜려고 머릿속에서 캐릭터들을 굴리다 보면, 갑자기 상황이 제멋대로 꼬이더니 누구 하나가 울어요.

 

이건 제가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제가 울린 게 아니에요. 캐릭터들이 스스로 운 거죠.
 

납득할 분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출시 예정작 중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작품은 뭐가 있나요​​
천솜향: 지금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게임은 1인개발 게임인 메르헨 포레스트입니다. 이미 스팀에 출시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알고 있어요.

 


콘솔로 리메이크되어 발매 예정이라고 하니 플레이해볼 예정입니다. ​그래픽도 아기자기하고, 스토리도 제가 좋아하는 다크한 스토리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게임회사 중 니폰이치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귀여운 그래픽과 꿈도 희망도 없는 스토리를 잘 다루는 회사여서인데, 정말 기대됩니다.

 

​평소라면 아 메르헨 포레스트는 피해야 하는 게임인가 싶을 시점이지만, 사쿠나히메가 진짜 갓겜이라 혼란스럽네요. 평소 똥믈리에라는 평가를 받아오셨는데, 사쿠나히메가 진짜 갓겜이라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신 것 아닌가 걱정돼요
천솜향: 네???

 

...

 

제가 특별히 망겜만 골라서 하는 건 아니고, 사실 그냥 미소녀가 쏟아져 나오는 오타쿠 취향 게임이면 대부분 좋아하는 것인데 말이죠. 그런 캐릭터 게임이 게임성이 아쉬운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망겜을 선호하는 게 아니란 걸 분명히 해 두고 싶습니다!

 

설득력이... 있어!
천솜향: ​사쿠나히메 발매 직전에 제가 공식 웹툰을 맡았다는 정보가 공개됐는데, 그것만으로도 일부 커뮤니티가 떠들썩했었죠. 제가 본 것만 토털 조회수 20만은 나왔을 겁니다. 무슨 합성 이미지도 만들어져서 돌아다니고...

 

저는 이 밈이 그냥 독자들 몇 분 정도가 우기는 억지밈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이번 일로 살짝 현자타임이 왔어요. 아니 이 정도였나? ​다행히도 사쿠나히메가 농촌진흥청 관련 이슈로 여기저기 화제도 되었고 게임성도 인정받고 있어서 오명을 조금은 씻을 수 있겠네요.

 

어쩌다 한번인지 사실은 그랬던 것인지 한번 메르헨 포레스트를 보고 판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천솜향: 아직도 몇몇 분들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시고 사쿠나히메를 비료겜(비료를 사용해서 농사를 하니)이라고 부르시던데, 슬슬 저의 안목을 인정하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사쿠나히메 정말 갓겜입니다. 꼭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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