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 극장판 감독, 각본, 기획, 주연 도맡은 마츠시게 유타카 "한일 우호 위해 공헌하고 싶다"

등록일 2025년03월21일 14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아재가 혼자 길을 가다 배가 고파져 식당을 찾아 들어가 맛있게 밥을 먹는다. 이런 간단한 플롯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일본 드라마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 첫 극장판 영화가 국내 정식 개봉했다.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 역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국내에도 팬이 많은 마츠시게 유타카 배우는 '고독한 미식가' 극장판의 감독, 각본, 기획을 도맡아 화제를 모았다. 장편 영화가 된 만큼 더 강해진 메시지와 드라마, 마츠시게 유타카의 열연이 더해져 '고독한 미식가' 극장판은 TV 드라마처럼 배고프게 만드는 작품이면서 독립 영화로서도 좋은 작품이 된 것 같다.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는 특히 국내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작품. 마츠시게 유타카 감독은 "고독한 미식가 영화가 바다를 건너 한국에서 소개되어 매우 기쁘다"며 "고독한 미식가가 한국에서 인기있는 것은 거리를 걸어봐도 알 수 있었고, 젊은 분들이 일본보다도 더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기자 역시 드라마 시리즈를 시즌1부터 따라온 팬의 한 사람으로, 큰 기대감을 품고 감상했다. 직접 관람한 '고독한 미식가' 극장판은 원작 팬이라면 크게 만족할 만한 작품이었고, 원작 팬이 아니더라도 유쾌하게 볼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와 맛있는 음식을 담은 영화였다.

 



 

영화 국내 개봉에 맞춰 한국을 찾아 한국 관객들과 만남을 가진 마츠시게 유타카 감독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감독 마츠시게 유타카가 본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는 안심할 수 있는 연기자
영화화 과정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편지를 썼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궁금하다. 동시기에 배우로 출연한 '라스트 마일'까지 국내 소개돼 두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보게 된 소감도 들려주기 바란다
마츠시게 감독: 영화를 만들 때 일본의 틀을 넘어 스케일을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번 같이 작업한 적이 있는 봉준호 감독이라면 재미있게 요리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편지를 보냈죠. 스케쥴이 안 맞아 아쉽게 협업은 안됐지만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는 따뜻한 답신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감독을 맡겨야 할까 하다 내가 해볼까 하는 흐름이 됐습니다.

 

봉준호 감독과는 같은 시기에 영화가 개봉되어 관객을 의식해야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해서 놀랐습니다. 다만 정말 저는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영화에 임한 것이라 이런 기회가 주어져 기쁠 따름입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온 '라스트 마일'은 제가 정말 오랫동안 TV 시리즈 제작팀과 드라마를 쭉 같이 만들어온 작품입니다. 그녀들의 멋진 작업도 함께 소개되어 한국 여러분이 나란히 봐주시게 된 것은 저에게 매우 명예로운 일입니다.

 



 

이번에 감독, 주연에 각본, 기획까지 참여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마츠시게 감독: 영화에 이제까지 배우로 30여년 참가해 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제가 리더십을 갖고 만든 형태가 됐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지 돌아보니 만들 때에는 무아무중으로 일해서 힘든 것을 몰랐던 것 같고, 완성된 후 어떻게 관객들에게 전해드리고 많이 극장으로 와서 봐주시도록 할까 하는 부분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시아 각국을 다니며 영화를 알리고 있는데 매우 긴 여정을 혼자 해야하는 일이라 이것은 조금 가혹하다고 생각되네요.(웃음)

 

평소 마츠시게 유타카라는 배우가 연기를 참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나
마츠시게 감독: 마츠시게 유타카라는 배우에 대해 감독 입장에서 보면, 그는 그럭저럭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감독의 상상력을 넘는 놀라운 연기는 안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연기자라 생각하고, 다만 미끄러져 넘어지는 연기만은 아주 능숙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협력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믿음 담고 싶었어
영화 도입부에서 프랑스에서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국물찾기에 나서 산전수전을 다 겪게 되는데, 그 부탁의 대가로는 무엇을 받은 것일까. 극중 밝혀지지 않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마츠시게 감독: 그 대가에 대해서는, 저도 며칠전 우연히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회화가 있어서 수복과 복원을 전문가에게 부탁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영화에 나온 것처럼 그림을 갖다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있다고 하더군요. 수수료는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니 왕복 교통비와 그 다음은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그 할아버지에게 마음만 받았지 않았을까요.

 

스프를 찾아다니며 두근거리는 시간을 이노가시라도 보냈으니 다른 것은 필요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입부에서 이노가시라 고로가 옛 연인의 딸의 연락을 받고 프랑스에 가서 노인의 부탁으로 국물 찾기에 나선다. 처음 만난 노인의 부탁으로 모험을 하는 것은 판타지 같은 이야기 아닌가. 제목은 '고독한 미식가'이지만 고독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도 든다. 감독으로 전하고 싶은 분위기, 감정은 어떤 것이었나
마츠시게 감독: 실제로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고독한 미식가'를 통해 해외 분들에게까지 주목받는 영화가 되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기쁩니다. 영화란 놀라움과 기쁨으로 구성되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이런 일은 말이 안 되잖아' 하는 것도 영화 속 거짓으로 '아 이렇게 될 수도 있겠다', '진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우리의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인간 관계, 행동이 시대 속에서 '그런가, 이럴 수도 있구나' 라고 납득되어가는 것, 그런 것을 만드는 것이 우리 사명이라 생각하고 '리얼하지 않잖아'라고 지적하신다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은 어쩌면 협력하고 공감할 수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배를 채우기 위해 먹지만 그 먹는다는 행위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영화의 테마 같다. 음식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으로 표현하려 했나
마츠시게 감독: 요리, 먹는다는 행위는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하루에 몇차례는 살기 위해, 행복을 위해 해야 합니다. 역시 그 먹는다는 행위를 표현했을 때 공감, 놀라움이 생기고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고독한 미식가'라는, 아저씨가 그저 먹는 내용일 뿐인 방송이 다양한 나라에 받아들여지는 이유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영화의 테마로, 특히 먹는 것을 둘러싼 사람들, 고독하게 먹는 사람 주변 사람들의 스토리를 담고 싶었다는 것이 저의 의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리도 없이' 보고 유재명 배우 캐스팅
극중 한국 유재명 배우와 호흡을 맞췄는데 유재명 배우의 캐스팅 이유, 그리고 함께 작업해 본 소감을 들려주기 바란다
마츠시게 감독: 한국을 큰 배경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있었고, 한국 배우가 어떤 상황에서 이노가시라 고로를 만나게 되는가 하는 부분은 시나리오 단계, 캐스팅 단계에서는 정해지진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노가시라 고로와 말이 안 통해 대화를 나누지 못하지만 표정과 동작만으로 의사소통하는 장면을 꼭 넣고 싶었습니다. 한국 영화를 3년쯤 전부터 엄청 많이 보고 있는데, 그 중에서 '소리도 없이'를 보고 유재명 배우, 이 사람이 나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해 열렬한 러브콜을 제가 발신했고 출연해 주셨습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제작 의도를 짚어서 연기해 주는 분이라 엄청 놀랐습니다. 일본 관객 중에도 유재명 배우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영화 전체 중에서 피크이다, 가장 재미있다는 분이 많아 저로서도 이런 형태로 출연해 주신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극중 한국의 황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황태를 소재로 쓰게 된 이유가 있을까
마츠시게 감독: 황태와 만난 계기는 사실 긴자에 북어국을 하는 가게가 있는데, 스프를 찾는 테마를 영화로 하자고 정하고 만나게 됐습니다. 명태라는 친숙한 생선을 사용했지만 일본에서는 못 먹어본 맛으로 일본인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것이라 테마로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한국에 와서 명태국을 먹어보고 실제 영화의 주요 식재로 등장시키기로 했습니다.

 

일본에도 명태를 생선으로 먹는 식문화는 있는데 말려서 스프로 만드는 것은 없는, 신기한 조리법이라 선택하게 됐습니다.

 


 

극중 한국 음식과 일본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국 음식이 같은 채소, 해산물로 만들었는데 전혀 다른 맛이 나서 놀랐다고 하는 대목이 있다. 그런 맛의 차이는 왜 나고 어디서 왔다 생각하나
마츠시게 감독: 저는 큐슈 북부 출신인데 지리적으로 부산이 가까우므로 잡히는 생선이나 해초같은 것은 비슷한게 잡힐 거라 봅니다. 하지만 간을 하는 방법 등이 달라서 일본인은 못 만드는 간이나 요리법이 있죠.

 

저희가 어릴 때에는 명란젓을 평범하게 즐겨 먹으며 명란젓은 당연히 후쿠오카에서 생긴 음식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한국에서 온 음식 같더군요. 일본의 전통에 매운맛, 고추를 쓰는 것은 식문화로 없었으므로 그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다 생각하고, 아무튼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한국 요리법은 동경할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극중 고로씨가 조난을 당해도 먹을 것부터 찾을 정도로 열심히 먹는데도 슬림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몸매 유지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마츠시게 감독: 저의 체형에 대해서는 정말 일본에 있을 때에도 발효식품을 좋아하고 많이 먹은 덕분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도 김치 등 발효식품이 발달해 있죠. 발효식품을 많이 먹으면 위장이 잘 움직여 살찔 새가 없습니다. 발효식품 덕에 체형을 유지하는 것 같고, 살찌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발효식품을 즐기며 살아왔습니다.

 

한일 협력, 친선 위해 공헌하고 싶다

성시경 씨와 넷플릭스 예능도 했는데 소감이 궁금하고 한국 버라이어티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마츠시게 감독: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한국 버라이어티로 진출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고독한 미식가'의 경우 2024년 가을 시즌에 '각각의 고독한 미식가'라는, 다양한 상황, 직업의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옴니버스 스토리를 만들었는데 그것의 한국판을 만들면 좋겠다고 강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랑을 많이 받는 작품이고 일본보다 한국에서 젊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했는데, 왜 '고독한 미식가', 이노가시라 고로가 한국에서 사랑받는지, 한일간 시대 흐름이나 배경에서 어떤 점이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잡았다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마츠시게 감독: 부산영화제 등에서 보고 난 관객들의 질문을 들어보니 젊은이들이 이 작품을 보고 '이런 것까지 느껴주는구나'하는 기쁜 질문이 잔뜩 나오더군요. 무엇보다 저는 지금 일본 영화보다 한국 영화가 몇걸음 앞서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한국 영화 제작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역시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나라이고 다양한 의미에서 협력해 나가지 않으면 앞으로의 시대, 세계의 파풍에 맞서 이겨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운명 공동체라는 느낌을 받고 있고, 그런 인연을 이어가는 데 있어 제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되는 영화 작업을 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제 생에서 사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공헌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먹방 콘텐츠가 엄청 많이 나오는 시대이다. 먹방 콘텐츠 원조로 오래 자리매김해왔는데 그런 콘텐츠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진 시리즈가 되어야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마츠시게 감독: 먹으면서 리포트하는 그런 작품은 버라이어티에도 엄청 많다는 것을 잘 압니다. 다만 저희는는 음식 리포트를 하는 고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먹어서 맛있다는 감각'에 표정, 간극으로 공감해 가는 작품이 되어 있습니다. 맛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은 마음은 사실 없습니다. 다만 맛있었다는 기억을 공유하려는 것으로, 실제 배고픈 상태에서 촬영해 첫인상으로 도전해 먹는 것이 전부인 방송이죠. 리포트하는 감각보다는 '맛있다!'는 기억을 공유하고 싶은, 순간적으로 맛있다는 기분에 거짓말은 없다는 것이 이작품의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이 많은데 시리즈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하다
마츠시게 감독: 연령적으로도 언제까지 이노가시라 고로 연기가 가능할까 하는 부분은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에게 양보한다 해도 역시 신체적, 육체적으로 매우 가혹한 작품이므로 제가 고통받은 부분은 좀 빼고 전하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그런 제작 태세까지 포함해 제가 어느 정도 지켜보지 않으면 다음 분에게 바톤을 전달할 수 없지 않나 진지하게 생각중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마츠시게 감독: 이 영화는 '고독한 미식가'라는 영화 속에 비슷한 작품이 나오기도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더해서 영화 속에서 장난을 잔뜩 쳐둔 작품입니다. 부산영화제에서 한국 관객 여러분을 지켜보니 스탭롤이 시작되고 바로 나가는 분이 많던데, 스탭롤의 마지막에 저의 마지막 메시지가 숨어 있으니 꼭 놓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제 바람은 그것 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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