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돌풍 이어갈 '항구의 니쿠코짱',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의 이야기

등록일 2023년04월27일 09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슬램덩크'에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국내 극장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들의 흥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 하나의 기대작이 개봉했다. 미디어캐슬이 수입해 선보인 '항구의 니쿠코짱'(漁港の肉子ちゃん)이 그 주인공.

 

'항구의 니쿠코짱'은 일본의 작가 니시 카나코(西 加奈子)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로, 일본의 유명 예능인 아카시야 산마가 원작을 읽고 감명을 받아 기획, 투자해 제작된 작품이다.

 

개봉에 앞서 살펴본 '항구의 니쿠코짱'은 작은 항구 마을에 사는 모녀의 유대를 웃음과 감동을 고루 섞어 그려낸 매력적인 드라마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잘 받아들여질만한 수작이었다.

 

연재 형식으로 짧은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원작을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낸 제작진, 감독의 솜씨가 그야말로 예술적이라 느꼈는데,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라고 납득이 되는 부분이다.

 

와타나베 감독은 '도라에몽' TV 시리즈는 물론 '진구의 공룡대탐험' 이후 '도라에몽' 극장판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TV 시리즈와 극장판을 모두 많이 만들어 '도라에몽'이 아니더라도 '우주형제', '수수께끼의 그녀 X', '사랑은 비가 갠 뒤러첨'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으로 소개된 '코미양은 커뮤증입니다', '서머타임 렌더' 등으로 그의 TV 애니메이션 작품을 실시간으로 국내에서도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상황. '항구의 니쿠코짱'은 와타나베 감독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최신작이다.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은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게이머로도 알려져 있는데, 어린 시절부터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열렬한 팬으로 최신작 '드래곤 퀘스트 11'도 플레이했다고.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 '역전재판' 시리즈 감독도 맡아 게이머들에게도 친숙한 감독이다.

 



 

와타나베 감독은 '항구의 니쿠코짱'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아 한국 관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바쁜 일정을 소화중인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을 만나 '항구의 니쿠코짱'이라는 작품에 대해, 그리고 그가 만들어온 다른 작품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와 나눈 대화를 옮겨봤다.

 

'항구의 니쿠코짱', 웃음과 눈물 고루 담은 '평범한' 이야기 담겼어
이혁진 기자: '항구의 니쿠코짱' 원작은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영화로 처음 접할 한국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이런 작품이다'라고 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한마디로 설명하하면 모녀의 유대를 확인하는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정석적이고 고전적인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영화이죠. 소설을 먼저 접하고 영화를 봐도, 반대로 영화를 먼저 보셔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심플한 테마를 담았으니 그 부분을 먼저 봐 주셨으면 좋겠고, 언젠가 원작 소설이 한국에 소개된다면 원작도 보시며 한번 비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독 제안을 받기 전 원작을 본 적이 없다고 하신 것을 봤습니다. 원작에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그 전부터 작가님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책도 몇권 읽었는데 '항구의 니쿠코'는 아직 보지 않은, 그런 상태였습니다. 산마씨에게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보게 된 것이라, 먼저 어느 부분이 영화를 만들기 위한 기획을 세울 때 맞을까, 영화의 이야기로 끌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보게 됐죠. 영상화에 대해 모색하며 읽게 되어 순수한 시각으로  본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작품을 즐기는 접근법은 아니었다 싶으면서도 신기한 접근법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항구의 니쿠코짱'은 작가의 작풍이나 시선 면에서 근저에 있는 부분은 변하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생명에 대한 긍정. 그 부분이 이 작품에도 제대로 담겨 있어서 그 부분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좋은 원작을 제대로 영상으로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씀하신 테마가 잘 담긴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애니화하면서 원작에 없는 '이런 부분'을 더하고 싶다 생각한 건 어떤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일단 원작에는 자세히 그려지지 않은 식사 장면을 잔뜩 넣게 되었네요. 영화를 90분 정도로 마무리해야 하니 담지 못한 장면도 많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정리할까를 생각할 때, 제 방식으로는 필요한 요소는 일단 다 넣고 그 안에서 꼭 남겨야 하는 것을 찾자는 식입니다. 퀄리티 면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전부 그려내자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취사선택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좋았다 생각합니다.

 

역시 식사 장면을 치밀하게 그려서 소중한 부분이 더 잘 보이게 된 것 같습니다. 더 담고싶은 게 많으니 가능하다면 '니쿠코짱2'라거나 '신 니쿠코짱' 같은 것을 만들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원작에는 더 그려내고 싶은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앞서 말했듯 모녀의 유대 확인이라는 테마를 근간으로 해서 밸런스를 맞춰보려 했습니다. 소설에서 여기저기 추출해서, 뜨겁게 만들고, 때로는 두근거리기도 하고. 그런 연구하며 진행하는 작업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캐릭터 디자인, 코니시 켄이치에게 완전히 맡겼어
두 주역, 니쿠코와 키쿠코에 대해서는 원작에서 어떻게 느끼셨나요, 소설 원작이라 캐릭터를 새롭게 창조하는 작업이 필요했을 텐데 어떻게 만드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캐릭터 디자인은 코니시(기자 주: 지브리 출신 유명 애니메이터 코니시 켄이치를 가리킴. '항구의 니쿠코짱'에서는 캐릭터 디자인과 총 작화감독을 맡았다)에게 맡기는 것을 대전제로 자유롭게 그려달라고 맡겼습니다.

 

코니시씨와는 오랫동안 같이 작업을 했고, 전작 '해수의 아이'부터 함께하며 서로를 잘 아는 사이입니다. 기존에 하던대로가 아니라 좀 다르게, 이 부분은 좀 더 움직이도록 하자, 더 연기해서 재미있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를 고민해 다른 의미로 코니시 켄이치의 장점을 끌어내고 싶었습니다. '항구의 니쿠코'의 캐릭터 디자인 튜닝에는 그런 생각도 담아서 주문을 했고, 밀도가 높은 캐릭터, 움직이기 쉬운 캐릭터가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코니시 켄이치 자신이 사용하기 쉬운 부분을 생각하고 그려냈는데 다른 캐릭터들보다 역시 니쿠코 디자인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니쿠코를 너무 리얼하게 묘사하면 움직이기가 쉽지 않게 되겠죠. 움직이기 힘든 캐릭터는 피하자, 움직이기 쉬운 캐릭터를 만들어 많이 움직여서 재미있는 캐릭터로 튜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무거운 이야기가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생각에서 니쿠코는 특히 만화적으로 디포르메한 캐릭터, 소위 '유루캬라'같은 느낌의 캐릭터로 작품에 넣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라면 보통 리얼리티 라인으로 가게 되겠지만 이번에는 그림이니까, 그리고 니쿠코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판타지적 캐릭터니까 그렇게 결정이 됐습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된 것도 코니시씨와 오랫동안 작업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가능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코니시 켄이치를 어떻게 리드해서 장점을 끌어낼까를 생각했을 때 '자유롭게 시켜보자'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죠. 기본적인 콘셉트 정도만 이야기를 하고 캐릭터 디자인에 크게 관여를 하지 않았는데 제대로 잘 만들어 줬더군요.

 

'해수의 아이'의 그림체가 조금 이어진 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해수의 아이'는 원작에 대한 리스펙트를 가지고 제작한 것이라 그런 부분이 표현되어 조금 무겁게 되었던 것을 이번에는 해방해 보자는 생각으로. 그런 면에서 소설 원작이라 오히려 좋았던 것 같습니다. 캐릭터 튜닝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이니까요.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작업 과정에 저도 배운 면도 많은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니쿠코 캐릭터는 만화적, 판타지적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에 반해 키쿠코를 비롯한 다른 캐릭터들, 그리고 농구를 할 때 등에서의 움직임 묘사는 매우 리얼하게 표현하셨습니다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현실같은 묘사도 필요합니다. 작품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서도 있어야 하는데 큰 거짓말을 위해서는 진실을 선행시켜야 한다고 해야 할까요, 재미를 줘야 하는 대목에서 제대로 재미를 줘야하니 리얼하게 움직여야 할때는 리얼하게 움직이도록 하자는 겁니다.

 



 

스포츠 장면이나 뭔가를 만들거나 먹을 때, 특히 식사 장면 등은 애니메이터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스토익하게, 리얼한 그림으로 그려냈는데, 그 정도로 그리지 않으면 의도가 읽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묘사가 있기에 니쿠코짱이 움직이는 표현이 살아나는 것이죠. 의도적으로 작화의 갭을 표현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전작 '해수의 아이'는 좀 무거웠죠. 원작의 그 그림을 제대로 그려내는 것에 너무 집중해서 무거워졌습니다. 기본적으로 무겁게 표현하면서 거기서 갑자기 디튠이 나오는 느낌으로 니쿠코짱을 움직이는 것이죠. 니쿠코짱을 움직일 때도 표현은 가벼워지지만 제대로 공들여 그려냈습니다. 좀 더 날리는 느낌으로 해도 된다고 했지만요 저는.(웃음)

 

리얼한 묘사가 이어지다가 니쿠코짱이 등장하면 화면에 육감이 생기고 설득력이 더해집니다. 이런 갭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키쿠코가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의 동작 등 현실적인 장면에서의 동작은 진짜 무겁게 제대로 묘사되도록, 작은 포즈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도록 제대로 살리고 싶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양극화 문제 명확해져, 애니메이터 육성이 과제
제작 과정에서 이 장면은 고생했다 싶은 장면은 어떤 부분인가요, 완성 후에 보고 이 장면은 잘 나왔다고 만족하신 장면은 어떤 장면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콕 집어 말하려니 어렵네요. 어려웠던 장면이 많거든요.(웃음)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려웠던 것은 운동회 장면입니다. 아무래도 리얼한 묘사와 액션 묘사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려웠습니다. 제대로 표현이 될까 안될까를 이야기하며 만들었습니다. 어디까지 그려내야 할까, 제대로 캐릭터들을 움직이도록 하면서 그림 자체의 표현에서 느끼는 부분과 구성, 이펙트 등도 잘 더해보자고 공을 들였죠.

 

애니메이터들도 장단점이 있고 한명이 다 그리는 것이 아니니 약한 장면도 있고, 그런 부분은 역시 좀 억제된 표현이 됩니다. 적절하게 조절했다고 하면 듣기엔 좋지만 한편의 영화를 만들 때 주어진 기간 안에 밸런스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부분을 조절하는 기술이 아무래도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도 코니시씨가 제대로 해 줬고 결과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나이트클럽 장면 등에서는 의도적으로 좀 힘을 빼고 막 나갔는데 전작을 만들 때에는 그런 장면이 없이 계속 힘을 주고 있었던 것 같네요.

 



 

만화,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번에는 소설 원작이었습니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원작이 연재 형식 소설이라 다양한 에피소드로 분단되어 있습니다. 책은 한권이지만 스토리는 조각조각 분절되어 있죠. 큰 줄기는 연결되더라도 한편의 영화를 만들려면 에피소드를 정리해야 하는데 연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갑자기 캐릭터가 새로 나오기도 하고, 원작을 그대로 죽 나열하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게 되니까 역시 너무 원작 내용 그대로 만들 수도 없었습니다.

 

제대로 구성해서 필요한 부분을 담아내야 하는데 원작이 기승전결을 맞춰 대단원으로 가는 평범한 구성의 작품도 아니고요. 그런 절묘한 밸런스가 소설, 연재물의 장점일 겁니다. 이러이러한 일들이 있었고 마지막엔 이렇게 되었다가 되는 거죠.

 

하지만 이것을 한편의 영화로 정리하려면 제대로 결말을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이렇다'는 것은 제시해야 합니다. 그 부분이 어려웠습니다. 구성을 크게 바꿔야 했고, 등장하는 에피소드, 장소, 캐릭터에 변화를 줬습니다. 니노미야군과 키쿠코가 공유하는 비밀장소도 소설에 나오는 장소이지만 역할은 달라졌죠.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마지막에 눈이 내리는 것을 보는 장면일 텐데, 누구와 함께 눈을 보는지가 원작과 바뀌었습니다. 그 부분은 일종의 승부수기도 한데 역시 캐릭터들의 기분, 마음이 놓인 부분을 생각해서 이어가다 보니 그렇게 되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은 이미 있는 그림의 사이를 이어가는 것이라면, 소설 원작 애니메이션은 좋은 의미로 나를 시험하게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부분을 맡아서 정리해야 하는 것이죠.

 

만화를 영상화할 때에는 장면 장면에 신경을 써서 원작자의 생각대로 연결시키고 '아 여기서는 이게 나와야 하는구나'로 이해가 쉽게 되는데, 소설은 자유롭게 쓰여진 것처럼 보이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라 해독하기 어렵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항구의 니쿠코짱'을 제작하며 애니메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셨다는 이야기도 봤습니다. 웹 애니메이터를 다수 기용하신 점도 특이한 부분이라 느꼈습니다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어디나 그렇지만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 전체가 인력부족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부족합니다. 이것은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 같은데,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많은 예산을 확보해서 제작되는, 관객이 모이는 대작. 표현 면에서도 안정적인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이 명확하게 갈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누구나 원하고 제대로 된 작업을 할 수 있는 애니메이터와 그렇지 않은 쪽으로 분리되는 경향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부분은, 이렇게 분리되어 버리면 비즈니스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메꿀 수 없는 차이가 생겨버린다는 부분입니다.

 

디지털, CG, 캐릭터 모션캡쳐 등등의 방법도 진화하고 있고 애니메이터가 그리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늘어나는 것은 스케쥴이나 제작 예산 면에서 보면 좋은 점이지만, 산업을 지탱하는 기술자를 성장시킨다는 면에서는 미래의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영화만이 아니라 TV 작품도 많이 만드는 편인데 다양한 그림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어디를 봐도 사람이 부족하고 늘 같은 사람이 하게 되는데 이것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해수의 아이'를 만들 때부터 코니시 켄이치와 이야기해 왔습니다. 사람 확보, 제대로 하는 사람 확보가 너무 어렵습니다. 앞으로 어렵지 않을까, 젊은 사람, 신인을 생각하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해수의 아이' 제작에서도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그 안에서 성과도 있었고 그런 성과를 계승하는 방식으로 '항구의 니쿠코짱'에도 도입했습니다. 숫자 면에서나 기술적으로도 조금 미숙해도 작업하며 성장도 가능하고, 웹 애니메이터들과의 협업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계속 만들어 나가며 이 부분을 신경쓰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거라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외주에서 벗어나 급여를 주고 사원화하는 흐름도 있는데 주목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문제가 명확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게임'으로 상상력 키웠어, '메트로이드'부터 '니어 오토마타'까지
'역전재판'으로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을 만드신 적도 있죠.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을 만드신 경험은 어떠셨나요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게임 원작은 원작을 즐긴 유저가 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그런 유저들이 애니메이션의 시청자와 동화될 수 있을지가 매우 어려운 부분입니다. 역시 그런 면에서 애니메이션에서 게임 구성을 너무 그대로 따라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역전재판'의 경우  타쿠미 슈(기자 주: 기획, 각본, 디렉터를 도맡아 '역전재판' 시리즈를 탄생시킨 개발자)씨와 밀접한 관계라 다행이었는데, 그런 부분은 자유롭게 해 달라고 하기에 이야기를 나눠 보니 기본적인 각본 제작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트릭이 있고 어디서 제시할까, 유저가 어떤 선택을 해서 이렇게 진행되는가 하는 구조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은 이미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니 늘 하던 작업인데, 게임에서 표현되지 않는 유일한 요소는 '캐릭터의 심리'입니다.

 

아무래도 게임에서 유저는 전지적 시점으로 내려다보게 되는데, 나루호도의 심리나 마요이의 심리, 범인의 심리는 게임에서 묘사되지 않죠. '역전재판' 애니메이션에서 트릭은 같은 구성으로 재현한다고 해도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를 제대로 그려내지 않으면 애니메이션으로 성립되지 않지 않나 했습니다.

 

타쿠미씨도 나루호도는 이런 캐릭터라는 부분은 만들어두질 않아서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면에서 단순히 게임 내용을 영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사건의 아이디어 등에 대해서도 원작자가 밝혀두고 있지만 자기 안의 경험, 봐온 것들이 기반에 있고 그때의 기분, 감정이 드라마틱하게 읽히고 그를 통해 나오는 시나리오는 조금 달라지게 될 겁니다. '사실은 이랬다'는 느낌, 그것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가 문제인데 기본적인 모티브에서 어떤 부분을 끄집어내서 게임으로 만들었나를 고려하고 거기에서 다른 것을 끄접어내서 애니로 만든 셈입니다.

 

게임에서 결말에 제공하는 카타르시스를 애니메이션에서도 가져가는 것이 어려웠기도 하고요. '역전재판'은 좋아하는 게임이기도 한데 조작감도 중요한 게임입니다. 그 부분에 대한 고려도 마지막까지 어려웠는데, 캐릭터에만 너무 집중하면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역전재판' 애니메이션 제작은 원작 팬으로서도 즐긴 작업인데,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은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도전하고 싶네요.

 



 

게임을 즐기신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재미있게 즐긴 게임들, 최근에 즐긴 게임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드래곤 퀘스트' 초기 작품들은 인생의 명작입니다. 사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꾸준히 즐겨왔고요. 최근 작품인 '드래곤 퀘스트 11'도 플레이했는데 마지막 보스전 직전까지 진행하고 바빠서 엔딩을 못봤습니다. 도전하면 쉽게 이길 수 있도록 충분히 캐릭터들을 키워놓긴 했는데 말이죠. 평소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해서 플레이하며 고생시키는 스타일입니다.

 

근래에는 '니어 오토마타'도 재미있게 플레이했는데 애니화도 되었더군요. 좀 뻔한 목록이 됩니다만 예전에는 '마더'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도 많이 즐겼습니다. 그 시절 다양한 상상력을 채워준 부분이 게임이었죠. 소위 패미컴 세대, 저는 카세트로 게임하던 세대이지만 요즘 분들은 카세트가 뭔지부터 설명해야할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어릴 적엔 집에 '홋키' 게임대가 집에 있었거든요. 거기부터 시작해 '인베이더', '갤럭시', 각종 아케이드 머신들. 친구네 집에 테이블 게임기가 있어서 공짜로 할 수 있어서 정말 엄청 플레이했죠.

 

요즘 게임도 좋아하지만 역시 레트로 게임에는 추억을 느끼고 로망도 느낍니다. 초대 '메트로이드' 같은 게임들... 그야말로 로망이죠.

 

최근 작품인 '코미양은 커뮤증입니다', '서머타임 렌더' 등은 글로벌 OTT로 한국에도 소개되어 거의 리얼타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시나요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큰 찬스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이 늘어나고 좋은 일인데, 중요한 것은 제작하는 측에서도 그런 부분을 의식해서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인기있는 원작을 애니화해서 글로벌 OTT로 세계에 내보내서 많은 사람이 보게 된 환경은 만드는 쪽도 의식해야 하는 점이 많아져 더 어렵기도 합니다. 어떻게 원작을 리스펙트하는지를 세계 팬들이 지켜보며 평가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이런 작품들은 퀄리티에 대한 요구도 있고 의식도 있어 고 퀄리티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좋은 일입니다. 앞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가 양극화되었다고 했는데 그렇게 양극화된 상황에서 예산을 확보해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기회라는 면에서도 글로벌 OTT와의 협업은 좋은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흐름이 업계 전체를 끌고 갈 수 있을까가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지금은 세계에서 동시 시청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무섭기도 합니다. 세계의 시청자들이 좋은 점은 좋아해 주지만 안 좋은 것은 확실하게 안 좋다는 반응을 보이거든요.

 

최근작인 '서머타임 렌더'는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글로벌 OTT로 나갔다거나 TV 시리즈라는 점을 떠나 타이틀이 가진 맛을 제대로 내서 세계에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계에 리얼타임으로 작품이 전달된다는 것은 어렵지만 그걸 의식한다면 타협하고 포기하는 작품을 만들 순 없습니다. 세계에 보여지니까요. 엄청난 일이고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항구의 니쿠코짱'을 추천하는 말씀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항구의 니쿠코짱'은 한국 관객들에게 잘 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분을 개인적으로 많이 안다고 하긴 힘들겠지만, 한국 분들은 정이 두텁고 틀림없이 어머니, 아버지, 가족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환상적인 마법같은 것은 등장하지 않는 심플한 이야기이지만 '항구의 니쿠코짱'을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야기와 함께 '항구의 니쿠코짱' 애니메이션 표현도 동시에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팬 여러분과 애니메이션을 제작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이 이런 접근도 가능하구나, 이런 표현이 가능하구나, 우리도 해 보자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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