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PG선언'의 종언? 일본 RPG 전문개발사 '이미지에폭' 위기설

등록일 2015년03월11일 10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이미지에폭이 개발한 게임 중 가장 유명한(?) '시간과 영원'

2010년 'JRPG선언'을 발표하고 RPG 외길을 걸어온 일본 개발사 '이미지에폭'(イメージエポック)이 위기설에 휩싸였다.

복수의 일본 매체에 따르면 이미지에폭은 10주년 기념작 '스텔라 그로우' 퍼블리싱을 세가에 맡기고 활동을 중단했다. 회사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현재 도쿄 분쿄구에 위치한 이미지에폭 사무실은 비어있는 상태로 건물주가 6월 입주를 전제로 다음 입주기업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에폭 하면 팔콤과 함께 JRPG 외길을 추구하는 일본의 양대 중견기업 중 하나였다. JRPG란 일본 개발사들이 선보인 전통적 스타일의 RPG를 가리키는 말로 HD그래픽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3, Xbox 360)가 나온 후 몰락한 이 장르는 레트로 스타일 RPG라는 의미를 띄게 되었다.

일본의 대형 개발사들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 오픈월드 RPG나 화려한 그래픽을 수용한 영화같은 RPG를 만드는 와중에도 팔콤과 이미지에폭 등 중견 개발사들은 JRPG 스타일을 고집해 왔다. JRPG는 일부 게이머들에게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요즘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카케 료에이 대표가 이미지에폭을 설립한 것은 2004년, 그 해 미카케 대표의 나이는 23세였다. 젊은 개발자들을 이끌고 그래픽 하청업체로 시작해 2006년 첫 자체개발 타이틀 '루미나스아크'(NDS 플랫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라스트랭커'(PSP) 등을 선보인 후 2010년부터는 퍼블리셔로 나서 첫 퍼블리싱작 '마지막 약속의 이야기'(最後の約束の物語, PSP)를 출시하고 당시 최신 플랫폼이던 플레이스테이션3와 Xbox 360 참전을 발표했다.

당시 이미지에폭 홍보부가 만든 "재미있는 JRPG를 계속 만든다"는 광고문구는 JRPG선언으로 소개되며 세계적 관심을 모았고, 미카케 대표를 단숨에 JRPG 부흥운동(?)의 중심인물로 만들었다. JRPG선언에 앞서 미카케 대표에게 이야기를 들은 JRPG의 대표주자 팔콤의 콘도 토시히로 대표는 JRPG선언 후 "JRPG선언에 크게 찬동한다. RPG로 업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축사를 가장 먼저 보내기도 했다.

JRPG선언 후 나온 이미지에폭의 게임들이 좋은 퀄리티를 보여줬다면 게이머들에게도, 이미지에폭에도, JRPG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는 못했다.


이미지에폭의 JRPG선언 1호게임 마지막 약속의 이야기와 차기작 '블랙락슈터 더 게임'(PSP)은 상업적으로 큰 실패를 맛봤다. 마지막 약속의 이야기는 일본에서도 만장가량 팔렸을 뿐이며 블랙락슈터 역시 이렇다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나마 이 두 게임은 일부 팬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가능성을 평가하는 목소리라도 있었지만, 반다이남코와 함께 만든 플레이스테이션3 타이틀 '시간과 영원'(時と永遠)은 이미지에폭의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시간과 영원' 스크린샷

이미지에폭은 그 후에도 부활을 꿈꾸며 몇몇 타이틀을 내놨고, 2014년 성인게임 메이커 앨리스소프트와 손잡고 내놓은 3DS 타이틀 '투신도시' 등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외주를 중심으로 회사가 유지되는 가운데 100명이 넘는 인력을 유지하기에는 판매량, 수익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2014년 하반기부터 이미지에폭이 위험하다는 소문은 일본 게임업계에서 끊이지 않았지만 최근에 들리는 이야기는 구체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취재를 의뢰해도 답신이 오지 않고 사무실로 찾아가보니 사무실이 잠겨있고 아무도 없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JRPG선언을 야심차게 내놓고 빠른 행보를 보였던 이미지에폭은 결국 자체 퍼블리싱을 선언한지 4년만에 창립 10주년 기념게임마저 타사에 넘기고 말았다. 자체 퍼블리싱 타이틀이 차례로 실패하며 하청 개발을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해 오긴 했지만 10주년 기념작마저 넘기고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점 등에서 이미지에폭의 미래가 그리 밝아보이진 않는다.

스텔라 그로우는 세가를 통해 오는 6월 4일 일본 발매될 예정이다. 이미지에폭의 마지막 타이틀이 될지, 부활의 신호탄이 될지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현재로서는 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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