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광주 동구)이 밸브의 '스팀' 서비스 등 해외 게임 업체 게임심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 게임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스팀 서비스를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주선 의원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로부터 제출받은 '스팀•페이스북 등 해외 게임업체 등급분류 현황'에 의하면, 대표적 해외 게임업체인 밸브의 스팀에서 서비스하는 공식 한국어 지원 게임 138개 중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은 60개(43.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 역시 2014년 1월 기준 약 44개의 한글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으나 게임위에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은 7개(16%)에 불과했다.
반면 국내 게임업체에서 유통 중인 PC게임물의 경우 2006년 10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8000개의 게임물 전부(100%)가 등급분류를 받았다.
게임 등급분류제는 지난 2006년 도입된 제도로, 청소년을 보호하고 불법 게임물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로 게임등급분류에는 유통 전에 심의수수료 36만원(PC게임 기준)을 지불하여 평균 9일 정도(PC게임 기준) 등급분류 심의를 기다리게 된다. 박주선 의원은 "이와 같은 제약에도 국내 게임업체들이 성실히 등급분류를 받아 출시한 데 반해 '밸브' 사의 '스팀'과 같은 해외 게임 서비스 업체들은 등급분류를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팀'은 PC게임물을 전세계적으로 유통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스팀과 같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더라도 한국어화 게임을 제공하거나, 국내전용 신용카드의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한국인 대상의 특정 이벤트나 서비스가 있을 경우, 해당 게임물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상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게임위에서는 그동안 '스팀'이 서비스하는 게임에 대해 등급분류를 받을 것을 요청해왔다. 게임위에서는 “스팀에서 제공하는 인디게임 등 일부 게임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글 서비스 게임물은 등급분류를 받아 제공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절반 이상이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박주선 의원은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게임 중 '인디게임'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은 몇몇 게임들이 여전히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을 문제삼았다.
실제 '스팀'에서 서비스되는 게임 중 2013년 리메이크되어 나온 'Age of Empires II HD(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는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고 2012년 10월 17일 출시 된 'Chivalry: Medieval Warfare'와 2010년 7월 3일 스팀에 출시된 'Day of Defeat : Source' 은 한국어를 지원함에도 등급분류가 되지 않았다.
박주선 의원은 'Chivalry: Medieval Warfare'를 예로 들며, 사람과 사람간의 전투 중 폭력적인 행위묘사와 선혈, 그리고 목이 잘리는 상황이 여과 없이 드러나기 때문에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등급분류 판정이 필요하다며 이외에도 스팀에서 서비스하는 여타 게임의 상황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 게임위의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주선 의원이 게임위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하자, 게임위는 '등급분류 문제와 관련한 해외게임업계와 협의 경과 및 계획'에 대한 답변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스팀•페이스북 측과 협의를 통해 위원회의 등급분류를 취득하여 서비스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한편, 경찰청과 공조 등을 통한 법령준수 강제방안도 강구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게임위에서는 “스팀은 서버가 해외에 존재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게임을 제공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이미 국내 이용자 수가 6~70만 명으로 상당한 수준이어서, 페이스북과 같이 일방적으로 폐쇄하거나 스팀이 국내 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여론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개연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며 추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에 박주선 의원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공식 한글화된 게임 서비스의 경우 관련법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으면, 이는 국내기업에 대한 차별로 작용하게 된다. 등급분류가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만큼,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면서, “게임위가 2년 전 '한국인을 위한 서비스로 돈을 벌겠다는 의도가 보일 때 개입하겠다'고 해놓고는, 지금까지도 등급분류와 관련 업계와의 협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