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영원'을 꿈꾸는 넥슨 '마비노기 이터니티', 영속(Eternity)을 위한 도전의 과정을 경험하다

등록일 2026년09월04일 15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9월 3일, 넥슨 '마비노기' 엔진 교체 프로젝트 ‘마비노기 이터니티’의 알파 테스트가 시작됐다. 

 



 

‘마비노기 이터니티’는 이름 그대로 원작 ‘마비노기’를 기반으로 한 초장기 프로젝트다. 단순히 원작을 최신 그래픽으로 옮기는 리마스터가 아니다. 언리얼 엔진 5를 기반으로 게임 전반을 다시 구축하면서, 원작이 오랜 시간 쌓아온 정체성을 유지하며 재구성하는 것이 그 목적이자 목표인 프로젝트다. 민경훈 총괄 디렉터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존의 '마비노기'를 잘 계승하여 지속 가능한 영속적인 '에린'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 낸다"가 최종 목표일 것이다.

 

2023년 6월 처음 '마비노기 이터니티' 프로젝트가 공개된 이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개발 과정이 종종 공유되거나 한정된 환경에서의 시연도 이루어지곤 했지만, 아무래도 기다림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말 그대로의 '초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응원, 우려, 걱정 등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나 또한 첫 공개 당시 현장에 있었는데, 소식을 접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게 과연 가능할까?' 였다.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전체로 봐도 시도한 사례가 흔치 않고, 성공한 사례는 더더욱 흔치 않다. 쉽지 않은 여정이 될것이라는 것이 자명했다.

 


 

이 가운데 개발팀이 알파 테스트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당연하게도 개발 현황의 공유와 소통이라는 정석적인 이유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팬들에게 "우리가 이정도로 열심히 해 나가고 있으니 믿고 응원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 알파 테스트에서는 개발팀이 노력한, '마비노기'의 영속성을 위한 도전의 과정을 일부나마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다.

 

'마비노기'의 영속을 위한 핵심 기반, 그래픽

'마비노기'에서 그래픽은 단순히 게임을 보여주는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캐릭터의 체형과 의상, 그리고 이를 조합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커스터마이징 경험은 오랜 시간을 거쳐 '마비노기'의 핵심적인 가치이자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았다. 개발팀 역시 이 부분을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우선 알파 테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캐릭터와 의상은 원작의 분위기를 잘 유지하면서도 훨씬 세밀하게 표현됐다.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체형이나 의상의 디테일 등 엔진 교체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와 디테일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에, 향후 추가 및 이식될 다양한 의상과 커스터마이징 요소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비노기'의 캐릭터는 단순히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아니다. 유저가 직접 꾸미고 애착을 쌓아가는 말 그대로 하나의 분신 내지는 아바타, 가족에 가깝다. 유저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소위 ‘딸랑구’라고 부르는 문화 역시 이런 '마비노기' 특유의 캐릭터 중심 플레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엔진 교체를 통한 그래픽 업그레이드는 '마비노기'의 영속을 위한 가장 중요하면서도 핵심이 되는 기반이다.

 








 

그래픽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캐릭터 외에 또 한 가지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바로 풍경이다.

 

'마비노기'는 자신만의 확고한 감성을 가진 ‘판타지 라이프’를 표방하는 게임이다. 때문에 캐릭터뿐만 아니라 배경과 장소가 지닌 상징성, 추억, 감성 역시 두드러진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알파 테스트에서 방문할 수 있었던 지역들의 풍경은 '마비노기' 특유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자극했다.

 

모든 밀레시안이 거쳐간 추억의 장소인 소울스트림부터, 판타지 마을이라고 하면 떠올릴 법한 풍경을 완성도 있게 구현한 ‘마음의 고향’ 티르 코네일, 그리고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며 '마비노기'를 대표하는 대도시 던바튼 등 익숙한 장소를 하나씩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원작에서 기억하고 있는 장소의 분위기와 상징성은 잘 유지하면서, 그 공간을 다시 방문하는 경험 자체를 새롭게 만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NPC 역시 인상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마비노기'는 오랜 서비스 기간만큼이나 개성 강한 NPC들이 많고, 이들이 게임의 세계관과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터니티에서는 새롭게 그려진 NPC들의 포트레이트와 업그레이드된 엔진을 바탕으로 구현된 모델링이 한층 더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시몬의 몸짓은 더욱 유머러스해졌고, 퍼거스 특유의 미워할 수 없는 매력도 한층 살아났다. 케이틴과 엔델리온, 베빈과 크리스텔 등 인기가 높은 여성 NPC들도 새로운 모습으로 밀레시안들을 맞이하고 있다.

 

초반부에 만나 함께하게 되는 새로운 NPC 펠스와 익시아 역시 상당히 매력적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익시아는 캐릭터의 외형과 분위기, 행동이나 대사가 잘 어우러져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상당한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알파 테스트에서의 전투,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기본 틀에 가깝다

이번 알파 테스트에서는 아르카나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전사나 궁수, 마법과 체인슬래시 등의 재능을 통해 이터니티의 전투가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오래전에 플레이 했던 원작 '마비노기'의 전투에 익숙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과거 '마비노기'의 전투는 스킬 상성을 활용하는 이른바 '반턴제' 구조였고, 당시에는 그것 자체가 (불편하고 삐걱거리는 것 마저도) '마비노기' 전투의 개성이었다.

 

이터니티의 전투는 회피가 존재하는 등 비교적 최근 '마비노기'의 전투와 유사한 면이 있지만 평을 내리기에는 이른 시점으로 느껴졌다. 아직 알파 단계이고 이번 테스트에서 '아르카나' 등의 콘텐츠나 시스템이 공개된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공개된 범위 안에서는 전투가 특별히 불쾌하거나 완성도가 크게 부족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플레이 시간이 조금 더 주어졌다면(그리고 아이템 제작을 위한 반복 작업 시간이 적었다면) 궁수 외에 전사나 마법사 등 다른 재능도 시도해봤을 것 같다.

 

또 이번 테스트에서는 전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펫이 아니라 탑승 펫 위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점, 던전 내부에서는 펫 자체를 소환할 수 없었던 점, ‘굳건한 의지’ 상시 버프가 적용돼 경직이나 넉백, 다운에 면역이었다는 점 등 여러 요소들이 달랐기 때문에, 실제 전투에서 중요한 변수들이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이터니티의 전투 방향성을 이번 알파 테스트만으로 단정하기보다는, 향후 아르카나와 펫, 각종 전투 시스템이 추가되는 과정과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이번 테스트에서 확인된 전투는 완성된 결과물이라기보다 앞으로 발전해갈 기본 틀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적절해 보인다.

 








 

전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판타지 라이프’의 가치

원작 '마비노기'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전투만큼이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생활 콘텐츠다.

 

이번 알파 테스트에서는 휴식, 캠프파이어, 채집, 제련, 블랙스미스, 물약 제조 등 생활 콘텐츠의 큰 틀이 갖춰져 있는 상태였다. 아직 모든 콘텐츠가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전투와 성장만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에린에서의 '판타지 라이프'를 만들어가는 게임이라는 '마비노기' 특유의 방향성이 그대로 잘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생활 콘텐츠는 풍경과 함께 경험할 때 더욱 '마비노기'답게 느껴졌다. 마을과 필드를 돌아다니며 재료를 채집하고, 캠프파이어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제작을 진행하는 과정은 빠르게 다음 목표로 이동하는 일반적인 RPG의 흐름과는 다른 여유를 제공한다.

 

















 

사운드 역시 생각 이상으로 신경을 쓴 것이 느껴졌다. SFX와 BGM은 게임의 분위기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공간의 감각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건물 안에 들어갔을 때 빗소리가 달라지는 등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효과음이 생동감을 더해주는 식이다.

 

OST도 만족스러웠다. 기존 클래식 버전부터 이터니티 버전, 프라하 녹음 버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버전 등 여러 종류의 음악을 지원해 상황과 취향에 따라 감상할 수 있었다. 익숙한 곡을 새로운 편곡과 연주로 다시 듣는 재미도 있었고, 아름다운 풍경과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귀가 호강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여러 요소들이 함께 맞물리면서, 이터니티는 단순히 원작의 외형을 바꾸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마비노기'가 지향해온 ‘판타지 라이프’를 보다 풍부하게 표현하려는 프로젝트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아직은 다듬어지는 중인 UI와 UX

UI와 UX는 조금 더 다듬어야 하는, 아직 개발 단계라는 것이 느껴졌다. 대표적인 것이 상호작용 방식이다. 현재는 마우스 클릭으로 입장하거나 NPC와 대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호작용 키인 ‘F’를 중심으로 조작하게 되어 있는데, 기존 '마비노기'에 익숙한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향후 조작 방식이 다듬어지거나 관련 설정이 추가된다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영역이다.

 

UI 역시 앞으로 조정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일부 창은 크기 조절이 가능하지만 모든 UI가 동일한 수준으로 자유롭게 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인벤토리에서는 아이템 아이콘이 다소 작게 느껴지고 종류에 따라 직관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특히 각종 생활 도구처럼 비슷한 형태의 아이템이 많은 경우에는 이런 부분이 조금 더 두드러졌다.

 

인벤토리에서 종류별 정렬을 적용해놓고 창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을 때 설정이 유지되지 않는 부분처럼, 플레이 자체를 막는 문제는 아니지만 장시간 플레이할 때는 편의성 측면에서 보완되면 좋을 요소들도 확인됐다. 생활 콘텐츠와 관련된 UI 역시 앞으로 한 차례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진다면 더욱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불편 요소들은 알파 테스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라고 하기도 우스운 수준이다. 현재 확인되는 불편함 가운데 상당수는 완성된 게임의 최종적인 문제가 아닌, 개발 과정에서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앞으로 다듬어질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적 한계를 넘어 영속으로, '마비노기 이터니티' 프로젝트

이번 알파 테스트에서 공개된 지역은 티르 코네일, 시드 스넷타, 던바튼, 두갈드 아일, 가이레흐 언덕, 아브 네아 등 다섯 곳이고, 던전은 알비 던전과 몽환의 라비 던전 등으로 제한됐다. 콘텐츠의 양 자체만 놓고 보면 다소 제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알파 테스트의 목적과 테스트 범위를 생각하면 특정 구간과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구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제한된 공간 안에서도 개발팀이 어떤 방향으로 이터니티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픽은 단순히 최신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비노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와 의상, 풍경, NPC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식, 발전시키고 있다. 전투 또한 현재는 확답을 내리기 어렵지만, 원작 특유의 조작감이나 시스템 등 큰 틀에서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단계다.

 

뿐만아니라 생활 콘텐츠나 염색 등의 시스템은 원작과 다소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인 문법은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세심하게 신경쓴 SFX나 다양한 버전의 OST까지 더해지면서 '마비노기' 특유의 감성과 '판타지 라이프'라는 정체성을 잘 계승하려는 시도도 엿볼 수 있었다.

 

결국 이터니티 프로젝트가 가진 가장 큰 과제는 '마비노기다움’을 얼마나 보존할 것인가, '마비노기다움’을 어디까지 현대화할 것인가에 있다. 이번 알파 테스트는 그 사이에서 개발진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개발해 나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마비노기 이터니티’ 프로젝트는 단순히 오래된 게임을 새 그래픽으로 포장하려는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원작이 가진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풍경과 장소에서 생겨나는 감성과 추억, 생활 콘텐츠와 사운드까지 여러 강점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오랜 세월 '마비노기'가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것. 이번 알파 테스트는 그 시도가 여전히 차곡차곡 잘 진행 중이라는 사실과 함께 그 방향성이 어느 정도 잡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테스트였다. 이제 남은 것은 개발팀이 그 방향성을 얼마나 완성도 있게 구현해내느냐일 것이다.

 

한편, '마비노기 이터니티'의 알파테스트는 6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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