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프로팀 만들고 싶다", 권평 총감독이 말하는 '오피 게이밍'의 미래

등록일 2018년09월05일 04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 8월 중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7월 대규모 리브랜딩을 진행한 '오피게이밍'이 '에스카' 김인재 선수, '섹시피그' 한재현 선수, '석' 최원석 선수, '기켄' 김태광 선수 등 내로라하는 '배틀그라운드' 프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팀 리빌딩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콩두' 팀에서 선수들을 이끈 권평 감독이 'OP GAMING(이하 오피 게이밍)'에 총감독으로 부임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정든 친정팀을 떠나 '오피 게이밍'에 합류한 권평 총감독은 과거 '도타2' 프로 선수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데 이어 e스포츠 매니저와 감독까지 역임하면서 맡은 팀과 선수들을 모두 최상위에 올려놓은 명감독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특히 그가 이전에 맡은 팀들은 현재까지도 뛰어난 실력으로 각 종목의 프로씬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선수들이 실력 향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힘껏 도운 그의 역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뛰어난 선수들과 권평 총감독의 합류로 '오피 게이밍'은 하반기 'PKL'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으로 떠올랐다. '젠지' 형제팀에서 주축을 담당하고 있던 '에스카'와 '섹시피그'가 동시에 합류했고, 프로 선수 중에서도 독보적인 샷 능력을 보여주며 '포탑' 포지션을 능숙하게 소화해내는 '석'과 '디토네이터' 팀의 핵심 멤버인 '기켄'까지 합류해 사실상 '드림팀'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류 소식이 전해진 후 8월 말, 게임포커스가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 권평 총감독을 만났다. 언제나 팀 소속 선수들에게 '프로 마인드'와 인성을 강조한다는 그에게 향후 '오피 게이밍'의 방향성과 오는 하반기 진행될 'PKL'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권평 감독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본인 소개를 해달라

'오피 게이밍'에 총감독으로 새롭게 부임한 권평 이라고 한다. 감독으로 활동하기 이전에는 '도타2' 프로 선수로 활동했다. 유학 생활을 할 당시에 '도타1'을 재미있게 즐겼고, '도타2'가 출시된 후에는 WCG 국가대표 선발전에 친구들과 함께 나갔다가 선발되면서 e스포츠계에 입문했다. 'WCG'에서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타 종목의 프로 선수들과 친분도 쌓았다.

 

이후에는 사비를 털어 외국의 친한 선수들과 함께 인천에서 숙소 생활을 하기도 했는데, 친구들의 비자가 만료되면서 아쉽게도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나중에 다행히 나를 찾아주는 팀이 있어 e스포츠 매니저로 일하기도 했고, 이후에 콩두 컴퍼니에서 e스포츠 팀을 창단한다는 연락을 받고 본격적으로 감독으로 활동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나는 돈 보다는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재미가 있었기에 더욱 열정적으로 할 수 있었고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새로이 '오피 게이밍'의 총감독으로 부임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이전에 오피지지 대표님과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 대표님의 e스포츠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말씀에 끌렸다. 또 오피지지가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복지와 지원을 직접 보니 향후 최고의 프로게임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전 팀에서는 정든 선수들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없어도 팀이 잘 굴러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미 체계가 잘 갖춰진 '큰 곳'보다는, 향후 크게 성장할 '포텐셜'이 있는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나 자신을 '슬로우스타터'라고 생각한다. 비록 시작은 늦지만 결국 언제나 '승자'의 자리에 올랐다.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미지 출처: '오피 게이밍' 공식 페이스북)
 

e스포츠 팀에서 감독의 역할, 그리고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감독은 게임 내적인 관리보다는 게임 외적인 면에 집중한다. 선수들에게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코치나 선수보다 게임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종목들을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전략 등을 제시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전략을 구상하고 이 중에서 한 두개라도 잘 들어 맞는다면 좋은 거니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감독의 일은 선수들이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내가 선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겪는 실제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선수들이 편한 마음가짐을 갖고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 중 하나다. 또 나는 선수들이 됨됨이를 갖춰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흔히 인성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선배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사실 나는 게임을 일부러 하지 않는다. 대신 선수들의 영상을 많이 챙겨본다. 선수들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외 대회 중계나 스크림, 개인 방송 등을 짧게는 하루나 이틀에서 길게는 1~2주까지 본다. 그리고 조언을 해주거나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이야기 해주는 편이다.

 



 

'오피 게이밍'에 합류하기 전에 맡은 팀들의 성적이 상당히 좋은데, 감독으로서 비법이나 노하우가 있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코치와 감독이 하는 일이 다르긴 하다. 다만 선수가 나보다 게임을 잘한다는 전제를 깔고, 선수에게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을 많이 하는 편이다. 선수들이 이것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서로간의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선수들이 색칠을 하고, 코치가 세밀하게 수정하고 다듬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뛰어난 실력의 선수들을 다수 영입하면서 배그 프로씬의 '갈락티코'라는 별명도 붙었는데
'메시'가 11명이라고 무조건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갈락티코'라는 별명은 고맙지만, 결국 '배틀그라운드'는 팀 기반의 게임이기 때문에 선수간의 호흡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또, 한편으로는 프로게임팀 차원에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도 맞다. '배틀그라운드'는 선수 한명 한명이 포커스되기 어려운 게임이다. 대회에 나간다고 해도 노출 빈도가 적다. 그런 측면에서 선수들이 많이 조명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이 후에 들어오는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실제로 그런 효과를 노리고 있다.

 

새롭게 리빌딩된 '오피 게이밍' 라인업
 

뛰어난 선수들로 팀이 구성되어 있어 오히려 성적에 대한 부담이 있지는 않은가

부담감은 없다. 가장 잘 될 팀이 우리라고 자신하고 있고,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코치가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또 '배틀그라운드' 자체가 정형화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해보고 스크림에 임하고 있는 단계다. 정확한 내부 가이드라인이 나온 후에는 연습을 체계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이번에 영입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우선 '에스카' 김인재 선수는 언제나 '같이 하고 싶은' 선수였다. e스포츠계에서 활동한 경력이 나보다도 길기 때문에 배울것이 많을 것 같다. 또 김인재 선수도 감독 경험이 있는 나에게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함께 하게 되어 기분 좋다. 다른 선수들도 워낙 네임벨류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아쉬운 점은 없다. 다만 게임을 하는걸 면밀히 검토하니 다소 즉흥적으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개인적으로 짜여진 대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새로운 색깔을 입히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 선수들도 잘 따라와 주고 있고, 또 오피지지가 보유한 강점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 등을 활용해 기존보다 더 빠르게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미지 출처: '오피 게이밍' 공식 페이스북)
 

과감히, 그리고 대규모로 진행된 이번 리빌딩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호날두'만 11명 있는 기분이다. (웃음)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는 선수들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하반기 PKL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또는 라이벌로 꼽을만한 팀이나 선수가 있나

'레인저스'와 '헌터스'가 서로 라이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첫 시즌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할 수도 있다. 팀원 한 두명이 바뀐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바뀌다시피 했기 때문에, 합을 맞추는 데 있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팬 여러분들이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한다.

 

조만간 진행될 하반기 PKL에서 목표 성적은 어떻게 되나

일단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 자체가 운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한다. 이것을 최대한 극복하려고 하지만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일부는 '거품'이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시다시피 모두 잘하는 선수들이다. 모두 각기 다른 팀에서 합류했기 때문에 시일이 지나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오피 게이밍' 공식 페이스북)
 

그렇다면 팀이 아닌, 프로게임팀 입장에서 이루었으면 하는 바가 있나
팀도 잘되고 선수도 잘되는 그림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배틀그라운드'나 '포트나이트' 등 외에도 다른 종목의 팀도 점차 늘려 나갈 예정이다. 또 선수로 활동한 이후에 감독이나 코치 등 다른 길로 전향할 발판이 되는 프로게임팀이 되는것이 목표다. 특히 프로로 활동하던 선수가 우리 팀의 코칭스태프로 전향한다면 노하우나 성향을 알기 쉬울 것이고, 외부에서 새로운 분이 오는 것 보다는 이쪽이 조금 더 긍정적일 것이라고 본다.
 

감독 입장에서 선수들을 관리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이 있다면 무엇인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람 됨됨이, 즉 인성이다. 인성이라는 것에는 많은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성격이나 언행 등이 포함될 것이다. 최대한 인성이 갖춰진 선수들을 영입하려고 노력한다. '잘' 하는 선수라면 당연히 '잘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배우면 된다. 또 자신이 '프로'라는 의식을 갖는 것, 그리고 마음가짐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감독으로서 느끼는 고충도 있나

감독 일을 하며 본 선수 중에는 경기 당일에 갑자기 사라지는 등 '프로' 의식이 없는 선수들이 있었다. 팀 내의 선수들 간의 불화도 조율해야 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자 고충이다. 선수 생활도 결국 사회생활이고 직장이지 않나. 팀플레이에서 한 명이라도 빠진다면 전력에 치명적이지 않기 때문에 선수간의 불화가 심해 정 못하겠다면 '비즈니스' 관계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현재 프로를 지망하고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해달라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이번 게임에서 30킬을 하고 1등을 하겠다 라는 식으로 구체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1킬만 하고 1등을 한다는 식으로는 절대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없다. 게임을 하는 과정 자체가 연습이 되어야 한다. 재미로만 한다면 절대 프로가 아니다. 연습 단계에서 꼴등을 해도 상관없다. 결과를 얻기 위해 연습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선수들이 프로 생활을 막상 시작한 후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게임이 좋아서 프로게이머가 되었는데 게임이 일이 되어 싫어지는 것이다. 프로에 도전하기 전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 나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 점검하는 방법은 바로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로 치면 '다이아'에서 '챌린저'로 일정 기간 내에 올리겠다는 식이다.

 

구체적인 목표와 시간을 설정해서 시도해보고, 만약 그래도 안되면 포기해야 한다. 사실 공부는 1등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지만, 프로는 전국 1등, 세계 1등이어야 인정 받을 수 있는 냉정한 세계다. 어느정도 하는 것과 1등이 아닌 것은 차이가 크다. 굳은 마음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한다.

 

새로운 지붕 아래에서 새로운 가족과 함께 출발하게 되었는데, 팬들에게도 각오를 말해달라

마지막에 웃는게 진정으로 웃는 것이지 않나. 우리도 그렇게 되고 싶다.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최고의 프로팀을 만들고 싶다. 또 과거를 돌아보며 '그때 그랬지' 하면서 웃고 기억할 수 있는 팀으로 남고 싶다.

 

또 앞으로 '오피 게이밍'은 팬들과의 소통 기회도 늘려갈 것이다. 팬이 없다면 e스포츠도 없기 때문이다. 팬 분들이 응원해 주셔야 e스포츠가 존재할 수 있다.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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