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S 요시다 대표 직접 출시 제안, 개발자가 말하는 PS4 국산 퍼즐 어드벤처 '레츠놈'

등록일 2016년04월08일 08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플레이스테이션4 플랫폼으로 국내 인디게임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4 플랫폼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게이머들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인디게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인디게임 개발이 활발한 한국 개발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최근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4 라인업에는 '레츠놈'(RETSNOM)이라는 제목의 게임이 포함되어 있다. 국내 인디 개발자 '소미'(SOMI)의 첫 플레이스테이션4 타이틀로 멋진 스토리텔링과 훌륭한 게임플레이를 제공하는 게임이다.


레츠놈(RETSNOM)은 PC버전이 먼저 나와 2015 인디 스트림 페스티벌에서 '최고 이야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 개발은 레츠놈을 시연해 본 요시다 슈헤이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당시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월드와이드스튜디오 대표가 플레이스테이션4 플랫폼 출시를 제안하며 성사됐다.

국내 콘솔게이머들에겐 레츠놈이 어떤 게임인지, 이 게임이 국산게임이라는 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을 것이다. 게임포커스는 SOMI 개발자에게 레츠놈(RETSNOM)의 개발과정 및 게임내용에 대해, 그리고 향후 계획까지 직접 들어봤다.

가장 먼저 레츠놈(RETSNOM)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들려주기 바란다

소미: 레츠놈(RETSNOM)은 몬스터(Monster)를 거꾸로 적은 단어입니다. 제목을 결정할 때 게임의 주요 콘셉트인 거울의 반전기능을 보여줄 수 있는 단어를 택하고 싶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가인 스티븐 킹의 작품 '샤이닝'을 떠올렸습니다.

해당 소설에 등장하는 레드럼(REDRUM, 살인을 뒤집은 글자)에 착안하여 최종적으로 제목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몬스터라는 단어는, 주인공의 선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게임의 전반적인 플롯과 관련이 있습니다.

게임 개발을 오랫동안 해 왔지만 국내 콘솔게이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것 같다. 본인소개를 부탁드린다
소미: 부산에서 홀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소미'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게임과는 동떨어진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직장에서 퇴근한 이후 육아 및 가사노동을 모두 마무리한 새벽 시간대에 주로 게임을 만듭니다.

2010년도부터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을 공부해서 iOS 애플리케이션 몇 가지를 출시한 바 있으며, 2014년 미니멀 아케이드 게임인 Rabbit Hole 3D를 처음으로 제작하면서 게임개발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현재 첫 작품과 레츠놈 모두 스팀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레츠놈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도 출시했습니다.


PC판에 이어 PS4 개발에 나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소미: 2015 인디 스트림 페스티벌에서 SCE(현 SIE) WWS의 요시다 슈헤이 대표님과 만난 것이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레츠놈은 해당 인디게임 행사에서 '최고 이야기상'을 수상한 바 있는데, 9월 19일 당시 도쿄의 행사장에서 레츠놈을 포함한 수상작들을 시연하고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참석하신 슈헤이 대표님께서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해본 후에 멋진 게임이라며 PS4 출시를 제안해주셨습니다.

제가 만든 작은 게임을 기업의 대표가 직접 추천하고 한국 및 일본의 담당자를 소개해주시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지난 3월 22일 출시일에도 잊지 않고 추천 트윗을 올려주셔서 유일하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PS4 플랫폼에서의 개발에 어려움은 없었나? 또 PS4로 개발해 본 소감은 어떠했나
소미: 게임 엔진으로 Unity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이미 완성된 게임의 플랫폼을 변경한다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SCE에서 제공되는 기술적인 지원이 상당히 직접적이고 구체적이었고, 또 관련 포럼도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도 특별한 문제없이 해나갈 수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다만 PS4 진출 과정에서 결정적인 고난이 있었는데, 바로 '한국 시장 출시'였습니다. 한글로 된 게임을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은 참 복잡다단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우선 그 절차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그 절차에 맞는 요건을 하나씩 구비하는 과정도 개인 개발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한국어화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게임개발이라는 것을 계속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씁쓸한 경험이었습니다.


콘솔 플랫폼은 한국 개발자들에겐 꽤 생소한 플랫폼이다. 개인적인 콘솔 경험이나 인상에 남아있는 하드웨어, 게임(플랫폼 불문)이 있다면 소개해주기 바란다
소미: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아있는 콘솔 하드웨어는 초등학교 입학 전 아버지께서 구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었던 재믹스입니다. 당시 동네 또래 친구들이 저희 집 대문 밖까지 줄을 서서 갤러그를 하려고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거실에서 온 가족이 로드러너의 정지된 화면을 보며 '이 레벨을 어떻게 깰까'를 함께 고민하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게임 관련 여부를 떠나서 온가족이 함께 행복을 느꼈던 몇 안되는 소중한 기억 중 하나입니다.

인상에 남는 게임을 꼽으라면,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서 소개가 무의미할지도 모르지만, 'Braid'와 'Papers,Please'를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 '게임이 위대한 매체구나'라고 감동받은 게임들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해봤는데 게임디자인에서 고전게임들의 향수를 많이 느꼈다. 영향을 받은 게임이 있나
소미: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게임은 '로드러너'와 '페르시아의 왕자'입니다. 유년시절 저에게 추억을 심어준 게임을 제가 원하는 형식으로 재현해보려는 것이 레츠놈 제작의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레츠놈에는 제가 크게 영향받은 게임들에 대한 오마주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임디자인에서 가장 신경을 쓴, 중점을 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
소미: 게임 디자인 과정에서 특히 신경쓴 부분을 두 가지 정도 말하자면, 먼저 플레이어가 각 레벨의 첫 화면에서 전체 퍼즐화면을 보며 고민하게 만드는 '치밀한 퍼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클리커류 게임을 좋아하지 않고 템포가 느린 게임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개발자 개인의 취향에 맞춘 게임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다른 하나는 몇 안되는 이미지와 스크립트만으로 애절한 분위기를 만드는 '이야기 구성'이었습니다. 분위기 조성에 필요한 음악 선정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레츠놈을 통해서 다음 게임에 함께 해주실 그래픽 아티스트를 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만... 아직 파산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게임 개발에 소요된 시간은 어느 정도였는지, 개발의 전 과정을 혼자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소미: 레츠놈은 개발에 대략 1년 3개월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하루 중 게임에 할당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기간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개발 기간도 길었지만, 유니티 엔진이나 픽셀 아트를 만드는 방법 등에 대해 하나씩 공부하면서 게임을 제작했기 때문에 애착이 큰 작품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음향효과를 제외한 전체를 혼자 만들었습니다.

혼자서, 주변에서 게임을 봐주는 사람도 없이 긴 기간을 한 작품에 투자하는 것은 여러가지 고민을 가져옵니다. '이 게임이 재미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출시 이후에서야 얻을 수 있다보니 만드는 동안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심이 많이 찾아옵니다.

그럴 때 유일하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인디 개발자 커뮤니티였습니다. 스팀 스토어 그린라이트 과정에서 알게된 인디게임 개발자 여러분에게 여러가지 피드백을 받았던 것이 게임을 완성도 있게 다져나갈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 레츠놈 IP를 확장해 나가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해 갈 생각도 있는건가
소미: 현재 차기작을 제작하고 있고, 각종 인디게임 관련 대회 출품 일정에 맞춰 프로토타입을 완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만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에 출시할 수 있는 규모의 작품을 다시 제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플랫폼으로 다시 출시를 하건 상관없이 큰 매출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고, 제 개인적인 게임제작 경험 상 콘솔이 가지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콘솔 플랫폼 확장을 결심했던 것인데 다시 하게될 계기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레츠놈은 더 이상 이어나갈 계획은 없고 플랫폼 확장은 모바일로 출시가 예정된 상태입니다. 부산의 훌륭한 퍼블리셔 '매직큐브'에서 퍼블리싱을 결심해주셔서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트로피 구성의 콘셉트는 어떤가? 클리어 및 수집, 좀비 처치 등으로 트로피를 구성했는데 게임 클리어/트로피 컴플릿에 필요한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릴 것이라 보나
소미: 게임의 규모에 따라 소니에서 제공하는 트로피 구성 지침이 있습니다. 소규모 게임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고 점수를 트로피에 넣었습니다.

게임 클리어는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10시간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팟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계시는 김나성 PD님이 켠김에 왕까지를 12시간 가량 진행해서 올 클리어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발자로서의 포부를 듣고 싶다
소미: 사실 저는 개발자라는 호칭을 받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나 앱, 게임 등 창작하고 싶은 장르가 생기면 순수한 아마추어의 느낌으로 장르를 공부하고 이에 겸해서 습작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결과물을 좋아해주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그저 행복할 따름입니다. 특히 레츠놈은 출시 이후에 수상의 영광을 얻는 등 과분한 평가를 받았고 콘솔 플랫폼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앞으로도 만들고 싶은 이야기, 재미있는 소재가 생각나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누군가는 좋아할만한 작품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인터뷰를 마치고...
'레츠놈'의 PS4 출시를 계기로 PS4 플랫폼에 국산 게임 출시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그와 함께 성공을 거두고 계속해서 게임 개발, 출시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직 레츠놈 트로피 컴플릿에 성공한 게이머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기회에 국산게임 트로피 컴플릿 세계 1호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기자는 국산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 1호 '엔더 오브 파이어' 트로피 컴플릿 세계 1호가 되어 트로피에 대한 질문을 북미, 독일, 중동 게이머에게 받았는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레츠놈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63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PS 스토어를 보다보니 의문이 생겼다. 레츠놈을 구입한 구매자가 구입한 다른 상품에 헤비레인이나 소피의 아틀리에가 있는 건 이해가 되는데 DOAX3은... 그런데 생각해보니 딱 이 구성으로 구입한 게이머가 있었으니 바로 기자 본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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