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소꿉놀이 그 이상의 것이 담긴 수작, 한국닌텐도 '미토피아'

등록일 2021년06월01일 11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게임이 재미가 있으려면 우선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몰입하게끔 만드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어떤 게임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토리라인으로 몰입감을 높이고, 또 어떤 게임은 난이도를 어렵게 만들어서 게이머들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닌텐도가 5월 21일 발매한 닌텐도 스위치 용 RPG '미토피아'는 어떨까. RPG로서의 깊이는 얕고, 대단한 그래픽과 스토리라인으로 무장하지 않았음에도 30시간이 넘는 콘텐츠 분량을 단숨에 소화했다. 통상적인 게임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게이머를 몰입하게끔 만드는 힘, 그것은 바로 “플레이어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세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본 리뷰에는 '미토피아'의 게임 흐름, 후반부 진행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RPG 위시한 소꿉놀이, 매력을 극한으로 가다듬다

 



게임은 닌텐도 3DS 시절 발매된 동명의 타이틀을 최신 기기에 맞춰 가다듬은 개선 버전이다. 닌텐도의 아바타 시스템 'Mii(미)'를 활용해 플레이어가 주인공부터 동료, NPC부터 최종 보스 등 모든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직접 꾸며볼 수 있다. 여기에 닌텐도 스위치 버전에서는 메이크업과 가발 등 새로운 꾸미기 요소를 더해 “직접 만드는 세계”라는 게임 본연의 매력에 집중했다.

 

게임을 RPG로 바라보고 접근한다면 “꽝”이겠지만, 그럼에도 '미토피아'가 게임으로서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미토피아'에서는 주인공 캐릭터를 제외하면 전투 시에 명령을 내릴 수도 없고, 일반적인 JRPG처럼 상성 관계나 턴 당겨 오기 등의 복잡한 시스템도 없다. 이에 전투 자체의 깊이는 그다지 깊지 않은 편으로, 적이 너무 강하다면 그저 다른 곳에서 레벨만 높이고 오면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회복 수단도 넘쳐나니 굳이 파티의 조합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대신 '미토피아'의 매력은 동료들과 함께 유대감을 쌓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RPG 특유의 스토리라인,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플레이어가 주도적으로 개입해 자신 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동료들의 얼굴, 성격을 직접 설정할 수 있어 현실 속 친구나 가족,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유명인이나 각종 서브컬쳐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된다. 무대에 세워둔 배우들이 각종 상황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지는 지를 지켜보는 것으로 '미토피아'는 게임 초반 게이머들을 사로잡는 데에 성공한다.

 

어느정도 게임에 익숙해지는 지점부터 게임은 단순한 소꿉놀이를 넘어 시뮬레이션 게임, 혹은 매니지먼트 게임의 면모를 보여준다. 엔딩 이전을 기준으로 최대 10인의 동료가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되며, 이들은 각자 친해지거나 사이가 멀어지기도 한다. 당연하지만 사이가 가까울수록 모험에서 더 많은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사이가 멀어질수록 모험에서 여러 애로사항들이 꽃피게 된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이 되어 모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뿐만 아니라, 이 10명의 동료들이 무사히 모험을 완주할 수 있게끔 서로의 유대감을 길러 나가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토피아'가 “게임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유대 관계를 표현했는지”다. 게임은 총 4부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플레이어의 머리 속에 바로 떠오르는 최측근들을 동료로 영입하게끔 유도하고 2부와 3부에서는 다시 기존의 동료들과 헤어지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끔 한다. 4부에 이르러서는 1부에서 3부까지 서로 다른 집단에 소속되었던 동료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4부까지 도달해서는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케미가 발생한다. 새 친구를 만나 모험을 떠난다는 단조로울 수 있는 스토리라인에서 최대한 다른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RPG로서의 깊이가 얕다고 평가했는데, 게임이 최종 궤도에 오르는 순간부터는 JRPG 특유의 '파고들기' 요소들이 구현된다. 마치 모바일 게임처럼 일일 단위로 보상 및 퀘스트가 제공되며, 메인 스토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적들이 기다린다. 동료가 적어 아쉽다는 플레이어들도 있는데, 이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엔딩 이후에는 동료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골치가 아플 정도. RPG와 친하지 않더라도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기고, 또 종국에는 RPG 팬이 될 수도 있겠다.

 

본질을 해치지 않는 추가 메뉴, 맛도 좋다

 


 

닌텐도 3DS로 발매된 게임을 닌텐도 스위치로 가져오면서 여러 시스템도 추가되었다. RPG로서의 완성도를 더하기보다는 게임의 매력인 꾸미기 요소와 각종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더해졌는데, 게임 전반의 경험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어준다.

 

메이크업과 가발이 추가되면서 커스터마이징 폭은 대폭 늘어났다. 가발의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고, 또 여성형 캐릭터의 헤어스타일만 제공한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Mii' 특유의 밋밋한 헤어스타일을 한층 가다듬어 볼 수 있다. 메이크업은 '미토피아'의 꽃과 같은 시스템으로, 얼굴에 덧대어 거의 새로운 얼굴도 만들어볼 수 있어 본작의 '소꿉놀이'로서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켰다. 직접 얼굴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고, 남이 만든 작품을 빌려오는 것도 가능해 게임의 경험이 한층 풍성해진다. 이 자리를 빌려 국내외의 모든 커스터마이징 장인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 밖에도 새로운 동료 '말'과 관계도를 쉽게 쌓아나갈 수 있는 '데이트 티켓'도 추가되었다. 닌텐도 3DS 버전에서는 일부 이벤트나 전투 중 도와주는 행위를 통해서만 관계가 진전되었는데, 이제는 데이트 티켓을 소모해 어느 시점에서도 빠르게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다. 각 데이트 이벤트 역시 장소가 같더라도 다른 이벤트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보는 입장에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전투 중 각종 지원을 담당하는 '말' 역시 게임의 숨은 주인공 중 하나로, 전투 과정에서의 속도감이나 선택지가 더욱 다양해졌다.

 

한국어 이름 설정 불가 문제, 번거로운 아바타 공유 과정은 아쉬워

 


 

국내에서는 'Mii'의 이름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불만들이 많다. 닌텐도 'Mii' 시스템 상의 한계로 인해 한국어로 이름을 설정할 수 없는데, 같은 시스템을 공유하는 '미토피아' 역시 마찬가지다. 정작 주변 인물들로 열심히 얼굴을 꾸몄건만, 이름이 영어이니 조금은 김이 샌다. 대신 'Mii'와 시스템을 공유하지 않는 '말'은 한국어로도 이름을 설정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닌텐도 측에서 조금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다는 생각이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만든 아바타를 찾고 공유하는 것 역시 번거로운 편이다. 인기 'Mii'를 한 번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지만, 이는 닌텐도 3DS 시절의 아바타만 제공하기에 닌텐도 스위치 버전에서 만들어진 고 퀄리티 아바타는 찾을 수 없다. 대신 다른 이용자의 액세스 코드를 찾아야만 'Mii'를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마저도 아바타의 원 제작자가 누구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소셜 게임으로서는 아쉽게 느껴졌다.

 


 

아직 게임을 구매하지 않거나, 혹은 게임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미토피아'는 일반적인 RPG와는 조금 결이 다른 게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동료들을 육성해서 점차 강한 적에게 도전하고 전략적인 폭이 다양한 JRPG와 달리, '미토피아'는 '롤 플레잉'이라는 소꿉놀이 및 동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집중한 게임이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관계도가 점차 복잡해지는 등 게임의 난이도가 점차 상승하지만, 관건은 그 앞에 놓인 초반부와 중반부에서도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냐는 것이다. 취향에 맞는다면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된 게임 중에서는 꼭 한번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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