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3'

등록일 2017년08월06일 17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이하 일루미네이션)의 대표 영화 '슈퍼배드' 시리즈의 최신작 '슈퍼배드 3'가 지난 달 26일 개봉했다.

슈퍼배드 3는 이전 작들을 통해 한 가정의 가장이 된 후 악당 생활을 은퇴한 '그루'의 미니언들과의 갈등과 쌍둥이 동생 '드루'를 만난 후 세계를 구하기 위해 다시 악당으로 복귀한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미국의 유명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85%를 기록, 시리즈 중 최고의 점수를 받아 상영 전 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를 입증하듯 국내에서도 개봉 첫 주 122만 관객을 돌파하며 프리퀄 작품 '미니언즈'의 흥행에 이어 슈퍼배드 시리즈의 인기를 또 한 번 입증했다.

슈퍼배드 시리즈, '마이펫의 이중생활', '씽' 등을 통해 매번 돋보이는 캐릭터 감각으로 호평을 받았던 일루미네이션이 과연 슈퍼배드 3에서는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미니언들과 주인공 그루 가족을 통해 얼마나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했는지 확인해 봤다.


알고 보면 어른들을 위한 작품 '슈퍼배드 3'
슈퍼배드 3는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어린이와 함께 관람하러 온 부모님을 위한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이 작품의 주인공 그루는 어린 시절 여왕의 왕관을 훔쳤고, 슈퍼배드 1에서는 달을 훔칠 계획을 세웠던 악당이었다. 하지만 1편에서 3명의 아이를 입양해 아빠가 된 이후 2에서 '루시'를 만나 결혼에 성공하면서 가장이 되었다.

그 후 그루는 좋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악당을 포기하고 루시의 직장인 악당 퇴치 본부에서 직접 악당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그루의 어린 시절 꿈이었던 최고의 악당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삶과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악당 퇴치 본부에서 근무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 시절에는 대통령, 연예인을 꿈꿨지만 현실에 타협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 모습이 안타까웠던 이유는 그루 안에는 여전히 악당의 본성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루의 차 옆에서 자신의 자동차가 더 크다고 자랑하는 자동차를 벽에 밀어 붙이는가 하면, 자신을 찾아 온 사람을 로켓으로 날려 버리는 등의 행동을 하면서 즐거워한 것.

하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악당을 포기한 그루는 악당 퇴치 본부에서 루시와 함께 잘린 이후에도 본업인 악당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딸들에게 어떻게 말할지, 처음 겪어 본 실직에 낙오자가 된 것만 같다는 그루의 대사는 원치 않은 명예 퇴직을 당한 우리 주위의 많은 아버지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렇게 절망한 아버지 그루에게 큰 힘을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역시 이 것도 우리네 아버지와 같이 가족의 존재였다. 먼저 그루와 루시가 실직하자 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자신이 아끼는 유니콘 인형을 친구에게 파는 아그네스의 모습에서 다시 한 번 힘을 얻는 그루의 모습과 가족을 위해 다시 악당 퇴치 본부에 복귀하기 위해 잠시 악당으로 복귀한 그루의 결정은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슈퍼맨 아빠들과 많이 닮았다.


아울러 이번 작품은 루시가 완벽하게 그루의 가족으로 동화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루시는 슈퍼배드 2에서 그루와 만나 결혼했는데 이번 작품의 시간 배경은 그루의 세 딸이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두 사람을 위해 파티를 진행하는 것을 보아 슈퍼배드 2 이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레 가족이 된 만큼 루시와 세 딸은 여러 면에서 어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루시는 마고를 포함해 세 명의 아이들에게 어려운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루에게 부탁하거나 단호하게 "하지마"와 같은 말을 하지 못했다. 거기다 의욕은 넘치지만 육아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여러 실수가 이어져 첫 째 마고와의 관계는 최악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세 명의 아이가 그루에게 입양되면서 펼쳐진 에피소드를 그린 1편에서처럼 말로만 가족으로 엮이게 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를 해소하는 것도 당연히 가족애였다. 말로만 가족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딸처럼 위험에서 보호하려는 루시의 모습은 신중한 마고의 경계심을 녹이기에 충분했고 그렇게 그들은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었던 것. 이를 통해 일루미네이션은 슈퍼배드 시리즈에서 언제나 강조했던 가족의 의미를 또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슈퍼배드 시리즈가 지금까지 자랑했던 OST에 마이클 잭슨의 명곡 'Bad'를 비롯해 마돈나, A-Ha의 레트로 감성 가득한 80년대 팝송으로 배치한 것도 어린 아이들을 아닌 부모님 세대를 위한 장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물론 악당 브래트가 80년대 반짝 스타였던 것을 감안한 선곡이라 하더라도 일루미네이션이 직접 레트로 풍의 작품에 더 잘 맞는 오리지널 OST를 제작할 수 있었는데 기존 명곡을 작품에 반영한 것은 영화를 보러 오는 부모님 관객을 위한 일루미네이션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한 뛰어난 캐릭터성
슈퍼배드는 미니언이라는 전세계에서 사랑 받는 캐릭터를 만든 시리즈인 만큼 이번 작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우선 뭐니 뭐니해도 가장 눈길을 끈 캐릭터는 미니언들이었다. 슈퍼배드의 프리퀄 작품 '미니언즈'에서도 나왔 듯 태초부터 강한 악당을 섬겨 왔던 미니언들은 그루가 단호히 악당 은퇴를 선언하자 그에 실망해 그루를 떠난 것도 모자라 엉뚱한 사건에 휘말려 감옥에 갇히게 된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여기까지의 전개는 이전 작품의 미니언들이 보여준 행보와 비슷했지만 감옥에서 다른 죄수들을 제압하고 감옥의 실세가 된 미니언들의 완벽한 변신이었다. 지금까지 봤던 어떤 작품에서보다 강력한 모습을 보여 준 미니언들의 모습은 꽤나 신선했다.

여기에 그루가 태어나 처음 만난 쌍둥이 동생 '드루'의 존재도 이번 작품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그루와 달리 아버지의 손에 자란 드루는 유복하게 자라긴 했지만 그루와는 달리 악당으로서는 별 다른 활약을 하지못해 아버지에게 구박을 받아 온 캐릭터이다. 쌍둥이 동생의 존재를 몰랐던 그루와는 달리 오랜 시간 그루와의 재회를 바래왔던 드루는 눈치가 없어 사사건건 그루의 일을 의도치 않게 방해하고 악당에 대한 의욕만 넘치는 미래의 거물 악당 꿈나무이다.

문제는 이런 캐릭터가 자칫 잘못하면 화를 유발하는 민폐 캐릭터로 그려질 수 있는데 이를 적절하게 조절한 일루미네이션의 노련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더빙을 맡은 국내 성우의 힘도 컸다고 생각한다. 드루의 성우는 그루의 성우인 이장원 성우(더빙판의 경우)가 맡았다. 이장원 성우는 슈퍼배드의 그루 외에도 '겨울왕국'의 '올라프',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의 여관주인 등 각 작품의 감초 역할로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이번 작에서도 드루의 매력을 200% 살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면에서 그루와 대척점에 있는 '악당 브래트' 존재 또한 돋보였다. 브래트는 80년대에 어린 악당 역할로 반짝 인기를 얻었던 아역 스타였으나 사춘기를 겪으며 대중에게 잊혀지면서 본인이 진짜 악당이었다라고 착각하게 됐으며 그때의 인기가 그리워 중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이 치는 장난 같은 악행을 하는 존재이다.

이는 세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고 가장의 의무가 생긴 뒤 과거의 슈퍼배드였던 영광보다는 가족과의 삶을 위해 미래의 할 일을 고민하는 그루와는 달리 과거 스타 시절의 영광만 쫓는 브래트의 모습은 완전히 상반되는 행보였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그루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했다.

여기에 80년대 명곡의 리듬에 맞춘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장난 같은 그의 악행은 누가 봐도 40대 아저씨인데도 귀엽게 느껴지게 만든 것 또한 일루미네이션의 저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일루미네이션의 저력이 돋보인 작품 '슈퍼배드 3'
슈퍼배드 3는 지금의 일루미네이션을 만든 슈퍼배드 시리즈의 최신작인 만큼 제작사의 많은 노하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특히 기존 캐릭터성은 잘 살리면서 만들어 낸 새로운 캐릭터들은 다양한 작품에서 호평받은 일루미네이션의 장점을 극대화 했다.

여기에 다양한 캐릭터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한편 그루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마주하게 된 부분이나 루시가 진정한 세 아이의 엄마로 거듭나는 모습은 부모 세대에게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전 작들을 보고 슈퍼배드 3를 보는게 최고로 좋겠지만 보지 않아도 내용 이해에 큰 어려움은 없으니 아이들의 여름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슈퍼배드 3를 보러 가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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