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서든어택2'는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등록일 2016년08월08일 11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게임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서든어택' 이라는 타이틀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카운터 스트라이크' 나 '레인보우 식스' 등의 게임이 '서든어택' 이전에 PC방에서 인기를 끌긴 했지만, 국내 FPS 장르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쌍두마차가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 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서든어택'의 과거는 화려하고도 찬란했다. 서비스 이래 PC방 순위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연예인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며 계속해서 인기 가도를 달렸다. 심지어 2015년 3월에는 동시 접속자 수 35만 명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서비스 10주년을 빛내기도 했다.

넥슨은 '서든어택'의 인기를 이어줄 게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해답은 '서든어택 2'였다. 4 년간 100여명의 개발자가 밤낮없이 개발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7월 6일, 넥슨은 야심차게 준비한 '서든어택 2'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넥슨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서든어택2는 유저들의 외면속에 결국 서비스 한 달만에 '서비스 종료'라는 결정을 맞게 됐다.

오버워치의 영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대체 왜 서든어택을 만든 개발사가 자신있게 내놓은 후속작이 정식서비스를 시작하자 마자 게이머들에게 외면 받게 됐으며, 또 최단 시간 서비스 종료라는 불운을 맞게 됐을까?

전작 '서든어택' 의 웨어하우스 맵.

첫인상의 중요성을 간과하다
사람이 첫인상을 판단하는 데에는 단 0.3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또, 첫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약 200배 이상의 강렬함을 주어야 한다고도 한다. 그만큼 첫인상의 중요성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서든어택 2'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프롤로그 미션이다. 그런데 '서든어택 2'의 프롤로그 미션은 한마디로 너무 어설프다.

온라인 FPS에서 콘솔 및 패키지 FPS의 미션을 구현하려는 시도 자체는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콜 오브 듀티'나 '배틀필드' 등에서 주로 사용된 레일 슈터식 연출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성은 긴장감이 없고 참신하지 않다. 포로가 된 아군 스파이를 구하러 간다는 목적은 있지만, 그 과정은 심심하다 못해 지루하다. RPG로 주유소를 화끈하게 폭파 시키는 연출이 가려주지도 못할 정도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영화 같은 연출을 잘 살린 대표적인 FPS 이다.

또, 함께 미션을 진행했던 상관의 배신이나 문에 붙인 폭발물이 터진 후 느려지는 효과, 게임 내의 텍스트가 출력되는 방식 따위의 사소한 연출들도 기존의 '콜 오브 듀티' 등의 게임에서 빼다 박은 수준이다. 게이머들은 자신을 놀라게 만든 연출이나 대사를 절대 잊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게임의 팬이 된다. 그런데 그 연출과 대사를 다른 게임에서 본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좋게 봐줘야 오마주 또는 패러디이고, 보통은 표절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서든어택 2' 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이 장면 어디서 봤는데…?

'그래도 국내 개발사가 이 정도면 많이 노력 했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왕 기존 레일 슈터와 비슷하게 만들려고 했다면, 더군다나 게임의 첫인상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신경 써서 참신하고 그럴싸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다
후속작은 전작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하프라이프2’, ‘디아블로2’처럼 몇몇 예외도 있지만 대개는 이 말이 곧잘 들어맞곤 한다. 넥슨은 이미 ‘메이플 스토리 2’로 이 징크스를 뼈저리게 경험한 적이 있다. ‘메이플 스토리 2’는 처음 시작이 매우 좋았지만, 이후 게이머들을 붙잡아 둘 새로운 콘텐츠가 빠르게 등장하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PC방 점유율 순위 권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서든어택 2’의 기존 ‘서든어택’ 게이머들을 끌어오면서 동시에 신규 게이머를 확보한다는 ‘두 마리 토끼’ 전략은 얼핏 보기에 그럴싸했다. ‘오버워치' 와 정면 승부를 하기보다는 안전함을 택했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과 달랐다.

‘서든어택 2’는 ‘서든어택’의 게이머들을 자연스럽게 이동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옵션에서는 언제든지 4:3 해상도, 발소리 및 총기소리 등을 ‘서든어택’ 스타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제 3보급창고와 웨어하우스 등의 기존 인기 맵을 그대로 가져왔고, 전작의 닉네임과 클랜 정보, 전적 정보를 이전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심지어 정식 서비스 당일에는 ‘서든어택’ 점검을 무려 13시간 동안 하기도 했다.

‘서든어택’ 게이머들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서든어택 2’의 정식 서비스 전날인 5일 ‘서든어택’의 PC방 점유율은 6.94%로 4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다음날인 6일 ‘서든어택’의 점유율은 4.48%로 소폭 하락했고, 새로 순위에 진입한 ‘서든어택 2’는 2.56%로 7위를 기록했다. 감소된 점유율은 2.46%로 거의 비슷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즉 처음에는 넥슨의 전략이 어느 정도는 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7일 기준 점유율은 ‘서든어택’이 5.1%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서든어택 2’는 1%를 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서든어택’을 즐기던 게이머들은 ‘서든어택 2’를 잠깐 해보고는 다시 돌아간 것이다. 그에 비해 경쟁작으로 여겨졌던 ‘오버워치’의 점유율은 너무나도 견고하다.

결과적으로 전작의 게이머들을 끌어온다는 전략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서든어택’은 약 10년간 서비스된 게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서든어택’을 즐겼던 게이머라면 엄청난 충성 고객일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그래픽이 좋아지고, 맵이 같으며, 전적 정보를 옮겨준다고 해서 굳이 후속작으로 갈아 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바뀐 것이 없다면 하는 게임을 바꿀 필요도 없다. 바뀐 것이 없는 후속작에서 과연 어떤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 

게이머들은 생각 외로 보수적이라는 점을 넥슨은 간과한 듯 싶다. PC방 점유율 순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 워’ 와 ‘리니지’ 는 출시된 지 무려 18년이나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던 게임을 그만두고 다른 게임을 한다는 것은 적어도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겐 불편한 일이다. 그것이 심지어 하던 게임의 후속작 이라고 해도 말이다.

다만 예외는 있다. ‘오버워치’가 그것을 증명해냈다. ‘오버워치’는 무려 200주가 넘는 긴 시간 동안 국내 게임계를 장악하고 있던 ‘리그 오브 레전드’를 단숨에 2위로 밀어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다른 게임을 하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게임 자체에 관심이 별로 없던 사람들도 PC방을 찾게 만들었다.
 
여전히 Pay to Win
게임은 기본적으로 공평해야 한다. 가위바위보는 어느 정도 운에 기대는 놀이이지만, 각각의 패가 맞물려있기 때문에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모든 패를 이기는 패가 있다면 어떨까? 심지어 그 패는 돈을 주고 사야 하며, 사용 기간이 정해져 있다면?

부분유료와 캐시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넥슨은 자사의 게임 대부분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서든어택 2’ 또한 예외는 아닌데, Pay to Win의 정도가 심하게 노골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게임 내에서는 보란 듯이 캐릭터, 무기, 무기에 들어가는 개조 파츠 등이 캐시로 판매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은 없다. 무조건 운에 맡기는 랜덤 박스 안에서만 획득할 수 있다. 그마저도 사용 기간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다.

기본으로 주어지는 총기는 그 성능이 매우 조악하다. 그러나 캐시로 판매되는 총기는 그에 비해 훨씬 좋은 성능을 갖고 있다. 개조 파츠를 끼워야만이 탄창 제한이 없어지고, 재장전 속도가 빨라진다. 캐릭터 또한 마찬가지다. 남성 캐릭터는 5%의 경험치 추가 옵션 밖에 없지만, 여성 캐릭터는 적 발소리 증폭, 남성 캐릭터보다 훨씬 높은 20%의 경험치 추가, 타격 피해량 표시, 타격 부위 표시 등 밸런스를 해칠 수 있는 옵션이 달려있다. 당연하게도 캐릭터 또한 기간제이고 랜덤 박스로 획득해야 한다.

게임은 평등해야 한다고 앞서 적었다. 특히 FPS라는 장르에서는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만 승패가 갈리는 것이 옳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 글로벌 오펜시브’ 나 ‘오버워치’ 등의 FPS에서는 총기 스킨과 캐릭터 스킨 등 게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 선의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서든어택 2’는 이러한 룰을 완전히 무시했다. 게이머들이 원하는 것은 공정한 실력 경쟁이지 누가 얼마나 돈을 많이 쓰는지 겨루는 과금 경쟁이 아니다.


‘2’의 불운, 과감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다
앞서 ‘메이플 스토리 2’ 이야기를 조금 했다. ‘메이플 스토리 2’ 외에도 후속작 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게임은 몇 가지 있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2’, ‘프리스타일 2’ 등등. 공통적으로 전작의 명성에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불명예의 전당’에 ‘서든어택 2’ 가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서든어택 2’의 실패는 사실상 ‘서든어택’의 계승이라는, 전작의 인기에 기댄 개발방향에서 부터 비롯되었다고 본다.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지 않고 전작의 그림자에 숨은 결과는 실패였다. 넥슨은 서든어택2의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서든어택2'의 서비스 종료를 발빠르게 결정했다. 게임 서비스는 실패했지만 그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더 좋은 게임을 개발하는 밑거름으로 삼는 것도 좋은 게임사가 해야 할 일이다.

이제 넥슨과 넥슨지티는 공전의 히트작 '서든어택'을 넘어설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내야 할 책임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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